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26년 권농일 거행 ‘풍년과 경제 활성화’ 예고
방콕 싸남루앙서 국왕 내외 임석 하에 전통 의식 재연 성스러운 소 ‘프라 코’, 녹두·참깨·물·술 선택하며 긍정적 전망
태국의 가장 오래된 왕실 전통 중 하나인 ‘권농일(Royal Ploughing Ceremony)’ 행사가 지난 5월 12일과 13일 양일간 방콕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수코타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의례는 농번기의 시작을 알리고 농민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태국의 상징적인 국가 행사다.
올해 행사는 12일 오후 5시 에메랄드 사원에서 거행된 불교식 ‘왕실 재배 의식’을 시작으로, 13일 오전 8시 9분 방콕 사남루앙 광장에서 힌두교 방식의 ‘토지 경작 의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는 마하 와치랄롱콘 국왕과 수티다 왕비가 직접 임석하여 농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 ‘프라 코’의 선택 : 무역 활성화와 풍성한 수확 예고
올해 권농일의 최대 관심사였던 신성한 소 ‘프라 코(Phra Kho)’의 선택은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의식에 차려진 일곱 가지 음식(쌀, 옥수수, 녹두, 참깨, 술, 물, 풀) 중 소들은 녹두와 참깨, 물, 그리고 술을 선택했다.
왕실 점성술사들의 해석에 따르면, 녹두와 참깨를 먹은 것은 곡물과 식량 자원의 풍부함을 의미하며, 물과 풀은 충분한 강수량과 농산물의 풍성함을 뜻한다. 특히 술을 마신 것은 교통 인프라의 발전과 국제 무역의 원활한 흐름, 전반적인 경제 번영을 상징하는 길조로 풀이되었다.
■ 천의 길이로 본 강수량 : 평야 지대 ‘풍작’ 기대
제주(Praya Raek Na) 역할을 맡은 농업협동조합부 사무차장은 의식 도중 세 가지 길이의 천 중 하나를 고르는 전통 점술을 시행했다. 올해 선택된 천은 6쿠엡(kueb) 길이의 천으로, 이는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다소 적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저지대 평야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수확이 예상되나, 고산 지대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량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농업 기상 전망이 제시되었다.
■ 사남루앙을 가득 메운 ‘성스러운 씨앗’ 열기
의식의 마지막 순서인 씨앗 뿌리기가 끝나자마자 진풍경이 펼쳐졌다.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남루앙 광장에 뿌려진 ‘성스러운 쌀알’을 줍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과 시민들이 일제히 달려든 것.
이 쌀알은 치트랄라다 왕실 프로젝트를 통해 재배된 고품질 종자로, 자신의 논에 섞어 뿌리면 대풍년이 들거나 행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깊다. 정장 차림의 공무원부터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들까지 흙바닥에서 쌀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찾는 모습은 태국 사회에서 권농일이 가지는 무게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1966년부터 ‘농민의 날’ 지정… 국가 정체성 확인
태국 정부는 1966년부터 권농일 당일을 ‘농민의 날(Farmers’ Day)’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법적 공휴일은 아니나 공무원, 학교, 금융권은 휴무에 들어가며 일반 기업은 정상 근무하는 독특한 휴일 체계를 가지고 있다.
권농일은 단순한 미신이나 통계적 일기예보를 넘어, 농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임을 천명하고 왕실과 민초(民草)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 농법이 도입되는 2026년 현재에도, 태국인들은 여전히 싸남루앙의 흙먼지 속에서 한 해의 희망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