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 유감(有感)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0/06/23 11:34

[전창관의 방콕세설]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 유감(有感)

- 한국어 세계화 위해 한글을 안쓰고 알파벳으로 표기할 수 없듯, 한식의 해외진출도 마찬가지


▲ tvN의 일상 판타지 예능프로그램 힛트작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 / 사진출처 : 
인사이트

해외에 나와 살다 보니 이따금씩 한국에서 인기 있던 방송 프로그램을 IP TV의 돌려보기 방식으로 접하곤 한다. 일전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이라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우연찮게 시청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반면 ‘옥에 티’라고만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 산재해 있었다. 

자칫 해외에서 한식당이나 소비재 소매업 리테일사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상당 부분 혼선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다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윤식당의 비빔밥론’은 상당 부분 곡해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예능프로그램을 다큐로 보면 어쩌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윤식당 시즌 2’에 메인 메뉴로 나온 비빔밥 이야기를 반면교사 삼아 이제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 우뚝 서기 시작한 한식 세계화의 일면을 살펴본다.

<‘지나친 단순논리 접근법’… 현지화를 위해 현지인 취향과 입맛에 맞게 한식을 변형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한식 세계화 성장동력에 흠집을 내는 견해로 여겨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논조의 타당성은 ‘한식 세계화론’에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는 관점으로 ‘한식 변형 퓨전 만능론’에 앞서는 중점 추진 사안으로 여겨져야.>

한식 기본 메뉴 중 하나인 ‘비빔밥’에 대해 윤식당에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데, 상당 부분 검증되거나 체득화 되지 않은 위험한 논지로 비친다. 현지인들이 타지 이문화의 하나인 한식을 접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로컬 고유의 것과 같거나 유사한 것을 찾아내어 취식하려는 욕구가 아닌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접변을 원하는 이유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 세계적으로 이름난 음식명은 대부분 그 나라 언어로 발음된 고유명사를 사용하고, 본연의 독창적 풍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세계화되는 문화접변 과정에 동참한다. / 사진출처 : tvN'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 화면 캡쳐

① ‘비빔밥’이라는 이름부터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설사 억지로 발음한다고 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 전 세계 어느 곳의 일식당을 가도 일본음식 ‘스시=Sushi’, 사시미=Sashimi 그리고 우동=Udon임을 기본으로 표시하며 손님들의 주문 호칭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차별화(Differentiation)’는 음식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동서고금의 유명 음식 메뉴명은 고유명사로 불리기 마련이고 그래야만 제품 오너쉽(Product Leadership)을 지켜 나가기에도 용이하다.

② 맵다는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으니 고추장 소스를 고집하지 말고 간장 소스로 선회?

→ 역으로 이태리 음식 ‘리조토’나 일본음식 ‘돈부리’를 한국에서 많이 팔아보겠다고 고추장 소스를 넣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운맛을 외국인에게 강요하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각의 영역으로 인도하고 전파하는 작업이다. 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매운 것들이 있다고 세계인들로부터 배척받는가 말이다. 가급적 원안인 고추장 소스로 전개하되 부득이 매운 음식에 특별한 저항감이 있는 손님에게 간장소스를 제공해 주는 방법은 전개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매운맛 자체를 경계하는 손님을 위해서 식당 내 메뉴판에 붉은 고추 모양 아이콘 등으로 매운 정도를 마킹해 놓으면 될 일이다. 고추장 안 들어가는 한식도 많은데 왜 꼭 그 손님이 고추장 들어간 비빔밥만을 매장 내에서 채택케 해야 하는지 말이다. 비빔밥에서 고추장을 빼는 것은 거북선을 갑자기 판옥선으로 바꾸는 형국 아닌가 말이다.

③ 어느 나라이든 바비큐 립(BBQ Rib)류의 음식이 있기에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메뉴인 ‘코리안 바비큐 립=갈비’는 한식당의 필수 요건으로 메뉴 구성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 해외 한식당의 메뉴로 갈비구이가 들어가는 것이야 필요한 부분인데, 이 갈비구이류를 내놓기 위해 전 세계에 진출한 한식당 인테리어 태반을 연통형 덕트를 장착한 디자인으로 설비한다든가 매장 내를 갈비구이 냄새와 기름기 투성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일찍이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을 보라. 일본 식당이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야끼니꾸 일변도로 편중된 메뉴 식단을 꾸렸던가 말이다. 일본 음식점들은 해외에 진출하면서 야기니꾸 전문점, 스시 전문점, 돈부리 전문점, 뎀뿌라 전문점 그리고 라멘 전문점들을 열어나가면서 그 외 다양한 일본음식 메뉴들을 소화해 낸 결과, 현지 진출 국가에서 다양성도 인정받고 일본 식당들 간의 지나친 과당경쟁도 막을 수 있었다. 

④ 굳이 비벼먹게 할 필요 없이 젓가락으로 먹고 싶은 내용물들을 골라먹게 하자?

→ 비빔밥은 들어간 식재료들 간의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고추장이라는 촉매제 소스를 통해 재창조해내는 크리에이티브 가득한 음식이다. 그런데 그 밍밍한 식재료들을 고추장 소스로 비비지 않고 한 가지씩 골라먹게 하자는 발상은 백에 한 두 명이 좋아할지 모를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⑤ 태국 음식 똠얌꿍이 특유의 낯선 향과 이질적인 첨가물로 인해 외국인들이 먹어 볼 시도 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아예 한식의 특징인 매운맛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다?

→ 똠얌꿍은 프랑스 요리 부야 배스, 중국의 샥스핀과 더불어 글로벌 미식가들로부터 세계 3대스프로 꼽히는 음식이다. 일정 부분 맛에 대한 보수성향이 강한 손님들은 어디서나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똠얌꿍은 맵기도 하려거니와 트로피컬 한 향취가 강한 음식이다. 그렇지만 세계인들이 똠얌꿍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독특한 맛에 있다고 봐야 한다.

몇 해전 한식진흥원이 전 세계 10대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 6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식 선호도 설문 결과를 보면, 한식 인지도 64.1%, 한식 만족도 83.2%, 향후 한식당 방문 의향 73.8%, 한식당 추천 의향 89.7%, 음식 관광을 위한 방한 의향 56.7% 등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약 3만 5천여 개의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이제 한식은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음식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식은 중식, 프랑스식, 이태리식, 인도식, 일식과 더불어 고유한 형태와 맛을 지닌 독창적인 세계 문화유산화 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러니 섣부른 한식의 퓨전화는 금물이다. 한국어를 글로벌하게 보급하기 위하여 세종대왕이 주신 한글 대신에 영어 알파베트로 표기케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 맛과 멋을 두루 갖춘 한류 첨병, 한식. /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한식홍보 포스터

세계 맛지도 대표 플랫폼으로 불리는 ‘테이스트 아틀라스 톱 100(Taste Atlas Top 100)에서 2019년에 선정한 ‘톱 100 세계 음식 랭킹 리스트’에 우리나라의 비빔밥이 26위, 불고기가 31위로 등재되었다. 전 세계 6,795개의 음식과 3,386개의 지역별 식재료, 9,732개의 레스토랑의 자료를 토대로 평가된 결과물이다.

이번 발표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국제화된 것으로 알려진 봉골레 스파게티 28위, 샤부샤부 32위, 카레라이스 34위, 치즈버거 36위, 사시미 39위, 뎀뿌라 41위, 부리토 58위, 쏨땀 70위, 샤오롱 빠오 76위, 완탕면 91위 등으로 26위에 등극한 우리나라의 비빔밥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CNN이 선정한 세계 10대 음식문화’에 아직은 한국이 빠져있지만 비빔밥과 불고기라는 견인차 메뉴를 중심으로 한국음식이 당당히 Top 10을 기록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하면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겠다. 다만, 한국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글로벌하게 알리려는 노력이 ‘파전과 김치전’을 ‘코리안 피자(Korean Pizza)’라고 칭하고 그 맛을 피자맛과 유사하게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경향 각지의 세계인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 점심으로 비빔밥 어때? (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하거나, ‘오늘 저녁은 불고기로 합시다! (Let’s eat Bulgogi for dinner today!)’라고 이야기하며,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비빔밥을 쓱쓱 비벼먹거나 달짝지근한 간장소스로 양념된 불고기를 먹는 것이 일상이 되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