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미
사랑의 정의와 어원은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답을 말하는 이도 제각각입니다. 한편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옛 노래의 가사는 참으로 옳습니다. 사랑에서 우리는 결말이 정해진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지만 결국에는 헤어지는 결말입니다. 그러나 헤어짐이 꼭 새드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헤어진다면 평범한 마무리입니다.
‘사랑하다’의 원 의미는 ‘생각하다’입니다. 중세국어에서 사랑하는 것은 생각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누구나 사랑하면 생각이 나고 생각이 나면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데 못 보면 그립고 괴롭고 아프죠. 애당초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이다지도 슬프지는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은 참으로 명답입니다. 무관심에 아픔이 있을까요? 사랑하는데 아프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사랑은 생각이기에 사랑은 그대로 배려고 양보입니다. 때로는 내가 힘든 게 낫고, 내가 아픈 게 낫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대신하여 아프고 싶었다면 그게 바로 사랑하는 겁니다. 아픈 사람만큼 나도 고통스러웠다면 그게 사랑입니다. 아픈 이보다 더 아프다면 그건 큰 사랑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이거나 애끓는 사랑, 그것도 아니라면 신의 사랑일 겁니다. 사랑이 어찌 슬프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늘 아픕니다. 그래서 기쁩니다. 우리는 사랑이 고통인지 알지만 그래도 사랑합니다. 그게 삶이죠. 사랑하며 사는 삶이죠.
사랑은 상대의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라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인 줄 알면서도 그 가슴 가쁜 기억으로, 그 추억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랑이죠. 서로 아팠던 기억이 추억이 되고, 상대의 기쁨이나 슬픔이나 아픔까지 모두 사랑이 되죠. 그런 사람이 사랑이라면, 식구 같은 사람이 없죠. 사랑에는.
저는 할 수만 있다면 하루 더 기쁘고 하루 덜 슬프기를 빌어봅니다. 큰 욕심보다는 하루를 줄이고, 하루를 늘이는 거죠. 되돌아보니 사랑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사랑받을 수 있어서 참 기뻤습니다. 사랑은 그래서 기도입니다. 덜 아프기 바라고 더 기쁘기 바라며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아프기 바랍니다.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아프고 딸, 아들은 사랑받았기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자식은 내 짐을 대신 들고, 저만치 걸어가고, 스스로 아프지만 기쁜 사랑을 합니다. 난 그런 자식을 멀리서 보면서 사랑하며 아파합니다. 사랑하기에 아프고, 아프기에 기도하고, 내가 대신 아프고 싶어 애씁니다. 사랑 참 아프지만, 사랑하고 살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런 게 행복이지 싶습니다. 사랑 참 고맙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이 삶이 행복입니다.
저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35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저의 큰아들은 작년에 일본으로 가서 결혼하여 살고 있습니다. 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곳을 지키고 있고, 그리움을 사랑으로, 고통을 사랑으로, 기쁨을 사랑으로, 행복을 사랑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입니까?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