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의 그림자’ 또다시... 조카 욧차난, 총리직 도전장

2025/12/22 11:26:50

‘탁신의 그림자’ 또다시... 조카 욧차난, 총리직 도전장 “탁신 가문의 영향력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태국 정치권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한숨 섞인 질문이다. 프아타이당(Pheu Thai)이 차기 총리 후보로 또다시 ‘탁신의 핏줄’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인공은 욧차난 웡사왓(Yodchanan Wongsawat). 탁신의 여동생 야오와파의 아들이자, 쏨차이 전 총리의 아들이니 말 그대로 탁신의 조카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온다” 욧차난은 출사표를 던지며 태국이 경제, 지정학, 기술적 충격이 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AI와 과학 기술’이다. * 목표 : AI와 과학을 중심으로 태국을 고소득 국가로 만들겠다. * 전략 : 농업, 제조업에 첨단 기술 접목 & 디지털 정부를 통한 부패 척결. * 3대 축 : 포괄적 안보, 법치 회복, 현대적 인프라 구축. 그는 “나의 배경은 평범한 공무원 가정과 비슷하다”며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대중이 보는 건 그의 성(Family Name)이다. 혁신적인 ‘AI 국가’를 외치고 있지만, 후보 선출 방식은 구시대적인 ‘가문 정치’의 답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프아타이만이 태국을 구할 수 있다”는 그의 외침이, 과연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들릴지 아니면 지겨운 ‘탁신 왕조의 연장’으로 들릴지 지켜볼 일이다. 각 정당 후보군 프아타이당이 탁신의 조카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쯤에서 2025년 태국 정권을 노리는 각 당의 ‘간판 선수(PM Candidate)’들을 정리해본다. 단순한 인물 대결이 아니다. 세습 정치, 개혁, 그리고 타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전쟁이다. 1. 프아타이당 (Pheu Thai) 욧차난 웡사왓 (Yodchanan Wongsawat) 슬로건 : “AI와 과학으로 경제 대도약” 포지션 : [로열 패밀리의 귀환] 분석 : 탁신의 조카이자 솜차이 전 총리의 아들. ‘경제는 프아타이’라는 향수와 ‘AI/하이테크’라는 미래 비전을 섞었다. 하지만 본질은 ‘탁신 가문의 수성(守城)’이다. 보수 기득권과 손잡은 프아타이의 안전한 선택지지만, “또 탁신이냐”는 유권자의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 2. 국민당 (People’s Party / 구 전진당 후신) 나타퐁 르엉빤야웃 (Natthaphong Ruengpanyawut) 슬로건 :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 포지션 : [꺾이지 않는 개혁가] 분석 : 피타 림짜른랏의 바통을 이어받은 국민당(Prachachon)의 리더. 욧차난과 마찬가지로 IT/테크에 능통하지만 방향이 다르다. 군부 개혁, 독점 타파 등 ‘시스템의 변화’를 외친다. 지난 총선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빼앗겼던 젊은 층의 분노가 그를 다시 밀어올릴 수 있을지가 포인트. 3. 품짜이타이당 (Bhumjaithai) 아누틴 찬위라꾼 (Anutin Charnvirakul) 슬로건 : “갈등 없는 태국, 실리 추구” 포지션 : [최강의 킹메이커 & 어부지리] 분석 : 현 연립정부의 핵심축. 어느 쪽과도 손잡을 수 있는 유연함(혹은 기회주의)이 무기다. 프아타이와 국민당이 서로 과반을 못 채우고 싸울 때, ‘중재자’를 자처하며 총리직을 낚아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 보수층에게는 탁신보다 안전하고, 개혁 세력에게는 덜 위협적인 대안으로 포장 중이다. 4. 루엄타이쌍찻당 (UTN) 피라판 살리랏타위팍 (Pirapan Salirathavibhaga) 슬로건 : “국가 안보와 왕실 수호” 포지션 : [강성 보수의 아이콘] 분석 : 쁘라윳 전 총리의 유지를 잇는 보수의 적통.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노년층과 군부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지지율은 예전만 못하지만, 선거 후 연정 구성 시 보수 연합의 캐스팅보트를 쥘 힘은 여전하다. 결전의 날은 ‘2026년 2월 8일’ 태국, 선거 모드 돌입 “그래서, 그들은 언제 투표소로 가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확정됐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ECT)가 어제(15일) 공식 발표를 내놨다. 지난 12일(금) 아누틴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면서 시계가 빨라졌고, 이제 남은 건 약 50일간의 진검승부뿐이다. ■ 핵심 일정 캘린더 선거일 (D-Day): 2026년 2월 8일 (일요일) 이날이 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전의 날’이다. 사전 투표일: 2월 1일 (일) 본 투표일에 참여하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한 날이다. 후보자 등록: 2025년 12월 27일~ 31일 각 당의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등판하는 기간이다. 이번 연말은 선거 유세로 시끌벅적할 예정이다. ■ 관전 포인트: 억지로 최대한 임기를 끌고간다면, 최대 2027년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아누틴 총리가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본인과 연정 파트너들에게 가장 유리한 타이밍을 계산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제 각 정당은 연말연시 휴가도 반납하고 총력전에 들어간다. 방콕 거리는 곧 선거 벽보와 유세 차량으로 뒤덮일 것이다. 여행자들에게는 조금 소란스러울 수 있겠으나, 태국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뜨거운 현장을 목격할 기회이기도 하다. [Election Schedule] - 총선 날짜: 2026.02.08 (일) - 후보 등록: 2025.12.27 - 12.31 - 사유: 의회 해산 (2025.12.12)에 따른 조기 총선 이번 선거판은 ‘탁신의 그림자(욧차난)’와 ‘개혁의 불씨(나타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웃고 있는 ‘현제 주요 인물(아누틴)’의 삼파전이다. 욧차난이 내세운 ‘AI 경제’는 매력적인 포장이지만, 결국 태국 국민이 “과거의 이름값(탁신 가문)”을 선택할지, 아니면 지난번 좌절됐던 “새로운 시대(국민당)”를 다시 한번 밀어줄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흥미로운 건, 누가 이기든 태국 정치는 또다시 시끄러울 예정이라는 점이다.

태국인의 식탁, 그 변하지 않는 영혼의 맛

2025/12/16 13:52:21

태국인의 식탁, 그 변하지 않는 영혼의 맛 벤츠를 타든 툭툭을 타든, 집으로 돌아오면 찾는 그 맛 태국의 '된장찌개', 남프릭 쁠라투(Namprik Pla Tu) 한국인에게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가장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얼큰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 또는 짜장면을 꼽을 것이다. 화려한 미식의 나라 태국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똠얌꿍? 팟타이? 아니다. 태국인들의 DNA에 가장 깊숙이 각인된 진짜 소울푸드는 바로 '남프릭 쁠라투(Namprik Pla Tu)'다. 겉보기엔 소박하다 못해 투박하다. 노릇하게 튀겨낸 생선 한 마리,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고동색 소스, 그리고 삶은 채소들. 하지만 이 한 상 차림에는 태국의 역사와 가족, 그리고 그리움이 담겨 있다. 1. 쁠라투(Pla Tu): 서민의 친구, '목 꺾인 생선'의 미학 '남프릭 쁠라투'는 이름 그대로 '남프릭(고추 소스)'과 '쁠라투(고등어과 생선)'가 합쳐진 요리다. 여기서 주인공인 쁠라투(Pla Tu)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태국 재래시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대나무 바구니 ‘깽’(Kheng)에 담긴 조그만 생선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목이 'ㄱ'자로 꺾여 있다. 이는 좁은 바구니에 생선을 두 마리씩 채워 넣기 위해 어부들이 목을 꺾어 넣던 방식에서 유래했는데, 이제는 '목 꺾인 쁠라투(Pla Tu Na Ngor)'가 아니면 진정한 쁠라투로 치지 않을 정도다. 특히 강과 바다가 만나는 '매끌롱(Mae Klong)' 지역의 쁠라투를 최고로 친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갯벌에서 자라 살이 기름지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태국 서민들에게 쁠라투는 과거부터 가장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한국의 자반고등어처럼, 태국인의 밥상 머리에는 항상 이 짭조름하고 고소한 생선 튀김이 놓여 있었다. 2. 남프릭 까삐: 태국 맛의 '원점' 생선이 몸체라면, '남프릭 까삐(Namprik Kapi)'는 이 요리의 영혼이다. 한국의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태국 가정마다 냉장고에 반드시 있는 것이 바로 이 소스다. * 까삐(Kapi): 잔새우를 발효시킨 페이스트(새우 된장과 비슷하다). * 재료: 까삐에 태국 고추(프릭키누), 마늘, 라임즙, 야자 설탕(팜슈가), 가지 등을 절구에 빻아 넣는다. 이 소스는 강렬하다. 짜고, 맵고, 시고, 달콤하고, 감칠맛이 폭발한다. 갓 튀겨낸 쁠라투의 담백한 살점 위에 이 자극적인 남프릭을 살짝 얹고, 삶은 양배추나 오이, 차옴(아카시아 잎 튀김)을 곁들여 밥과 함께 먹는 순간, 태국인들은 비로소 "집에 왔다"고 느낀다. 3. 미스 유니버스가 선택한 '고향의 맛' (Fact Check) 자, 이제 당신이 궁금해했던 그 일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미인 대회 우승자가 가장 원했던 음식이 정말 이 투박한 '남프릭 쁠라투'였을까? 사실이다. 이 전설적인 일화의 주인공은 1988년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 '폰팁 나키룬카녹(Porntip Nakhirunkanok, 애칭 Bui)'이다. 그녀는 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미국 LA로 이민을 간 이민 1.5세였다. 1988년 대회 당시, 서구적인 외모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일각에서는 "그녀가 정말 태국인인가?"라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우승 후 태국으로 금의환향한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전 국민을 감동시켰다. 기자들이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주저 없이 태국 토속 음식들을 꼽았다. 당시 그녀가 태국에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는데, 그 식탁의 중심에 바로 '남프릭 까삐와 쁠라투 튀김'이 있었다. 미국에서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고 자랐을 것 같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손으로 쁠라투의 살을 발라 매운 남프릭에 찍어 먹는 모습. 이 장면 하나로 그녀는 태국인들에게 '우리의 딸'로 완벽하게 받아들여졌다. 이후로도 여러 미인 대회 출전자들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솜땀이나 남프릭 쁠라투를 찾는 것이 하나의 클리셰처럼 굳어졌을 정도다. 4. 단순한 음식이 아닌 '가치'를 먹는다 현대 태국 사회에서 남프릭 쁠라투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로 '건강'과 '중용'이다. 기름진 볶음 요리가 많은 태국 음식 중에서 남프릭 쁠라투는 채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밸런스의 건강식이다. 또한, 전 국왕인 라마 9세가 주창했던 '충분 경제(Sufficiency Economy)'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화려하고 비싼 외래 음식 대신, 우리 땅에서 나는 채소와 흔한 생선으로 차린 소박하지만 영양 가득한 밥상. 태국인들에게 이 음식은 검소하지만 품위 있는 삶의 태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Editor’s Note 방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길거리의 허름한 식당에서도 '남프릭 쁠라투' 세트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태국의 진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팟타이는 잠시 미뤄두자. 잘 튀겨진 ‘쁠라투’ 한 점에 보랏빛 남프릭을 올리고 따뜻한 밥과 함께 입에 넣어보라. 맵싸한 향이 코끝을 찡하게 울릴 때, 당신은 비로소 태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GOURMET GUIDE] 방콕에서 만나는 '진짜 태국의 맛' 방콕 현지인들이 "이 집 남프릭과 쁠라투는 찐이다"라고 인정하는 곳들이다. 1. 쌍우안 시리 (Sanguan Sri) "가장 완벽한 클래식" * 위치: 플런칫(Phloen Chit) 역 근처, 와이어리스 로드(교민잡지 722호 베스트레스토랑 참조할것) * 특징: 1970년부터 운영된 전설적인 노포.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되었으며, 화려함보다는 '맛' 하나로 승부하는 곳. * 메뉴: 이곳의 '남프릭 까삐 깝 쁠라투(Nam Prik Kapi Kub Pla Tu)'는 교과서 그 자체. -맛의 포인트: 비린내가 전혀 없는 바삭한 쁠라투 튀김과, 절구에 직접 빻아 만든 진한 남프릭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곁들여 나오는 차옴(아카시아 잎) 튀김과 삶은 채소의 구성이 가장 전통적인 곳이다. - 주의: 일요일은 휴무이며,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로 웨이팅이 길다. 2. 반 아이스 (Baan Ice) "태국 남부의 강렬한 한 방" * 위치: 아이콘 시암, 통로, 엠쿼티어 등 주요 쇼핑몰 입점 * 특징: 태국 남부 지방(Southern Thai)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 창립자의 할머니 레시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 메뉴: '남프릭 까삐(Nam Prik Kapi)' 세트를 주문하면 쁠라투가 함께 나온다. -맛의 포인트: 남부 음식답게 남프릭의 매운맛이 강렬하고 화끈하다. 쁠라투 또한 아주 바삭하게 튀겨내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매운맛을 즐긴다면 이곳이 최고의 선택이다. 3. 깝 카오 깝 쁠라 (Kub Kao Kub Pla) "실패 없는 접근성 1위" * 위치: 시암 파라곤, 센트럴 월드, 엠쿼티어 등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에 입점 * 특징: '밥과 생선'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태국 가정식을 정갈하고 깔끔하게 선보이는 프리미엄 체인이다. * 메뉴: '남프릭 까삐 쁠라투 (Nam Prik Kapi Set with Mackerel)'가 상시 메뉴로 있다. -맛의 포인트: 가장 대중적인 입맛에 맞춘 밸런스 좋은 맛이다. 위생적이고 시원한 쇼핑몰 안에서 쾌적하게 '손으로 뜯는 맛'을 즐길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특히 추천. 4. 더 로컬 (The Local by Oam Thong) "귀한 손님 대접하듯" * 위치: 스쿰빗 23 (아속역 근처) * 특징: 고택을 개조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태국 전역의 숨겨진 고대 레시피를 재현하는 곳이다. * 메뉴: '남프릭(Nam Prik)' 세트 메뉴가 매우 훌륭하다. -맛의 포인트: 이곳의 쁠라투는 최고급인 '매끌롱' 산을 사용하여 살이 통통하고 고소하다. 플레이팅이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워 사진 찍기에도 좋으며, 격식 있는 식사를 원할 때 제격임. [TRAVEL SPOT] 쁠라투의 고향, 매끌롱 시장 (Mae Klong Market) 기차가 지나가는 그곳, '접는 우산 시장'의 비밀 방콕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위험한 기찻길 시장'으로 더 잘 알려진 ‘매끌롱 시장(Talat Rom Hoop)’은 사실 태국 최고의 쁠라투 산지다. 1. 왜 매끌롱 쁠라투인가? 앞서 언급했듯, 매끌롱 강 하구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자란 쁠라투는 살이 통통하고 기름기가 흐른다. 태국 사람들은 '목이 꺾인(Na Ngor)' 매끌롱산 쁠라투를 최고급으로 친다. 시장을 걷다 보면 대나무 바구니(Kheng)에 목이 꺾인 채 담긴 생선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2. '남프릭 쁠라투' 미식 여행 팁 * 찐 쁠라투 구매: 시장 곳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쁠라투를 판다. 바로 먹을 수는 없지만, 숙소에 주방이 있다면 구매해서 살짝 굽거나 튀겨보라.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 미양 쁠라투 (Miang Pla Tu): 시장 내 노점상에서 '미양 쁠라투'라는 간식을 찾아보자. 쁠라투 살과 쌀국수, 각종 허브를 채소에 싸서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인데, 남프릭 쁠라투의 '한 입 거리'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3. 기차 시간표 (핵심 정보) 기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 상인들이 순식간에 천막을 접는 장관을 보려면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연착이 잦으니 현지에서 재확인 필수!) ▶ 기차 도착 : 08:30, 11:10, 14:30, 17:40 ▶ 기차 출발 : 06:20, 09:00, 11:30, 15:30 * Tip: 오전 8시 30분이나 11시 10분 도착 시간에 맞춰 가면 가장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민 생선' 쁠라투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태국 수산청(Department of Fisheries)의 자료와 현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쁠라투의 현재 상황을 긴급 리포트 형식으로 정리했다. '국민 생선' 쁠라투의 위기: 그 많던 쁠라투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과거 태국 바다에 그물만 던지면 올라오던 것이 쁠라투였다. "돈 없으면 쁠라투에 밥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민의 배를 채워주던 이 흔한 생선이, 이제는 '금(金)라투'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태국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 충격적인 어획량 감소: "씨가 마르고 있다" 태국 수산청 통계에 따르면, 태국 만(Gulf of Thailand)의 쁠라투 어획량은 지난 10년 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 감소세: 2010년대 초반 연간 10만 톤을 상회하던 어획량이 최근 몇 년 사이 2~3만 톤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해는 전성기의 10%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크기 변화: 더 심각한 건 크기다. 시장에 나오는 태국산 쁠라투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성체가 되기도 전에 잡아버리기 때문이다. 2. 식탁을 점령한 ‘수입 쁠라투' (수입산의 습격) 지금 방콕의 시장이나 마트에서 보는 쁠라투의 상당수는 사실 태국산이 아니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부족하니, 태국은 이제 쁠라투 수입국이 되었다. * 주요 수입국: 인도, 인도네시아, 오만, 파키스탄 등에서 대량으로 들어온다. * 맛의 차이: 태국인들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태국산(특히 매끌롱 산)은 껍질이 얇고 살이 부드러우며 고소한 반면, 수입산은 껍질이 두껍고 살이 퍽퍽하며 특유의 냄새가 덜하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 때문에 서민 식당의 메뉴는 이미 수입산으로 많이 대체되었다. 3. 왜 이렇게 되었나? (3대 원인) 전문가들은 쁠라투 위기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➊ 남획(Overfishing): 가장 큰 원인이다. 어부들이 다 자란 성체뿐만 아니라, 치어(새끼)까지 싹쓸이하는 미세한 그물을 사용해 왔다. 태국인들이 '쁠라투 치어 튀김'을 별미로 즐기는 문화도 한몫했다. 엄마 고기가 없으니 새끼가 태어날 리 만무하다. ➋ 기후 변화: 태국 만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플랑크톤 생태계가 변했다. 먹이가 줄어든 쁠라투가 서식지를 옮기거나 번식에 실패하고 있다. ➌ 환경 오염: 해양 오염으로 인해 연안의 산란장이 파괴되고 있다. 4.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 "바다를 닫습니다" (Pid Ao) 태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태국 만 폐쇄 (Closing the Gulf): 매년 산란기(주로 2월~6월 사이, 지역별 상이)가 되면 춤폰, 쁘라쭈압키리칸 등 주요 해역에서의 어업을 전면 금지한다. * 캠페인: "새끼 쁠라투를 먹지 맙시다(Stop eating baby Pla Tu)"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려 노력 중이다. 실제로 편의점 등에서 팔던 작은 생선 스낵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다. 5. 매끌롱 쁠라투는 안전한가? 앞서 소개한 '매끌롱 쁠라투' 역시 예전만큼 풍족하지 않다. * 가격 폭등: 매끌롱 산 진짜(Authentic) 쁠라투는 이제 명품 대접을 받는다. 크고 좋은 것은 한 마리에 100~150바트(약 4~6천 원)를 호가하기도 한다. 서민 음식치고는 상당히 비싸진 셈이다. * 계절성: 과거에는 사시사철 먹었지만, 이제는 제철(늦가을~겨울)이 아니면 진짜 맛있는 매끌롱 쁠라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태국음식‘카놈 찐’은 중국 과자?

2025/12/03 13:33:44

태국음식‘카놈 찐’은 중국 과자? 태국 음식의 세계는 늘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다른 나라의 이름을 빌려왔지만 정작 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자적인 메뉴들이다. '아메리칸 프라이드 라이스(American Fried Rice)'나 ‘롯총 싱가포르(Lod Chong Singapore)'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큰 오해를 받는 음식은 단연 '카놈 찐(Khanom Jeen)'이다. 이름만 직역하면 '중국 간식(Chinese Snack)'인 이 요리,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일까? 태국 전역을 아우르는 이 국수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지역별 특색을 찾아본다. 이름은 '중국 간식'인데 중국엔 없다? 태국 소울 푸드 '카놈찐'의 반전 태국 식당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쌀 국수, '카놈찐'. 갓 삶아낸 쫄깃한 면발에 매콤한 커리를 붓고 신선한 야채를 곁들이면, 습하고 더운 태국의 날씨조차 잊게 만든다. 태국인들의 아침 식사이자 점심, 그리고 축제 음식인 카놈찐. 그러나 이 음식의 이름 속 '찐(Jeen)'이 중국을 뜻하는 태국어 단어와 발음이 같아, 많은 이방인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게 중국 음식이라고?" 1. '중국(Jeen)'이 아니라 '숙성(Jeen)'이다 : 언어의 오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놈찐은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리법도 중국의 볶음이나 탕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음식 인류학자들과 언어학자들의 정설에 따르면, 이 이름의 기원은 태국의 고대 문명 중 하나인 '몬(Mon)족'의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 몬족 언어로 '크놈(Khnom)'은 '빵'이나 '밀가루 음식'을, '찐(Jeen)'은 '익히다' 또는 '삶다'를 뜻한다. 또 다른 학설에서는 몬족 말인 '카너옴찐(Khanom Jin)'에서 유래했다고 보는데, 여기서 '카너옴'은 '둥글게 똬리를 틀다', '찐'은 '익히다'라는 의미다. 즉, 카놈찐은 '익혀서 똬리를 튼 쌀국수'라는 조리 과정을 묘사한 몬족 단어가 태국어로 넘어오면서, 발음이 유사한 '카놈(간식)'과 '찐(중국)'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놈찐 면은 삶아낸 뒤 한입 크기로 둥글게 말아 채반에 담아내는데, 이는 몬족 언어의 원래 의미와 정확히 일치한다. 2. 천 년을 이어온 발효의 미학 카놈찐이 일반 쌀국수(꾸이띠여우)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발효'에 있다. 일반 쌀국수가 쌀가루 반죽을 바로 뽑아 말린 것이라면, 카놈찐은 쌀을 며칠간 물에 불려 발효시킨 뒤 면을 뽑는다. 이 과정에서 쌀은 유산균 발효를 거치며 특유의 시큼한 향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갖게 된다. 이는 냉장 시설이 없던 고대 동남아시아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소화를 돕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었다. 몬족이 세운 드바라바티(Dvaravati) 왕조 시절부터 전해진 이 기술은 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오늘날 태국 식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3. 지역마다 다른 '국물의 색깔' : 태국 미식 지도 카놈찐의 면발이 태국을 하나로 묶는다면, 그 위에 붓는 소스 ‘남야’(Nam Ya)는 태국의 지역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도와 같다. ✽ 중부(방콕) 생선과 코코넛의 조화 '남야(Nam Ya)' 가장 대중적인 버전이다. 생선 살을 으깨 코코넛 밀크, 끄라차이(생강, Krachai)와 함께 끓여낸다.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삶은 달걀과 튀긴 고추를 곁들이는 것이 정석이다. ✽ 남부 강렬한 강황의 맛 '남야 따이(Nam Ya Tai)' 매운맛을 즐기는 남부답게 강렬하다. 강황(Turmeric)을 듬뿍 넣어 국물이 샛노란 색을 띠며, 혀를 찌르는 듯한 매운맛이 코코넛 밀크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남부 사람들은 여기에 '싸또(Sator)'라 불리는 냄새 강한 콩이나 절인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 북부 붉은 목면화의 풍미 '남응이우(Nam Ngiao)'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의 카놈찐은 코코넛 밀크를 쓰지 않는다. 대신 돼지 등갈비와 선지, 토마토를 넣어 푹 끓여낸다. 여기에 '독응이우(Dok Ngio)'라 불리는 붉은 목면화의 말린 꽃술을 넣는데, 이것이 고기 국물에 깊은 감칠맛과 독특한 식감을 더한다. 한국의 육개장이나 선지 해장국을 연상케 하는 맛이다. ✽ 동북부(이싼) 젓갈의 깊은 맛 '카놈찐 쁠라라' 이산 지역에서는 '카오 삔(Khao Poon)'이라고도 부른다. 발효 생선 소스인 '쁠라라'를 베이스로 하여 쿰쿰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쏨땀 국물에 카놈찐 면을 비벼 먹는 '땀쑤어’ 역시 이 지역에서 시작된 별미다. 4. 장수와 결속의 상징, 그리고 금기 재미있는 점은 카놈찐이 태국 사회에서 갖는 상징성이다. 끊어지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면발은 '장수(Longevity)'와 '지속되는 사랑'을 상징한다. 때문에 결혼식이나 집들이, 승려 공양 등 경사스러운 날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면이 길게 이어지듯, 신랑 신부의 사랑도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랍니다." 태국 결혼식 피로연에서 카놈찐을 먹는 하객들의 덕담이다. 반면, 일부 지역의 장례식장에서는 카놈찐을 내지 않는 관습이 있기도 했다. 슬픔이 길게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장례식에서도 간편하게 대접하기 좋아 자주 등장한다.) 또한 카놈찐은 '뷔페의 원조' 격이다. 면과 소스만 주문하면, 식탁 위에 수북이 쌓인 신선한 허브, 숙주, 오이, 절인 야채 등은 무료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이는 태국 식문화 특유의 풍요로움과 나눔의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재 후기] 카놈찐 한 그릇에는 몬족의 역사, 태국의 지리적 특성, 그리고 사람들의 믿음이 똬리처럼 얽혀 있다. 이름은 비록 '중국 간식'이라는 오해를 쓰고 있지만, 그 속살은 가장 '태국적인' 정체성을 품고 있는 셈이다. 태국을 여행한다면 화려한 팟타이나 똠얌꿍 뒤에 숨겨진, 이 소박하고도 깊은 하얀 면발의 매력에 빠져보길 권한다. "당신의 '인생 카놈찐'은 어디인가?" 태국 카놈찐 3대 성지 카놈찐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그 지역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들이 있다. 지금 당장 떠나도 좋을 '카놈찐 로드'의 핵심 거점을 소개한다. 1. '갓 뽑은 생면'의 절대 강자 펫차분 (Phetchabun) 태국 중북부 펫차분 주의 '롬싹(Lom Sak)'과 '롬까오(Lom Kao)' 지역은 태국 내에서 "카놈찐 쎈솟(Sen Sod, 생면)"의 발원지로 통한다. ✽특징 이곳의 가장 큰 무기는 신선함이다. 미리 만들어 둔 면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식당과 달리,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반죽을 끓는 물에 짜내어 면을 삶는다. ✽먹는 법 갓 삶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면발을 작은 타래로 말아 내오는데, 식감이 떡처럼 쫄깃하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식탁 한가운데에 3~4가지 소스(남야, 남프릭 등)가 담긴 항아리를 통째로 두고,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 뷔페식 스타일이 전통이다. ✽현장 분위기 롬삭 지역 도로변에는 '쎈솟(생면)' 간판을 내건 카놈찐 전문점들이 줄지어 있어, 주말이면 방콕에서 차를 몰고 온 식도락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2. '극강의 매운맛' 남부의 자존심 : 나컨씨타마랏 (Nakhon Si Thammarat) "나컨씨타마랏의 카놈찐을 먹지 않았다면 남부에 온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콘씨탐마랏은 남부 카놈찐의 본산이다. ✽특징 이곳의 카놈찐은 '남야 빡 따이(Nam Ya Pak Tai)'라 불리는 남부식 커리가 핵심이다. 강황을 듬뿍 넣어 샛노란 색을 띠며,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고 짜릿한 맛이 특징이다. ✽압도적인 야채 나콘씨탐마랏 카놈찐의 백미는 식탁을 가득 채우는 야채 바구니(Pak Nor)다. 오이, 가지, 숙주뿐만 아니라 '룩니앙(냄새가 강한 콩)', 절인 야채, 지역 허브 등 10~20여 종의 곁들임 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매운 커리와 쌉쌀한 허브의 조화는 중독성이 강하다. 3. '붉은 국물'의 깊은 맛 : 치앙마이 & 치앙라이 (Northern Thailand) 북부의 장미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서는 뽀얀 코코넛 밀크 대신, 붉고 진한 고기 국물의 ‘남응이우(Nam Ngiao)'가 대세다. ✽특징 앞서 언급한 '독응이우(목면화 꽃술)'와 돼지 등갈비, 선지를 넣고 푹 끓여낸 국물은 한국의 육개장이나 감자탕을 연상시킨다. ✽로컬 팁 현지인들은 여기에 바삭하게 튀긴 돼지 껍질(캡무)을 부셔 넣고, 갓절임(팍깟동)을 곁들여 감칠맛과 식감을 더한다. 쌀쌀한 북부의 아침, 뜨끈한 남응이우 한 그릇은 현지인들의 소울 푸드 그 자체다. [번외] 숨은 강자 : 푸켓 (Phuket) 푸켓 타운 역시 독자적인 카놈찐 문화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아침 식사로 카놈찐을 즐겨 먹는데, 특이하게도 생선 살과 커리를 섞어 찐 ‘허목(Hor Mok)'이나 튀긴 닭고기, 그리고 삶은 계란을 반드시 곁들여 먹는 것이 푸켓 스타일이다. 에디터의 팁: 만약 처음 도전한다면 가장 대중적인 맛인 펫차분의 '생면 카놈찐'을, 매운맛 마니아라면 나컨씨타마랏을, 한국적인 얼큰함을 찾는다면 치앙마이의 '남응이우'를 추천한다. 방콕에서 '인생 카놈찐'을 만날 수 있는 맛집 4곳을 엄선했다. 취향에 따라 골라 갈 수 있도록 정통 노포, 북부식, 남부식, 그리고 미슐랭 맛집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방콕에서 꼭 가봐야 할 '카놈찐' 4대 성지 팟타이와 똠얌꿍에 지친 당신을 위해, 현지인들이 줄 서서 먹는 '진짜 태국의 맛' 카놈찐 맛집을 소개한다. 1. 50년 전통의 '요일별 한정판' 맛집: 쌍우안 씨 (Sanguan Sri) 플런칫(Phloen Chit) 역 근처 빌딩 숲 사이, 시간이 멈춘 듯한 노포가 있다. 1970년에 문을 연 이곳은 요일마다 다른 스페셜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추천 메뉴 화요일: 카놈찐 싸오남 (코코넛 밀크와 파인애플, 생강을 곁들인 상큼한 버전) 목요일: '카놈찐 깽키여우완 느어' (소고기 그린 커리 국수) - 이곳의 시그니처이자 필승 메뉴. 토요일: 카놈찐 깽키여우완 룩친 (어묵 그린 커리 국수) ✽특징 :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곳으로,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카놈찐 외에도 클래식한 태국 가정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위치 : BTS 플런칫 역 도보 5분 (와이어리스 로드) 2. '극강의 매운맛' 남부식 정통 강자 : 쿠어 클링 팍 쏫 (Khua Kling Pak Sod) "방콕에서 가장 정통에 가까운 남부 음식을 낸다"는 평을 받는 곳이다. 땀이 뻘뻘 나는 화끈한 남부식 카놈찐을 원한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추천 메뉴: '카놈찐 남야 뿌' (게살 코코넛 커리 국수). 큼직한 게살 덩어리가 듬뿍 들어간 진한 노란색 커리는 맵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신선한 야채 바구니가 함께 제공되어 매운맛을 중화시켜 준다. ✽위치: 통로(Thong Lo) 본점을 비롯해 아리(Ari), 수라웡 등에 지점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3. 치앙마이의 소울을 그대로 : 옹 통 카오 소이 (Ong Tong Khao Soi) 미슐랭 빕 구르망에 여러 해 연속 선정된 북부 음식 전문점이다. 이름은 '카오 소이(커리 누들)' 맛집이지만, 이곳의 카놈찐 또한 놓칠 수 없는 별미이다. ✽추천 메뉴: '카놈찐 남 응이우' (북부식 토마토 선지 국수). 돼지 등갈비와 선지, 붉은 목면화 꽃술(독응이우)을 넣고 푹 끓여내어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해장국 스타일'의 카놈찐이다. ✽ 위치: BTS 아리(Ari) 역 근처 (본점) 4. 줄 서서 먹는 '게살 커리'의 전설 : 넝카이 (Nong Khai / Raan Khun Ya)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만으로 유명해진 로컬 맛집이다. 특히 푸짐한 재료와 진한 국물로 '가성비'와 '맛'을 모두 잡았다. (보통 '카놈찐 남야 뿌'로 유명한 로컬 식당들은 랏프라오나 외곽에 많지만, 시내에서 접근하기 좋은 곳으로 'Krua Khun Ya' 등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로컬 바이브를 원한다면 랏프라오 왕힌에 위치한 '카놈찐 남야 뿌 쩨틱(Je Tik)' 같은 곳도 좋다. [에디터의 팁] 처음 도전하신다면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쌍우안 씨'의 목요일(그린 커리) 방문을 추천. 하지만 진정한 태국의 매운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쿠아 클링 팍 솟'으로!

방콕, 그들은 왜 '시장’을 선출할까?

2025/12/03 10:21:55

방콕, 그들은 왜 '시장’을 선출할까? 태국 77개 도 중 유일하게 선거로 뽑히는 방콕 시장, 그 뒤에 숨겨진 역사와 비밀 방콕의 수쿰빗 도로나 시암 광장을 걷다 보면, 선거철마다 거대한 포스터들이 거리를 뒤덮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열기가 태국 전역이 아니라 오직 '방콕'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이다. 치앙마이에도, 푸껫에도 도지사(Governor)는 존재하지만 그들은 투표로 뽑히지 않는다. 왜 오직 방콕 시민들만이 자신들의 리더를 직접 손으로 뽑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태국의 민주주의 역사, 중앙 집권의 딜레마, 그리고 방콕이라는 도시의 독특한 성격 속에 그 모든 이유를 담고 있다. 1. 임명직 vs 선출직: 1/77의 예외 태국에는 77개의 짱왓(Province, 도)이 있다. 그중 76개 도의 도지사는 태국 내무부(Ministry of Interior)에서 파견한 고위 공무원들이다. 쉽게 말해 중앙 정부가 "당신이 가서 저 지역을 관리하시오"라고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역 주민의 눈치보다는 자신을 임명한 중앙 정부의 지시를 더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콕은 다르다. 방콕 시장은 방콕 광역 행정청(BMA, 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의 수장으로, 4년마다 시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이는 방콕이 단순한 행정 구역을 넘어 '국가 안의 국가'처럼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상징이다. 2. 1975년, 민주주의의 바람과 함께 시작되다 이 독특한 시스템은 언제 시작됐을까? 시계를 1970년대로 돌려보자. 1973년, 태국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학생 봉기가 일어났다. 군부 독재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 거대한 물결은 사회 전반에 '분권'과 '자치'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다. 이 흐름 속에서 1975년, '방콕 광역 행정청법(BMA Act)'이 제정됐다. 당시 정부는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앓던 방콕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 정부의 지시만 기다리는 관료보다는 시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선출직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방콕 시민들은 내무부 장관이 꽂아준 사람이 아닌, 자신들이 선택한 사람에게 시청 열쇠를 맡기게 된 것이다. 3. 왜 다른 지역은 안 될까? : '갓파더'의 공포 여기서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왜 치앙마이나 촌부리 같은 다른 큰 도시에는 적용하지 않았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방콕의 특수성(인구 밀집도, 경제 규모 등)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앙 정부의 오래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지방에는 이른바 '짜오 포(Jao Pho)'라고 불리는 지역 유지 혹은 '대부(Godfather)'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사병에 가까운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중앙 정부는 지방 선거를 전면 허용할 경우, 이 지역 토호들이 합법적인 권력(도지사)까지 거머쥐고 중앙 정부에 대항하거나 부패 왕국을 건설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방콕은 시민 의식이 높고 제도가 정착되었으니 괜찮지만, 지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중앙의 통제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대표적인 케이스가 촌부리에서 활약했던 깜난포) 4. 방콕 시장, 정치의 풍향계가 되다 방콕 시장 선거는 단순히 행정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 태국 전체의 민심을 읽는 가장 정확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잠롱 스리무엉 (Chamlong Srimuang) 1990년대 초, '청렴'을 무기로 당선된 그는 퇴역 장군 출신이지만 금욕적인 생활과 부패 척결 이미지로 방콕 정치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청백리 방콕 시장으로 유명하다. ✽찻찻 싯티판 (Chadchart Sittipunt) 가장 최근인 2022년, 무려 138만 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이념 논쟁 대신 "새벽 4시부터 조깅하며 민원을 처리하는" 실용주의와 데이터 기반 행정을 내세웠다. 그의 당선은 방콕 시민들이 더 이상 정치 싸움이 아닌, '내 삶을 바꿔줄 유능한 일꾼'을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사건이었다. 실제로 그는 방콕시 주요 행사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어디든 나타난다. 심지어 방콕에서 활동하는 각 국가 단체 행사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5. 여행자가 느끼는 '선출된 권력'의 맛 방콕을 여행하는 당신에게도 이 시스템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노점상과 보도블록 방콕의 고질적인 문제인 보도블록 정비나 노점상 규제는 주지사의 성향에 따라 180도 바뀌게 된다. 어떤 시장은 "거리의 활기"를 중시해 노점을 허용하고, 어떤 시장은 "보행권"을 중시해 싹 밀어버리기도 한다. ✽홍수와의 전쟁 우기만 되면 물에 잠기는 방콕. 선출직 방콕 시장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배수 터널 공사나 운하 준설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비가 올 때마다 시장이 장화를 신고 현장에 나타나는 쇼맨십을 보이는 것도 유권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공원과 녹지 최근 방콕에 벤자키티 공원 등 거대 녹지가 늘어나는 것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 절반의 민주주의? 방콕 시장 선거 제도는 도입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콕만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이는 태국의 민주주의가 가진 가능성(시민 참여를 통한 변화)과 한계(여전히 강력한 중앙 집권)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쏨땀” '이싼’ 향토음식에서 '국민 소울푸드'가 되기까지

2025/11/18 14:10:41

“쏨땀” '이싼’ 향토음식에서 '국민 소울푸드'가 되기까지 태국인의 정신을 사로잡은 '마성의 샐러드 쏨땀' 한때 태국 북동부 이산(Isaan) 지방의 투박한 향토 음식으로 여겨졌던 이 파파야 샐러드는 어떻게 태국 전역의 식탁을 점령하고 '태국의 김치'라 불리는 국민 소울푸드가 되었나. 그 화려한 변천사를 찾아본다. "쏨땀(Som Tum)은 단순한 샐러드가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짠맛, 신맛, 단맛, 매운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경험'이다." 방콕의 한 요리 전문가는 쏨땀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름 자체가 그 본질을 드러낸다. '쏨(Som)'은 '시다'는 뜻이고, '땀(Tum)'은 '찧다'는 동사다. 서양식 샐러드처럼 그릇에 재료를 넣고 버무리는(Toss) 것이 아니라, 절구(Mortar)에 재료를 넣고 찧어(Pound) 맛을 융합시킨다. 이 '제어된 으깨기' 방식이 쏨땀 맛의 핵심이다. 마늘과 쥐똥 고추(프릭 키누)를 먼저 찧어 향을 폭발시키고, 라임즙과 피시 소스, 야자 설탕이 어우러져 반짝이는 드레싱을 만든다. 그 후에 아삭한 녹색 파파야, 긴 줄기 콩, 토마토가 들어가 맛이 스며들되 식감은 살아있는 'Zaap Nua(쎕 누어)'(풍부하고 조화로운 맛)가 완성된다. 1. 기원 : 이싼의 심장, '쏨땀 쁠라라(빨라)' 쏨땀의 고향은 태국 북동부 이싼 지역이다. 그리고 그 원형은 '쏨땀 쁠라라(Som Tum Pla Ra)'다. 이것은 외국인에게 '관문' 격인 '쏨땀 타이'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 세련됨보다는 거칠고, 균형보다는 강렬하다. 핵심 재료는 '쁠라라(Pla Ra)', 즉 강렬한 향의 민물 생선 발효 소스다. 여기에 작은 민물 게 절임(Pu)을 통째로 찧어 넣은 '쏨땀 뿌 쁠라라(Som Tum Pu Pla Ra)'는 이싼 스타일의 정수로 꼽힌다. 게 껍데기의 바삭함과 짭조름한 미네랄 노트가 어우러져 이 음식이 태어난 논과 밭을 연상시킨다. 이 강렬한 쿰쿰함과 짠맛. 이것이 바로 이싼의 영혼이었지만, 오랫동안 방콕의 세련된 입맛과는 거리가 있었다. 쏨땀이 이싼 출신 노동자들의 향수 어린 식사, 혹은 특정 지역의 '강한' 음식으로 여겨졌던 이유다. 2. 변신 : 수도를 점령한 '쏨땀 타이' 쏨땀이 이싼의 경계를 넘어 태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데는 결정적인 '변신'이 있었다. 바로 '쏨땀 타이(Som Tum Thai)'의 등극이다. 쏨땀 타이는 쏨땀의 '세계화 버전'이자 '근대화'의 상징이다. 이 버전은 대담한 도전을 감행했다. 쏨땀의 정체성이었던 강렬한 발효 향, 즉 '쁠라라'를 과감히 제거했다. 대신 볶은 땅콩과 말린 새우를 넣어 고소함과 감칠맛을 더했다. 맛은 밝고 깨끗해졌으며, 매운맛, 신맛, 단맛, 짠맛의 균형에 집중했다. 쁠라라의 강한 향에 익숙지 않던 방콕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이 '세련된 샐러드'에 열광했다. 이는 쏨땀이 '지방 음식'이라는 인식을 벗고 '태국 요리'의 대표 주자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소금에 절인 오리알 노른자를 넣어 크리미한 풍미를 더한 '쏨땀 카이 켐(Som Tum Kai Kem)'이나, 파파야 대신 옥수수를 넣은 '땀 카오 포드(Tum Khao Pod)' 등이 등장하며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3. 진화 : 경계 없는 캔버스 오늘날 쏨땀은 '태국의 김치'라는 별명에 걸맞게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땀(Tum)'이라는 '찧는 기법'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기 때문이다. 태국 남부에서는 피시 소스 대신 새우 발효 페이스트인 '까삐(Kapi)'를 사용해 더 복합적인 바다 향을 내는 '쏨땀 까삐'를 즐긴다. '땀 마무앙(녹색 망고 샐러드)', '땀 폴라마이(과일 샐러드)'처럼 파파야가 아닌 다른 재료를 찧어 만드는 방식도 보편화되었다. 최근에는 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퓨전 쏨땀'이 트렌드를 이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땀 살몬(Tum Salmon)'. 신선한 생 연어 큐브가 쏨땀의 매콤새콤한 드레싱과 만난다. 연어의 기름진 질감이 라임과 고추의 폭발적인 향과 충돌하며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맛을 선사한다. 4. 소울푸드가 되다 한때 거칠고 투박한 이싼의 향토 음식이었던 쏨땀. 이것이 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과정은 '적응'과 '융합'의 역사다. 쏨땀은 '쁠라라'라는 이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쏨땀 타이'라는 세련된 얼굴로 수도 방콕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땀 살몬'처럼 국경을 넘어선 재료까지 끌어안는 '현대의 캔버스'가 되었다. 논밭에서 태어난 강렬한 한 그릇(쏨땀 쁠라라)부터 도시의 세련된 레스토랑의 호화로운 한 접시(땀 살몬)까지, 쏨땀은 태국 사회의 모든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태국인들이 쏨땀에서 단순한 맛 이상의 '조화의 정신'을 발견하는 이유다. [SPECIAL SECTION] ★★★★★ 5분 완성! 나만의 '쏨땀 타이' 만들기 기사를 읽고 참을 수 없이 쏨땀이 당긴다면, 지금 당장 주방으로 향하자. 태국 현지의 'Zaap Nua(쎕 누어)'를 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장 대중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쏨땀 타이' 레시피를 공개한다. 1. 재료 준비 (1인분 기준) ✽ 핵심 재료 : 채 썬 그린 파파야 (150g, 약 두 줌), 방울토마토 (3-4개, 반으로 자르기), 롱빈 (1줄기, 4-5cm 길이로 자르기) ✽ 향신료 : 통마늘 (1-2쪽), 태국 고추(프릭 키누) (1-3개, 매운맛 조절) ✽ 소스 : 피시 소스 (1.5 큰술), 라임즙 (1.5 큰술), 야자 설탕 (1 큰술, 혹은 황설탕 대체) ✽ 기타 : 볶은 땅콩 (1 큰술), 건새우 (1 작은술) 2. '땀(TUM)'의 기술: 찧고 섞기 가장 중요한 것은 태국식 절구 '크록(Krok)'과 방망이 '싹(Saak)'이다. 없다면 단단한 믹싱 볼과 튼튼한 방망이로 대체할 수 있다. ➊단계 : 향 폭발시키기 (향신료 찧기) 절구에 마늘과 태국 고추를 넣고 쿵쿵 찧어 향을 낸다. 너무 곱게 갈지 않고 거칠게 으깨는 것이 포인트. ➋단계 : 드레싱 만들기 (소스 융합) 1에 야자 설탕을 넣고 찧어 녹인다. 그다음 피시 소스와 라임즙, 건새우를 넣고 가볍게 섞어 소스를 완성한다. ➌단계 : 재료 으깨기 (식감 살리기) 소스에 롱빈과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 볶은 땅콩 절반을 넣는다. 재료가 으스러지지 않고 멍이 들어 소스가 배어들도록 절굿공이로 3~4회 가볍게 찧어준다. ➍단계 : 버무리기 (쏨땀의 완성) 마지막으로 채 썬 그린 파파야를 넣는다. 이제부터는 찧는 것(Tum)과 섞는 것(Som)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프로의 기술 : 왼손으로는 큰 숟가락을 들고 파파야를 아래에서 위로 뒤집어주고, 오른손으로는 절굿공이로 파파야를 가볍게 쿵쿵 두드려준다. 이 과정을 1분 정도 반복하면 파파야가 소스를 머금으면서도 아삭함을 잃지 않는다. ➎단계 : 완성 및 서빙 그릇에 쏨땀을 옮겨 담고, 남겨둔 볶은 땅콩을 위에 뿌려내면 완성이다. 찰밥(카우니여우)이나 구운 닭고기(까이양)와 곁들이면 완벽한 이싼 스타일 한 끼가 된다. 셰프의 팁 (Chef's Tips) ✽ 황금 밸런스 : 쏨땀의 생명은 '단짠새콤'의 균형이다. 마지막에 꼭 소스 맛을 보고, 부족한 맛(짠맛=피시 소스, 신맛=라임, 단맛=설탕)을 보충한다. ✽ 매운맛 조절 : 태국 고추(프릭 키누) 1개는 신라면 정도, 2~3개는 불닭볶음면 수준이다. 자신 없다면 1개로 시작하자. ✽ 파파야의 신선도 : 그린 파파야는 단단하고 아삭해야 한다. 채 썬 파파야를 얼음물에 5분 정도 담갔다 사용하면 더욱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침수된 희생, 수도를 위한 방패막이

2025/11/17 11:16:15

침수된 희생, 수도를 위한 방패막이 4개월째 물에 잠긴 아유타야의 절규, “우리는 언제까지 희생해야 하는가”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옮길 데도 없어요. 지붕을 타고 올라가 2층 발코니로 겨우 드나듭니다.” 방반 지역 주민 남 캉(58) 씨의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이 배어있다. 그녀는 2011년 대홍수 때보다 지금이 더 끔찍하다고 말한다. 2011년에는 물이 더 넓게 찼지만 빨리 빠졌고, 올해는 홍수가 “더 오래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밀려오며, 매번 수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불과 한 시간 거리인 아유타야. 이곳의 저지대인 방반(Bang Ban)과 쎄나(Sena) 지구는 2017년부터 태국 정부의 홍수 관리 전략에 따라 ‘물 보관 구역(Water-retention zone)’으로 지정됐다. 6개월간의 우기 동안 상류에서 밀려드는 막대한 양의 물을 이곳에 가둬두어, 하류의 경제 중심지인 수도 방콕의 침수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희생’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주민들은 매년 홍수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방반 지역의 마을 이장 사왓 산야위리 씨는 “과거에는 홍수 수위가 2미터를 넘지 않았고, 기간도 두어 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홍수 수위가 몇 미터씩 차올라 2층집까지 잠기고, 이 악몽이 매년 최소 3개월간 지속됩니다. 당국의 물 관리 전략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싸왓 씨 역시 물에 잠긴 집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천장에 거의 닿을 듯한 높은 단상에서 잠을 자고, 집을 나설 때면 창문을 통해 배를 저어 나온다. 8월부터 짜오프라야강과 너이강이 범람하면서, 막대한 양의 물이 방반과 인근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어떤 이들은 고지대로 대피했지만, 많은 주민들은 반쯤 잠긴 집에서 임시 단상을 만들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77세의 주민 싸웽 잔피탁 씨는 “수년간 홍수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 연례행사에 지칠대로 지쳤다”며 “이 문제가 매년 우리를 덮치는데, 당국은 왜 해결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녀의 가족은 홍수로 인해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웃 쎄나 지구의 74세 여성은 집이 두 달 넘게 물에 잠겨 발에 곰팡이 감염까지 생겼다. “거의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해 속상합니다. 구호품조차 어떤 집은 더 많이 받고, 어떤 집은 덜 받는 등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아요.” 정부가 제공하는 보상금은 가구당 9,000바트(약 33만 원), 침수된 농지는 라이(1,600㎡)당 1,000바트(최대 1만 바트)에 불과하다. 싸왓 이장은 “홍수로 고립된 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고, 물이 빠진 뒤에는 집을 수리하는 데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이 정도 보상금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분노로 바뀐 체념, “홍수 게이트를 열어라” 도로 막고 시위 나선 주민들... “전문가들, 근본적인 전략 수정 없이는 방콕도 위험” 수개월간 이어진 고통과 당국의 미흡한 대처에 주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다. 체념은 분노로 바뀌어 거리로 터져 나왔다. 11월 7일, 쎄나, 방반, 팍하이 지역 주민 300여 명은 아유타야-쎄나 도로를 점거했다. 3개월 넘게 이어진 침수와 계속 상승하는 수위(당시 차오프라야 댐 방류량 초당 2,700톤)에 “더는 못 참겠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쌈코와 차오젯 수문을 열어 물을 다른 곳으로 배수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틀 뒤인 11월 9일, 방반 지역 주민들은 309번 고속도로(아유타야-앙통) 4개 차선을 모두 막아섰다. 이들 지역은 3~4미터 깊이의 물에 4개월째 잠겨 있었다. 시위대의 요구는 하나였다. “방꿍 운하 수문을 즉각 1미터 이상 열어 고인 물을 빼달라.” 이들의 절박한 시위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 7일 현장을 찾은 파라돈 총리실 장관은 주민들과 협상 끝에 수문 개방을 지시했고, 9일 왕립관개국(RID)은 10일간의 시범 운영을 전제로 수문 개방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땜질식 처방과 구조적 결함 왕립관개국(RID) 측은 “수도 보호를 위해 물 보관 구역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현재 95% 공정이 진행된 방반-방싸이 배수 운하가 완공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 싸왓 씨는 “하류 지역의 수용 능력이 확대되지 않으면 물은 어차피 병목 현상에 부딪힐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물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수코타이 탐마티랏 개방대학의 아르팃 통인 조교수는 “도로가 종종 방조제 역할을 하면서 물의 흐름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어떤 곳은 완전히 잠기고 어떤 곳은 마른 상태로 남는 ‘불공평한 침수’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주택 피해만 보상할 뿐, 홍수 기간 동안의 소득 손실이나 교육 중단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며 공정한 보상을 촉구했다. 랑싯 대학 기후변화재난센터 소장인 세리 수프라티드 부교수는 “태국의 홍수 관리 전략을 전면 개편하지 않는 한 아유타야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나콘사완(차오프라야강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 더 북쪽에 영구적인 물 보관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토지 수용과 주민 이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고는 현실로, 방콕도 안전하지 않다 아유타야 주민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월 11일, 짜오프라야 댐은 방류량을 초당 2,900톤까지 늘렸다. 태국 지리정보우주기술개발원(GISTDA)은 댐 방류량 증가로 인해 파툼타니, 논타부리, 그리고 방콕의 일부 지역까지 홍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식 홍수 방어벽 외부에 거주하는 강변 지역 사회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물난리 속에서 아유타야 주민들은 4개월째 지붕 위에, 혹은 탁자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수도 방콕의 안녕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해 온 이들의 삶은 정부의 무관심과 미봉책 속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들의 절박한 외침, “왜 아무도 이 문제를 고치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흙탕물 속에 공허하게 가라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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