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에어프라이어의 불편한 진실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19/10/15 13:29

[전창관의 방콕세설] 에어프라이어의 불편한 진실

- 에어프라이어’는 새로운 신기술이 적용된 마법방망이 요리기기가 아니라, 원래 예전부터 전자렌지의 부가장치의 하나로 그릴(Grill)기능과 함께 장착되어 판매되던 ‘컨벡션 열풍(Heat Convection)’이라는 기능을 따로 떼어내어 별개의 제품을 만든 고객유인 상술 제품

- 골목상권 불황기에 대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냉동식품의 메카인 대기업 가정편의식 제품을 집밥이나 동네 골목식당의 대체재로 소비를 늘려나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


▲ 태국인 가정에서 정감 넘치는 전통음식을 식탁가득 차려 놓고 담소하며 식사하는 모습. / 사진출처 : freepik

요즘들어 한국에 이어 태국에서도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불고있다. 대기업의 초대형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요식업 전선에서 동네 골목식당들의 게릴라 전술에 타격을 입고 다소간 흔들려 그 기세가 주춤해짐에 따라 영세 소상인 요식업체들이 조금이나마 살아나는 기회가 마련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가정편의식(HMR-Home Meal Replacement)의 대명사인 냉동식품이 ‘에어 프라이어’ 라는 날개를 달고 집집마다 춤을 추고 있다.

‘에어프라이어’가 마치 무슨 신기술 발명품이라도 되는 듯, 버즈마케팅을 통한 호기심 가전소물 구입 차원을 넘어서 집집마다 갖추어야 하는 가전제품인 양 온라인쇼핑 등을 통한 판매확산세가 대단한 지경이다.  그런데 사실 ‘에어프라이어’는 새로운 신기술이 적용된 마법(?)방망이 요리기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전자렌지의 부가장치의 하나로 그릴(Grill)기능과 함께 장착되어 판매되던 ‘컨벡션 열풍(Heat Convection)’ 이라는 기능을 따로 떼어내어 별개의 제품을 만든 기발한 고객유인 상술 제품이다.


▲ 전자렌지의 부가기능이던 열풍컨벡션 기능을 따로 떼어내어 신상품을 파생시켜 한국과 태국에서 공히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는’에어프라이어’제품. / 사진출처 : freepik

그럼에도 요즘 한국, 태국 할 것 없이 마치 집집마다 ‘에어후라이어’ 한대 없으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에어프라이어 구입 사용에 너도나도 열성을 보이는 모습들이 재미지다.

그렇게도 ‘에어프라이=열풍 컨벡션’ 기능이 좋으면, 예전에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전자렌지에 부가기능으로 그릴기능과 함께 달려있던 ‘컨벡션 열풍기능 전자렌지’를 구입했던 사람들은 왜 에어프라이어와 같은 원리인 열풍 컨벡션 기능은 방치한 채 잘 사용치도 않았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언제는 그리도 냉동식품을 비롯한 가정대체식(HMR)이 그리 몸에 나쁘다고들 아우성이더니, 이제는 ‘에어프라이어’라는 마법(?)요리방망이에는 냉동식품이 제격이라며 갑작스레 냉동식품을 마구 구입해 먹어대는 바람에 냉동식품업계는 때아닌 기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무릇, 세상일에는 ‘득(得)’이 있으면 ‘실(失)’이 있기 마련이다. ‘에어프라이어’가 식용유를 안쓰니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 지방을 낮춰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좁은 공간 안에 엄청난 열풍을 불어대서 음식을 익혀내는 과정에서 에어프라이어 안의 불소수지 성분 도색코팅의 유해인자가 얼마나 그 안에서 녹아 나오는지도 미지수인데다가, 고가모델에 사용되는 세라믹 코팅 역시 다소의 차이일 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지 무해한 것은 아니다.

요즘 저가모델 등장으로 급속히 판매확대 중인 에어프라이어 제품일수록 불소수지 코팅의 열악함이 두드러져서 심한 경우에는 초기 사용시 몇일 동안 조리열풍 생성과정에서 심한 화학원료 냄새가 진동하는 소비자 클레임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당초 고가로 시장에 소개되었다가 가격파괴로 인한 구입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 무더기로 쏟아져 들여온 중국산 저가 ‘에어프라이어’들이 어떤 품질의 도료를 썼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에어프라이어’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의 양은 일반 마이크로웨이브만 사용하는 전자렌지 대비 무려 40배에 달한다.

한마디로 콜라가 설탕 함유량이 높다고 설탕 대신에 아스파탐을 넣은 무가당 콜라를 먹으면 그 아스파탐의 해악은 또 어쩌겠다는 것이며, 치킨튀김과 프렌치파이 등 온갖 튀김류에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많다고 해서 불소수지 또는 세라믹 수지페인트 코팅체 안에서 뿜어주는 열기로 음식을 익혀먹어가며 일반 전자렌지의 40배에 달하는 전자파를 발생하는 기기를 사용하는데 우려를 갖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같은 골목상권 불황기에 대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냉동식품의 메카인 편의점 가정편의식을 집밥이나 동네 골목식당의 대체재로 소비를 늘려나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 한국의 동네 골목식당가 정경. / 사진출처 : 문화일보

편의점, 냉동식품 그리고 에어프라이어 등은 대부분 대형기업의 아이콘 제품들이다. 그러니 골목식당 등 소상인의 영역을 동네사람들이 지켜내지 않으면 누가 지켜낼 것인지.

엄마의 손맛을 잊어가는 아이들에게 냉동식품과 에어프라이기를 사주고는 ‘네가 알아서 튀겨먹어’라고 하지는 말아야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 밥해주기 마당치 않으면 손잡고 동네 골목식당에라도 나가 엄마 손맛을 느끼게 못해줄 지언정, 소담한 동네식당 주인 아줌마의 인간미 어린 손맛이라도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싶다.


▲ 무너진 골목 식당가에서 소담스런 음식들을 마련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주인. / 사진출처 : 중앙일보

세상사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유행도 좋고 편리성 추구도 필요하지만, 전자렌지에 붙여 팔다가 판매확대 소구점으로 안먹혔던 컨벡션 열풍기능을 슬며시 떼어다가 리바이블해 제품명을 ‘에어프라이어’라고 바꾼 것을 무슨 신기술혁명 제품인 양 우루루 몰려들어 앞다투어 구입해서는 언제부터 냉동식품이 그리도 좋았다고 마구 사서 쌓아두고 먹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럴 시간에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다정하게 아이들 손잡고 가성비 좋은 동네 골목식당에라도 나가 따끈한 칼국수라도 한 그릇 받아 놓고 삥 둘러앉아 훈훈한 가정적 인간미를 느껴보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