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회한(悔恨) 반 기대 반…'짝퉁 간편식 한류식품의 역습'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9/16 19:32

[전창관의 방콕세설] 회한(悔恨) 반 기대 반…'짝퉁 간편식 한류식품의 역습'

한식 오리지널 레서피가 짝퉁제품 난립과 어설픈 한식 세계화 & 퓨전화라는 미명하에 무너져 내린다면, 한식세계화는 언젠가 또 다시 빙하기를 맞이할 수도…

한국 스타일 간편식품류(Korean Style Convenient Food)가 방콕 전역의 편의점 진열대에 내깔리며 나날이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판매확대에 기염을 토하고 있다. 소위 편의점 진열의 골든 로케이션(Golden Location)에서 나날이 진열도를 제고해 가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워 보여 직접 사진을 몇장 찍어보았더니 이리 종류도 많다.


▲ 세븐일레븐 메인 냉장 진열대 선반에 '떡볶이' 뿐 아니라 '불닭'과 '소떡소떡'까지 나란히 등장한 모습. 전자렌지에 데워주는데 한 봉지에 불과 39 바트(약 1천200 원)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었거나 유행 중인 한식 냉장 및 냉동식품 그리고 라면, 소주, 과일향 우유 등을 망라한 다양한 종류의 한식 편의식 유사제품들이 방콕 중심가의 슈퍼마켓 뿐 아니라 편의점 냉장선반 위까지 도배되다 시피 진열판매되고 있다. 근래들어 외관 포장상태도 진일보하여 얼핏보면 한국산 제품처럼 보인다.


▲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원조기업인 일본의 니신(Nissin)라면까지 나서 '엄청' & '한국 불닭맛'이라는 한글을 포장에 아로새긴 채 편의점 진열대에서 짝퉁 한국라면을 판매중이다. 한글로 '대박'이라고 씌여진 말레이시아 컵라면은 수입제품이기에 태국라면 '마마' 보다 2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더더욱 한국 수입품으로 오인하기 십상.

코로나 사태 와중에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급증한 편의식품을 통한 '짝퉁 한류식품의 역습'이랄까.

사실, 맛과 품질만 좋다면 요즘같이 글로벌한 시대에 괜스레 편협한 국수주의에 빠질 필요없이 한국식품의 국제화와 더불어 자연스레 파생되는 글로벌 식품한류의 태국 진출2단계 정도로 인식해 주고 싶은데, 요는 맛과 품위품질이 “혜자스러운(?) 것이 아니라 창열해서(?)” 지켜보는 이를 살짝 안타깝게한다.

해괴한 맛의 어줍잖은 인스턴트 짝퉁 한국식품들을 먹어 본 현지인들이 "이 맛이 한국의 맛이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참으로 넌센스 일 것 같은 우려도 크다.

게다가 이런 짝퉁스런 한국식품 판매의 선봉장에 태국 최대 대기업 CP All Plc社(2020년 매출 5470억 바트=약 19조 4천400억 원)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것도 좀 아이러니 하다.

일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계해야 할 구석이 없는 것 또한 아니다.


▲ 태국회사가 만든 '건배' 소주와 '태양' 소주가 방콕의 고급 쇼핑센터 엠쿼티어 백화점의 최상급 주류판매점 골든로케이션에 한국산 소주와 나란히 진열된 모습. 맛과 향취만 좋으면 누가 뭐랄 필요도 없는 일이건만, 화학 알콜내음이 진동하는 맛인데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된 진열도를 뽐내고 있다.

CP그룹 같은 태국의 최고 대기업이 전국에 1만2000여 개소가 넘는 세븐일레븐 지점 출입문을 '김치순두부찌개'로 도배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태국의 일류 대기업이 원래의 한국식 순두부찌개와는 거리가 먼 요상한 맛들을 가득담은 해적선단의 대장선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한식 세계화를 이루어내는 행보를 내딛는 과정에서 일종의 국수주의적 성향에 빠져 한국음식의 조리와 한국식품의 유통에 대한 헤게모니는 한국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넌센스이기도 하려거니와 제대로된 한식의 보급과 유통 확산을 위해서도 금물이다. 생각해 보라, 햄버거와 프라이드 치킨 그리고 피자를 미국인 또는 이태리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나 회사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면 그 누가 수긍할지 말이다.

그저 대한민국의 것이니 한국인들이 헤게모니를 쥐어잡고 독야청청 우려먹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일관하는 것은 해외시장에서 어차피 역부족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일도 아니다.

차라리 그런 당돌한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현지인들이 한식을 짝퉁스런 편의식품으로 제조해 유통하는 길목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실있게 진출해 여보란 듯이 길목을 지켜서 제대로된 4P정책(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판촉)을 펴나가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심지어 추억의 '삼각팩 우유'까지 '선샤인'이라는 로컬브랜드가 찍어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초콜릿맛과 딸기맛이 개당 12 바트(약 400원).  

또한, 이런 상황이 전개될수록 우리나라의 한식 편의식품 제조업자 또는 레스토랑 요식업자 할 것 없이 진품 한식의 완성도를 더욱 드높임과 동시에 신메뉴를 다투어 출시해 한식 제품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 내 새로운 마켓 트렌드 셋터(Market Trend Setter) 역할을 이어나가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함은 물론, 품질우위의 격차를 늘려나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한 때, ‘청바지와 콜라 그리고 심지어 껌에 심취하며 미국적인 것을 추구’하고, ‘돈까스와 경양식으로 대변되어진 일본 짝퉁 음식에 탐닉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현 시점의 태국 젊은이들이 소비하고 이용하려드는 한류식품은 그저 ‘한국스러운 것(Korean Style)’이지 제값을 지불한 ‘한국제품다운 물건(Original Korean Product)’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제대로된 우리의 것을 알리려는 노력을 한류(Korean Wave) 음식과 식품에 담아 내야 한다.

피자가 세계적 식품으로 우뚝 선 이후에 지속적으로 전 세계 경향각지에서 각양각색의 재료를 사용해 두루 팔리고 있지만, 이태리 사람들은 ‘피자헛 류의 피자는 피자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 할 정도로 자신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출중하다.  

피자가 우리나라에서 제 아무리 고구마 무스를 바르고 잔뜩 멋을 부린 채 쏟아져 나와도 이태인들의 이태리음식에 대한 헤게모니를 뿌리 채 빼앗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왜냐면 이태리인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전통적인 피자 원류의 맛(Original Taste)을 제대로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만일 전통 오리지널 레서피에 맞춘 한식 내지는 한국식품의 맛과 풍미가 짝퉁 한국식품 또는 그릇된 의미의 한식 세계화 또는 퓨전화라는 미명하에 무너져 내린다면, 한식세계화는 빙하기를 맞이해 언젠가는 다시금 한국 땅 밖에서는 한인타운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 전국 1만 2천여 개소의 세븐일레븐 자동출입문이 여닫히는 순간, 손님을 맞이하는 일명 '김치순두부찌개'의 모습.

세상은 바야흐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ideo On Demand) 시대를 지나 IP TV(인터넷 프로토콜 TV-Internet Protocol TV)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TV 시청이 일상화된 시대다. 거의 실시간으로 소위 넷플릭스(Netflix) 전파를 타고 우리나라의 ‘K-팝’은 물론, ‘K-드라마’가 태국인들의 안방은 물론 현지인들의 주머니 속 핸드폰을 통해 파고들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TV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를 송두리 채 태국 TV방송에서 축출하다시피 하고는 매주 ‘넷플릭스 톱 10’을 강타한지 이미 오래다.

요즘같이 본국의 온갖 연예방송물이 PPL(간접광고-Product Placement)로 점철된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음식과 식품류 등의 먹을거리 등장 장면은 늘상 실시간으로 태국의 젊은층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한식과 한국식품류가 자연스레 태국사람들의 사회문화에 자리잡아가며 과거 태국사회에 침투했던 일본문화를 대체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만사불여(萬事不如) 튼튼이다, ‘배(제대로된 한국식 음식과 식품)’ 보다 ‘배꼽(짝퉁 한식)’이 커지고, ‘들고양이와 하이에나(유사 한식과 식품류)’가 범람하여, ‘호랑이와 사자(전통 한식과 식품류)’가 역으로 맥을 못추고 사라지게 하지 않을 정도의 유의는 각별히 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