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방콕으로의 타임슬립

2026/07/14 09:50:20

1980년대 방콕으로의 타임슬립 왕궁 곁에 숨은 세 갈래 골목, 쌈프랭을 걷다 방콕에는 너무 유명해져 버린 얼굴들이 있다. 왕궁, 왓포, 카오산로드, 아이콘시암, 루프탑 바, 대형 쇼핑몰. 처음 방콕을 찾은 여행자라면 당연히 그곳으로 향한다. 화려하고, 편리하고, 사진도 잘 나온다. 그런데 방콕이라는 도시는 늘 그런 식으로만 자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조금만 옆으로 비켜서면 전혀 다른 방콕이 나타난다. 네온사인과 음악 소리가 멀어지고, 오토바이 소리마저 한 박자 늦게 들리는 골목. 낡은 셔터문, 바랜 간판, 좁은 보도 위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 오래된 집 앞을 지키는 고양이 한 마리. 그 풍경 속에 들어서면 이상하게도 시간이 느려진다. 카오산로드와 왕궁 사이, 방콕 올드타운 한복판에 그런 동네가 있다. 이름은 쌈프랭(Sam Phraeng). 방콕을 여러 번 다녀간 사람도, 방콕에 꽤 오래 산 사람도 의외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그러나 한 번 제대로 걸어보면 알게 된다. 이곳은 낡아서 남은 동네가 아니라, 시간이 쌓여 살아남은 동네라는 것을. 세 왕자의 거리, 쌈프랭 쌈프랭이라는 이름에는 방콕 구도심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태국어로 ‘쌈’은 숫자 3을 뜻한다. 쌈프랭은 말 그대로 세 개의 ‘프랭’, 즉 세 갈래 거리와 골목을 가리킨다. 프랭 푸톤(Phraeng Phuthon), 프랭 나라(Phraeng Nara), 프랭 싸파쌋(Phraeng Sapphasat). 라따나코신 시대 왕가와 관련된 이 세 구역이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쌈프랭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 일대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세기 이후 방콕이 근대 도시로 변해가던 시절, 이곳에는 유럽풍 건축 양식을 받아들인 상점과 주거 건물이 들어섰다. 왕궁과 관청, 상업지구가 가까웠던 만큼 한때는 방콕에서도 꽤 번화한 구역이었다. 지금도 골목을 걷다 보면 당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반듯한 창틀, 오래된 벽면, 낮은 처마, 손때 묻은 문패 같은 것들이다. 쌈프랭의 매력은 요란하지 않다. 새로 만든 레트로가 아니라, 세월이 저절로 만든 레트로다. 일부러 낡게 꾸민 카페 거리와는 다르다. 이곳의 낡음에는 생활이 있고, 장사가 있고, 동네 사람들의 하루가 있다. 그래서 사진으로만 보면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직접 걸어보면 오래된 방콕의 결이 손에 잡힌다. 카오산 옆에 이런 방콕이 있었다 쌈프랭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위치 때문이다. 이곳은 방콕의 대표 관광지와 멀리 떨어진 외곽 마을이 아니다. 카오산로드, 왕궁, 왓포, 방콕 시청 일대와 가까운 구도심 한가운데 있다. 그런데도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카오산로드가 밤의 방콕이라면, 쌈프랭은 낮의 방콕이다. 카오산이 외국 여행자의 에너지로 뜨겁다면, 쌈프랭은 동네 사람들의 생활 리듬으로 조용히 움직인다. 길 하나,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의 표정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방콕답다. 방콕은 늘 이렇게 양면적이다. 최신 쇼핑몰과 100년 된 시장이 공존하고, 고급 호텔 뒤편에 오래된 국수집이 숨어 있으며, 관광객으로 붐비는 길 옆에 현지인만 아는 골목이 이어진다. 쌈쁘랭은 그 방콕의 양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네 중 하나다. 개발되지 않아서 남은 것이 아니라, 지켜져서 남은 것 방콕의 많은 지역은 빠르게 변했다. 오래된 목조 주택은 콘도미니엄으로 바뀌고, 로컬 상점은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교체되고, 골목 풍경은 어느 순간 비슷비슷해진다. 그러나 쌈쁘랭은 비교적 느리게 변했다. 왕궁과 구도심이라는 지리적 특성, 오래된 건축물과 생활권의 연속성, 그리고 이 지역을 지켜온 주민들의 시간이 겹치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물론 쌈프랭도 영원히 그대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방콕의 젊은 세대는 이미 올드타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다. 딸랏너이, 쏭왓, 방람푸가 그랬듯이, 오래된 동네는 어느 순간 새로운 문화지대로 읽히기 시작한다. 오래된 창고가 갤러리가 되고, 허름한 상점가에 작은 카페가 생기고, 낡은 골목은 산책 코스로 다시 불린다. 쌈프랭도 그 길목에 서 있다. 아직은 송왓처럼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도 아니다. 바로 그래서 지금 가볼 만하다. 아직 동네의 호흡이 남아 있을 때, 아직 간판과 셔터와 시장의 냄새가 그대로 있을 때, 쌈프랭은 가장 쌈프랭답다. 세월을 먹는 골목, 쌈프랭 미식 산책 쌈프랭 산책의 즐거움은 건물만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동네를 제대로 느끼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오래된 방콕의 맛은 화려한 플레이팅보다 깊은 국물, 기름 냄새, 달콤한 차 한 잔, 손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안에 남아 있다. 치갓차 카페(Chi Kat Cha Cafe) 쌈프랭의 분위기를 가장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아날로그 박물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장난감, 포스터, 소품들이 공간을 채운다. 요즘 유행을 따라 만든 빈티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쌓인 듯한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핑크 밀크, 태국식 밀크티 같은 익숙한 음료가 잘 어울린다. 특별히 대단한 메뉴를 기대하기보다, 천천히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더 좋다. 방콕의 오래된 카페 문화가 꼭 고급 커피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소다. 세리(Seri) 쌈프랭에서 조금 더 깊은 맛을 찾는다면 세리를 들러볼 만하다. 태국 왕실 요리의 흐름을 보다 편안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음식은 자극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재료의 맛과 조리의 균형을 살리는 쪽에 가깝다. 한국인 입맛에도 비교적 편하게 다가오는 메뉴로는 마늘 새우튀김을 꼽을 수 있다. 바삭하게 튀긴 새우에 마늘 향이 더해져 밥과도 잘 어울리고, 가볍게 나눠 먹기에도 좋다. 태국 음식이 늘 맵고 강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조금 내려놓게 만드는 맛이다. 타이탐 까오라우 싸멍무(Thai Tham) 쌈프랭 미식 산책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곳이다. 대표 메뉴는 돼지 뇌 수프다. 이름만 들으면 망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방콕 로컬 음식의 세계를 조금 더 넓게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맑은 국물에 부드럽게 익은 돼지 뇌가 들어간 이 음식은 식감이 독특하다. 진하고 고소하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진다. 익숙한 맛은 아니지만, 오래된 방콕 식문화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보여주는 메뉴다. 여행은 때로 이런 낯섦을 만나는 일이다. 나타폰 아이스크림(Nuttaporn Ice Cream) 쌈프랭 산책의 마무리로는 나타폰 아이스크림이 좋다. 전통 방식의 코코넛 밀크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코코넛 특유의 고소함과 산뜻함이 살아 있다. 방콕의 더운 오후, 골목을 한참 걷고 난 뒤 먹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디저트다. 화려한 카페 디저트는 아니지만, 방콕 올드타운에는 이런 단순한 맛이 더 잘 어울린다. 아침의 방콕을 보고 싶다면, 딸랏 뜨록 머 시장(Trok More Morning Market) 쌈프랭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침에 가보는 것도 좋다. 인근의 뜨록 머 시장(Trok Mor Market)은 방콕의 오래된 아침 시장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새벽부터 정오 무렵까지 활기를 띠는 시장으로, 관광객을 위한 연출된 공간이라기보다 현지인의 하루가 시작되는 생활 시장에 가깝다. 갓 튀긴 간식 냄새, 채소와 생선을 고르는 사람들, 빠르게 오가는 상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아침 탁발을 나선 승려들의 모습까지. 이곳에서는 방콕의 아침이 어떤 속도로 열리는지 볼 수 있다. 대형 호텔 조식 뷔페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장면이다. 뜨록 머 시장을 먼저 둘러본 뒤 쌈프랭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이 동네의 질감이 훨씬 선명해진다. 시장, 골목, 오래된 상점, 작은 식당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지금 쌈프랭을 걸어야 하는 이유 방콕에는 늘 새롭게 뜨는 동네가 있다. 몇 년 전에는 딸랏너이였고, 최근에는 쏭왓이 그랬다. 오래된 창고와 골목, 중국계 상점가와 예술 공간이 만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쌈프랭도 언젠가는 그런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릴지 모른다. 하지만 쌈프랭의 현재는 아직 조용하다. 그래서 더 좋다. 사진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배경이 아니라, 생활이 먼저 있고 여행자가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동네다. 그 점이 쌈쁘랭을 방콕의 숨은 관광 명소로 자라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왕궁을 보고, 왓포를 보고, 카오산로드를 지나쳤다면 그다음에는 쌈프랭으로 걸어가 보자. 특별한 입장권도, 정해진 관람 동선도 필요 없다. 다만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면 충분하다. 골목을 따라 걷고, 오래된 간판을 읽고, 국물 한 그릇을 먹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다시 천천히 걸으면 된다. 방콕을 오래 살수록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 도시는 유명한 곳보다 유명해지기 전의 장소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쌈프랭은 그런 방콕의 한 장면이다. 왕궁 곁에 숨어 있었지만, 이제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있는 오래된 동네. 방콕의 과거가 박제처럼 남은 곳이 아니라, 오늘도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골목이다. 이번 주말, 익숙한 방콕을 잠시 비켜나 보자. 카오산의 소음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면, 1980년대 어느 오후처럼 느리게 흐르는 방콕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이 바로 쌈프랭이다. COVER NOTE 쌈프랭 산책은 오전 시간이 좋다. 뜨록 머(Trok Mor) 시장을 먼저 둘러보고, 쌈프랭 골목으로 들어가 로컬 식당과 카페를 차례로 방문하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다만 올드타운의 오래된 식당들은 영업시간이 유동적인 경우가 있으므로 방문 전 지도 앱이나 전화 확인을 권한다. “방콕을 오래 살다 보면, 이 도시의 매력은 늘 유명한 장소 바깥에서 더 선명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쌈프랭은 그런 곳이다. 왕궁 곁에 있으면서도 왕궁의 그림자에 가려졌고, 카오산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카오산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온 골목이다. 오래된 건물과 로컬 식당, 아침 시장과 작은 카페가 이어지는 이 동네는 방콕이 아직 관광상품이 되기 전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이런 장소가 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에 가깝다. 그리고 그 행운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주말, 익숙한 방콕을 잠시 비켜나 보자. 카오산의 소음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면, 1980년대 어느 오후처럼 느리게 흐르는 방콕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이 바로 쌈프랭이다.” 글과 사진 | 김종민 편집국장

방포(Bang Pho) 목재 거리와 새로운 공연예술 공간 'T. Nam Charoen Playhouse'

2026/06/29 10:25:21

제2의 쏭왓을 꿈꾸다 방포(Bang Pho) 목재 거리와 새로운 공연예술 공간 'T. Nam Charoen Playhouse' 방콕의 오래된 동네들이 다시 읽히고 있다. 딸랏너이(Talat Noi)와 쏭왓(Song Wat)이 낡은 창고, 오래된 상점, 강변 골목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어모았다면, 이번에는 방콕 북부 방쓰(Bang Sue) 구의 방포(Bang Pho)가 조용히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방포는 오랫동안 방콕의 ‘목재 거리’로 불려온 곳이다. 프라차 나루밋(Pracha Naruemit) 도로를 중심으로 목재상, 가구점, 목공소, 제재소, 조각 공방, 철물·가공 장비 상점이 밀집해 있다. 방콕에서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맞추거나 목재 인테리어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이 거친 산업 골목 안에 새로운 공연예술 공간이 등장했다. 옛 제재소를 개조한 T. Nam Charoen Playhouse(ต.นำเจริญ เพลย์เฮ้าส์)다. 방포가 곧바로 쏭왓처럼 변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오래된 산업 유산, 장인의 기술, 젊은 창작자들의 실험, 그리고 공연예술 공간의 등장은 분명 이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신호다. 방포는 지금 ‘완성된 핫플레이스’라기보다, 변화가 막 시작된 흥미로운 현장에 가깝다. 1. 방콕 목공업의 오래된 심장, 방포 우드 스트리트 방포의 핵심은 프라차 나루밋 도로다. 약 1km 남짓한 이 거리에는 목재와 가구, 목공 관련 업체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원목, 합판, 문짝, 창틀, 가구, 목조 장식, 조각품, 공구, 부속품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어 건축·인테리어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오랫동안 실무형 시장이자 장인의 거리로 기능해 왔다. 이 지역이 목재 거리로 성장한 배경에는 짜오프라야강과 방포 선착장을 중심으로 한 물류 환경, 그리고 방콕 도심의 목공·제재업이 외곽으로 이동하던 산업 변화가 자리한다. 예전에는 전문업자와 동네 주민 중심의 거리였지만, 최근에는 Bangkok Design Week, Bang Pho Living Lab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 건축 전공 학생, 젊은 창작자들이 방포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방포의 매력은 ‘새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톱밥 냄새, 오래된 간판, 작업 중인 장인, 낡은 창고와 목재 더미가 함께 만들어내는 질감에 있다. 정돈된 쇼핑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살아 있는 산업 동네의 감각이 이곳의 가장 큰 자산이다. 2. 옛 제재소의 변신, T. Nam Charoen Playhouse 그 목재 거리 안쪽에 등장한 T. Nam Charoen Playhouse는 방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과거 제재소와 목재 사업장이 있던 건물을 공연예술 공간으로 개조한 장소다. 외관만 보면 주변 창고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넓은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기둥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긴 스팬 구조는 공연 공간으로서 강한 장점을 갖는다. 새 극장처럼 매끈하게 다듬어진 공간이라기보다, 목재 산업의 흔적을 그대로 품은 채 무대와 객석, 이동형 공연, 실험적 퍼포먼스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장소에 가깝다. 최근 이곳을 처음 알린 프로젝트는 House of Mask & Mime 등이 참여한 몰입형 공연 A Pa Tour였다. 관객이 건물 안 여러 방을 이동하며 짧은 공연들을 차례로 만나는 방식으로, 극장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활용한 시도였다. 방포라는 지역성과 옛 제재소라는 공간성이 공연의 일부가 된 셈이다. 아직 T. Nam Charoen Playhouse는 매일 공연이 열리는 상설 극장이라기보다, 프로그램과 공간 운영을 확장해 가는 신생 공연예술 거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방콕에서 독립 공연예술 전용 공간은 여전히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방콕 연극계와 퍼포먼스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3. 공간이 공연을 바꾸는 순간 T. Nam Charoen Playhouse의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멋지게 고쳤다”는 데 있지 않다. 이 공간은 공연의 형식 자체를 바꿀 여지를 갖고 있다. 전통적인 극장처럼 무대와 객석이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방과 복도, 창고형 공간, 야외 공간까지 공연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대에 오른 1인 공연 역시 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 배우가 자신의 몸과 목소리, 기억과 서사를 중심으로 무대를 채우는 형식은 화려한 장치보다 공간의 밀도와 배우의 호흡에 크게 의존한다. 방포의 거친 산업 공간은 그런 공연에 오히려 현실감을 더한다. 말끔한 블랙박스 극장에서는 얻기 어려운 질감이다. 이곳에서의 공연은 관객에게도 다른 태도를 요구한다. 앉아서 완성된 무대를 감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 안으로 들어가고, 이동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의 호흡을 마주하는 경험에 가깝다. 방포의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 거리나 포토존이 아니라, 오래된 산업 공간이 예술의 방식으로 다시 쓰이는 현장이 되고 있다. 4. 방포 나들이 동선 : 목재 거리, 로컬 맛집, 공연예술 방포는 아직 대규모 관광지처럼 정비된 동네는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반나절 정도 천천히 걷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 아침이나 점심에는 방포의 대표 노포 중 하나인 Pae Brass Pot Porridge 38 Years를 들러볼 만하다. 1962년부터 이어져 온 조주식 죽 전문점으로, 미쉐린 Bib Gourmand에도 이름을 올린 곳이다. 방포역과 가까운 Jek Mai Coffee에서는 태국식 전통 커피와 오래된 로컬 다방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후에는 프라차 나루밋 목재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 좋다. 작업 중인 목공소, 목재 더미, 오래된 간판, 가구점이 이어지는 풍경 자체가 방포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다. 중간에 휴식이 필요하다면 MRT 방포역 인근의 Bangpho Story처럼 카페와 숙박 기능을 함께 갖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저녁에는 T. Nam Charoen Playhouse의 공연 일정을 확인해 관람을 계획해 볼 수 있다. 공연이 없는 날이라면 방포의 야식 식당을 찾는 것도 좋다. Hia Bae Bangpho는 1961년을 뜻하는 ‘2504’를 내세운 오래된 식당으로, 태국식·중국식 반찬과 두부 요리, 해산물 요리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방포의 저녁 코스다. 마치며 :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흥미로운 동네 방포를 ‘제2의 쏭왓’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은 조금 이른 표현일 수 있다. 쏭왓이 이미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관광 동선이 결합된 상업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면, 방포는 아직 목재 산업의 현장성이 훨씬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방포의 매력이다. 이곳은 아직 지나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 거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목재상과 장인들이고, 새로 들어온 창작 공간들은 그 옆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오래된 산업이 사라진 자리에 예술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산업의 기억 위에 예술이 덧입혀지는 과정이다. T. Nam Charoen Playhouse는 그 변화의 상징적 출발점이다. 방포가 앞으로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방포는 분명 방콕의 도시 재생 지도를 다시 펼쳐보게 만드는 동네다. 완성된 핫플레이스를 소비하기보다,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은 이들에게 방포는 지금 가장 흥미로운 목적지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 : @t.namcharoen.playhouse 60년 세월을 끓여낸 황동 냄비의 마법, 방포 '빼 족 모 통루앙' (Pae Brass Pot Porridge) 방콕의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향연 속에서도, 진정한 미식의 뼈대는 좁은 골목길 노포의 낡은 화구 위에서 완성되곤 한다. 거친 톱밥 냄새가 흩날리는 방포(Bang Pho)의 '우드 스트리트' 초입, 이른 아침부터 뭉근하고 구수한 향기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1962년부터 3대째 조주(Teochew)식 죽의 원형을 지켜오며 미슐랭 빕 구르망의 영예를 안은 '빼 족 모 통루앙(แป๊ะโจ๊กหม้อทองเหลือง)’이다. 3대를 이어온 조주(Teochew)식 죽의 정수 태국식 죽인 ‘쪽(Jok)'은 쌀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곱게 갈아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태국 내 화교 사회의 뿌리 깊은 식문화를 대변하는 조주식 방식은 육수의 깊이와 고명의 섬세함에서 그 내공이 갈린다. '빼 족 모 통루앙'은 무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일 새벽 고기를 삶고 쌀을 불려 냄비를 올린다. 화려한 기교나 현대적인 퓨전 요소는 일절 배제한 채, 쌀과 물, 그리고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의 완벽한 비율만으로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궁극의 한 그릇을 완성한다. 내장 특유의 잡내를 잡은 섬세한 조리법 한국의 국밥이나 해장국에 익숙한 교민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는 포인트는 바로 완벽하게 조리된 '고명’이다. 기본적인 다진 돼지고기(무쌉) 외에도 곱창, 간, 위 등 돼지 내장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역사 깊은 노포답게 내장 특유의 누린내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여러 번 씻어내고 삶아내는 고된 전통 전처리 방식을 철저히 지킨 덕분에, 내장의 식감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잡내 없이 깔끔한 고소함만을 남긴다. 여기에 신선한 굴이나 큼직한 생선 살을 추가하면 바다의 감칠맛까지 더해져 그릇을 비울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총평 : 위로가 되는 따뜻한 한 그릇 타국 생활에서 때로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만찬보다, 속을 편안하게 데워주는 소박한 국물 요리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 '빼 족 모 통루앙'의 죽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오랜 시간 정성으로 끓여낸 '위로'에 가깝다. 방포 지역의 오래된 골목을 탐방하기 전, 든든하고 따뜻한 시작을 원하신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는 곳이다. [이용 안내] ◆ 상호명: 빼 족 모 통루앙 (แป๊ะโจ๊กหม้อทองเหลือง 38 ปี) ◆ 위치: 320 ถนน ประชาราษฎร์สาย1, แขวงบางซื่อ บางซื่อ, 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MRT 방포역 인근) ◆ 추천 메뉴 : ★ 쪽무 (Jok Moo): 다진 돼지고기를 넣은 기본 죽 ★ 쪽 크르엉 나이 (Jok Kruang Nai) : 돼지 내장을 듬뿍 올린 죽 ★ 계란(카이 루억)이나 피단(카이 이아우 마) 추가 필수 ◆ 영업시간 : 매일 06:00 ~ 21:00

웨어하우스 30(Warehouse 30)

2026/06/15 11:42:06

방콕, 예술과 헤리티지로 숨 쉬다 웨어하우스 30과 짜른끄룽의 재탄생 방콕을 사원과 화려한 루프탑, 거대한 쇼핑몰과 북적이는 야시장의 도시로만 기억한다면, 당신은 아직 이 도시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다. 방콕의 이면에는 여행자들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은 채 고요히 박동하는 '예술과 창조'의 혈맥이 흐르고 있다. 미로 같은 골목에 숨겨진 갤러리, 낡은 콘크리트 벽에 새겨진 스트리트 아트, 기이한 박물관과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가 바로 그 증거다. 그 창조적 변혁의 중심에 '짜른끄룽(Charoen Krung)'과 '웨어하우스 30(Warehouse 30)'이 있다. 짜른끄룽 소이 30과 32 사이에 자리 잡은 5,600제곱미터 규모의 이 붉은 벽돌과 철골 구조물은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을 넘어선다. 웨어하우스 30의 역사를 추적하는 일은 곧 라따나꼬신(Rattanakosin) 시대 이후 방콕이 걸어온 200년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작업과도 같다. ■ 낡은 창고 터에 깃든 태국 근현대사 200년 외교의 요람이자 피난처 이 일대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웨어하우스 30의 바로 옆 부지인 '포르투갈 대사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로변 벽면을 장식한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빌스(Vhils)의 거대한 벽화 뒤편에는 짜오프라야 강까지 이어지는 깊은 땅이 자리하고 있다. 1783년에서 1785년 사이, 라마 2세는 훗날 베트남 응우옌 왕조를 세우고 쟈롱(Gia Long) 황제가 되는 응우옌 아인(Nguyễn Ánh) 왕자에게 이 일대를 피난처로 내어주었다. 떠이선(Tây Sơn) 왕조에 패배하고 도피 중이던 그에게 샴(Siam, 태국의 옛 이름) 왕실은 군사적 원조와 은신처를 제공하며 훗날 베트남 통일의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아유타야 왕조가 몰락한 후, 서양인으로서 샴과 가장 먼저 무역 관계를 재건하려 했던 이들은 포르투갈인이었다. 국경 방어를 위해 서양의 무기와 탄약이 절실했던 라마 2세는 무역항과 영사관 용도로 포르투갈에 이 부지를 하사했다. 라따나꼬신 시대 최초의 서양 영사관이 탄생한 것이다. 초대 포르투갈 영사였던 카를로스 데 마누엘 실베이라(Carlos de Manuel Silveira)는 태국 귀족에 버금가는 작위를 받았으며, 의심과 배척의 대상이었던 개신교 선교사들마저 기꺼이 환대하며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했다. 태국어 활자 인쇄의 시발점 라마 3세 시절인 1828년, 태국에 거주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제이콥 톰린(Jacob Tomlin)과 칼 구츨라프(Karl Gutzlaff) 역시 실베이라 영사의 관저에 머물렀다.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샴을 선택했던 미국 침례교 선교회는 1833년 존 테일러 존스(John Taylor Jones) 부부를 파송했고, 이들 역시 포르투갈 영사의 도움으로 영사관 뒤편(1900년대 초기 웨어하우스 30 부지의 첫 소유주로 기록된 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1835년에서 1838년 사이 일어났다. 댄 비치 브래들리(Dan Beach Bradley) 박사가 침례교 선교회로 태국어 인쇄기를 최초로 들여온 것이다. 선교를 목적으로 태국어로 번역된 전도지와 책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즉, 현재의 웨어하우스 30 자리는 태국 땅에서 태국어 문자가 인쇄된 '최초의 인쇄소'가 자리했던 역사적 진원지다. "웨어하우스 30의 부지는 단순히 짐을 쌓아두던 창고가 아니었다. 그곳은 외교가 시작되고, 활자가 찍히고, 근대가 태동한 역사의 무대였다." ■ 자본과 산업의 교차로, 캡틴 부시부터 챠바니치까지 캡틴 부시와 쟈비에르 가문 웨어하우스 30으로 향하는 길목인 짜른끄룽 소이 30의 옛 이름은 '캡틴 부시 레인(Captain Bush Lane)'이다. 1858년 방콕의 항만 관리자로 임명되어 30년간 헌신한 영국인 선장 존 부시(John Bush)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라마 4세와 5세의 깊은 신임을 받았던 그는 방콕 최초의 조선소인 '방콕 독(Bangkok Dock)'을 설립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시기 주변 지역의 발전을 주도한 또 다른 축은 마카오 출신 이민자 쟈비에르(Xavier) 가문이었다. 항만청 번역가이자 정미소를 운영했던 루이스 마리아 쟈비에르는 인근 깔라와르(Holy Rosary) 성당 건축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했다. 그의 아들 셀레스티노 마리아 쟈비에르는 외무부 차관까지 오르며 씨프라야(Si Phraya) 도로를 건설하고 33km에 달하는 최초의 대중교통 전차 사업을 주도했다. 그의 딸 마가렛 린 쟈비에르는 태국 최초의 여성 의사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국민 백만장자' 나이 럿과 2차 세계대전 20세기 초, 방콕의 트렌드를 주도한 인물은 라마 6세로부터 '국민 백만장자'라는 칭호를 받은 나이 럿(Nai Lert Sreshthaputra)이었다. 수입 식료품점, 최신 축음기 판매, 자동차 수입, 방콕 최초의 제빙기 도입은 물론 버스와 택시 운수업까지 장악한 그는 탁월한 부동산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는 1922년 플런칫(Ploenchit)의 땅과 영국 대사관의 강변 부지를 맞교환하는 세기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후 그 땅을 다시 정부에 팔아 현재의 중앙우체국(GPO)이 들어서게 했다. 당시 웨어하우스 30 부지 일대의 소유권 역시 나이 럿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일본군이 이 창고 일대를 점령해 군수품 보관소로 사용하게 된다. 다행히 연합군의 폭격을 피한 이 창고들은 전쟁 후 나이 럿이 사망하면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챠와닛 시대와 아르데코 건축 1944년 무역 회사를 설립한 추안 챠와닛(Chuan Chavanich)과 마니(Manee) 부부는 전후 대미 수출용 원자재를 보관할 거대한 공간이 필요했다. 이들은 나이 럿의 상속자들로부터 창고와 부지를 매입했고, 1946년 2층 규모의 '챠바니치 빌딩'을 신축했다. 건축가 '미스터 멩(Mr. Meng)'이 설계한 이 건물은 당시 태국에 상륙한 서양의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을 완벽히 구현했다. 햇빛과 비를 막아주는 창문 위의 눈썹(Eyebrows) 형태, 돌처럼 보이게 시멘트 표면을 긁어낸 기하학적 장식, 절제된 파스텔 블루그레이 색상의 조화는 당시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1950년에는 챠와닛 회사의 로고(CCL)를 형상화한 단조 철제 장식이 추가되며 지역적 특색까지 갖추게 되었다. 1925년에서 1941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8개의 창고(웨어하우스)들은 쌀 보관소를 시작으로 일본군 군수창고, 트랙터와 기관차 부품 보관소, 그리고 후일 미쉐린(Michelin) 타이어와 트라이엄프(Triumph)의 물류 창고로 끝없이 용도를 변경하며 태국 근대 산업화의 묵묵한 목격자가 되었다. ■ 철거 대신 보존을 택하다, 건축가 두앙릿 분낙의 실험 세월이 흘러 방콕의 비즈니스 중심지가 강변에서 내륙으로 이동함에 따라, 창고의 임대료는 바닥을 쳤고 건물은 낡아갔다. 부지 소유주인 프리다 챠와닛(Prida Chavanich)은 창고를 허물고 현대적인 3층 상업 건물을 지으려 했으나 막대한 건축비 대비 낮은 수익성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바로 태국의 저명한 건축가 두앙릿 분낙(Duangrit Bunnag)이다. 강 건너편 잼 팩토리(The Jam Factory)를 성공적으로 재생시킨 그는 이 낡은 창고들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봤다. 두앙릿은 외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은 물론, 내부의 낡은 나무 바닥재와 노출된 철골 빔마저 건축적 유산으로 삼아 절대 철거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제한적이었던 주차 공간을 확장하고, 8개의 개별 창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보행자 회랑을 추가했다. 2016년, 마침내 방콕 문화 예술의 새로운 심장, '웨어하우스 30(Warehouse 30)'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 디자인과 예술이 숨 쉬는 웨어하우스 30 & 짜른끄룽 컬렉션 ATT19 Gallery : 복원된 옛 학교 건물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갤러리와 카페, 빈티지 앤틱 소품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Alexander Lamont : 상어 가죽(Shagreen) 양피지와 옻칠을 활용한 럭셔리 조각 가구와 조명 오브제. P.Tendercool: 방콕에서 가장 인상적인 가구 쇼룸 중 하나. 오래된 태국 가옥에서 버려진 견목을 재활용해 최고급 자연 소재와 결합시킨다. Knuckle Olive: 인테리어 디테일과 마감재에 집착하는 이들을 위한 필수 코스. 럭셔리 황동 하드웨어와 캐비닛 시스템을 선보인다. CONVO / Coffee Roaster: 갤러리 투어 중 숨을 고르기 좋은 미니멀 카페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Horse Unit and Woot Woot: 예상치 못한 앤틱 소품과 공예품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공간. Atto Gallery / HAY: 주얼리를 웨어러블 아트로 해석한 기획 전시 및 친숙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소품숍. ■ 아트를 사랑하는 여행자를 위한 방콕 갤러리 & 뮤지엄 가이드 50 여행자들에게 방콕은 종종 잘못된 프레임으로 소비된다. 팟타이와 툭툭, 화려한 사원만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는 것보다, 숨겨진 골목길에서 갤러리를 찾아내는 것에 더 흥분을 느끼는 부류라면 아래의 리스트는 방콕 여행의 완벽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주요 예술 지구 탐색 거점] ◆ Talat Noi (딸랏너이) ◆ Charoen Krung (짜른끄룽) ◆ Siam (시암) ◆ Silom (실롬)\ ◆ Thonburi (톤부리) ◆ Chinatown (차이나타운) 편집국이 선정한 방콕의 예술, 사진, 디자인, 역사적 공간 50선이다. 규모가 작은 갤러리나 팝업 전시의 경우 방문 전 반드시 오픈 요일과 시간을 확인하길 권한다. 1. Contemporary & Fine Art (현대 미술 & 순수 예술) * BACC (Bangkok Art & Culture Centre) * MOCA Bangkok * Bangkok Kunsthalle * 100 Tonson Foundation * Bangkok CityCity Gallery * SAC Gallery (Subhashok The Arts Centre) * Nova Contemporary * Warin Lab Contemporary * Tang Contemporary Art Bangkok * Cartel Art Space * Palette Artspace 2. Heritage, Museum & Design (문화유산, 박물관 & 디자인) * Museum Siam * National Gallery of Thailand * TCDC (Thailand Creative & Design Center) * Siriraj Medical Museum * Corrections Museum * Counterfeit Goods Museum * Batcat Museum * Bangkok Publishing Residence * Jim Thompson Art Center * Bangkok Design Week (Event) * BKK Art Biennale (Event) 3. Street Art & Creative Spaces (스트리트 아트 & 크리에이티브 공간) * Warehouse 30 * ATT19 * River City Bangkok * The Jam Factory * YELO House * Khlong Ong Ang Art Walking Street * Charoen Krung Soi 32 & 30 (Street Art) * Chaloemla Graffiti Park * Lido Connect * Broccoli Revolution * Khlong Bang Luang Creative Community 4. Photography & Subculture(사진 & 서브컬처) * Kathmandu Photo Gallery * Fotoclub BKK * House of Lucie Bangkok * WTF Gallery & Cafe * DIB Bangkok * Artist House Bangkok (Baan Silapin) 5. Hidden Gems & Alleys(숨겨진 명소 & 골목길) * Trok San Chao Rong Kueak * Bukruk Festival (Murals) * Wat Pariwat (David Beckham Temple) * Wat Prayoon * Wat Ratchanatdaram (Loha Prasat) * Baan Bat (Monk's Bowl Village) * Baan Krua Nua (Silk Weaving Village) * Chaloemla Art House * ICONSIAM (Art Zones) * Khao Yai Art Forest (Outskirts) 방콕의 거리는 그 자체로 캔버스이자 거대한 전시관이다. 다음 방콕 여행에서는 화려한 루프탑 바 대신, 미로 같은 골목길에 숨겨진 예술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방콕, 수집가들의 성지가 되다 빈티지와 아날로그의 매력 속으로

2026/05/19 10:28:11

방콕, 수집가들의 성지가 되다 빈티지와 아날로그의 매력 속으로 거대 빈티지 메카, 방쓰 정션(Bangsue Junction)의 비상 방콕을 단순한 미식과 화려한 나이트라이프의 도시로만 여겼다면 오산이다. 짜뚜짝 주말 시장이나 센트럴월드 같은 거대 쇼핑몰 이면에는 전 세계 수집가와 멋쟁이들을 열광케 하는 거대한 '빈티지 생태계'가 숨쉬고 있다. 기성품에서 느낄 수 없는 세월의 흔적, 희소성, 그리고 그곳에서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 교민과 관광객 모두의 발걸음을 이끄는 방콕의 대표 빈티지 마켓과 숍 40곳을 심층 해부한다. 방콕 빈티지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단연 방쓰 정션(Bangsue Junction, 일명 레드 빌딩)이다. 깜팽펫(Kamphaeng Phet) MRT 역에서 도보 거리에 있으며, 짜뚜짝 주말 시장 바로 건너편에 자리한 이 6층 규모의 거대한 쇼핑센터는 그야말로 빈티지 애호가들의 놀이터라 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놀라운 가성비와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이다. 스투시(Stussy), 디키즈(Dickies), 리바이스(Levi's), 칼하트(Carhartt) 같은 대중적인 스트리트웨어부터 폴로 랄프로렌, 파타고니아, 할리 데이비슨, 타미 힐피거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가격은 100바트(약 4,600원)부터 시작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도 부담 없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한 희귀 아이템도 눈에 띈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레어 NBA 및 NFL 저지는 대략 540바트(약 25,000원)에서 2,200~2,500바트(약 10만원~12만원) 선에 거래되며, 카우보이 부츠와 태슬 재킷 등 웨스턴 스타일 아이템, Y2K 의류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가구와 필름 카메라, 앤틱 식기류도 구비되어 있어 홈 데코레이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단, 대부분의 매장이 현금 결제만 고집하므로 넉넉한 현금 지참은 필수다. 촘촘하게 얽힌 취향의 네트워크, 방콕 빈티지 숍 19선 방쓰 정션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방콕 곳곳에 포진한 감각적인 빈티지 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각 상점은 주인의 뚜렷한 취향을 반영하며 고유의 색깔을 뽐낸다. 일본 특유의 섬세한 빈티지 감성이나 스트리트 패션을 선호한다면 Tokyo Joe와 Fumiikii Tokyo, USAGE Modern Vintage Store가 제격이다. 반면 유럽 감성의 의류와 소품을 찾는다면 Galerie des Amis를,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감성 편집숍을 찾는다면 Oyster and Things, Lord of Cinnamon, KOON Asian Zakka Shop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곳도 존재한다. 마치 거대한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초대형 빈티지 가구 창고 Papaya Vintage Shop은 골동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구경하는 데만 반나절이 소요된다. 이 외에도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숍들이 즐비하다. ★ 영화/포스터: 영화 포스터와 관련 굿즈를 취급하는 Classic Movie Posters ★ 인테리어/가구: 빈티지 가구와 소품 중심의 Horse Unit, 앤틱 조명이 가득한 Big Tree Antique ★ 의류 전문: 로컬 스타일의 DUM DUM Vintage, 클래식 의류 전문 Past Perfect Vintage Clothing, 감각적인 셀렉션을 자랑하는 PEPPERSALT Charoen Krung 이처럼 세분화된 전문 숍들이 방콕 전역에 흩어져 있어, 여행자들에게 '보물 찾기'의 진정한 묘미를 제공한다. 아날로그의 귀환 : LP 레코드숍과 빈티지 야시장 최근의 빈티지 열풍은 패션과 소품을 넘어 음악으로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다. 방콕의 레코드숍들은 단순한 음반 매장을 넘어 음악과 문화를 교류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인디 및 희귀 LP를 발굴하고자 한다면 Have You Heard? Records나 Garage Records가 훌륭한 출발점이다. 장르별로 특화된 매장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록과 메탈에 특화된 Vinyllica, 태국 전통 음악과 월드뮤직 LP를 취급하는 Zudrangma Records, 클래식 록 중심의 Get Back and Jude Records 등은 수집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레코드숍과 카페를 결합한 Entertainment Project, 오디오 장비까지 함께 취급하는 Recoroom Vinyl & Vintage Audio 및 P&P Audio & Vinyl은 아날로그 감성에 목마른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방쓰 정션 내에 위치한 Monoloop과 로컬 인디 음악 중심의 Fat Black Record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 코스다. 해가 지면 빈티지 탐험은 야시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 Train Night Market Srinakarin (씨나카린 기차 야시장): 빈티지 패션과 골동품을 파는 현지 셀러들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는 방콕의 대표적인 빈티지 야시장이다. 클래식 카와 레트로 소품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Green Vintage Market: 현지 상인들이 모여 다채로운 빈티지 아이템을 선보이는 곳으로, 날것 그대로의 로컬 마켓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방콕은 이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시간의 결을 탐구하고 개인의 취향을 발굴하는 거대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다가오는 주말, 누군가에겐 낡은 물건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빛나는 보물이 될 그 무언가를 찾아 방콕의 골목길로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태국 Z세대 사로잡은 ‘연꽃 인증샷’ 열풍

2026/05/06 10:05:40

태국 Z세대 사로잡은 ‘연꽃 인증샷’ 열풍 전통의 재해석과 상권 부활 최근 태국 젊은 층, 특히 Z세대(Gen Z) 사이에서 연꽃을 들고 방콕 싸판풋(Saphan Phut, 메모리얼 브릿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새로운 소셜 미디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방콕의 전통 꽃 시장인 팍클롱 딸랏(Pak Khlong Talat)의 연꽃 매출이 급증하며 지역 상권이 새로운 활기를 띠고 있다. 불교 의식용 꽃에서 힙한 패션 아이템으로 과거 사원이나 불교 의식에서 주로 사용되던 연꽃이 이제는 10대와 20대의 가장 인기 있는 사진 소품으로 변신했다. 일부 젊은 층은 태국 전통 의상인 ‘싸바이(Sabai)’에 청바지를 믹스매치한 차림으로 연꽃을 들며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단순히 유행을 쫓는 것을 넘어, 젊은 세대가 태국의 문화적 상징을 포용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소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촬영을 마친 후에는 연꽃을 집으로 가져가 화병에 장식하는 등 일상생활의 소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연꽃 매출 80% 껑충… 활기 되찾은 팍클롱 딸랏 건립된 지 약 1세기가 된 싸판풋 다리가 소셜 미디어 인증샷 명소로 부상하면서, 인근의 도매 꽃 시장 팍클롱 딸랏도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온라인에 사진이 확산된 이후 지난 3주 동안(2026년 3월 하순 기준) 연꽃 매출은 약 80% 가량 급증했다. ❖ 공급 및 가격: 현재 나콘파톰(Nakhon Pathom) 지역에서 주로 만개한 연꽃이 공급되고 있으며, 가격은 다발당 30~100바트 선이다. ❖ 인기 품목 : 특히 사진 촬영용으로 인기가 높은 분홍색 연꽃은 100바트, 흰색 연꽃은 50바트 수준에 판매된다. 상인들은 사진이 잘 나오도록 연꽃잎을 정성스럽게 접고 장식해 판매하여 부가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행의 배경 이 트렌드의 정확한 시작점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에서는 블랙핑크 리사(Lisa)의 영향력을 지목한다. 리사가 태국관광청(TAT)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우돈타니(Udon Thani)의 ‘붉은 연꽃 호수(Red Lotus Field)’를 배경으로 한 캠페인에 등장한 것이 젊은 층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존재한다. 방문 팁: 사판풋 연꽃 ‘인생샷’ 남기기 현재 태국 소셜 미디어에는 완벽한 사진을 남기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트렌드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현지에서 권장하는 팁을 정리했다. ❖ 이동 경로 : MRT 싸남차이(Sanam Chai)역 4번 또는 5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팍클롱 딸랏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연꽃을 구매한 뒤 사판풋 다리로 걸어가는 코스가 추천된다. ❖ 최적의 시간 : 석양이 지는 골든 아워인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가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시간대이다. 저녁 무렵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 생기기도 한다. ❖ 촬영 주의사항 : 다리 위는 바람이 많이 불 수 있으므로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를 미리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 좋다. 현장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구매할 꽃의 색상과 촬영 포즈를 사전에 계획하고 방문하는 것이 유리하다.

룸피니 공원, 그 100년의 역사

2026/03/09 12:28:53

룸피니 공원, 그 100년의 역사 방콕의 가장 중심지에 자리잡은 “룸피니 공원(Lumpini Park)”은 태국 최초의 공공 공원이자 “방콕의 허파”로 불리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공원 개장, 시기 및 역사의 시작 룸피니 공원은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녹지로, 그 역사는 1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배경 및 개장 : 1920년대 라마 6세(Vajiravudh)의 지시로 조성되었다. 원래 이 부지는 왕실 소유의 땅('퉁 살라 댕')이었으나, 1925년 태국의 산물과 공예품을 전시하는 박람회(Siam Rath Museum) 개최를 위해 국가에 기증되었다. 박람회가 끝난 후 대중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1925년에 공식적으로 공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름의 유래 : '룸피니'라는 이름은 부처님이 탄생한 네팔의 '룸비니(Lumbini)'에서 따왔다. 이는 태국의 깊은 불교적 전통과 평화의 장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라마 6세 동상 : 공원 남서쪽 정문 앞에는 공원 조성을 기념하기 위해 1942년에 세워진 라마 6세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옛날에는 공원이 어땠을까? 과거의 룸피니 공원은 지금의 평화로운 휴식처와는 꽤 다른 모습과 역할을 거쳐왔다. ❖도시의 외곽에서 중심으로 : 1920년대 조성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방콕의 '외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방콕이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현재는 고층 빌딩이 빽빽한 상업 중심지(실롬/사톤 지역) 한가운데 위치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영 :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의 군사 야영지(캠프)로 사용되는 아픈 역사를 겪기도 했다. ❖ 과거의 시설들 : 1925년 태국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 이곳에 세워졌다. 또한, 과거에는 공원 내에 공공 수족관이 있었으나 현재는 운영을 중단한 지 오래되었다. 1960년대에는 호수 중앙에 '킨나리 나바(Kinnari Nava)'라는 물 위의 레스토랑이 있었으나 화재로 소실되었다. 제1회 방콕 인터내셔널 모터쇼(Bangkok International Motor Show)가 바로 룸피니 공원에서 개최되었다. ❖ 개최 시기 : 1979년 4월 2일 ~ 4월 6일 ❖ 역사적 의미 : 태국에서 열린 최초의 공식 모터쇼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참여하는 자동차 회사가 많지 않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태국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킨 기념비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마하 와찌라롱꼰 왕세자(현 라마 10세)가 개막식 테이프 커팅에 참석하기도 했다. 공원 내에 텐트나 임시 부스를 설치하고 차를 전시했던 1979년 당시의 모습은 고층 빌딩과 자연이 어우러진 지금의 룸피니 공원 풍경과는 또 다른 이색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반려견 출입금지, 독특한 태국의 공공 공원 규칙 한국이나 다른 해외에서 생활했던 많은 사람들이 태국내 공원 출입에서 가장 큰 의문을 품었던 규칙 중 하나는 반려견 출입이 제한되는 공원측의 강력한 규칙일 것이다. 쉽게 이해가 안되는 규칙이지만 지금도 각 공원에서 철저히 지켜지는 규칙중 하나가 바로 공원 이용객들의 반려견 출입 제한이다. 태국 공공 공원의 반려견 출입 금지, 그 이면에 숨은 3가지 결정적 이유 태국, 특히 방콕의 주요 공공 공원에서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반려견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해 온 것은 단순히 동물을 배척해서가 아니다. 방콕시(BMA)가 내세운 핵심 이유는 크게 '공공의 안전', '보건 위생', 그리고 '고유의 생태계 보호' 세 가지로 요약된다. ➊ 다양한 시민의 안전과 갈등 예방 공원은 노약자, 어린아이, 그리고 개를 무서워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등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방콕시는 과거부터 "공원은 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이기도 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일부 반려인들의 부주의로 인한 목줄 풀림, 물림 사고, 소음 분쟁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아예 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정책을 펴온 것이다. ➋ 고질적인 '쏘이 독(Soi Dog)' 문제와 광견병 우려 태국은 길거리 개, 이른바 '쏘이 독' 개체 수가 매우 많은 국가다. 공원 주변을 맴도는 야생성이 강한 쏘이 독과 온순한 반려견이 마주칠 경우 심각한 영역 다툼이나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태국은 여전히 광견병(Rabies) 및 진드기 매개 질병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불특정 다수의 동물이 모이는 공원 잔디밭이 전염병 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보건 당국의 우려가 강하게 작용했다. 배설물 미처리로 인한 공중위생 악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➌ 도심 속 야생 생태계 보호 (왕도마뱀과의 충돌) 룸피니 공원이나 벤짜낏띠 공원 등은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계다. 특히 룸피니 공원에는 거대한 물왕도마뱀(Monitor Lizard)을 비롯해 각종 야생 조류와 거북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사냥 본능이 있는 반려견이 야생 동물을 공격해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소형견의 경우 2미터에 달하는 왕도마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시대의 변화와 통제의 완화 이처럼 강력했던 규제는 최근 반려 인구의 급증과 찻찻 시티판(Chadchart Sittipunt) 방콕 시장의 정책 변화에 힘입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벤짜낏띠 공원의 반려견 구역 개방을 시작으로, 최근 룸피니 도그 파크 신설까지 이어진 것이다. 단, 방콕시의 이러한 개방은 '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방콕시는 2026년 1월부터 거주지 면적에 따라 반려동물 마릿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마이크로칩 등록을 의무화하는 강력한 '반려동물 사육 및 통제 조례'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100년의 금기를 깬 작고 의미 있는 혁신 최근 룸피니 공원에는 또 하나의 조용한 변화가 생겼다. 2026년 2월 7일부로 위타유 도로(Wireless Road) 방면 출입구 쪽에 '룸피니 도그 파크(Lumphini Dog Park)'가 문을 열었다. 안내견을 제외한 반려동물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해 온 지 무려 100년 만의 일이다. 언론 보도 및 방콕시 발표 자료 분석 결과, 이 공간은 방콕시(BMA)와 방콕일본상공회의소(JCC)가 협력해 과거 주차장이었던 부지를 개조해 만들었다. 규모는 약 2라이(약 3,200제곱미터)로, 거창한 '반려견의 천국'이라 부르기엔 다소 협소하고 시설도 기본적인 수준 이다. 대·소형견의 구역을 분리하는 울타리, 오프리쉬(Off-leash) 존, 간단한 어질리티 기구와 식수대가 전부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할 만한 압도적인 시설은 아닐지라도,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활용해 현대인들의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반려동물 인구 증가)을 제도권 안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혁신'으로 평가할 만하다. 철저히 사람만을 향해 있던 공원의 문턱을 낮춰 공존의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룸피니 공원은 화려하고 완벽하게 다듬어진 테마파크가 아니다. 때로는 덥고, 때로는 매연에 시달리며, 새롭게 생긴 시설은 소박하다. 그러나 100년 전 모터쇼 텐트가 쳐졌던 잔디밭이 시민들의 에어로빅 광장으로, 그리고 다시 반려견이 흙을 밟을 수 있는 공간으로 끊임없이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주말,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룸피니 공원을 찾아 방콕의 시간과 변화를 새삼스럽게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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