“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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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말의 꼬투리

말하는 게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내 말을 오해하거나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대화 자체가 힘이 듭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말의 꼬투리를 잡는다는 표현을 합니다. 이렇게 말의 꼬투리를 잡는 것은 사람 사이의 대화를 피곤하게 하는 일입니다. 말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는 것인데, 작은 부분을 크게 확대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게 말의 꼬투리를 잡는 겁니다. 말이 화자가 아니라 청자에 의해서 상처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말꼬투리를 잡는 사람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말하는 사람도 조심해야겠지요. 기본적으로 말에 의한 상처는 하는 사람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web_02말의 꼬투리는 다른 말로 말꼬리라고도 합니다. 말꼬리를 잡는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이로 미루어 볼 때 어원적으로 명확하게 근거를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꼬투리의 의미는 꼬리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또한 꼬투리와 비슷한 느낌의 단어로는 자투리가 있습니다. 땅을 이야기할 때 자투리땅이라고 하는데 이는 보통 구획 정리 후에 쓸모 없이 조각으로 남아있는 땅을 의미합니다. 꼬투리의 느낌은 몸통이 아니라 꼬리이고 그 중에서도 끝 쪽에 필요 없는 느낌이 강합니다. 말의 꼬투리도 내용의 중심과는 상관없는 어찌 보면 쓸데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꼬리는 꼬랑지, 꽁지로도 나타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든지 본말이 전도(顚倒)되었다든지 하는 말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본말(本末)이 전도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식물에 물을 주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본(本)은 뿌리를 의미합니다. 물을 주는 사람이 뿌리에는 물을 안 주고, 꽃이나 열매에만 물을 준다면 그 식물은 살 수 없을 겁니다. 꽃처럼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나 열매처럼 이득에 취해서 근본을 잃어버리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뿌리가 아닌 부분을 가지와 잎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를 한자어로 지엽(枝葉)이라고 합니다. 지엽적이라는 말은 가지와 잎처럼 본질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뿌리에 물을 주지 않고 가지와 잎에만 물을 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가지와 잎을 통해서도 물이 흡수되기는 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뿌리라는 말입니다. 지엽적인 부분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저는 말의 꼬투리를 잡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대화를 나눌 때는 언제나 서로의 감정을 통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나 표현 때문에 의사소통 자체가 깨어지고, 의심을 하게 됩니다. 말꼬투리가 일상화되면 대화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늘 불안합니다. 내 말이 상대에게 오해될까봐 늘 전전긍긍(戰戰兢兢)입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말꼬투리를 잡으려는 사람 앞에서는 도리가 없습니다.
세상이 빨리 바뀌면서 말은 단순히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게 아닙니다. 한 번 말하고 나면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녹음되고 녹화됩니다. 전화로 하는 대화도 녹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 내용도 녹음을 하고, 강의 내용도 녹음을 합니다. 언제든지 재생하여 꼬투리를 잡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겁니다. 저는 사람들의 잘못한 말 전체를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한 말에 대해서 늘 걱정하게 되는 이 세상이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이 마음으로 대화하기 바랍니다. 저 역시 상대의 말에 꼬투리를 잡지 않으려 노력합니다만 종종 표현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경우가 생기겠죠. 어쩌면 인지상정(人之常情) 같은 일일 겁니다. 그럼에도 내가 혹시 말꼬투리를 잡고 있으면서 본질을 놓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야 할 겁니다. 꼬리가 아니라 전체를 보면서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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