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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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사람마다 뾰족해서 언제나 상처를 낼 것 같습니다. ‘어디 하나만 걸려 봐라’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한 놈만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화를 터뜨리기 위해서 참고 있거나 담아두고 있는 것입니다.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욕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겁니다. 풍선에 바늘 끝이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현대 사회를 화가 많은 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화를 냅니다. 화는 순우리말은 아니고 한자어로 보입니다. 울화(鬱火)라고 할 때 불 화를 쓰는 것으로 봐서는 불의 의미가 강해 보입니다. 화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화를 당하다’의 ‘화(禍)’와 불의 의미인 ‘화(火)’로 나뉩니다. 서로 의미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의미가 연결되어 있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내는 화는 불같이 나타나기도 하고 재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가 위험한 이유입니다.
web-02화는 불이어서 상대를 태우기도 하지만 우선 나를 태우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화는 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참다 보면 어느새 몸 속에서 불이 됩니다. 내 속을 태우는 겁니다. 그런 병을 화병(火病)이라고 합니다. 화병은 한국인에게만 있다고도 하는데 화를 참아서 속에 맺힌 게 많아서 그럴 겁니다. 울화가 치민다고 하는데 이렇게 치민 화를 속에 담고 있으니 다 타 버리는 겁니다. 화가 불이라면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꺼뜨려야 합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화를 풀다’입니다. 푸는 것은 묶여있는 매듭이나 막혀있는 것을 해결하는 느낌입니다. 문제도 풀고, 화도 풀고, 인생 만사도 술술 풀립니다. 푸는 느낌이 참 좋네요.
화를 억지로 풀기 위해서 다른 대상 약자를 찾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위험합니다. 그런 행위를 ‘화풀이’라고 합니다. 화를 푸는 것은 좋지만 화풀이를 하면 안 되는 겁니다. 비슷한 말로 ‘분풀이’도 있습니다. 주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분(憤)’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분도 풀어야 하지만 분풀이를 하면 안 됩니다. 화나 분을 잘못 풀면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그야말로 화(火)가 화(禍)를 부르는 겁니다. 재앙이 되는 거죠.
화(火)는 인의예지신 중에서 예에 해당합니다. 불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불의 위험성을 막는 게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은 불이 나고 말았지만 숭례문에 례를 쓴 것도 남쪽이라는 방향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불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화를 막는 방법 또는 푸는 방법은 사람 간에 예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예는 즉각적인 경우도 있지만 습관을 들이고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면 시간을 좀 두고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 배려 등의 가치를 기억해야 하는 겁니다. 화풀이, 분풀이는 우리 사이에 불을 지르고 우리를 터뜨리고 맙니다. 위험천만하고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풀기 위해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말을 하지 않고 담아두면 썩어서 냄새가 나거나 말라서 바스라 집니다. 화는 풀어야 합니다. 스트레스도 뭉치면 화가 됩니다. 스트레스도 풀어야 합니다. 한도 풀어야 합니다. 막히고 얽힌 사람과의 관계도 풀어야 합니다. 문제는 나에게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남에게서 비롯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풀기가 어렵죠. 그래도 우선 내 마음이나 자세부터 푸는 게 필요합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화를 푸는 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요? ‘억울한 것을 못 참아서 평화는 없다’는 전헌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억울한 걸 못 참아서 화를 내면 나도 불에 타게 됩니다.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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