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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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시작하는 연초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이제는 공식적으로 코비드 19로 명명된 듯) 사태로 모두들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 태국에서는 그에 못지 않은 큰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얼마전 우리나라 여자배구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배구대회 개최 장소였던 ‘나컨라차시마’의 대도시 ‘코랏’에서 발생한 한 현역군인에 의한 무차별 총격 사건.
78현역 사격훈련 교관이었다는 범인은 주택문제로 자신의 상관과 가족 일부를 사살하고 무기창고로 달려가 창고를 지키고 있던 동료 병사 2명을 사살, 다량의 무기를 탈취해 코랏 시내 중심에 위치한 ‘터미널 21’ 쇼핑몰로 들어간다. 진입전 험비 군용 차량에서도 지나가는 무고한 시민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사살한 범인은 이틀동안 쇼핑몰 안에서 인질을 잡아놓고 군경과 대치끝에 결국 특수진압경찰팀에 의해 사살되었다.
9-1언뜻보면 한 명의 군인이 화를 참지 못해 이성을 잃고 미친듯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범인은 범행 중간중간 자신의 SNS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상태를 조목조목 올려가며 자신의 상태와 행동 그리고 느낌 등을 마치 ‘자랑하듯’ 올리곤 했었다. 한 사람의 군인의 일탈처럼 보여지는 이 사건은 그러나 사실 그 뒤에 보통의 태국인들 모두에게 도사리고 있는 ‘총’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나타내는 사건이었다는 또 다른 분석도 보여지고 있다.

태국, 총기 관리

태국은 전통적으로 일반인들의, 그중에서도 하이쏘라 불리는 상류층들의 총기 소지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태국 총기관리국의 통계에 따르면 태국 민간인들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류는 총 10,342,000정으로 추산되고 있고 이중 정식으로 태국 정부 총기 관리국에 등록되어 있는 총기류는 6,221,180정, 미등록 총기류 4,120,820정으로 분류되고 있다.
23태국 총기관리국이 등록 또는 미등록되었지만 숫자를 파악하고 있는 총기류 숫자만 해도 태국 전체 인구의 15.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곧 6천만 전체 태국 인구 10명중 한명은 총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솔직히 태국 정부의 통계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몇해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태국 블랙마켓에서 떠돌아 다니는 총기 거래 숫자만 해도 천만정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천만정의 총포류들은 태국내에서 자체 제작된 총기들도 있지만 해외에서 밀수되거나 부패한 태국 관리들에 의해 공공연히 사고파는 총기류들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태국 미디어 만평에 소개된 이야기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코비드 19)로 태국에서 사망자 0명, 2020년 1월 1일부터 2월 15일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1,602명, 무엇이 더 치명적인가?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통사고 사망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다. 더불어 태국은 아시아 국가에서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북한에 이어 8위를 차지하는 총기 사망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2019년 한 해 2,207명이 총기에 의해 사망했다.(필리핀 4,947명 북한 3,658명)
41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약 3만명 이상이 현재 총기를 이용한 범죄로 인해 감옥 신세를 지고 있기도 하며 또한 더욱 심각한 것은 올 2020년 1월초에 발생한 롭부리 귀금속 오로라 금은방에 총기를 들고 강도 행각을 벌였던 사건처럼 평소에는 지방 소도시 유지로 지내다가 뜻하지 않은(?) 총기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롭부리 귀금속 강도 사건의 경우 초기에는 태국인들 대부분이 범인을 못잡을 것이라 장담했을 정도로 흔한 금은방 탈취 사건으로 여겨졌었다. 다만, 귀금속점 자체가 오픈되어 있는 쇼핑몰에 위치하고 있고 희생자중에는 2살짜리 아기까지 있어 경찰 역시 범인 색출에 온 힘을 쏟아야 했던 국민적인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었기에 결국 범인이 체포되었지만, 범인의 뒷 배경때문에 이 사건 역시 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었다.
13롭부리 귀금속 강도 사건의 범인은 롭부리 인근 지역에서 대대로 유지로 살아온 집안의 아들이었으며 학교장이었다. 그런 그가 왜 총기를 들고 금은방에서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큰 금액도 아닌 30만바트 상당의 금품을 훔치며 3명이나 되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태국 미디어에 따르면 ‘삶이 무료해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전해진다.
그가 체포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가 사용했던 권총 소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총소리를 줄이기 위해 총구앞에 끼우는 일명 ‘사이런서’ 소음기가 특수제작된 것이어서 쇼핑몰 CCTV를 통해 확인한 태국 제조업체가 범인이 최근 구입한 소음기라는 것을 특정해 주어 범인 색출에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그가 사용했던 총기 역시 태국내에서 고가에 구입할 수 있는 총기였고 소음기 역시 해당 총기에 맞게 특수 제작된 장비였기에 그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태국, 총기와 인격 그리고 지위

태국에서 총기를 구입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거의 없다고 해도 큰 이의가 없다. 한때는 외국인들도 태국에서 적법하게 총기를 구입할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방콕 차이나 타운에서는 마치 케익이 진열되듯 각종 총기들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다. 약 일주일 정도의 서류작업이면 아주 쉽게 총기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태국에서도 일반인들의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소지는 매우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공공연히 태국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차량이나 소지품 속에 총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 역시 사실이다.
5또한 근래에 들어서는 태국에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일종의 부와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태국인들의 소심한(?) 전통이기도 하다. 전쟁과는 무관하게 태국에서는 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그 사회에서 인정 받고 있다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태국에서의 총기 규제 강화는 이들 하이쏘(사회고위층, 상류사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태국 남부와 총기 소지 역시 무관하지 않다. 태국 정부는 남부지역에 한해 1947년 자신의 방어 차원에서 총기 소지를 허용했었다. 그 이후 국경을 통해 수많은 불법 총기들이 넘나들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 대학 리서치팀에 따르면 현재 태국 정부는 남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총기류 사건과 사고에 대해서는 집계에 넣지 않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만일 남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총기 사건과 사고까지 집계에 넣는다면 태국은 아마도 미국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

‘When you die, you die’
죽으면 죽는거, 태국인들에게 있어 환생은 거의 종교적인 믿음이기에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현생과 이승 그리고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죽음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현생에서의 인생과 삶도 중요하지만 내세와 다음 생에 대한 애착 역시 많은 편이다. 부모들의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첫번째 가르침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착하게’의 의미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부모를 공경하고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착한’ 삶이 된다면, 몇번의 실패와 좌절은 쉽게 현실 세계를 떠나버리고 싶은 이유가 되기도 하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미국과 태국

미국 사회안전국의 해외안전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신흥 총기사고 다발국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내전 등의 전체 사회적인 불안 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총기로 인한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태국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태국의 최근 총기로 인한 범죄의 증가율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임 태국 외교부 장관에 따르면 태국의 총기 관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태국의 총기 관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책임지고 나서는 정부관리는 단 한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죽으면 죽는거’라는 문화적인 관습이 일반적으로 팽배해 있어 죽음에 대해 사실상 크게 상심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태국인들에게 총기는 더더욱 위험한 도구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태국 경찰청 고위간부들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AFP 보도에 따르면 태국의 한 고위경찰간부는 “솔직히 태국의 총기 관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하며 모든 태국내 총기들은 등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태국 상류층들중 일부는 총기를 사 모으는 것이 또 다른 색다른 취미가 되기도 하며 공공연히 자신의 콜렉션을 자랑하기도 한다.

총기 관리

현재 태국은 총기 소지 면허 취득을 위한 절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총기 면허 취득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범죄경력증명, 총기소지 신청서 등을 갖추고 만 20세 이상의 연령의 일반 태국시민들은 큰 문제없이 총기소지 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면허증은 단 1,000바트만 내면 만들어지며 면허를 받은 사람은 태국내에서 탄약을 제조하거나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 단, 공공장소에서의 휴대는 전면 불법이다.
자기방어, 재산보호, 사냥과 스포츠를 목적으로 총기를 허가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은밀히 거래되는 블랙마켓 총기들은 심지어 태국 SN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3D 프린터로 제조한 총기들을 판매하던 태국 틴에이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하는 등 여전히 불법으로 거래되는 총기와 화약들은 시중에 떠돌아 다니고 있다.
이 기사를 쓰고있는 2월 14일 금요일 오전에도 방콕의 쭐라롱컨 대학 인근 쭐라 쏘이 10에서는 가족간의 불화에 의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 한 40대 남성이 하늘에 대고 총질을 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코비드19 바이러스를 피하자니 2개월도 안되는 사이 1,602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롭부리에서 3명, 코랏에서 30명이 총탄에 희생되었다. 과연 태국에서 무엇이 진정한 ‘죽음의 바이러스’일까? 방탄 마스크가 절실히 필요한 2020년 2월의 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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