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방콕2021모터쇼’ 유감(有感)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4/27 11:20

[전창관의 방콕세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방콕2021모터쇼’ 유감(有感)

- 아세안의 디트로이트 태국, 만시지탄 ‘H자동차’ 판매확대 승부수 준비해 나가야

태국은 국토면적이 프랑스와 대등할 정도로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대중교통 발달이 미흡하고 연중 폭염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주택 보다는 할부일지언정 쾌적한 냉방 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자동차 구입할 궁리부터 한다. 방콕이 교통지옥으로 일컬어져도 태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그칠줄 모른다. 태국의  ‘전시 이벤트의 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판매 박람회중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방콕 모터쇼’가 제일 무더운 이맘 때쯤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4일에 걸쳐 방콕 므엉통타니 전시장 챌린저홀에서 ‘방콕 모터쇼 2021(제 42회 방콕 인터내셔널 모터쇼 2021)가 열렸다. 무려 30여개 가까운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선보인데다가 전시만이 아닌 열띤 실판매 행위가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여파 와중이지만 각사의 세일즈 파워 뿐 아니라 마케팅력이 총동원되어 전사적 역량을 겨루는 명실공히 태국내 가장 큰 규모의 자동차 전시·판매 행사였다.

한편, 이번 방콕 모터쇼 2021에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톱  10  판매 리스트’는  ①도요타 4,406대 ②마즈다 3,454대 ③혼다3,305대 ④이스즈 2,829대 ⑤스즈키 2,689대 ⑥벤츠 1,863대 ⑦ MG 1,629대 ⑧미쓰비시 1,462대 ⑨포드1,212대 ⑩니산 1,144대로 아로새겨졌다. 우리나라의 H자동차는 ⑩위 회사 니산의 3분의 1 수준인 426대를 판매하여 ‘⑬위 판매=점유율 1.5%’에 그쳤다.

지난  2020년 태국 내 연간 브랜드 별 총 판매 대수를  살펴봐도 ‘태국시장 점유율 톱 10’은 ①도요타 256,689대 ②이스즈 189,826대 ③혼다91,705대  ④미쓰비시 57,429대 ⑤니산 42,761대 ⑥마즈다 40,480대 ⑦포드 32,362대 ⑧ MG 30,247대 ⑨스즈키 26,380대 ⑩BMW 16,024대가 차지했다.  한국의 H자동차는  불과 3,020대를 판매해 ‘⑭위=시장점유율 0.37%’에 머물렀다. 반면, 업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터브랜드(Inter Brand)가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의 H자동차는 당당히 도요타, 벤츠, BMW, 혼다에 이어 세계 랭킹 5위를 차지했다.


▲ '2021 방콕 모터쇼' 브랜드별 판매량.  / 자료출처 : Head Light Magazine

심지어 테슬러와 아우디 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명실공히 브랜드 자산가치 143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No.5 자동차 브랜드로 우뚝섰다. 게다가 지난해는 세계 시장점유율 순위 5위(8.1%)를 차지해 기염을 토했다. 포드의 세계시장 점유율 5.2%, 혼다 5.6%는 물론, GM의 7.6%를 능가하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국 H자동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왜 이다지도 평균치를 현저하게 밑돌까? 

해마다 모터쇼 행사장을 다녀올 때면 스쳐가는 생각이다. 밑도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 태국 ‘모터쇼 2021’에서 우리나라의 H자동차는 점유율 1.5%에 못미쳤고, 2020년 태국전체 시장점유율도 0.37%를 보이는데 그쳤다. (MagCarZine紙 1월 26일자 참조)

연간 100만대 내외를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또 다른 100만대 가량을 해외로 수출해 동남아 전 지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50% 가량을 공급하는 ‘아세안의 디트로이트’ 태국에서 도대체 왜 이런  ‘우리나라 H자동차의 글로벌 위상과 태국 내 판매력간의 굴욕에 가까운 현격한 격차’가 발생할까? 이에 대해 혹자는 선뜻 (1)”현대차의 태국내 생산공장 부재에 따른 관세차에 기인한 원가경쟁력 취약”을 거론한다. 또 다른 누구는(2)”19곳에 달하는 완성차 조립 및 제조공장이 500여  1차벤더와 1,700개에 달하는 2차벤더를 거느린 태국 자동차 업계의 제조밸류체인에 속하지 않은 채 고관세 완성차 도입을 하는 판에 무슨 판매점유율 타령이냐”고 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수출 제조업의 양대산맥이라 볼 수 있는 자동차 판매와 전자제품 판매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전자제품’ 업계의 ‘H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S전자의  태국 TV제품 시장점유율은 31%이고 모바일 폰은 31.1%다.(2019 GFK Data 기준)


▲ '2021 방콕 모터쇼'에서 선보인 팰리세이드. 전기차 외에 선보인 유일한 SUV 승용차인데, 
실판매 가격 정보 등 구체적 런칭 일정도 없이 마치 컨셉카 처럼 진열돼 있다. / 사진출처 : 유튜브 teaja 동영상 캡처

이는 2020년 H자동차의 태국 시장 점유율 0.37%와 비교할 시 천양지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S전자도 1988년 경 태국에 처음 진출할 때 제품별 차이는 있었지만 당시 가전업계 관세도 30%~60%에 달했었기에 일본의 앞선 현지공장 진출 대비 후발 S전자의 고충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H자동차와 비근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TV와 그외 가전제품의 S전자의 태국시장 점유율은 10% 내외를 보이며 출발했다. 제아무리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를 단순비교키는 어렵다 하더라도 너무 지나친 격차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H자동차와 S전자의 태국 현지 시장점유율이 이런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까닭에는 ‘모터쇼 2021’ 행사장에 다녀온 일개 촌부의 생각으로도 의아하기만한 몇가지 현저한 차이점과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제 아무리 ‘선택과 집중 ’이 중요한 전략과제라지만,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라 불리우는 태국의 H자동차 판매회사인 ‘H 모터스 타일랜드’가 태국 현지회사 또는 현지인도 아닌 일본상사 소지쯔(히토시 가네꼬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에 의해 H자동차 본사 파견 주재원 1명 없이 벌써 여러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비 S전자는 현지 진출 초기, 태국 측 디스트리뷰터가 판매정책을 책임운영하던 시장진입 단계에서부터 Coordinator라는 직책의 주재원을 파견함과 동시에 연락사무소(Representative Office)를 운영함으로서 현지 디스트리뷰터의 운영실태와 향후 전략수립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며 중장기적인 현지사업 추진전략을 구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둘째, 운영주체가 누구이든 최소한의 본사 기본 라인업 전략은 현지에서 일정부분 동시에 전개되어야 미래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이 가능할 뿐더러, 향후 본격적으로 지사(Branch) 또는 해외법인 (Overseas Subsidiary)이 출범될 때  단절없는 연속성을 가지고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기가 용이한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의 태국 ’H 모터스 타일랜드’ 처럼, 관세장벽을 이유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승용차 라인업을 가진 H자동차 본사 라인업과 무관하게 승합용 밴 한가지로만 제품 라인업을 끌어가는 것은 누가 봐도 쉽데 이해가 가지않는 제품전략이다.


▲ 우리나라 'H자동차社'가 미국에서 생산 판매할 픽업트럭 신모델 산타크루즈. 2020년 태국 자동차 판매는 전체 94만대 중 58만대 가량이 상용차였는데, 그 중 1톤 이하 소형 픽업트럭이 태국민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해외시장 진출시 필수적인 현지화 마케팅 취약 부분이다. 원활한 부품 수급을 통한 애프터 서비스센터 운영과 간헐적 구사가 아닌 지속적 마케팅 전략 전개가 필요하다. 소나타 구모델을 시장가 대비 할인해서 한국인 마켓 등에 팔아보다가 여의치 않자, 관세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승합밴 전용에 가까운 라인업으로 급전환 후 ‘롯뚜(승합밴)’만 파는 회사’로 태국시장에 각인되고 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은 과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하늘이 돈다고만 믿던 상황에서 지구는 돌지 않았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고 믿기 시작하니 지구가 돌기 시작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태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니 후발 H자동차는 설 땅이 없다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기왕에 인도네시아에 H자동차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니 완공 후 FTA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태국시장 판매활성화를 하겠다고 태국시장은 내던져 놓으면 너무 늦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인도네시아 H자동차 공장이 완성될 때 제대로 판매확대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 일개 촌부의 생각이려나 싶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