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포 사원의 보리수 그늘 아래서 만나는 깨달음 : 『어린 왕자』 팔리어 특별판 출간

2026/05/05 14:00:17

[문화 스페셜] 왓포 사원의 보리수 그늘 아래서 만나는 깨달음 : 『어린 왕자』 팔리어 특별판 출간 지난 3월 24일, 방콕 왓포(Wat Phra Chetuphon) 사원 내 학교(Sukhumala Dhammuthit School)에서 매우 특별한 책의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고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고대 불교의 언어인 '팔리어(Pali)'로 번역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프랑스 문학, 불교 철학, 그리고 태국의 전통 예술이 교차하는 뜻깊은 문화적 만남을 보여준다. 신성한 언어와 현대 문학의 이례적인 조화 태국에서 팔리어는 전통적으로 불교 경전에만 사용되는 학술적이고 신성한 언어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세속적인 현대 문학 작품을 팔리어로 번역한 것은 대단히 대담하고 실험적인 시도였다. 이 책은 '태국 방언 프로젝트(Little Prince in Thai Dialects Project)', '태국 불어 교사 협회', 그리고 불교 학문의 중심지인 왓포 사원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이번 팔리어 출간은 팔리어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게 함과 동시에, 팔리어를 공부하는 승려와 학생들에게 문학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번역의 고뇌, 단어가 아닌 '의미'를 옮기다 리어 번역을 맡은 프라마하 사티라윗(Phra Maha Sathirawit Sambhavo) 스님은 원문의 단어보다는 철학적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번역 과정에서 오히려 고대 인도 시간법에 없는 '시간(hour)'과 '분(minute)' 같은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개념을 번역하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스님은 스리랑카 학자의 자문을 구해 각각 'hora'와 'muhuttang'이라는 단어를 차용했다. 책의 제목 역시 '어린 왕자의 이야기'라는 뜻의 『Cullarajaputtavatthu』로 명명되었다. 태국 최고 장인들이 빚어낸 예술적 표지 이번 팔리어 특별판(태국어 및 로마자 표기 병기)은 두 가지 버전의 아름다운 표지로 출간되었다. 첫 번째 표지는 故 라마 9세 국왕의 왕실 장례 항아리를 디자인했던 태국 순수 미술국(Fine Arts Department)의 최고 장인 솜차이 숩빠락암파이폰(Somchai Supparak-aumpaiporn)이 작업했다. 두 번째 표지는 태국 전통 및 불교 미술로 유명한 예술가 하타이 분낙(Hatai Bunnag)이 'Sokant'라는 제목으로 디자인하여 태국 문화의 정수를 책의 겉면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기획 테마] 불교적 시선으로 다시 읽는 『어린 왕자』와 태국 문화 세속의 동화에서 영적 깨달음의 지침서로 이번 팔리어 특별판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서양의 동화를 불교적 관점(Dhamma)에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번역을 맡은 사티라윗 스님과 학자들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인간의 번뇌'를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 왕 : 권력에 대한 망상과 오만 ❖ 사업가 : 별을 세며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탐욕 ❖ 지리학자 : 직접 경험하지 않고 기록만 하는 무지(어리석음) ❖ 여우 : 왕자를 지혜와 만족으로 이끄는 '영적인 친구(kalyāṇamitta)'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쭐라랏카 벤차릿(Chutarat Bencharit) 교수는 어린 왕자의 행성 여행을 '내면의 탐구' 과정으로 묘사했다. 장미는 '무상함(impermanence)'을, 사막은 가혹한 '외부 세계'를, 우물은 '내면의 자양분'을 상징한다. 특히, 어린 왕자가 결말부에서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무거운 육체를 버리는 장면은,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으로부터의 해탈'이자 '공(空)으로의 자연스러운 회귀'로 해석된다. 불만족을 느껴 자신의 별을 떠났던 왕자가 여우를 통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과정은 곧 불교의 수행 및 깨달음의 과정과 맞닿아 있다. 태국 문화와의 절묘한 융합 태국 사회에서 불교는 종교를 넘어 일상과 문화를 관통하는 뿌리다. 가장 신성시되는 불교 언어(팔리어)와 왕실 소속 예술가들의 전통 공예적 디자인이 서양의 고전문학과 결합한 이번 프로젝트는, 외래 문화를 자신들만의 깊이 있는 정신적 자산으로 소화해 내는 태국 문화의 뛰어난 융합력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10년간 소수민족 언어(란나어, 파카요어, 말레이어 등)로 책을 출판해 온 '태국 방언 프로젝트(설립자 수포즈)'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판매 수익금 전액을 소외계층 교육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향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까지 기획하고 있는 이들의 활동은 자비와 나눔이라는 불교적 실천을 문학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의 이 유명한 대사는 불교의 지혜와 묘하게 겹쳐지며, 왓포 사원의 은은한 독경 소리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어린 왕자』 팔리어 특별판 구입 안내 나눔과 교육 지원이라는 뜻깊은 목적에 동참하며, 불교 철학이 담긴 이 특별한 책을 소장하고 싶은 사람은 아래 연락처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다. 가격 : 권당 590바트(태국어 및 로마자 스크립트 병기) 구입처 : 태국 방언 프로젝트(Little Prince in Thai Dialects Project) 라인(LINE) ID 문의 및 주문 : @thelittlep.th

멈추지 않는 ‘꼬마 유령’ 밀입국 사건, 멍드는 한 태 관계와 교민사회의 과제

2026/05/05 12:12:08

멈추지 않는 ‘꼬마 유령’ 밀입국 사건, 멍드는 한 태 관계와 교민사회의 과제 최근 한국에서 태국인 불법 노동자, 이른바 '꼬마 유령(Phi Noi)'을 밀입국시킨 태국인 브로커와 이를 고용한 한국인 농장주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치밀해진 밀입국 수법과 노동 착취 정황을 여실히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태국 내 '한국 여행 보이콧'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태국 한인 교민사회에도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가족으로 위장한 밀입국과 여권 압수… 인권 침해 정황 드러나 방콕포스트 및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태국인 6명을 불법 입국시킨 혐의로 37세 태국인 여성 브로커와 43세 한국인 양계장 농장주를 적발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 태국인 브로커의 범행 수법은 대담하고 교묘했다. 그녀는 태국 현지 여행사와 결탁해 구인광고를 낸 뒤, 지원자들에게 약 12만 바트(입국 수수료 명목)를 거둬들였다. 이후 한국인 남편 및 자녀들과 함께 태국을 세 차례 오가며 불법 취업 희망자들을 자신의 가족인 것처럼 위장해 입국 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문제는 입국 이후의 처우다. 양계장으로 넘겨진 노동자들은 브로커에게 여권을 빼앗겼으며,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환경에 갇혀 지내야 했다. 한국 당국은 이 여성이 이번 6명 외에도 더 많은 '꼬마 유령'들의 밀입국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불법 체류가 부른 입국 심사 강화, 억울한 관광객과 보이콧 사태 이 사건은 단순한 출입국 관리법 위반을 넘어 양국 간의 외교·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핵심 고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내 태국인 불법 체류자 증가가 한국 당국의 엄격한 입국 심사로 이어지면서, 그 불똥이 선량한 태국인 관광객들에게 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정상적인 목적을 가진 태국인 관광객들조차 한국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억울하게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는 태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대대적인 '한국 여행 보이콧' 움직임으로 확산된 바 있다. 소수의 불법 브로커와 악덕 고용주가 만들어낸 불법 체류 카르텔이 양국 국민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태국 교민사회, 현지 반한 감정 확산에 깊은 우려 태국 현지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한인 교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한국에 대한 태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 확산은 교민들의 일상적인 대인관계는 물론, 현지 비즈니스 활동과 안전에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콘텐츠와 문화 교류를 통해 오랜 시간 쌓아온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가 이민 문제로 인해 하루아침에 훼손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태국 한인사회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불법 브로커 및 인권 침해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시행하는 한편, 억울한 피해 관광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세밀한 출입국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꼬마 유령'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그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현지 교민들이다. 지금은 양국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함과 동시에, 교민사회 스스로가 현지인들과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건강한 교류를 이어가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클렁떠이 : 20년의 기억 Life Stories of Klong Toey

2026/04/07 16:42:32

클렁떠이 : 20년의 기억 Life Stories of Klong Toey 글·사진 김윤기 | 사진작가·다큐멘터리스트, 방콕 거주 클렁떠이는 흔히 오해받는다. 많은 이들에게 이곳은 빈곤과 위험, 혹은 실패의 상징인 '슬럼'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클렁떠이는 그 이상의 공간이다. 어린이와 노동자, 노인과 가족들이 외부인의 눈에는 쉬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이고 살아있는 삶의 공동체다. 좁은 공간과 공동의 고난, 그리고 생존을 통해 형성된 깊고 무언(無言)의 유대감이 이곳에 흐른다. 참호 속의 전우처럼, 그들은 언제나 웃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곁을 지킨다. 서로가 겪어온 것을 알고 있으며, 서로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쉽게 움츠러들지 않는다. 클렁떠이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목격해 왔지만, 이를 묵묵히 견뎌낸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얼어붙지 않고 즉각 행동한다. 이곳의 강인함은 요란하지 않다. 모든 것을 겪어낸 뒤에도 삶을 지속하는 방식 그 자체에 강인함이 녹아 있다. "당신이 모든 것을 가져갈지라도, 나의 기쁨만은 앗아갈 수 없다." 다 전하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이 이곳에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웃고, 아이를 키우고, 음식을 만들고, 골목길을 쓸어낸다. 안락한 곳에 사는 이들이 어느새 잊고 지내는 일종의 존엄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의 웃음은 무지가 아니라 저항이다. 그것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모든 것을 가져갈지라도, 나의 기쁨만은 앗아갈 수 없다." 나는 연민을 구하거나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동료 시민이자 이웃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20년간 이 공동체를 기록해 왔다. 작업에는 필름만을 사용한다. 한 대의 카메라와 하나의 렌즈로만 촬영하며,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 오직 그 순간이 기억되기를 요청할 때만 셔터를 누른다. 이번 전시는 기록자인 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이다. 사진들 또한 나만의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아카이브와 전시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클롱떠이는 무너지지 않았다. 살아있다. 그곳을 걷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들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김윤기 작가의 사진전 〈클렁떠이 : 20년의 기억〉은 지난 3월 3일부터 3월 15일까지 방콕 예술문화센터(BACC)에서 개최되었다. 현재는 그가 손수 구축한 웹사이트에서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klongtoey.photos/index.html 김윤기 Yoonki Kim 1955년 서울 출생. 1994년 태국으로 이주. 2006년부터 클렁떠이 커뮤니티를 주간 단위로 방문하며 흑백 필름으로 기록해 왔다. 모든 작업은 단일 카메라와 단일 렌즈로 진행하며,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현지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기획] 2026년 찾아온 세 번의 ‘13일의 금요일’, 서구권의 오랜 공포는 어디서 유래했나

2026/03/09 15:46:18

[기획] 2026년 찾아온 세 번의 ‘13일의 금요일’, 서구권의 오랜 공포는 어디서 유래했나 2026년은 ‘13일의 금요일’이 유독 자주 찾아오는 이례적인 해다. 지난 2월을 시작으로 다가오는 3월, 그리고 11월까지 총 세 번에 걸쳐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서구권에서 ‘불길함’과 ‘불운’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날은 대체 어떻게 전 세계적인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 종교적·역사적 기원과 함께, 아시아권인 한국과 태국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종합해 본다. 종교적 기원 : 최후의 만찬과 13번째 손님 유다 서양 문화의 깊은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에서 숫자 ‘13’은 전통적으로 불완전함과 배신을 상징한다. 12가 1년의 12달이나 예수의 12사도를 의미하는 완벽하고 완전한 숫자라면, 13은 그 완벽함을 깨뜨리는 불길한 숫자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성경 속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되기 전날 밤인 ‘성목요일(Maundy Thursday)’에 열린 이 만찬에는 예수와 12제자를 합쳐 총 13명이 모였다. 이 중 13번째 손님으로 여겨지는 인물이 바로 예수를 은 30세겔에 팔아넘긴 배신자 가룟 유다(Judas Iscariot)다. 더불어 예수가 로마 병사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날이 바로 ‘성금요일(Good Friday)’이었다. 배신을 뜻하는 숫자 ‘13’과 고난의 요일 ‘금요일’이 결합하여 가장 불길한 날이라는 인식이 탄생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역사적 비극 : 성전기사단의 몰락과 피의 저주 13일의 금요일이 끔찍한 역사적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14세기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 프랑스 국왕 필립 4세는 당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지니고 있던 가톨릭 십자군 ‘성전기사단(Knights Templar)’ 수백 명을 기습적으로 체포했다. 교황 클레멘스 5세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이 체포극의 표면적 이유는 신성모독이었다. 기사단 입단식에서 신입 단원들이 십자가에 침을 뱉고 예수를 부정하며 동성애 행위를 강요받았다는 파문당한 전직 단원의 고발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잉글랜드와의 전쟁으로 막대한 빚을 진 필립 4세가 기사단의 막대한 재산을 몰수하고 자신이 진 채무를 탕감받기 위해 꾸며낸 조작된 혐의였다. 도덕적, 재정적 부패와 우상 숭배 등의 혐의를 받은 기사단원들은 잔혹한 고문 끝에 거짓 자백을 강요받았고, 수많은 이들이 파리 시내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기사단의 마지막 기사단장 자크 드 몰레(Jacques de Molay)는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화형대의 불길에 휩싸인 채 “신은 누가 틀렸고 죄를 지었는지 안다. 우리에게 사형을 선고한 자들에게 곧 재앙이 닥칠 것이다”라며 끔찍한 저주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13일의 금요일은 드 몰레의 핏빛 저주가 서린 날로 서구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문화권마다 다른 공포의 숫자, 한국과 태국의 시선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비이성적 공포’를 지칭하는 ‘파라스케비데카트리아포비아(Paraskevidekatriaphobia)’라는 의학 용어가 존재할 정도로 서구인들의 두려움은 실재한다. 서구권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길을 가로지르거나, 거울을 깨뜨리거나, 실내에서 우산을 펴는 것과 함께 13일의 금요일을 대표적인 불운의 징조로 여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불길함을 느끼는 날짜는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다. 스페인어권 국가와 그리스에서는 ‘13일의 화요일’을, 이탈리아에서는 ‘17일의 금요일’을 불길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아시아권인 한국과 교민 사회가 자리 잡고 있는 태국에서는 이 날을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숫자 ‘4(사)’가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층수나 병실 호수 등에서 배제하는 ‘테트라포비아(Tetraphobia)’ 현상이 훨씬 지배적이다. 한국인들에게 13일의 금요일은 뼛속 깊은 공포라기보다는 1980년대 할리우드 슬래셔 영화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 시리즈의 국내 흥행과 함께 유입된 서구의 팝 컬처(Pop Culture)에 가깝다. 불길한 날이라며 외출을 꺼리기보다는, 기분 전환 삼아 공포 영화를 챙겨보거나 유통업계의 이색 마케팅 이벤트 데이 정도로 가볍게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현재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태국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태국은 숫자의 발음과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가졌다. 예컨대 숫자 ‘9(까오)’는 ‘발전하다, 앞으로 나아가다(까오 나)’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해 자동차 번호판이나 휴대전화 번호에서 가장 선호되는 길한 숫자다. 반면 서구식 불길한 숫자인 13에 대한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태국인들의 전통적인 일상 미신은 외출 전 집 안의 찡쪽(도마뱀) 울음소리를 듣고 방향을 점치거나, 불교 사찰의 승려가 내려주는 점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태국 내에서 13일의 금요일은 방콕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나 서구권 관광객, 그리고 교민들 사이에서 SNS용 밈(Meme)이나 할로윈처럼 가벼운 테마파크 이벤트로 활용될 뿐,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감정선을 뒤흔드는 실질적인 징크스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미신이 비추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 결과적으로 13일의 금요일은 종교적 상징성과 우연한 역사적 비극이 얽혀 만들어낸 거대한 문화적 산물이다. 과학적인 인과관계는 전혀 없지만,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운을 특정 날짜에 투영하여 미리 통제하고 대비하고자 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방어 심리를 잘 보여준다. 2026년, 한 해에 세 번이나 찾아오는 13일의 금요일.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기보다는 서구에서 건너온 이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의 기원을 되짚어보며, 평범한 일상 속 지인들과 나눌 수 있는 가벼운 이야거리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2026년 태국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2026/02/24 14:12:27

2026년 태국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2026년의 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혁신의 한가운데 서 있다. 경제 활성화와 사회 질서 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과감한 정책들이 연이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지 언론 보도 및 정부 발표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올해 주목해야 할 태국의 핵심 변화 10가지를 정리했다. ➊ 주류 판매 시간 규제 완화와 책임 강화 50년 이상 유지되던 오후 2시~5시 주류 판매 금지 규정이 전격 해제되었다. 내수 진작을 위한 180일간의 시범 운영 조치로, 이제 등록된 소매점에서는 낮 시간대에도 주류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무분별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책임 있는 음주’를 강조하고 나섰다. 업장 내 만취 고객을 식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임시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업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➋ 대마초 규제의 전면적 궤도 수정 비범죄화 직후 불어닥쳤던 이른바 ‘대마초 열풍’은 끝났다. 정부는 철저한 ‘의료 및 건강 증진’ 목적으로만 대마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 강화에 나섰다. 전면 불법화로의 회귀는 아니지만, 처방전 없이 꽃봉오리(Flower)를 구매하거나 공공장소에서 기분 전환용으로 흡연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강화된 라이선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천 개의 상점이 이미 문을 닫으며 자유방임주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➌ 태국 정치의 새로운 전환점 지난 2월 8일 치러진 총선과 헌법 국민투표는 태국 정치사의 중대한 분수령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국가의 리더십과 향후 정책 방향이 재설정되며, 시민들의 일상을 규정하는 근간이 바뀔 것이다. 특히 군부 헌법을 대체할 새 헌법 제정이 투표를 통해 승인된 것은 태국 사회의 뚜렷한 지각 변동을 시사한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왜 중요한지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➍ 동남아시아 페스티벌 허브로의 도약 세계 최대의 EDM 페스티벌인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가 올 12월 파타야 위즈덤 밸리에서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다. 지난해 상륙한 EDC(Electric Daisy Carnival)와 더불어, 태국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음악 페스티벌의 핵심 허브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관광 산업 전반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창출할 것이다. ➎ 방콕 도심 공간의 진화 방콕의 스카이라인과 도심 공간은 거주 적합성과 보행자 친화성을 목표로 진화 중이다. 쏭왓(차이나타운)과 짜오프라야강 건너편 톤부리 지역을 잇는 최초의 보행자 전용 교량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수쿰빗 지역의 ‘클라우드 11(Cloud 11)’을 비롯해 녹지 공간을 대폭 확충한 친환경 복합 개발 사업들이 속도를 내며, 방콕은 한층 숨 쉬기 좋고 걷기 편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➏ 여행객 체류 비용 상승 2026년 태국 여행의 금전적 문턱은 다소 높아졌다. 쑤완나품, 돈므앙 등 주요 공항의 공항세와 항공 수수료가 인상되었다. 더불어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외국인 관광객 대상 입국세(Kha Yeap Pan Din) 300바트가 마침내 도입 단계에 들어섰다. 징수된 금액은 외국인 의료 보험 및 관광 인프라 개선 재원으로 활용된다. ➐ 글로벌 럭셔리 호텔의 잇따른 진출 올해 하반기, 세계적인 최고급 호텔 브랜드 두 곳이 태국에 첫선을 보인다. 특히 130년 역사의 옛 방락 세관(Customs House) 건물을 60억 바트를 투입해 재탄생시킨 ‘더 랭햄 방콕(The Langham, Bangkok)’의 개장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하얏트의 ‘언바운드 컬렉션(The Unbound Collection)’ 역시 데뷔를 앞두고 있어 태국 호스피탈리티 시장의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➑ 대중교통 요금 체계의 명암 방콕 대중교통 요금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다. SRT 레드라인은 비접촉식 카드(Contactless card) 결제 시 하루 40바트의 상한제가 도입되어 외곽 통근자들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다(학생은 추가 할인 적용). 반면, 아이콘시암 등을 연결하는 무인경전철 골드라인은 단일 요금을 기존 16바트에서 17바트로 인상했다. ➒ 사회보장기금(SSF) 납부액 상향 올해부터 사회보장기금 산정 기준이 되는 월 급여 상한선이 기존 15,000바트에서 17,500바트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에 따라 고용주와 근로자가 매월 납부해야 하는 최대 기여금 역시 750바트에서 875바트로 인상되었다. 기업과 개인의 당장 납부액은 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질병, 실업, 노령 연금 등의 보장 혜택 한도가 높아진다. ➓ 미국 비자 발급 심사 대폭 강화 미국 정부의 이민 통제 강화 기조에 따라, 지난 1월 21일부로 태국을 포함한 7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국 ‘이민 비자(영주권 등)’ 발급 절차가 무기한 중단되었다. 미국 내 공공부조(Public Charge)에 의존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관광(B-2), 학생(F-1) 등 비이민 비자는 계속 발급되지만, 심사 과정에서 재정적 자립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기준이 전례 없이 까다로워졌다.

‘SME’ 태국 경제의 수렁에 빠지다

2026/02/11 12:32:39

‘SME’ 태국 경제의 수렁에 빠지다 ‘수익 감소와 부채 누적’, 구조적 결함 해결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 경고 끄룽타이 은행 제언: 역량 강화 및 고부가가치 신제품 투자 절실 끄룽타이 은행(Krungthai Bank)은 2026년 태국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지난 30년래 최저 수준으로 성장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태국 경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으며, 특히 중소기업(SME)들이 수익 감소와 부채 누적의 수렁에 빠져 시스템 전체가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5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모든 산업군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카시콘 은행 또한 SME 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부실채권(NPL) 비율이 7%를 넘어서는 등 기초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태국 경제의 긴급한 ‘구조적 변혁’ 필요성 태국 경제는 2026년 성장률 전망치가 1.8%에 그치며 중대한 취약점에 직면해 있다. 이는 위기 상황(코로나19 등)을 제외하면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초 전망치가 2% 미만으로 시작되는 매우 낮은 수치다. Dr. Phacharaphot Nuntramarn(Chief Economist, Krungthai COMPASS / 끄룽타이 컴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은 “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오랫동안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침체된 경제 환경 속에서 SME들이 리스크 관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한정된 자원을 식품·농업, 자동차, 의료·건강, 스마트 전자, 관광, 도소매 등 잠재력이 높은 6대 신성장 동력(New S-curve)에 집중 투입해 경제 엔진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의 중추인 SME, 성장 수렁에 갇히다 Dr. Charmdanai Marknual(Director, Krungthai COMPASS / 끄룽타이 컴퍼스 본부장)은 현재 태국이 직면한 상황을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변화, 파괴적 기술 혁신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규정했다. 기존의 경제 모델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이 2% 미만의 성장률로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Dr. Kris Sriprapha(Analyst, Krungthai Compass / 끄룽타이 컴퍼스 선임연구원)는 지난 1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ME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침식되어 왔다고 밝혔다. ✽전략적 6대 섹터의 영향력: 이들 섹터의 연간 총매출은 38조 바트(전체 비즈니스 매출의 64%)에 달하며, 23만 개의 SME가 1,0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즉, 국가를 바꾸려면 이들 SME부터 전략적 혁신(Reinvent)을 시작해야 한다. ✽수익성 악화: 15년(2010~2024년) 동안 총자산이익률(ROA)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실적이 저조한 ‘위험(오렌지)’과 ‘고위험(레드)’ 그룹 비중이 15년 전 20%에서 현재는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으로 급증했다. SME가 직면한 3대 핵심 문제 연구 결과,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다음의 문제를 안고 있다. 1. 과도한 부채: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임계치를 넘음 2. 유동성 부족: 사업 운영을 위한 현금 흐름 고갈 3. 낮은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근본적 결함 마진이 낮으면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벽이 없다. 약간의 리스크에도 곧바로 적자로 돌아서고, 이를 메꾸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부채의 늪’에 빠지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 Dr. Kongphop Wongkaew(Analyst, Krungthai Compass / 끄룽타이 컴퍼스 선임연구원)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1. 재무 건전성 회복: 시급한 유동성 문제 해결과 고질적인 부채 구조조정. 2. 수익성 제고를 위한 ‘변혁’: 고부가가치 신제품 투자 및 명확한 타겟 고객 설정(특히 서비스 분야)을 통해 가격 결정권을 확보해야 한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가격 협상력이 낮아 과당 경쟁 시장에서 도태되기 쉽다. 따라서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가치 사슬(Value Chain) 내에서 단계를 격상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대출 급감과 부실채권(NPL) 급증 주의보 Dr. Kanchana Chockpaisansin(Head of Research, Kasikorn Research Center / 카시콘 조사센터 연구소장)은 SME 대출 시장의 냉기류를 전했다. ✽대출 감소: SME 대출은 수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금융기관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기업들 또한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올해 SME 대출 성장률은 -0.4%로 예상된다. ✽NPL 비중 확대: SME의 부실채권 비율은 이미 7%를 돌파했다. 이는 시장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많은 기업이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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