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
코로나 펜데믹 상황은 건강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3차 확산으로 강한 락다운 제한을 두고 있는 방콕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현재 5월 31일까지 모든 공원들이 문을 닫고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방콕의 많은 공원에서 운동을 즐기던 시민들이 갈 곳을 잃게 되어 버렸다.
자건거 라이더들과 런닝맨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벤자끼티 공원이나 룸피니 공원 역시 5월 31일까지 폐쇄 연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아쉬운 마음에 공원 바로 앞 주차장을 뛰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린마일이라는 변수를 발견한 다수의 라이더들과 런닝맨들이 요즘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5월 31일까지 공원을 폐쇄한다는 사인이 걸려있는 룸피니 공원 입구
>공원 폐쇄에도 불구하고 공원 밖에서라도 운동을 하고 있는 방콕의 열혈 런닝맨. 땀복 아이디어가 매우 그럴싸(?) 하다.
[그린마일]
그린마일,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와 같은 이름의 이 길은 아마도 바닥 전체가 그린색이라 붙여진 이름일 것으로 예상된다. 총 길이 약 1.7km로 그리 길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에는 상당히 짧은 거리지만 달리기에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룸피니 공원쪽 그린 마일 입구
그린마일은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 두 곳을 잇는 일종의 사잇길이다. 이 길이 생긴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뒷길인데다 총 길이가 짧아 그리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방콕의 모든 공원들이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해 일제히 문을 닫아걸자 유일하게 야외에서 길거리 개들의 공격(?)을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길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알음알음 유투버나 인스타그래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는 길로 거듭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저녁시간이 되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드는 젊은이들로 요즘 이 사잇길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모습이다.
> 유투버 또는 인스타그래머들은 물론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 젊은이들도 꽤 많은 모습이다
방콕에서 운동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특히 크로스 컨트리나 하드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린마일이 그리 낮선 길이 아닐 것이다. 달리기를 위해 룸피니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이 벤자끼티 공원과 룸피니 공원을 바로 이어주는 이 길을 일종의 훈련 코스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룸피니 공원을 한바퀴 도는 거리는 약 2.5km이다. 벤자끼티 공원은 약 2km이고 그린마일은 정확히 1.7km의 거리이다. 모두 합하면 대략 6km의 거리가 계산된다.
중간에 3개의 계단이 있다. 따라서 근육을 단련하며 운동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하다.
다만, 그린마일은 수로 위에 만들어진 고가 보도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가 되면 수로에서 나는 냄새가 약간 거북할 수 있다. 또한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강아지 산책 시간과 겹치면 조금 번거로운 순간이 있을 수 있으며 거리가 짧기 때문에 여러차례 반복해 뛰어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모두 상쇄시킬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풍경 때문에라도 저녁 산책길로 그린 마일을 추천해 본다.
그리고 나중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전체 코스를 달리거나 라이딩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린마일 곳곳에는 이렇게 마을로 통하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린마일 아래쪽 주택가 모습
[입구]
그린마일은 1.7km 사이 거리 곳곳에 그린마일로 통할 수 있는 입구들이 있다. 하지만 메인 입구는 룸피니 공원과 벤자끼티 공원을 통해 갈 수 있다. 룸피니 공원은 위타유 로드 쪽 실내 배드민턴 구장 앞에 있으며 벤자끼티 공원은 안쪽 깊숙히 있는 트로피칼 가든쪽에 위치해 있다.(수쿰빗 소이 10 맨 안쪽과도 맞닿아 있다)
[Green Mile Walkway]
현재 그린마일 워크웨이 주변으로 큰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 있던 담배공사가 없어지면서 일대 전체가 비어있는 땅이 되면서 다양한 벤자끼티 공원을 잇는 연장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아마도 덩달아 그린마일 역시 새롭게 단장되리라 예상해 본다.
그린마일은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길이다. 길 주변 아래쪽으로는 주택가와 고속도로 그리고 수로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으며 야간에도 조명이 밝게 켜져 있어 딱히 우범지대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밤 9시 이후 출입 자제 조치로 사람들이 뜸해지긴 했지만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 이후부터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하자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을 파는 장사치들도 생겨나고 있다. 다리 위에서 행상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주변 구멍가게들이 일부는 도르래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아예 길과 마주한 집들은 2층에 가게를 내기도 한다.
>그린마일 내부에는 행상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주택가 쪽 2층에 가게를 낸 곳도 보인다. 각종 군것질 거리와 음료수를 팔고 있다. 가격은 일반 소매점과 동일하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방콕의 뒷 골목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린 마일은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해가 떨어진 약간은 서늘(?)한 저녁에 가벼운 운동삼아, 산책삼아 거닐어 보는 것도 방콕 생활의 또 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