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누구 아빠, 누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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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가르치다보면 호칭과 지칭이 참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을 부를 때도 어렵지만 자신을 가리킬 때도 어렵습니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는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에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거나 지위를 이야기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입니다.’라고 자신을 가리키고 소개합니다. 저를 부를 때는 ‘조 교수님’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딱딱하죠. 그렇지만 굳이 자신의 지위나 이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친한 사람끼리 부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친척이나 친구, 가족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친구, 친척 간에도 상대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보다 다른 호칭이나 지칭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이름 부르는 것을 좀 어색해 하는 문화입니다.
전통적으로도 우리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부모님은 결혼한 자식을 ‘누구 아비, 누구 어미’라고 불렀습니다. 부부끼리도 누구 엄마, 누구 아빠라고 부릅니다. 저도 아내를 해민 엄마, 민재 엄마라고 부릅니다. 친한 친구끼리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누구 엄마, 누구 아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넣어서 부를 수 있는 사이는 친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 잘 알아야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닐까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이가 있는지, 이름이 뭔지, 어떤 아이인지 알아야 부를 수 있는 호칭이니 말입니다.
images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가장 쉽게 불리는 호칭이 누구 엄마, 누구 아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종 이런 호칭이 나 자신을 잃게 만드는 호칭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늘 누구의 엄마로 살아야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잃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어떤 장면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이런 평가는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아빠, 엄마로서의 삶이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라는 말만큼 벅찬 표현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표현입니다.
학부모 모임에 가면 당연히 자기의 이름보다 누구의 엄마아빠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모임에 가는 거니까 말입니다. 그런 곳에서도 가끔 지위를 드러내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왠지 학부모 모임에는 맞지 않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임이 아니고 아이 친구의 부모와 사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굳이 자신의 직업이나 지위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위나 직업이 중요해지는 순간, 그 만남은 목적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냥 누구의 엄마아빠로 만나면서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게 제일 행복합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이 서로를 누구의 엄마아빠라고 부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부를까요? 모든 언어에서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한국어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상대의 이름을 부르거나 직업, 지위를 호칭, 지칭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누구의 엄마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상대에게 가장 중요한 게 어쩌면 이름이나 지위가 아니라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여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7954312_391962394843803_3358962335954033085_n특히 부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 부부를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아이입니다. 부부는 둘만으로도 더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만, 아이가 생기고 나면 우리는 그 아이의 부모가 되므로 더 특별해집니다. 그래서 부부끼리도 서로를 누구 엄마, 누구 아빠라고 부르게 됩니다. 저는 이 말을 부르고 들을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인지를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이가 둘 이상의 경우라면 아이들의 이름을 골고루 넣어서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서운해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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