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니은 이야기

web03니은으로 시작하는 우리말 단어 중에는 사람과 관련된 말이 많이 보입니다. ‘나와 너와 누’가 그렇습니다. 누는 누구, 누가라고 할 때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르는 제 3자를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1인칭, 2인칭, 3인칭이 모두 니은과 관계가 있습니다. 나, 너, 누가 모음만 다른 음이라는 점에서 사람이란 게 원래는 같은 거였겠구나, 우리는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 너, 누는 닮아있고, 조화를 이루는 우리를 보여줍니다.
니은이 좀 더 모습을 바꾸면 남, 님, 놈이 됩니다. 모두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느낌은 좀 다릅니다. 역시 모음의 차이가 보여주는 세상이지요. 자음은 아예 단어를 다르게 만들지만 모음은 느낌만 살짝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님은 좋고 놈은 별로고, 남에는 감정이 중립적입니다. 가족을 나타내는 말에는 누이, 누나가 있습니다. 순우리말 중에서 사람을 나타내는 말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엄마, 아빠 등)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니은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니은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많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 감정에 가까운 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소리에서 니은으로 시작하는 말에는 우리가 좋아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가득입니다. 우선 노래나 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물론 수를 세어본 것은 아니어서 제 느낌이 그렇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온도로 보면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니은 하면 노란 빛이 생각이 납니다. 노란 색이 니은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란 색의 느낌은 뜨거운 것보다는 따듯한 느낌이 더 있습니다. 빨간 색은 뜨겁고, 까만색은 다 타버린 느낌이지요. 노릇노릇한 느낌을 떠올려 보세요. 노란 병아리의 느낌은 어떤가요?
web01해를 나타내는 우리말 중에는 니은으로 시작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날’입니다. 날은 하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원래는 태양이라는 의미입니다. 날이 밝고, 날이 새는 것이죠. 낮이라는 단어도 태양의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안 쓰지만 ‘나조(저녁)’라는 단어도 태양과 관련이 있습니다. 계절을 나타내는 여름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녀름’입니다. 현재 우리말에서 니은은 이중모음과 같이 안 씁니다. 발음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이중모음 앞에 니은 발음을 쓰니까 모두에게 어려운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니은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조금 더 살펴볼까요? 나리꽃이나 나비의 느낌이 어쩐지 노란 색과 닮아 있습니다. 노란 나리꽃이 개나리가 되고, 노란 나비가 밝게 이 꽃 저 꽃을 찾습니다. 나라라는 단어도 니은으로 시작하네요. 노란 색은 어원적으로 보면 땅이나 흙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땅을 의미하는 단어 중에 ‘누리, 나라’가 니은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흙색이 노란색이라는 생각은 한자어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황토(黃土)는 흙을 의미하지만 색은 노란색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한편 니은은 받침에 쓰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니은은 울림소리여서 왠지 여유가 있습니다. 편안한 느낌도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을 살펴보면 받침에 니은이 들어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현상을 보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주변 사람의 이름을 살펴보세요. 받침에 니은이 얼마나 많은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저희 식구도 모두 이름에 니은 받침이 있습니다.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제 이름에도 니은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니은은 이렇게 우리말에서 따듯하면서도 오래 계속되는 느낌을 보여주는 소리인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나타내는 말에 니은이 많이 쓰였다는 것은 혹시 사람도 이렇게 따뜻하게 오래 지속되어야 함을 은연중에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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