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태국 시장, 산업한류 활성화를 위한 소매(Retail) 사업 “제값받기”론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5/13 18:40

[전창관의 방콕세설] 태국 시장, 산업한류 활성화를 위한 소매(Retail) 사업 “제값받기”론

언젠가부터 방콕의 쇼핑몰 진열대에서 한국상품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받쳐주는 산업한류 제품들이 탁월한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상하의 나라 태국까지 깊이 스며든지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방콕 곳곳에 산재한 쇼핑 몰에는 ‘한국산(팔릿따판 컹까울리=ผลิตภัณฑ์ของเกาหลี)’과 ‘한국 품질(쿤나팝 컹까울리=คุณภาพของเกาหลี)에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한국스타일(สูตรต้นตำรับของเกาหลี=쑤웃 똔땀랍 컹까울리)’ 제품까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먹는 농수산물과 바르는 화장품은 물론, 각종 가전제품과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한국 제품=우수상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분위기가 태국 내 지배적이라고 말한들  지나친 과장이라고 할 사람은 없다.


▲ '한국산 사과'라고 인쇄된 똑같은 스티커 라벨이 붙은 채 현지어로 'Boosa Apple'도 아닌 'Fuji Apple'이라고 적힌 피켓 표지판 앞에, 한 무더기는 'From Korea(사진 좌)'로, 또 다른 한 무더기는 'From China(사진 우)'로 적힌 이 사과의 정체는 과연??

필자가 처음 태국 땅에 발디뎠던 90년대 초반의 태국과는 영판 다른 세상이 됐다. 

당시에는 방콕시내를 질주하는 허름한 시내버스에 붙은 대우 자동차 로고만 봐도 신바람이 났었다. 쑤쿰윗 플라자 내의 한인슈퍼에 가야 살 수 있던 신라면이 탑스 슈퍼마켓에 진열된 것을 보고 기뻐하던 것이 언제였는지 싶다. 로빈슨 백화점 수쿰윗점 전자매장 한 구석에 일본 전자제품 등쌀에 떠밀려 존재감 조차 상실한 채 썰렁하게 진열된 한국산 전자제품들의 엉성했던 진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 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을 판국이다.  

현지인들에게 연예계의 문화상품이랄 수 있는 인기있는 드라마와 대중음악 등에 이름 붙이기 시작한 ‘한류’라는 어원에서 함께 출발한 것처럼 보이는 ‘산업한류 제품들’이지만,  이제는 당당히  선진 제국의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현지인들의 의·식·주 분야에 깊숙이 파고들어 태국의 다양한 유통 채널 진열대에 폼나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콕의 쇼핑센타 등의 유통 채널 판매장에 나가보면, 버젓한 한류상품들의 제품력 대비 아직까지 상당부분 뒤쳐진 부분이 눈에 띄곤 한다.

다름아닌, 한류산업에 의한 리테일 제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판매진열(Display)’과 ‘소비자 가격(Retail Price Positioning)’ 설정 부분이다.  사실, 이 두가지 사안 중에서 ‘진열 ‘부분은 유통 현장 측면에서 볼 때, 상당부분 공급자(Supplier) 의지 측면 보다는 실판매자(Reseller)의지 측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지만 ‘소비자 가격’ 부분은 ‘공급자’가 직접 결정하거나 최소한  사전 검토된 가격 구조 명세(Price Scheme)에 대한 양자간 합의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소비자 가격 설정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위한 제반 총원가 구조를 보여주는 역할도 하지만,  ‘판매제품의 총체적 실판매 능력’이  반영된 결과물적 잣대라고 볼 수 있다. 요는, <제품력(Product) + 브랜드(Brand) +고객관리력(Customer Care)=실제 소비자 가격 포지셔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한류의 태국시장 내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실판매 진열대의 소비자 가격을 볼 때 이런 올바른 가격 산정 흐름이 정책적으로 잘 반영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거리가 먼 경우를 접하는 경우가 제법 많은 것 같다.

판매대 위에 올라가 있는 제품들이 실제 시장 내 적합한 포지셔닝을 통해 소비자가를 산정 했다기 보다는 그저 ‘제조사 내지는 판매사가 팔고 싶은 가격을 붙인 경우’와 ‘제품력과 마케팅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유통 단계별로 발생하는 마진구조에 의해 경직되게 책정된 소비자 가격이 많은 실정’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 모조품 삼성전자 핸드폰의 브랜드 프린팅 식별방법(좌측 사진) & 방콕의 대형 백화점에 버젓이 나붙어 있는 'Korea Grand Sale 90% OFF(90% 세일)' 간판

소위 리테일 “제값받기(Right Retail Price Positioning)” 라는 화두의 운용 여부 문제가 대두되어지는 부분이다. 이 화두는 사실, 우리나라 굴지의 전자회사가 상시적으로 시장전략 수립 시 필두로 내세우던  전략중 하나인  “제값받기 전략”이라는 내용의 일부이기도 하다.  “제값받기란, 그저 싼가격을  무기로 경쟁하거나 원가 압박으로 인해 팔리지도 않을 높은 가격을 붙여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력과 서비스를 창출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자사의 이익을 남기며 시장에서 성장해 나가는 전략을 말한다.”-삼성전자

때문에, 이를 위한 제품의 개발, 구매, 제조, 판매, 마케팅, 관리와 운영에 대한 총체적 혁신이 따라줘야 해당 판매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경쟁사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높게 산정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편, 태국 시장내 한류산업제품의 “제값받기” 적합성 여부를 산정하기 위한 툴(Tool)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자사 제품의 경쟁 상대로 삼아 판매전선에서 이기고 싶은 타겟 회사의 동일 스펙 제품 가격을 100%로 놓고, 자신들의 제품 가격이 몇 %대에 해당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분석한다.

②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 그리고 서비스 등에 대한 개선 노력을 집중해 신모델이 나올 때 가격을 올린다든지의 방법 또는 반대로, 경쟁사가 가격인하를 하더라도 자사 제품 가격은 내리지 않아도 판매가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름질 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쟁사 가격지수(%)와 자사 가격지수(%)를 비교분석해 나간다.

결국, 좋은 제품(Product)을 적절한 시기(Seasonality)에 출시해 계획 대비 적합한 물류(Logistics)비가 투여될 정도의 재고량을 관리해 나감과 동시에(Supply Chain Management), 브랜드(Brand)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광고와 PR작업을 수행해낸다는 측면이 고려된 제반 프로세스 추진 하에 합당한 “제값받기=Right Price Positioning)” 작업이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 현지 관세장벽과 결부되어진 상태에서 목전의 이익만 지켜보는 태국 현지 일본 판매대행 법인의 가격정책으로 인해, 현대자동차가 태국에서 승합밴만 전시되고 팔리고 있는 모습(좌측 사진) & 진열의 기본 룰도 지키지 않은 채 방콕 현지 슈퍼마켓 선반에 올라 있는 일부 한국 라면 제품의 진열 모습(우측 사진).

한 마디로, 성능이나 맛이 열악한 제품을 엉성하게 삐툴삐툴 진열해 놓고 관리도 안하면서 가격만 높게 책정해 놓는다거나,  반대로 진열상태는양호해도 기본적인 제품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자사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줄 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진열대 선반위에 내 던져 놓는다든지 하는 행위 등은 결국, 제값을 받으려는시장 전술 행위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여겨질 것이다.

태국시장에서 제품별로 총체적 브랜드력에 따른 진열도와 가격 파워 등에 있어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자동차, 전자제품, 화장품, 식품, 의류 등을 망라한 산업한류 제품들이 방콕 내 리테일 쇼핑센타 마다 곳곳에 지천으로 보이기 시작한 행복한(?) 방콕에 재태 한인들이 생활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세계 10대 경제국가(World’s 10 biggest economies in 2020)로 받돋움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국격이 ‘각종 산업한류 제품들의 제값받기 작업의 성공’으로 태국 땅에서 더욱 활짝 피어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