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한글뒤풀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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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뒤풀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요? ‘뒤풀이’라고 하면 어떤 모임이 끝나고 모여서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모임이 생각나겠네요. 국문뒤풀이라고 하니 국문과의 뒤풀이거나 국어와 관련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뒤풀이에는 그런 뜻도 있습니다. 그런데 뒤풀이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뜻이 있습니다. 뒤풀이는 ‘어떤 말이나 글 아래에, 그 뜻의 풀이 비슷하게 노랫조로 지어 붙인 말.(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뜻입니다. 대표적으로 국문뒤풀이가 있는데 이는 국문의 글자를 풀어서 노랫조로 붙였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 글자를 배우기 위해서 노래로 만들었다는 것이죠.
저도 어릴 때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는 아니었지만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외웠습니다. 4.4조의 리듬이죠. 예전에 송창식 선생이 불렀던 ‘가나다라’라는 노래도 생각이 나네요. ‘가나다라마바사자차카타파하’로 시작하는 노래여서 한글자모의 발음 연습에 도움이 될 만한 노래였습니다. 물론 가사는 한글을 배우는 것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말입니다. 가사를 보면 ‘일엽편주(一葉片舟)’ 등의 어려운 단어도 나옵니다. 아무튼 ‘가나다라’를 송창식 선생의 특이한 동작과 함께 무척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web02국문뒤풀이는 민요입니다. 언문뒤풀이라고 하거나 한글뒤풀이라고도 합니다. 한글 자모를 익히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민요를 하는 사람의 발음을 연습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요공부는 목청을 틔워야 하고 정확하게 발음을 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발음과 민요의 발음은 좀 다릅니다. 목청을 열고 단전(丹田)에서 발음이 올라오게 연습해야 한다고 합니다. 국문뒤풀이는 다른 민요에 비해서 길기 때문에 민요를 연습하는 곡으로 효과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민요를 배울 때는 국문뒤풀이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문, 국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더 이상 못 쓰게 됩니다. 우리가 ‘한글’이라는 표현을 새로 만들게 된 원인이기도 합니다. 우리글을 국문이라고 하면 안 되었던 겁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글마저 못 쓰게 된 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국문뒤풀이는 민요로 남아 부르게 됩니다. 귀한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문뒤풀이를 통해 재미있게 한글을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아이들보다는 글을 모르는 어른에게 더 맞는 노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가사가 주로 사랑과 이별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노래가사를 좀 볼까요? 노래를 모른다면 좀 설명이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꼭 노래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사는 ‘가갸거겨’부터 ‘돠둬롸뤄’까지 한글자모를 이용해서 각 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문학 장르로 보자면 조선시대의 4.4.조의 가사(歌辭)같은 느낌입니다. ‘가갸거겨/가이없는/이 내 몸이/그지없이/되었구나.’ ‘고교구규/고생하던/우리낭군/구관하기가/짝이 없구나.’와 같이 4음보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노래의 모든 줄은 기본적으로 ‘가갸거겨’처럼 시작하고, 그 뒤를 이어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의 각 글자로 시작하는 어휘 표현을 담았습니다.
web01국문뒤풀이는 여러 가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널리 민중 속에서 불리지는 않은 듯합니다. 아마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사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만들었음에도 가사 간의 논리가 부족한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체적인 흐름에 짜임새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래서 민요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논리적이라면 어색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민요는 민중 속에서 살아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중이 좋아할 수 있게 끊임없이 변화하여야 할 겁니다. 굳이 옛 가사만을 고집할 이유도 없습니다. 옛 가사는 그대로 두더라도 새로운 국문뒤풀이가 계속 나온다면 어린아이도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민요도 더 널리 생명력을 얻을 겁니다. 외국인을 위해서 조금 더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한글뒤풀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한글뒤풀이의 변신을 꿈꾸어 봅니다.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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