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끄라통 축제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0/11/10 17:03

태국 2대 명절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러이 끄라통’ 페스티발이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태국 전역에서 일제히 펼쳐졌다. 강에 연꽃 봉오리 모양의 배를 만들어 그 위에 초와 약간의 돈 그리고 향을 피워 강물에 띄우는 ‘러이’= 띄우다, ‘끄라통’= 연꽃 배라는 뜻으로 지난 1년간 열심히(?) 사용한 강물 또는 강의 신(매남)에게 용서와 감사를 드리는 축제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감사와 용서를 빔과 동시에 또한 끄라통을 띄우며 자신의 소원을 빌기도 한다. 대부분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지만 어떤 이들은 연인과의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빌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돈을 잘 벌수 있게 해달라고 빌기도 한다.

축제의 기원은 여러가지 설이 있다. 따라서 정확하게 왜, 어떻게 이런 축제가 마련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강의 여신 메콩강에 제사를 지내 지난 1년간의 죄를 씻고 불운을 물리치고자 끄라통을 강에 떠내려 보낸다는 설이다. 하지만 어떤 설화에는 부처의 발자국을 따라 그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라고도 하며 특히 북부 치앙마이에서는 강 하구에 살고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1년에 한번 커다란 ‘끄라통’을 만들어 음식과 옷 등을 넣어 떠내려 보내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죄를 씻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전해진다.

다양한 기원이 있다는 의미는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축제를 즐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태국 중부와 남부에서는 단순히 러이 끄라통을 강물에 띄우고 식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연인과 즐거운 한때를 즐기는 편이라면 북부 치앙마이에서는 풍등을 하늘에 날리면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날려버린다는 의미의 러이끄라통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뼁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Yi Peng Festival) ‘콤러이’라는 풍등을 만들어 하늘에 날리고 풍등이 떨어지는 장소에 나의 슬픔과 액운이 묻혀버린다고 믿는다.

깜깜한 밤하늘에 수 많은 풍등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지만 간혹 이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끄라통에 대한 문제도 꽤나 심각하다. 옛날에는 주로 바나나잎과 줄기로 만들어졌던 끄라통이 산업의 발전으로 모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소재로 대체되면서 큰 환경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러이끄라통은 사람들의 각성(?) 이후 대부분 물고기 밥으로 사용되는 빵이나 과자 등으로 바뀌고 있다.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매년 수백톤의 끄라통 쓰레기가 회수되어오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반대로 99% 친환경적인 끄라통으로 대체되었고 단지 1% 정도의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끄라통이 회수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가장 유명한 러이 끄라통 페스티발은 단연 수코타이 지역이다. 가장 성대하고 가장 큰 촛불축제가 펼쳐진다. 올해에도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는 전등 행렬, 러이끄라통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낭 노파마스(태국 역사상 첫 끄라통을 강물에 띄워 보냈다는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선발대회(일종의 미녀대회)가 치러진다. 이외에도 각종 전시회와 불꽃놀이, 민속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수코타이 지역 곳곳에서 펼쳐진다.

방콕에서는 주로 짜오프라야 강과 인근 수로에서 큰 축제들이 펼쳐진다. 올해에는 특히 방콕시에서 마련한 Ong Ang 수로에서 성대하게 축제가 펼쳐졌다. 라따나꼬신 시대 방콕 무역시장의 중심이었던 끌롱 옹앙은 이후 다양한 변천을 겪어오다 올해 방콕시가 대대적인 청소와 수로 개발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이전에는 그야말로 냄새나는 쓰레기 하천으로 취급받았던 ‘옹앙’이 이제 방콕의 새로운 볼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방콕시는 이외에도 또 다른 수로를 대한민국 서울 청계천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수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유타야 역시 수코타이 못지않은 성대한 러이 끄라통 행사를 치룬다. 특히 미인 선발대회와 음식축제 그리고 보트 경주 등이 유명하다.

러이 끄라통은 또한 태국의 발렌타인 데이라고도 불리는 축제일이다. 연인들 사이에서는 이때 함께 러이 끄라통을 강물에 띄우며 자신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영원한 사랑의 기원, 러이 끄라통은 이렇게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러이 끄라통 기간에 태국을 방문하면 일년중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낼 수 있다. 사람들은 여유롭고 연인들은 서로 사랑하며 여러 지역에서는 노래와 춤 그리고 퍼레이드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직접 자신의 러이 끄라통을 강물에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어보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Ong Ang Canal

2020년 방콕의 러이 끄라통 행사에는 조금은 특별한 장소가 시기에 맞게 개방되었다. 지난 2년간 방콕시에서 개발한 지역으로 이름은 ‘끌롱 옹앙’이다. ‘끌롱 옹앙’은 이름 그대로 항아리를 이야기한다. 약 200년 전 라마 1세에 의해 개발된 시장으로 당시에는 전 세계 각지, 특히 중국에서 들어오는 항아리와 다양한 물건들이 거래되던 곳이었다. 초기 수상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당시에는 꽤나 유명했던 곳이었다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 일대는 주요 거래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대신에 이곳을 길거리 행상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야와랏 차이나 타운의 숨겨진 시장 ‘싸판 렉’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싸판 렉은 그야말로 다양한 물건들이 팔렸었다. 특히 장난감과 전자제품 그리고 불법 복제 게임CD와 게임기 등이 주로 판매되는 일종의 블랙마켓이었다.

방콕시는 무분별하게 들어선 시장을 없애고 새로운 모습을 원했다. 지난 2016년 6월, 수많은 상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콕시는 큰 결단을 단행한다. 싸판렉을 불법점거(?)하고 있던 행상들을 모두 내보내고 이곳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첫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곳의 모습은 한국의 청계천을 모티브로 하기로 결정하고 끌롱 옹앙과 끌롱 랏프라오 두 곳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게 된다.

그 첫번째 계획인 끌롱 옹앙은 지난 러이 끄라통 축제에 맞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고 아직은 100%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많은 방콕키안들의 환영을 받으며 개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약 750미터 정도의 옹앙 수로만 공개되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싸판 담롱 싸팃, 싸판 판환 리럿, 그리고 프라쑤멘이 있는 프라아팃 로드까지 약 2.6km 정도의 수로가 연결될 것이라고.

벽화가 새로 칠해지고, 수로에서는 냄시가 나지 않으며, 숍하우스에서는 각종 음료수와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있는 이곳이 제대로 된 방콕의 새로운 명물로 재탄생하는 데에는 아직은 좀 더 많은 시설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야와랏 차이나타운과 연계한 새로운 방콕의 볼거리로 손색이 없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선선한 날씨의 요즘, 야와랏 차이나타운과 함께 꼭 둘러봐야 할 방콕의 새로운 볼거리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