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 태국, 지난해 국내총생산 -6.1% 역성장...22년만의 최대 GDP성장률 하락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3/10 20:52

[전창관의 방콕세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  태국, 지난해 국내총생산 -6.1% 역성장...22년만의 최대 GDP성장률 하락

- 수출-관광 양대 산업 부진 주원인…1998년 외환위기 당시 -7.6% 감소 이후 최대 낙폭
- 화려했던 8090년대수식어 ‘바트경제권’의 지난 ‘성장의 추억’에 파묻혀 있지 말고 KLMV(크메르,라오스,미얀마,베트남)권역의 허브국가로서 정치경제적 구조변모 갖춰 나가야


▲ 쁘라찐부리에 소재한 혼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
/ 사진출처 : Honda Thailand

흔히들 “태국인들의 뿌리깊은 자긍심의 기저에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식민지로 전락한 경험이 없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보다 더 한층 현실적으로 태국민들에게 내재된 태국 현대사의 자부심은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사회주의에 휘말리지 않고 불교와 국왕을 근간 삼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로서 바트경제권을 일구며 살어온 역사”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경제는 1990년대 연평균 8.4%의 고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IMF 홍역을 겪고 난 이후 중진국 함정에서 허우적거리는가 싶더니 201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3% 이하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모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런 난항을 겪는 시기가 너무 길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게 되자 여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유난히 심각한 타격을 받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의 자존심에 더 한층 흠집을 내는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바트경제권을 형성했던 태국경제가 계속 옆 걸음질 치는 와중에,  KLMV국가 중에서 베트남이 괄목한 고도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출고하는 핸드폰의 절반을 생산할 규모의 해외공장 설립지로 베트남을 선택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베트남이 자체 토종 브랜드 빈패스트 자동차까지 생산하기 시작하자 아세안 제2의 경제대국 태국의 위상이 다소 흔들리는 기색 마저 보이고 있다.

태국 국가경제 사회개발위원회(Office of The National Economic and Social Development Council)가 작년 태국 실질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6.1%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감소 폭인 -7.6% 이후 22년만에 벌어진 최대 침체 폭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맞아 2분기 GDP성장률 -12.2%를 저점으로 3분기 -6.4%를 거쳐 4분기 -4.2%로 점차 성장률 저하폭을 줄여나간 바 있지만, 수출과 관광분야’라는 양대 쌍끌이 업종의 실적부진이 역성장을 부추켰다.

GDP의 절반을 점유하는 생산재와 소비재 부문의 물자 수출과 관광업을 포함한 대외 서비스의 수출 감소가 무려 -19.4%를 기록했다. 그나마 물자 수출 감소는 -5.8%에 그쳤으나, 관광업을 비롯한 대외 서비스 업종 분야에서의 매출 감소가 무려 -60%에 달했기에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지난해 11월에 예상했던 3.5~4.5% 수준에서 2.5~3.5%로 하향 조정된데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측은 기존 4.0%로 예측치를 2.7%로 조정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 다시 발발한 제2차 코로나 사태가 개인소비와 민간투자 부분의 둔화를 가져온데다가, 본격적인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문호개방 가시화 지연이 경기회복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 연초에 발표한 동남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비교해봐도 태국을 4% 수준대로 예측하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6%대로 예측하고 있다. 동남아 경제 상황에 정통한 ANZ(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그룹은 해외관광객의 유입이 본격화 되는 시점은 빨라야 올해 3분기 이후가 될것으로 예상하면서 태국의 GDP성장률을 3%로 하향 전망했다.

태국 국가경제 사회개발위원회(NESDC)의 다누차 핏차야난 사무총장은 “내수 소비진작은 물론, 외국인 투자 유치를 본격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집단면역 조성을 위한 충분한 백신 공급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진사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세상에서 태국만이 안고 있는 문제이거나 해결책은 아니기에 왜 태국이 유독 다른 나라 대비 코로나 사태에서 더 깊은 손상을 입고 있는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친 대외 의존형 경제를 ‘수출주도형 경제’ 또는 ‘대외서비스 경쟁력 보유국’이라고 미사여구 격으로 바라보거나, 코로나 사태라는 소낙비만 지나가면 경제토대가 다시금 탄탄해져 태국 경제가 일어설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벌어지고 있는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경제상황 자체가 녹록지 않다.

1960년대 1차산업 위주의 저개발국가로 출발해 경공업 중심의 산업화와 국제화를 통해 태국이 1990년대 들어 중진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는 저임금 국가 중에서 나름 항만,  도로, 전력, 통신 같은 하드웨어적 기초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상대적으로 앞선 것이 부각되었다.

그렇지만, 1932년 입헌혁명 이후 거의 4년 만에 한 번 꼴로 발생한 쿠데타로 ‘군정’왕국의 오명을 씻어내지 못한 채 흘러가는 과정에서 축적된 자본의 정경유착은 중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적자원 육성과 신기술력 확충에 대한 재투자에 지속적인 차질을 빚고 있다. 쌓여진 국부(National wealth)가 국가노동력을 고급화 시키는 인재양성이나 고부가가치 기술력 획득에 재투자 되기 보다는 정경유착의 한계 속에서 특정집단의 사유물로 귀속되는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태국의 동부경제회랑(Eastern Economic Corridor)을 물류허브 중심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KLMV국가들이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모습.
/ 사진출처 : Greater Mekong Subregion 웹사이트

국가 노동력이 생산성이 낮은 1차산업에서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이되기 위한 투자는 미약한 반면, 그 나마 육성한 경공업 중심의 2차산업이 노동력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임금상승이 수반되어 노동집약 산업의 수익성이 줄어드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저임금 의존도가 높은 노동집약 산업 등은 인도차이나 반도 주변국에게 경쟁력을 빼았긴 형국이다. 게다가, 자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동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산업의 ‘허리’ 격인 중간관리자와 고부가가치 기술력이 체득된 인력육성은 미흡한 채, 저임금 인력을 주변의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에서 끌어다 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의 이러한 굴곡진 경제인프라 현상은 외국자본 뿐 아니라 태국기업에게서 조차 투자감소를 유발시켰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에 GDP 대비 평균 30% 수준을 넘나들던 민간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태국 투자위원회(BOI)가 근래 발표한 2020년 태국의 해외직접투자(FDI) 신청액은 2131억 바트(약 7조 88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54%나 줄었다. 그나마, 이 중 36%는 태국에 이미 투자인프라를 굳혀 놓은 탓에 재투자와 보완 신설투자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일본에 집중되어 있다.

두엉짜이 앗사와 찐찧 BOI 사무총장은 이달 초에 있었던 발표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투자 둔화가 심화되었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도전이자 기회”라고 하면서 미래성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1990년~2020년 태국 연도별 경제성장률. / 자료출처 : Macrotrends

또한, 태국정부는 지난해 17억 달러 (약 1조 8819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고, 올해는 작년의 4배에 달하는 70억 달러(약 7조749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실질 금액 투자가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태국의 정치 사회적 민주화와 경제구조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