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태국 리테일 마켓, 한국계 소매 유통업의 불모지?...미개척지 아니고?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2/02 11:26

[전창관의 방콕세설] 태국 리테일 마켓, 한국계 소매 유통업의 불모지?...미개척지 아니고?

- 해외 소매유통업체들의 철수사유를 반면교사로 국내업체 태국진출 발판 삼아야

어느 국내 일간지에서 “일본계 이세탄 백화점에서 부터 영국의 유통업체인 테스코까지 해외 소매업체들이 태국 현지기업과의 경쟁을 못이겨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보도를 했다. 일면 이해가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말을 ‘태국 현지기업들이 쳐놓은 진입장벽과 자국기업 보호망 탓에 외국 소매유통업체들이 걸려들어 허우적 대다가 퇴출당했다’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 버젓이 'Made in Korea'와 '태극기'가 아로새겨진 한국 상품이 번역기에 의한 번역인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인쇄된 상태의 POP물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진열 모습 / 사진 : 필자

최근 들어 일본계 ‘이세탄 백화점’이 철수했지만 주 이유는 소비시장 환경 부적응과 경영난 탓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태국의 양대 백화점유통 주축인 ‘센트럴그룹’과 ‘더몰그룹’의 의도적 ‘왕따’ 작업이 있었다고 믿는 이곳 현지 유통업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일본업체의 글로벌 경제위상 저하와 태국 내 일본인들의 구매력 감소도 한 원인이었고, 이세탄은 태국 뿐 아니라 일본 본토에서도 재작년 말에 후추(府中)점과 사가미하라(相模原)점 등을 연이어 폐점했다.

영국계 ‘할인점 테스코’ 역시 태국의 대기업 ‘CP그룹’이 인수키로 합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도 테스코 영국 본사 측이 아시아 사업부 운영자체를 폐지하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 사업을 동시에 접은 결과이다. 글로벌 대형 마트들이 해외에 진출해 일정 수준으로 규모를 키운 후 현지기업에 매각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외에도 여러 외국계 소매유통기업들이 태국에서 부침을 거듭했지만, 현지기업을 포함한 여타 리테일 유통업체 대비 경쟁력이 부진해 퇴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효한 상황으로 보여진다. 태국은 해외 13개국과 FTA를 체결한 ‘대외 무역의존도 120%에 달하는 대표적 개방형 통상국가’이다. 또한 ‘아세안 국가 한류의 진원지’로 K-컬쳐 콘텐츠, K-라이프 스타일 확산 중심국가일 뿐 아니라 한국 상품의 선호도 수위 국가이기도 하다.

태국하면 관광산업을 떠올린다. 하지만 태국의 2019년 기준 연간 관광수입은 3.38조 바트(약 1103억 달러)인 반면, 유통시장 매출액은 3.77조 바트(1232억 달러)로, 태국 유통시장의 규모가 관광산업을 상회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매유통업의 꽃’이랄 수 있는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 수만 해도 전국에 8만여 곳이 넘는다. 외식, 쇼핑 여행 뿐 아니라 소규모 가족 형태의 가구 수가 증가하고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 중산층이 두터워져가는 시장으로 소비성향의 서구화와 고급화가 급진전 중인 주목되는 시장이다.

어느 나라든 일정 수준의 자국 소매기업 우대 상황이나 정책 같은 것은 부분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봐도, 태국이 유독 유별난 외국계 소매유통기업 차별책을 쓴다고 여겨지는 근거는 없다. 그렇기에 결국은 ‘리테일 경쟁력 제고로 태국에서 소매유통을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서서히, 체계적으로 리테일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중대과제이다. 그저 태국 소매유통 시장은 ‘현지기업 등쌀로 얼핏 잘못 들어갔다가는 패가망신(敗家網身)하는 시장’이라고 둘러대듯이 이해하거나 피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이다.

보수적 성향의 일본기업과 일부 유럽회사는 태국과의 정치경제적 연대감과 자신들의 제조력 그리고 B2B(회사대 회사 간의 거래) 친화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소매유통에서의 리테일 마케팅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다가 패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자제품 소매 유통시장에서 소니 가전이 그랬고, 노끼아 핸드폰도 그 전철을 밟다가 어느 순간 제품 경쟁력 마저 줄어들자 급격히 태국시장에서 사라져갔다.

유통장악력만을 너무 믿고 제품을 유통업자나 백화점 등의 구매 집단에게 팔아 떠넘기는 행위, 즉 셀인(Sell in=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업체로 판매되는 것)과 셀쓰루(Sell thru=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단계의 유통거래처 사이의 거래)에 집착한 반면, 정작 셀아웃(Sell out=유통업체로 부터 최종소비자에게로 판매되는 실판매) 관리는 등한히 했다.

소니와 노끼아 같은 제조업의 경우, 자신들의 ‘B2B 셀링 파워(Seller’s Power)’를 과신했고, 이세탄을 비롯한 일본계 백화점이나 일부 유럽 할인점 등은 ‘B2B 구매 파워(Purchasing power=구매력)’를 과신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 틈을 타 리테일마케팅 강화 전략으로 태국 내 전자제품 소매유통 부문에서는 한국계 삼성과 LG가 어느 순간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 나갔다. 백화점 등 소매유통 분야에서는 센트럴그룹과 더몰그룹 그리고 빅씨슈퍼센터 등의 현지회사들이 몸집을 키웠다.

요는, ‘대기업 제조·판매업체의 태국 소매유통 확대전략 전개’와 ‘중소·중견 소매유통 업체의 기본적 리테일 전략’이 다를 수는 없다. 일본계 백화점들이 지난 반세기 가까운 태국 소매유통시장에서 줄줄이 패퇴한 이유는 다름 아닌 소매유통 경쟁력(=리테일 마케팅)  부진과 약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보아야 한다.


▲ 백화점 계열 슈퍼마켓 앞에서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판촉원 / 사진 : 필자

■ 태국에서의 리테일 마케팅(매장형 유통망),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최근 들어 태국 역시 온라인 인터넷 시장 규모가 나날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위 이커머스의 발전에 있어 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태국 만큼 아직도 판촉인력(Floor sales man, Promoter)을 사용한 판매 인프라를 중시하고, 실제품 진열을 통한 이벤트 등 현장 체험 행사를 중시하는 나라도 드물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해도 물건을 배송받아 실제품을 확인하고서야 배달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비중이 아직도 높은 나라가 태국이다.

그렇기에 태국에서의 리테일 마케팅은 ‘진열’ ‘사람’ ‘행사’를 주요 중심축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사실 어느 나라 시장이건 ‘제품력’에 자신감이 붙고 ‘브랜드’ 파워가 어느 정도 갖춰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제대로 챙겨야 할 것은 ‘진열도’와 ‘판촉사원’ 역량 배양이다. 태국은 유난히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기에 태국에서의 리테일 마케팅력은 결국, <진열경쟁력 제고와 판촉사원 교육 그리고 판촉이벤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① 진열경쟁력 제고
진열도 관리의 핵심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진열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대에 올려 소비자의 시선을 끌게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각적 진열(Visual Display), POP(Point Of Purchasing), IP(Item Presentation)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즉, 상품과 매장의 특성을 확연히 선보일 수 있게 진열해야 하고, 진열된 상품의 판매 포인트를 잘 시연하면서도 판매할 상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함으로써 쇼핑의 편의성을 제고해야 한다. 경쟁사 대비 프라임 로케이션 점유율을 높이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진열된 상품이나 목업(Mock-up)의 갯수가 많아야 매장 진열도(Shop Presence)가 제고될 기반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자사 진열품의 갯수가 경쟁사 대비 몇 %나 되는지(Display Share)와 각 매장 당 경쟁사의 판매 수량과 자사 상품의 판매 수량을 비교 및 관리하는 작업(In House Share)이 상시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무려 50% 할인행사를 시행하는 레스토랑 프로모션 포스터 / 사진 : 필자

② 판매사원 관리
물건을 실제로 판매하는 것이 판매사원이다. 판촉사원의 판매력 동기부여를 위한 급여지급 수준(업계 평균 대비), 지급 방법(기본급과 모티베이션을 위한 인센티브 비중 관리). 제품교육(실제 상품에 대한 지식, 효능과 작동방법 등), 심지어 판매사원의 복리후생 정책까지 면밀히 챙겨 판촉사원의 규모와 질을 비용대비 효율을 감안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③ 판촉과 이벤트 운용
태국의 소매유통업계에서는 일본계 백화점들의 태국시장 내의 패퇴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를 대 소비자 프로모션 정책 미약으로 꼽는다. 태국 만큼 ‘원플러스 원 세일’ ‘시즌별 할인판촉’ ‘주기적 할인’ ‘각종 번들품 제공’ 그리고 ‘회원 할인제도’등을 다양하고 꾸준히 시행하는 시장도 흔치 않다. 일본계 소매유통 백화점 등은 태국 현지 리테일 판매 유통 대비 판촉과 이벤트 운용에서 현저히 보수적이었고, 그 결과가 여러 해 누적되며 태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잃었다는 시각이 두드러진다. 이를 반면 교사화하여 판촉과 이벤트를 강화하되 투입비용 대비 판매효과를 비교 분석해가며 시행해야한다. 태국은 아세안 국가 내에서 두드러지게 고령화 사회 진전과 저출산 추세가 현저한 나라이기에 의료용품, 건강보조제 그리고 웰빙제품의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출산율 저하로 유아용 식품 및 용품류 구입 고급화가 소득수준 대비 크게 상향되고 있으며 환경보호 관련 천연성분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산층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해당 제품들의 판매기회도 늘고 있다.

따라서, 비단 요식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그 외 우리나라 소매유통들이 진출해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기본기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수 있다면 대외개방형 경제체제에 걸맞는 소매유통업 진출 확대의 기회는 열려있다. 세계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는 각종 한국상품과 서비스가 태국의 소매 유통점들을 통해 보다 많은 판매 확대가 이루어 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