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질라 2 – 킹오브 몬스터’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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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태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도 복잡한 내용과 소재의 영화를 영어 음성과 태국어 자막으로만 보려면 적잖은 심적(?) 부담이 느껴져서 한국영화가 수입되거나 외화라 할지라도 간단한 스토리와 함께 우당탕탕 때려부수는 내용 위주로 전개되는 영화가 들어오면 주말에 시간을 내서 보곤 한다. 한국에 살 때는 나름 의미있고 감명깊은 영화를 선별 감상했었으나 언젠가부터 ‘고질라 시리즈’ 같은 부류의 영화가 타향살이의 언어적 고초와 더불어 외지에서의 주말 영화감상 백화점 나들이 대상으로 적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대사없이 이해하기 쉽고 명료할 것으로 여긴 ‘고질라 2’는 그 어떤 괴물소재 영화 보다도 심하게 쫓고 쫓기며 와장창 때려부수는 난리 북새통으로만 이어졌고, 급기야 이런 별반 내용없는 장면들을 무려 2시간이 훨씬 넘는 상연시간으로 만들어 낸 감독의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런 대단한 영화와 제작진의 재주를 인정해서인지, 아니면 좀 유별날 정도로 무념무상 정신에 충만한 남방열도민들의 영화감상 취향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태국에서 본 그 어느 영화 대비, 객석이 꽉 채워진 소위 ‘만원사례’ 영화였다. 근래들어 태국에서 본 영화 중에 이렇게 관객 많은 영화는 처음 본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스토리가 단조로운 영화이다 보니 졸음이 몰려오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기에 그만 꾸벅꾸벅 졸아가며 보던 와중에 너무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시나리오 작가 내지는 감독의 발상이 연출된 특정 장면에서 갑자기 졸음이 싹 달아났다. 다름아닌, 영화속에 등장하는 대표 괴물을 공격하는 ‘카미가제식 자살공격 특공대’ 역을 수 많은 등장 인물중에서 하필이면 일본인(이시로- 와타나베켄 分) 유명배우로 내세운 것이다. 그것도 ‘워너브라더즈 한.미.일 지사간 합작으로 만들었다는 영화에서 말이다.
maxresdefault어쨌거나 이 일본인이 탄 ‘카미가제 잠수정 공격’이 실패했기에 망정이지 혹여 성공이라도 해서 인류의 적(?)을 ‘일본 육탄 카미가제 특공대’가 섬멸이라도 했으면 정말이지 큰일날 뻔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다보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본 영화인데 마치 제로전투기들이 진주만 해상의 정박된 미국 군함을 부수고 또 부수는 카미가제 특공대의 진주만 폭격 소재 영화 ‘도라 도라 도라’를 본 것 같아 갑자기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백화점 안에 소재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평소 대비 훨씬 많은 일본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영화관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화관이 소재한 백화점 전체에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일본인들이 북적대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이거 뭐지… 혹시 그 괴물에 대한 카미가제식 자살공격대로 나선 일본인 배역이 2차대전 당시의 진주만을 공격하고 남양군도를 휩쓸던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느끼기라도 한건가 ?… 어쨌든, 일본에서 원작 괴물 스토리가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하나, 평소보다 유난히 많은 일본인들이 극장 주변에 쏟아져 나와있었다. 문뜩, 객석을 꽉 메운 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일본인의 괴물에 대한 카미가제식 자살공격이 나오는 장면을 지켜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쳐가는 단상 하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태국은 정치외교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해 무척이나 우호적이며, 일본인들 역시 태국으로 대규모의 투자와 재외국민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기에 지난 30년간 5천개가 넘는 기업이 태국에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식으로 노동허가증을 받아 태국에 취업중인 일본인만 해도 3만5천명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7배에 달하고 있으며, 법인으로 등록되어 영업중인 일본식당이 5천개가 넘는다는 정량적 평가는 물론, 일상에서 마주치는 태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정성적 평가 또한 상상 이상의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태국에 살다보면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그런데 태국에 살면서 지켜 본 몇가지 상황에 비추어 보면, ‘태국인들이 지닌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한 생각’과 ‘일본인들이 태국과 태국민들에 대해 지닌 생각’을 비교해 볼 때 상당부분 온도 차가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양 국가간의 유대관계에 끼어들어 편협된 애국주의적 힐난을 해대거나 이간질스런 언사를 해대려는 의도를 가지고 섣불리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전자제품 판매회사에서 태국으로 주재를 나와 근무할 당시, 방콕 인근의 일본 S사 현지법인과 교류관계에 있어 일본인 법인장과 주재원을 만나 가끔씩 상담하던 경험이 있는데, 그 때 들었던 그들의 태국과 태국인 직원에 대한 시각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당시 필자가 재직중이던 회사는 현지법인에 인사와 재무 분야에도 현지인을 부문장으로 앉혀놓고 상당 부분 전권을 주며 인력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던 터라, 양사의 상담중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당시 일본 S사 법인장은 깜짝 놀라며 “어떻게 인사업무와 재무관계 같은 중차대한 업무를 현지인에게 맡길 수 있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절대 그런 일 없다면서, 현지인들을 어찌 믿고 인사와 자금 줄 관련한 업무를 맡기냐?”는 것이었는데……
feature물론, 기업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취할 수 있는 인력현지화 전략은 주어진 여건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행해질 수 있는 것이기에 일본 S사와의 일시적인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로 그들의 인사와 재무담당 인력현지화 전략을 일순에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요 포스트인력 현지화 전략에 현지인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기본 노선 자체에는 큰 이견이 있을 수 없음에도, 일본대기업 현지법인의 최상위직에 있는 일본인 법인장이 “태국인들을 믿고 인사와 재무업무를 맡길 수는 없다”는 언급을 일말의 우회적 표현없이 단언하듯 단도직입적으로 언급하는데는 실로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일본S사’ 법인장의 모습에서 보았던 일본인들의 태국민에 대한 일본인들 본연의 습성인 ‘혼네(本音 – 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 – 겉마음)’를 잊을 수 없다. 사회적 규범이나 정서에 의거한 의견은 늘상 겉으로 ‘태국, 태국민 좋아요’로 표출하더라도, 속마음은 ‘어떻게 태국민들을 믿나’로 일관하는 재태 일본기업의 풍속도를 일본인 법인장이 우연찮게 내색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친 속단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일본인 법인장이 일본기업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현지인 직원에 대한 호불호를 상당 부분 솔직하게 현지인들에게 쉽게 내색하는 우리 한국민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표리부동한 정서를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혹자는 이를 일본인들에게 배울 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구는 그런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질타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국과 일본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태국민들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영화 고질라2에서의 괴물체를 카미가제 방식으로 자살공격한 ‘이시로-와타나베켄 分’의 공격이 괴수들 섬멸에 성공치 않은 것은 그 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2차대전 당시 남양군도 태국의 깐짜나부리 포로수용소에서 행해졌던 후안무치의 역사가 신남방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진실되고 선량한 다수의 일본인들을 카미가제 자살공격대 방식의 제국주의적 속성으로 대변되게 만드는 일도 지구 역사에 다시는 없어야겠다.
글 : 전창관
現 Brand age紙 겸임기자 – Conjunct Reporter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위원
더비빔밥(株)/맨테크 커뮤니케이션즈(株) 대표이사
前 삼성전자(株) 마케팅 담당 방콕주재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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