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 타이 끼(Hia Tai Kee Visukrasat)'

2026/03/09 10:30:57

세월을 블렌딩한 도심 속 안식처 방콕'히아 타이 끼(Hia Tai Kee Visukrasat)' 화려한 카페 거리 뒤에 숨겨진 '진짜' 방콕의 맛 방콕의 카페 문화는 유행에 민감하다. 하루가 멀다고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화려한 비주얼의 디저트를 내세운 카페들이 들어서지만, 정작 태국 특유의 '숍하우스(Shophouse)' 감성을 간직한 전통 카페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카오산 로드와 방람푸(Banglamphu) 구역에서 멀지 않은 프라차티파타이 거리(Prachathipatai Rd)에 자리 잡은 '히아 타이 끼(Hia Tai Kee, )'는 바로 그 희소성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방콕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쌓인 시간의 맛을 서빙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역사 : 1952년, 정치와 담론의 장에서 전설로 1952년 처음 문을 연 '히아 타이 끼'는 올해로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인근 주민들은 물론,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모여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시국을 논하던 '커뮤니티의 허브'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깔끔한 시설을 갖추었지만, 가게 곳곳에는 여전히 빛바랜 사진과 빈티지한 소품들이 남아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정치적 담론이 오가는 투박한 '아저씨들의 아지트'는 아닐지 몰라도, 세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방콕의 '레전드'로서 그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메뉴 : 투박함 속에 깃든 '진득한' 시간의 미학 이곳의 메뉴판을 펼치면 화려함보다는 정직함이 먼저 다가온다. 태국식 아침 식사의 대안으로 꼽히는 메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기교 대신 오랜 시간 검증된 조합을 선보인다. ★시그니처 '카이 끄라타(Kai Krata)' : 작은 팬에 담겨 나오는 두 개의 계란 후라이 위에 다진 고기와 향신료가 뿌려진 요리로, 겉바속촉의 바게트와 함께 제공된다. ★클래식의 정수 : 싱가포르식 카야 토스트, 로티와 함께 즐기는 커리, 그리고 하와이의 로코모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의 메뉴들이 방문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사실 이곳의 음식들이 미쉐린 스타급의 화려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느껴지는 '느릿하지만 진득한' 맛의 깊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울림이 있다. 투박한 플레이팅 속에서도 주말 아침마다 이곳을 찾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은 바로 이 '세월의 맛'에서 기인한다. 음료 : 60바트의 사치, 스모키한 태국식 전통 커피 식사 메뉴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이곳의 커피다. 특히 '태국 전통 아이스 커피'는 이 집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단돈 50바트 내외로 즐길 수 있는 이 커피는 방콕의 뜨거운 태양 아래 지친 여행자에게 최고의 보상이다. 연유의 부드러움과 적당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그 뒤에 치고 올라오는 '스모키한 로스팅 향'이다. 나무 향이 감도는 깊고 진한 아로마는 시중의 프랜차이즈 커피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날 선 신선함을 자랑한다. 커피를 빠르게 마셔버려도 아쉬울 것은 없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무료 차(Tea)를 남은 얼음에 부어 마시는 여유 또한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분위기 및 접근성 : 방콕의 일상을 마주하는 교차로 이 지점은 활기찬 도로변 인근에 위치해 있어 방콕 시민들의 출근길 풍경과 일상의 소음이 묘한 활력을 더해준다. 생동감 넘치는 바깥 풍경과 대조적으로 카페 내부는 평화롭게 정돈되어 있어 특유의 아늑함을 선사한다. [이용 정보] ✽영업 시간 : 월~토 오전 6:00 ~ 오후 2:30 / 일요일 오전 6:00 ~ 낮 12:00 (아침~점심 위주로 일찍 문을 닫으므로 방문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 ✽위치 : 78/4 Prachathipatai Rd, Ban Phan Thom, Phra Nakhon, Bangkok 10200 ✽접근 방법 : 카오산 로드나 민주기념탑(Democracy Monument)에서 도보로 10~15분 내외 거리에 있어, 방람푸 지역을 구경할 때 아침 식사 장소로 들르기 최적의 동선이다. 총평 : 교민잡지가 선정한 '베스트 레스토랑' '히아 타이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 창밖의 풍경과 음식을 음미하다 보면, 나 자신이 방콕의 수많은 세월 속에 녹아들어 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깊이 있고, 느릿하지만 묵직한 힘이 있는 곳. 카오산이나 낭렁 마켓, 혹은 차이나타운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아침 일찍 이곳에 들러 방콕의 살아있는 역사를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마셔보길 권한다. 이곳은 충분히 교민잡지 베스트 레스토랑의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세레시아(Ceresia)

2026/02/24 16:34:01

방콕 스페셜티 커피의 개척자 '세레시아(Ceresia)'가 맞이한 새로운 아침 13년의 뚝심, 수쿰윗 41에 더 넓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틀다 13년의 여정, 그리고 새로운 집 13년 전, 방콕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쿰윗 33/1 골목 어귀에서 사람들에게 무료 커피를 나눠주며 "왜 우리 커피는 쓰지 않은지"를 매일같이 설명하던 부부, 브렛(Brett)과 루시아(Lucia)의 '세레시아 커피 로스터스(Ceresia Coffee Roasters)' 이야기다. UFM 후지 슈퍼 인근에서 소박하게 자리를 지키며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이들이 최근 수쿰윗 41(Sukhumvit 41)의 새로운 단독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후지 슈퍼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으로 인해 이전이 불가피했지만, 단골손님들을 위해 기필코 같은 동네에 남겠다는 브렛의 다짐은 우연히 빈자리가 난 이 공간을 만나며 기적처럼 현실이 되었다. 더 넓어진 공간, 변함없는 철학 새로운 세레시아는 굳이 페인트칠을 새로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완벽한 자태를 뽐낸다. 시야가 탁 트인 넓고 편안한 공간, 따스하게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매장을 포근하게 둘러싼 나무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예전처럼 로스팅 기계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오픈 키친처럼, 한 잔의 특별한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을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바라는 주인의 의도다. 채널 [V] 태국의 VJ 출신에서 베테랑 바리스타로 훌륭하게 변신한 브렛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바(Bar) 뒤를 지킨다. "10개의 매장을 열고 정작 주인이 없는 것보다, 이곳에서 손님들을 직접 맞이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그의 철학은 왜 이 공간이 이토록 따뜻한지 설명해 준다. 한 잔의 커피, 그리고 정성스러운 한 접시 이곳의 커피는 브렛의 취향을 꼭 닮아 '클린(Clean)'하면서도 각자의 고유한 캐릭터가 뚜렷하다.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겁지 않으며, 복합적이면서도 입안에 맴도는 여운이 길다. 세레시아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원두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브라질 파젠다 리오 베르데 (Fazenda Río Verde): 초콜릿, 헤이즐넛, 설탕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풍미. 산미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코스타리카 에스페란사 (Esperanza): 짙은 카라멜 베이스에 은은한 리치와 꽃향기가 어우러져 부드러움과 기분 좋은 상큼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멕시코 찬훌 (Chanjul Coffee) : 초콜릿과 카라멜의 달콤함 속에 청포도의 상쾌함과 카다멈의 향긋함이 더해졌다. ✽콜롬비아 인자 (Inzá) : 딸기, 키위, 흑설탕의 달콤함이 터지는 과일 톤 커피로 훌륭한 청량감을 준다. ✽세레시아 에스페레소 블렌드 : 브라질과 페루 원두의 조화. 초콜릿의 무게감과 자두, 꽃향기가 어우러진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에스페레소. 더 큰 집에서 채워갈 새로운 경험들 공간이 넓어진 만큼 세레시아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새로운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요리 클래스, 이케바나(일본식 꽃꽂이), 종이공예 등 다양한 워크숍이 매장 안 커다란 테이블 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싸인 삶. 유명세보다 커피와 사람을 택한 브렛에게 이곳은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다. 참고로 13년간 수많은 지점 확대 제안을 거절해 온 브렛이지만, 기존 건물의 리노베이션이 끝나면 원래의 자리에도 다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방콕 스쿰윗 거리에 두 개의 세레시아가 공존하는 즐거운 풍경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Ceresia Coffee Roasters] 위치 : 15/1 Soi Sukhumvit 41, Khlong Tan Nuea, Watthana, Bangkok 운영 시간 : 매일 08:00~17:00 전화번호 : 09 8251 4327 웹사이트 : ceresiacoffeeroasters.com

하나야 1976

2026/02/24 12:05:39

방콕 일식당의 진정한 원류(源流)를 찾아서 하나야 1976 방콕의 외식 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도시 곳곳에는 트렌디한 일본 식당과 화려한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저마다의 화려함을 뽐내며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하고 다채로운 방콕의 일식 생태계가 형성되기 전, 그들이 벤치마킹했던 '원형(Archetype)'은 과연 어디였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방락(Bang Rak) 지역의 시프라야(Si Phraya)로 발걸음을 향한다. 짜른끄룽 39(Soi Charoen Krung 39) 골목 안쪽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하나야 1976(Hanaya 1976)'이 바로 그 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름이 명시하듯, 이곳은 1976년부터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방콕의 격변을 지켜보며 일식당을 운영해 온 이곳의 인테리어, 메뉴 구성, 그리고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찬찬히 뜯어보면 방콕 내 수많은 프랜차이즈 일식당들이 무엇을 기준 삼아 성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나야 1976은 단순한 노포를 넘어, 방콕 일식당의 살아있는 롤모델이다. 과시하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은 오직 오랜 시간 기본을 지켜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기교를 덜어낸 교토의 정취, 그리고 소바의 미학 식당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정제되고 차분한 공기다. 맛만큼이나 간결함과 균형을 중시하는 교토 스타일의 일식 철학이 공간 전반에 스며 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양념으로 미각을 현혹하기보다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섬세하게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특히 이곳의 해산물 요리는 바다의 신선함을 무대 중앙에 올리며 정통 일식에 대한 깊은 존중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하나야 1976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탄탄한 '소바(Soba)' 정체성이다. 흔히 제대로 된 소바 한 그릇은 그 일식당의 기본기와 수준을 대변한다고 한다. 이곳의 면발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편안하며,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처럼 깊은 역사와 내공을 자랑함에도, 일부 스페셜 메뉴나 계절 메뉴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격대가 무척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메뉴판을 펼치면 방콕 한복판에서 이 정도의 정통 일식을 이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미소 짓게 된다. * 히야시추카 (HIYASHICHUKA): 210 THB * 짬뽕 (CHANPON): 250 THB * 라멘 (RAMEN): 190 THB * 소면 (SOMEN): 220 THB * 카타 야키소바 (KATA YAKISOBA): 250 THB * 텐자루 소바 (TENZARU SOBA): 280 THB * 야키소바 (YAKISOBA): 180 THB * 이나니와 후 자루 우동 (INANIWA FU ZARU UDON): 220 THB 높은 퀄리티의 요리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 이것이 진정한 명소의 여유다. 유연함과 품격을 겸비한 미식의 안식처 하나야 1976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특유의 '유연함'에 있다. 바쁜 일과 중 홀로 방문해 든든한 소바 한 그릇으로 완벽한 솔로 런치를 즐기기에도 좋고, 여유로운 저녁 정찬을 음미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격식을 차린 다이닝 외에도, 높은 수준의 일식을 격식 없이 편안하게 즐기고 싶을 때는 테이크아웃이라는 훌륭한 대안도 존재한다. 메뉴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주류 라인업도 돋보인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매끄럽게 어우러지는 사케나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식사 자리에 캐주얼하고 사교적인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외부의 소음과 차단된 프라이빗한 순간이 필요할 때는 독립된 다이닝 룸을 선택하면 된다. 소규모 모임,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 혹은 조촐한 축하 자리를 갖기에 이보다 더 안정감을 주는 공간은 흔치 않다. 하나야 1976은 진짜 일본 음식, 신선한 식재료, 그리고 특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편안함을 유지하는 분위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트렌드가 쉼 없이 변하는 방콕에서 일식당의 진정한 원류를 맛보고 그 깊은 뿌리를 확인하고 싶다면, 하나야 1976은 반드시 경험해 보아야 할 미식의 이정표다. FACEBOOK : www.facebook.com/Hanaya1976 주소 : 683 siphraya RD bangrak bangkok, Amphoe Bang Rak, Thailand, 10500 전화번호 : 02 233 3080 영업시간 : 매주 월요일 휴무 오전 11:15 - 오후 2:00 오후 5:30 - 오후 9:30

ANJU(안주)

2026/02/09 17:36:07

방콕의 가장 높은 하늘, ‘서울의 밤’을 쏘아 올리다 씬톤 미드타운 ‘ANJU(안주)’, 강남의 바이브와 미슐랭 셰프의 철학이 만난 미식의 정점 방콕의 루프탑은 흔하다. 하지만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진짜 한국’을 이야기하는 곳은 드물다. 칫롬역 인근 씬톤 미드타운 호텔 3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펼쳐지는 풍경은 묘한 기시감을 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방콕의 야경이지만, 공간을 채우는 공기는 서울 강남의 세련된 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방콕 최초이자 가장 높은 코리안 루프탑 바, ‘ANJU (안주)’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이곳은 미식의 최전선에서 한식의 새로운 문법을 써 내려가는 심영대 수석 셰프의 아틀리에이자, 방콕의 밤을 가장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랜드마크다. Chef’s Philosophy : “복제가 아닌 재해석, 그것이 ANJU의 정체성” 미슐랭 레스토랑을 거치며 세계 각국에서 경력을 쌓은 심영대 셰프는 ANJU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전통을 단순히 재현(Replicating)하는 것이 아니라, 방콕이라는 도시의 에너지에 맞춰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선보이는 요리는 익숙한 한식의 본질을 지키되, 표현 방식은 아주 대담하다. 그는 “한식 고유의 맛과 조합은 유지하되, 서양의 조리 테크닉을 접목해 한식이 표현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보완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글로벌 미식 무대인 방콕에서 한식이 ‘이국적인 음식’이 아닌 ‘세련된 미식’으로 통하게 만드는 그만의 필살기다. The Menu : 방어 감태쌈에서 숯불 오븐까지 ANJU의 메뉴판은 심 셰프의 이러한 철학을 증명하는 무대다. 특히 ‘K-Tapas’ 섹션의 [방어 감태쌈]은 놓쳐선 안 될 걸작이다. 셰프는 “전통적인 방어쌈을 타코(Taco) 형태로 재해석했다”며 “감태, 방어, 묵은지, 막장의 조화를 한 입에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겉모습은 모던한 타코지만, 입안에서 터지는 풍미는 완벽한 한국이다. 또한,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코리안 BBQ’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숯불 오븐을 도입했다. ‘From the Charcoal Oven’ 메뉴들은 짧은 시간 안에 깊고 응축된 스모키 향을 입혀, 굽는 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Gangnam Vibe : 밤의 자유로움을 담다 심 셰프는 ANJU가 표방하는 ‘강남의 에너지’에 대해 “단순한 화려함이 아닌,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즐기는 자유로움과 자신감”이라고 정의했다. 그 자신감은 접시 위에서도 드러난다. 대담하면서도 세련된 맛의 전개는 강남 특유의 빠른 리듬과 감각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닮아있다. [Editor’s Pick]셰프가 직접 설계한 ‘완벽한 안주의 밤’ (Pairing Course) 방콕 교민 혹은 여행자가 “오늘 밤, 실패 없는 최고의 미식 경험을 하고 싶다”고 묻는다면? 심영대 셰프가 직접 설계한 [Ultimate ANJU Course]를 그대로 따라가 보길 권한다. 이는 한 편의 기승전결이 있는 완벽한 코스다. Start : 첫인상의 미학 시작은 [방어 감태쌈 : Yellow Tail Gamtae Ssam]과 [크리스피 게장 김밥 : Crispy Kanimiso Gimbap]이다. 여기에 은은한 꽃향과 산미가 돋보이는 시그니처 [무궁화 칵테일]을 곁들인다. 가볍지만 강렬한 첫인상으로 미각을 깨우는 단계다. Second : 성숙한 안주의 맛 두 번째는 [소시지 라구 떡볶이 : Sausage Ragout Tteokbokki]다. 우리가 알던 분식이 아니다. 깊고 진한 라구 소스의 풍미는 드라이한 레드 와인이나 허브 향이 매력적인 칵테일 [초그로니(Chogroni)]와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셰프는 이를 두고 “익숙한 떡볶이에 성숙한 안주의 정체성을 더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Main : 불과 술의 조화 메인 디시는 스모크 향이 깊게 배어든 [Smoked 갈비찜 : Bone in Beef Short Rib]이다. 이와 함께 화려한 기교 대신 깔끔한 [소주] 한 잔을 곁들인다.(그렇다, 씬톤 미드타운 ‘안주’에서는 언제든 소주를 마실 수 있다) 진한 한국적 풍미와 가장 심플한 술의 만남. 절제된 페어링이 주는 묵직한 감동이 있다. Finale : 우아한 여운 마무리는 [배숙 칵테일 : Baesuk]과 [과일 빙수 : Fruit Bibimbap Bingsoo]다. 전통 디저트인 배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칵테일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정돈하며, ANJU에서의 미식 여행을 깔끔하게 매듭 짓는다. [Editor’s Secret Note] 놓치면 후회할 ‘편집장의 찐 추천’ 3선 심 셰프의 코스가 '정석'이라면, 여기 소개하는 세 가지는 에디터가 직접 먹어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히든카드'다. 메뉴판을 폈을 때 이 세 가지는 고민 없이 주문해도 좋다. ➊ 속이 꽉 찬 새우전 (Jumbo Prawn Pancake) 방콕에서 수많은 전을 먹어봤지만, 단언컨대 최고다. 이름 그대로 '점보' 사이즈의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입안 가득 씹힌다. 부드러우면서도 재료 본연의 풍미를 꽉 잡은 반죽 옷은 한국 전통 전의 품격을 보여준다. 막걸리가 생각나겠지만,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과도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➋ 마라 고추 마늘 치킨 (Mala Chili Garlic Chicken) 치킨의 민족인 한국인에게도 충격을 주는 맛이다. 완벽하게 튀겨진 크리스피 한 껍질을 베어 무는 순간, 화끈한 마라 향이 코끝을 강타한다. 알싸한 마늘 풍미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맥주 도둑'이 따로 없다. 더위로 지친 입맛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강력한 한 방이다. ➌ 토바빙 (To Ba Bing / Tomato Basil Bingsu) 이 메뉴는 '물건'이다. 토마토 바질 빙수라니, 디저트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건 '디저트의 탈을 쓴 최강의 소주 안주'다. 상큼한 토마토와 향긋한 바질의 조화가 알코올의 쓴맛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한 입 먹으면 소주 한 잔이 생각나고, 소주를 마시면 다시 빙수가 당기는 '무한 루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총평] 방콕에는 수많은 루프탑이 있다. 하지만 맛과 분위기, 그리고 셰프의 철학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씬톤 미드타운 31층 ‘ANJU’는 그 어려운 균형을 맞춰냈다. 오늘 밤, 방콕의 야경을 안주 삼아 서울의 맛에 취하고 싶다면, 이곳이 유일한 정답이다. ◆ 위치: 신돈 미드타운 호텔 방콕, 비녜트 컬렉션 31층 (BTS 칫롬/라차담리역 도보 400m) ◆ 영업시간: 오후 5시 ~ 자정 (DJ 라이브: 목~토) ◆ 전화 : +66 (0)2 796 8888 [안주는 3월부터 그랩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오후 4시30분부터 새벽 12시30분까지 방콕지역 배달 서비스가 시작된다. 또한 4월부터는 새로운 신메뉴를 소개할 예정이다]

'달걀 공화국' 태국 그 껍질 속에 숨겨진 맛의 비밀

2026/01/27 12:24:55

'달걀 공화국' 태국 그 껍질 속에 숨겨진 맛의 비밀 방콕의 아침은 닭 우는 소리가 아니라, 기름에 계란이 튀겨지는 '치익' 소리로 시작된다. 태국 미식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팟타이나 똠얌꿍을 꼽는다. 하지만 진짜 태국통(通)들은 안다. 태국 미식의 숨은 주역이자, 거리 위 가장 위대한 조연은 바로 '달걀(카이 까이)'이라는 사실. 교민잡지 726호에서는 태국 관광청이 소개한 6가지 '에그-셀런트(Egg-cellent)'한 길거리 음식들을 나침반 삼아, 그 속에 숨겨진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껍질 까듯 낱낱이 파헤쳐 본다. ◆ 사위가 처가에 가면 달걀을 튀겨준다? 본격적인 메뉴 탐구에 앞서 태국인들의 유별난 달걀 사랑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태국에서 달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국민 1인당 연간 달걀 소비량이 300개에 육박할 정도니, 한국(약 268개)보다 '달걀 친화적'인 나라다. 재미있는 건 태국의 달걀 요리에 얽힌 살벌하고도 유머러스한 전설이다. 태국 요리 중 '카이 룩 크이(Khai Look Keuy)'라는 것이 있다. 직역하면 '사위의 달걀'이다. 겉을 바삭하게 튀긴 삶은 달걀에 새콤달콤한 타마린드 소스를 얹은 요리다. 전설에 따르면, 딸을 구박하는 사위에게 장모가 경고의 의미로 이 요리를 내놓았다고 한다. "자네, 내 딸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다음번엔 접시 위의 달걀이 자네의 '그것'이 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메시지였다는 설. 물론 지금은 태국 가정식의 대표 주자로 사랑받지만, 태국 식문화에 흐르는 해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마법을 부린 길거리의 달걀들 태국 거리를 걷다 보면 평범한 삶은 달걀처럼 보이는데 꼬치에 꽂혀 있는 녀석을 마주친다. 바로 '카이 삥 쏭 크르엉(Khai Ping Song Krueng)'이다. 이건 단순한 삶은 달걀이 아니다. 일종의 '마술'이다. 노점상들은 날달걀 껍질에 작은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빼낸 뒤, 피쉬소스(남쁠라), 마늘, 후추로 간을 하고 다시 껍질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찌고 굽는다. 껍질은 그저 그릇일 뿐, 안은 훈제 향 가득한 커스터드처럼 변해있다. 한국의 찜질방 맥반석 달걀을 기대하고 한 입 베어 물었다간, 짭조름하고 탱글한 식감에 뒤통수를 맞게 된다. 겨울철 태국 북동부(이싼) 지역의 소울 푸드인 '카오 찌(Khao Jee)'도 흥미롭다. 찹쌀밥을 뭉쳐 계란물을 입혀 구운 것인데, 한국의 '누룽지'와 '계란밥'을 합쳐 놓은 듯한 맛이다. 이싼 지역의 서늘한 아침, 숯불 앞에서 호호 불며 먹는 카오 찌는 그야말로 '탄수화물+단백질'의 완벽한 결합이다. ◆ 도쿄에는 없는 '카놈 도쿄'의 아이러니 태국 길거리 간식 중 가장 미스터리한 이름, '카놈 도쿄(Khanom Tokyo)'. 얇은 팬케이크에 소시지나 커스터드 크림을 넣어 돌돌 만 간식이다. 정작 일본 도쿄에는 이 빵이 없다. 팩트 체크를 해보면, 이 간식은 1960년대 후반 방콕에 일본 다이마루 백화점이 들어오면서 탄생했다. 일본의 '도라야키'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도쿄'라는 이름만 붙은 순수 태국 창작물이다. 학교 앞 하교 시간, 태국 아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바로 이 ‘카놈 도쿄’ 리어카 앞이다. 달콤함(커스터드)과 짭짤함(소시지, 다진 돼지고기)의 조화, 단짠의 원조격이다. 이와 유사하게 '카놈 크록' 팬을 이용한 메추리알 요리 '카이 크록(Kai Krok)'이나, 숯불 오븐에 구워 겉바속촉을 자랑하는 스펀지케이크 '카놈 카이(Khanom Khai)' 역시 태국 길거리 미식의 내공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 포르투갈 여인이 남긴 달콤한 유산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디저트 속의 달걀이다. '부어 로이 카이 완(Bua Loy Kai Wan)'. 따뜻한 코코넛 밀크에 찹쌀 경단과 '수란'을 띄운 디저트다. 디저트에 반숙 달걀이라니, 한국인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고소한 코코넛 밀크와 녹진한 노른자가 만나면 의외의 크리미한 폭발력을 가진다. 여기서 역사적 팩트 하나. 태국의 달걀 디저트 역사는 17세기 아유타야 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르투갈계 혼혈 여인 '마리 기마르(타오 통 킵 마)'가 달걀 노른자를 활용한 서구식 디저트 기술을 전파했다. 태국의 전통 디저트 중 '통(Thong, 금)' 자가 들어가는 노란색 디저트들은 대부분 이때 탄생했다. 비린내를 잡고 풍미를 올리는 기술, 그 역사가 수백 년이다. ◆ 달걀을 보면 태국이 보인다 태국의 달걀 요리는 단순한 식재료의 변주가 아니다. 그 속에는 이산 지역의 추위, 1960년대의 일본 문화 유입, 17세기 아유타야의 국제 교류 역사가 모두 녹아 있다. 다음번에 태국 여행을 간다면 화려한 랍스터나 게 요리도 좋지만, 10바트(약 400원) 남짓한 길거리 달걀(카이 까이) 요리에 주목해보자.

아유타야의 ‘황금빛 전설’

2026/01/12 10:41:22

아유타야의 ‘황금빛 전설’ 비극을 달콤함으로 승화시킨 여인, 타오 통 킵 마 역사의 수레바퀴는 때로 잔혹하게 굴러가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문화는 영원히 남는다. 태국 식문화의 정점이라 불리는 궁중 디저트의 화려한 금빛 뒤에는, 17세기 아유타야 왕조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관통한 한 여인의 대서사가 숨 쉬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방콕의 거리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주하는 ‘황금빛 디저트’들은 단순한 설탕 덩어리가 아니다. 그것은 망국의 한과 개인의 비극, 그리고 동서양의 문명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만들어낸 ‘달콤한 생존기’다. 태국 디저트의 어머니, 타오 통 킵 마(Thao Thong Kip Ma). 본명 마리아 귀오마르 데 피냐(Maria Guyomar de Pinha)의 삶을 따라 아유타야의 부엌으로 들어가본다. 코스모폴리탄 아유타야의 '파워 커플', 그리고 몰락 시계바늘을 1664년으로 돌린다. 당시 아유타야는 '동방의 베니스'라 불리며 전 세계 상인들이 모여드는 국제도시였다. 마리아는 포르투갈, 일본, 벵골의 피가 섞인 혼혈로 태어났다. 그녀의 가문은 당시 일본 막부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 태국으로 건너온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다.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그리스 출신의 야심가, 콘스탄틴 폴콘(Constantine Phaulkon)과의 결혼이었다. 폴콘은 아유타야 나라이 왕(King Narai)의 총애를 받으며 무역과 외교를 주무르는 최고위 관직(Phra Khlang) 프라 끌렝에 올랐고, 마리아 역시 막강한 부와 권력을 누렸다. 서양의 식기구와 동양의 식재료가 넘쳐나던 그녀의 저택은 당대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다. 그러나 1688년, 나라이 왕이 위독해지자 '프라 페트라차'가 일으킨 혁명은 그녀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남편 폴콘은 대역죄로 처형당했고, 마리아는 모든 재산을 몰수당한 채 왕궁의 노비로 전락했다고 알려져 있다. 화려했던 귀부인이 하루아침에 감옥 같은 주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달걀 노른자의 연금술, 주방을 제패하다 절망의 끝에서 그녀를 구원한 것은 '요리'였다. 포르투갈 혈통인 그녀는 당시 태국 궁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낯설게 활용되던 식재료인 '달걀'과 '정제 설탕'을 다루는 데 능통했다고 전해진다. 일부 전승에서는 당시 달걀을 디저트로 쓰는 문화가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고도 이야기한다. 마리아는 포르투갈 수녀원에서 전해 내려오던 제과 기술을 아유타야의 풍부한 코코넛 밀크와 접목시켰다. 그녀의 손끝에서 노른자는 황금빛 실타래가 되었고, 설탕물은 보석 같은 윤기를 입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디저트의 황금색은 태국 왕실에서 '상서로움'과 '권위'를 상징하는 색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결국 그녀는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 왕실 주방의 디저트 담당자로 자리매김했고, '타오 통 킵 마(Thao Thong Kip M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는 태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드라마틱한 신분 상승이자, 미식 혁명의 순간으로 회자된다. [Focus] 불멸의 유산 : '골든 트리오(Golden Trio)' 타오 통 킵 마가 남긴 유산 중 가장 압권은 '3대 황금 디저트'다. 지금도 태국의 결혼식이나 중요한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이 디저트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축복의 메시지다. 1. 통 입 (Thong Yip) - 부를 움켜쥐다 '집다(Yip)'라는 이름처럼, 노른자를 끓는 시럽에 익혀 꽃잎 모양으로 주름 잡아 만든다. 5개 혹은 6개의 꽃잎 모양은 부와 명예를 손에 쥐고 놓지 말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2. 통 욧 (Thong Yod) - 끝없는 황금비 물방울 모양의 이 디저트는 빗방울처럼 쏟아지는 금덩이를 상징한다. 끊임없이 재물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 사업가들이 특히 사랑하는 메뉴다. 3. 퍼(f)이 통 (Foi Thong) - 장수의 실타래 포르투갈의 '피우스 드 오부스(Fios de Ovos)'가 원형이다. 좁은 구멍을 통해 노른자를 끓는 시럽에 실처럼 길게 뽑아낸다. 끊어지지 않는 긴 실은 부부의 백년해로와 장수를 의미한다. 태국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에게 이 긴 실을 먹여주는 풍습은 여기서 유래했다. [Insight] 퓨전의 미학 : 현지화된 걸작들 마리아의 천재성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적 변용'에 있었다. 유럽의 재료가 없는 열대지방에서 그녀는 놀라운 기지를 발휘했다. ✽룩 춥 (Luk Chup)의 탄생 비화 유럽의 마지팬(Marzipan)은 아몬드 가루가 필수였다. 아몬드를 구할 수 없었던 마리아는 태국의 녹두(Mung bean)를 으깨어 반죽을 만들었다. 여기에 천연 색소를 입혀 미니어처 과일 모양으로 빚어낸 것이 바로 룩 춥이다. 겉은 화려한 젤리지만 속은 담백한 녹두소가 들어있는 이 반전 매력은 태국인들의 입맛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카놈 머 껭 (Khanom Mo Kaeng) : 양파와 푸딩의 만남 서양의 커스터드 푸딩에 태국식 터치를 가미했다. 우유 대신 진한 코코넛 밀크를 쓰고, 팜슈가로 깊은 단맛을 냈다. 결정적인 한 방은 토핑이다. 얇게 썰어 튀긴 샬롯(적양파)을 올려 단맛의 느끼함을 잡고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했다. '디저트에 양파튀김'이라는 파격은 그녀였기에 가능했던 시도였다. ✽카놈 핑 (Khanom Phing)과 티안 옵 (Tian Op)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이 쿠키는 입안에서 가루처럼 녹아내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향'이다. 마리아는 태국 고유의 향초인 '티안 옵'을 태워 그 연기를 디저트에 입히는 훈연 기법을 사용했다. 서양의 쿠키 제조법에 동양의 향 문화를 입힌, 완벽한 문화적 융합이다. [Epilogue] 300년을 이어온 달콤한 위로 타오 통 킵 마, 마리아 귀오마르 데 피냐.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과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솥을 저으며 삶을 지탱했다. 그녀가 만든 황금빛 과자들은 왕족에게는 권위였겠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방콕의 왓 쩨뚜폰(왓 포) 사원 근처나 아유타야의 시장 골목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녀의 레시피를 만난다. 360년 전, 한 여인이 눈물과 설탕으로 빚어낸 이 작은 조각들은 이제 태국을 찾는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달콤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태국 식당을 찾는다면 메뉴판 구석의 디저트를 눈여겨보라. 그 샛노란 황금빛 속에는 제국을 넘어선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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