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어느 재외교민의 독백…태국 한인사회 공존론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8/07 20:09

[전창관의 방콕세설] 어느 재외교민의 독백…태국 한인사회 공존론

-교민사회, 코로나시대 재난구호의 사각지대 구난,   누가 나설 것인가?-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 여파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심화되자 일시귀국 또는 영구귀환 차 태국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주변에 보이기 시작한다. 태국은 현지 국적을 취득한 ‘재외교포’ 위주의 한인사회가 아닌, 사회적 생활기반이 상당 부분 본국에 잔존해 있는 ‘재외국민’ 비중이 높은 동남아 국가의 한인사회이다 보니 본국귀환자의 발생 여지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는 확진자 고하간에 이미 한국인 코로나 사망자까지 여럿 발생한 상황이다. 그 외의 동남아 권역의 상당수 국가 역시 공중보건 의료망 자체가 미비되어 있거나, 태국처럼 어느 정도 의료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급격한 확진자와 중증감염자 폭증으로 방역 임계점이 무너져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재태 교민들이 거의 각자도생에 가까운 길을 걷고 있다. 


▲ 쑤쿰윗 18번가에 위치한 재태 한인회 사무실 모습

특히, 긴급 구난지원을 받아야 할 한계에 달한 한인들 또한 다수 발생했다고 한다. 수많은 한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태국이지만 그렇다고 태국정부가 한인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긴급재난 구호기능을 수행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귀화절차가 마무리 단계라는 도쿄올림픽 태권도 영웅 최영석 감독 같은이는 또 혹시 모르겠지만 일반 재태 한인들이, 더구나 자국민들의 백신접종률 조차 터무니 없이 밑돌고 있는 1인당 국민생산(GDP) 7천 달러 남짓한 나라, 태국의 정부에게 그런 것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을 새삼 말해 무엇할지 싶다. 인구 6900만 명의 나라가 지난 7월 20일자 기준, 백신 2차접종 완료자가 겨우 351만 명 수준인 데다가 그나마 그 숫자의 태반이 소위 ‘물백신’으로 이름난 중국산 백신을 접종해 혼란에 빠져있는 상태인 나라 아닌가 말이다.

한편, 이제 막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본국 정부 역시, 국내의 국민들 보호 조차 힘에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그 옛날 맹획이 칠종칠금했다는 동남아 땅 남방에 위치한 태국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태 한인들로서는 일정부분 자구책 아닌 자구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다름아닌 ‘재외 한인 협동자치기구 역할론’이 대두되야 할 부분이다. 


▲ 한인회 재난 구호키트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볼 때 재외한인사회에서의 정부는 ‘대사관’ 즉 ‘주재 공관’이다. ‘한인회’는 일종의 국민을 대표하기에 본국으로 치자면 ‘국회’인 셈이다. 그리고 그 외 각종 ‘진출 경제단체의 대표자 모임’ 역시 대사관 및 한인회와 더불어 상존하고 있다. 이런 기반 속에서 재외국민으로서의 한인, 즉 재외 ‘국민’이 존재한다. 이렇게 어우러져 생활해가는 ‘바다 건너 또 하나의 대한민국’이 바로 ‘재외 한인사회’다.

국내에서 정부의 직접적 통제와 보호 아래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과 해외에서 생활하는 재외국민에 대해 배려되는 기준이 똑같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더군다나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의 손길이 태국 땅에서는 전무하며 일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뒤늦게나마 지난주에는 그간 대사관에서 홈페이지에 공지해주던 현지언론 번역 요약문 외에 별도로 코로나 확진자 발생 관련시 대사관으로 알려서 조력을 받으라는 공지문도 떴다. 한인회에서는 그간 일정부분 긴급 구호품 나누기 행사도 열었으며, 어디서 어떻게 구득한 것인지, 태국 정부의 잔여백신인지 본국 공수백신인지 조차 알려지지 않은 딱 100 명분의 백신을 온라인 접수 받아 접종해 준다는 내용을 지인이 보내준 소셜미디어 재전송으로 본 바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일련의 대사관과 한인회 측의 코로나 시국관련한 이벤트가 현 상황 관련해서 적절한 수준의 조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척이나 드문 것 같다. 또한, 이렇게 양자간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그저 너무 멀지도 가깝지 않게 지내는 것이 잡음방지 차원에서 최고라는 뜻)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해서 앞뒤 안맞는 원색적 힐난으로 일관하는 교민이 있다면 그 또한 적절치 않다 할 것이다.

이렇듯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어려울 때일 수록 서로 믿고 돕는 또 하나의 대한민국이 바다 건너 태국 안에서 만들어지기 보다, 재외공관과 한인회 그리고 재태한인 사이에 일정 부분 반목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양자간에 서로 해주는 것이 별로 없으니 서로 바랄 것도 있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 마저 떠도는 모습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경우일수록 무작정 묻지마 상호비난은 금물이다. 그런 행위는 사기만 꺽을 것이지 득될 것이 없음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분명히 짚어두어야 할 관점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서로간 해야 할 의무에 대해 상대방이 인정할 정도의 노력을 해내야 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대사관은 대사관대로, 한인회는 한인회대로 또한 교민들은 교민들대로 이 점에 대해 냉절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재태 대한민국 대사관 

먼저, 제대로된 재태교민 현황 업데이트를 통한 긴급구호 대상자 리스트업 조사가 시급하다. 대사관과 한인회가 협조하고 손이 부족할 경우 재태 한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상당부분 세계에서 사회복지에 앞선 나라에 들기 시작했고 각종 해외구난 사업에도 자금, 물자 그리고 인력을 파견하는 수준에 이른 본국정부에 자문을 구해 구난해야 할 대상 기준을 설정한 후 리스트업 할 필요가 있다. 전체 교민 모 집단 선정 자체가 불명확한 상태라면 선거 때마다 그렇게도 신청해달라고 정부에서 읍소하는 대사관 보관 재외국민 선거권자 리스트를 기본으로 삼아 일정기간 코로나사태 긴급연락망 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추가 등록을 받은 후 업데이트 해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준비된 재태 재외국민 등록자를 모집단으로 긴급구난이 필요한 사람과 필요한 구호 품목 그리고 지원 주기 등 세부항목을 정리한 후 필요한 재원에 대해 본국 정부의 유관부서에 비용책정 지원요청도 시도해 본 후, 설령 지원 받는 것이 불가할 경우나 부족 시에는 대사관 또는 한인회에서 재태 한인 전체에 대한 공개적인 모금과 진출기업들의 공식적인 후원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때 일수록 모든 것을 공식적으로 공개발의 및 집행하여 당해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기업홍보 활동비용이 책정되게 배려해주는 작업 또한 더 큰 서로돕기를 위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일정부분 비즈니스 마인드를 감안한 민·관 협업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도움주기 판을 키워낼 수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누구누구 또는 어느회사는 “염불에는 맘이없고 잿밥에만 관심있다”라는 등의 힐난하는 것 또한 금물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무언가를 준 댓가를 받으려는 사람들 심정을 탓하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큰 떡을 얻어낼지에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그 재원이 나랏돈이든 기업돈이든, 설령 개인 돈이든 크게 상관할 바 없다. 구난 작업을 요식업소 주인들 또는 억지춘향격 일부단체의 갹출로만 이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십시일반 의지를 구현해 나갈 원동력 삼을 일반 교민들에 대한 대대적 모금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런 작업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갈 구심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태국의 한인 사회에는 그런 구심점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이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무섭게도 끔찍한 환경에서 조차 서로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본다던지, 소위 “끼리끼리 사회”만을 더욱 심화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이곳으로 진출해 대한민국 해외진출의 구동축 역할을 할 젊은이들이 대체 무얼 보고 배울런지 말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우리 전래의 속담처럼, 이 전쟁보다 더 지독한 것 같은 코로라 사태 속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진정성 있는 재난구호 활동이 실행되는 구심체를 대사관과 한인회가 만들고 그 실행 단계에서 재태 교민이 서로서로 십시일반 힘을 모아 극복한 후, 다가 올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반갑게 맞이할 시기가 성큼 달려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