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배가 고프면 태국에서는 세븐일레븐(7-11)으로 간다

2026/10/06 11:56:22

밤늦게 배가 고프면 태국에서는 세븐일레븐(7-11)으로 간다 토스티 한 봉지부터 내일 아침거리까지, 골목의 작은 생활 창고 생수 한 병 사러 들어갔다가 뜨거운 샌드위치까지 들고 나오는 곳. 태국의 세븐일레븐은 그런 곳이다. 문이 열리면 찬 공기가 먼저 얼굴에 닿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계산대로 가는 짧은 길에 과자와 빵이 눈에 들어온다. 앞사람의 샌드위치가 구워지는 동안, 아까까지는 없던 허기마저 생긴다. 결국 한 봉지를 더 집는다. 태국에 사는 교민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늦게 일을 마쳐 식사 때를 놓쳤을 때, 집에 우유가 떨어졌을 때, 뜨거운 거리를 걷다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을 때. 거창하게 목적지를 정할 필요도 없다. 골목 어귀의 익숙한 간판을 찾으면 된다. 공과금을 내고 생활용품을 사는 일까지 이 작은 매장에서 해결한다. 여행자에게는 신기한 간식을 발견하는 장소지만, 주민들에게는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챙기는 가게다. 태국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유명 식당만 찾아다닐 일은 아니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도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다시 집게 되는 열 가지 세븐일레븐에는 신제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래도 손이 가는 품목은 따로 있다. 판매 순위를 매기기보다, 태국 편의점의 맛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열 가지를 골랐다. 세부 맛과 재고는 매장마다 다르니, 목록을 정답처럼 따라갈 필요는 없다. 1. 기다리는 몇 분까지 맛있는 핫 샌드위치 태국 세븐일레븐 이야기에서 토스티를 빼기는 어렵다. 냉장 진열대에서 골라 계산대에 건네면 직원이 프레스에 넣어 구워준다. 납작하게 눌린 빵의 가장자리는 바삭해지고, 안쪽 치즈는 녹는다. 봉지를 받아 곧장 베어 물었다가는 뜨거운 속에 놀랄 수 있다. 햄과 치즈는 무난한 출발이다. 조금 다른 맛이 궁금하면 돼지고기를 가늘게 찢어 말린 ‘무용’이 들어간 것을 골라도 좋다. 짭짤한 고기와 달콤한 소스의 조합에서 태국 빵 특유의 취향이 드러난다. 크루아상 샌드위치처럼 결이 부서지는 종류도 있어, 같은 샌드위치라도 식감이 꽤 다르다. 2. 작고 달콤한 한 병, 베타겐 베타겐(Betagen)은 냉장고에서 쉽게 눈에 띄는 야쿠르트 발효유다. 새콤한 맛 뒤로 단맛이 따라와, 한국의 작은 유산균 음료를 떠올리면 대체로 감이 온다. 오리지널을 먼저 마셔보고 과일 맛으로 넓혀가도 좋다. 식사 뒤 입가심으로 즐길 수 있지만 소화제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달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당류 표시를 확인하고 고르면 된다. 3. 빵으로 먹을까, 찰밥으로 먹을까 즉석 버거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시간이 없고, 과자로 넘기기엔 배가 고플 때 눈에 들어온다. 돼지고기나 치킨 패티에 치즈와 소스를 더한 제품을 데우면 간단한 한 끼가 된다. 갓 구운 수제버거와는 다른, 부드럽고 소스 맛이 또렷한 편의점 버거의 매력이다. 태국다운 선택은 찰밥을 빵처럼 사용한 라이스 버거다. 고기와 찰밥을 함께 먹는 익숙한 식사 방식이 손에 들기 좋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여행자에게는 재미있는 발견이고, 찰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법 실용적인 선택이다. 4. 익숙한 세 이름, 싱하·창·리오 싱하(Singha), 창(Chang), 리오(Leo). 태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저마다 익숙한 이름 하나쯤 생기는 맥주들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니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정해둘 필요는 없다. 다만 예전 주류 판매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면 고쳐둘 부분이 있다. 태국 관광청의 2026년 5월 29일 안내에 따르면 일반적인 주류 판매 허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다. 종전의 오후 2~5시 제한은 이제 없어졌다. 다만, 선거와 특정 종교일 등에 따른 별도 판매 제한은 확인해야 한다. 5. 작은 봉지를 얕보면 곤란한 벤토 벤토(Bento)는 달고 매운 양념을 입힌 쫄깃한 해산물 스낵이다. 흔히 오징어 과자로 부르지만, 오징어와 어육을 함께 사용한 제품도 있다. 처음에는 단맛이 느껴지다가 씹을수록 매운 기운이 따라온다. 봉지 색만 외워 고르기보다는 맛 이름을 보는 편이 낫다. 제품군에 따라 포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콤하고 매운 맛부터 랍(Larb) 풍미를 살린 종류까지, 작은 봉지 안에서도 태국식 양념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6. 밥상에서 과자 봉지로 옮겨간 김 한국인에게 김은 익숙하지만 타오케너이(Tao Kae Noi)를 처음 먹으면 용도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밥을 싸 먹기보다는 봉지를 열어 그대로 집어 먹는 쪽에 가깝다. 얇고 바삭한 형태, 돌돌 만 롤, 튀김옷을 입힌 종류까지 식감도 다양하다. 김 자체의 향을 좋아한다면 기본 맛부터, 자극적인 간식을 찾는다면 매운맛부터 시작하면 된다. 가볍게 집어 먹다 보면 봉지가 생각보다 빨리 빈다. 놀라운 사실은 태국 김과자 덕에 한국 김 수출 1위 국가가 태국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뉴스도 있다. 7. 저녁을 놓친 날의 도시락 냉장 간편식 코너에는 태국의 익숙한 한 끼가 작은 용기에 담겨 있다. 팟끄라파오 덮밥, 볶음밥, 마늘 향을 더한 고기 요리 등이다. 포장 속 밥과 반찬을 데우는 몇 분이면 끼니가 마련된다. 그중 다진 돼지고기를 홀리바질과 볶은 팟끄라파오무쌉은 태국식 간편식을 이해하기 좋은 메뉴다. 갓 볶아 접시에 담아주는 식당 음식과 식감까지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늦은 시간, 메뉴를 고민할 기운조차 없을 때 따뜻한 밥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8. 한국 라면과는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마마 마마(MAMA)는 태국 라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한국 라면의 매운맛에 익숙한 입에도 똠얌 계열의 새콤한 국물은 다른 인상을 남긴다. 향신료 향과 산미가 먼저 다가오고 매운맛이 뒤를 잇는다. 진한 맛을 원하면 크리미 똠얌 계열을, 좀 더 담백한 쪽을 찾으면 돼지고기 맛을 살펴보자. 컵 제품인지 봉지 제품인지도 확인할 것. 매장에서 바로 먹을 생각이라면 온수기와 취식 공간이 있는지 먼저 보는 편이 좋다. 9. 굽지 않아도 좋은 부드러운 샌드위치 토스티가 뜨거운 야식이라면, 부드러운 식빵 샌드위치는 바쁜 아침에 어울린다. 참치마요나 햄치즈처럼 익숙한 속재료도 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초록색 판단 커스터드다. 판단 잎 특유의 향에 달콤한 크림이 더해져, 식사보다는 간식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한 팩에서 두 가지 속재료를 맛볼 수 있는 제품도 고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기다리지 않고 챙겨갈 수 있다는 점이 편하다. 가열 여부와 보관 방법은 포장 안내를 따르면 된다. 10. 여행 가방에 넣기 좋은 열대과일 말린 망고와 동결건조 두리안은 생과일을 그대로 가져가기 어려울 때 떠올릴 만한 간식이다. 말린 망고는 쫀득하게 씹는 맛이 있고, 동결건조 과일은 수분이 빠져 바삭한 식감이 난다. 두리안은 가공했다고 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먹는 사람에게 선물한다면 작은 포장부터 고르는 것이 낫다. 망고도 제품에 따라 설탕을 더한 정도와 식감이 다르다. 포장 그림만 보기보다 원재료와 당류 표시를 한 번 읽어보면 선택이 쉬워진다. 과자 코너에서는 아는 상표도 다시 보자 레이(Lay’s)는 익숙한 감자칩이지만 태국 매대에서는 낯선 맛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미앙캄처럼 현지 음식에서 착안한 맛을 발견하면 봉지를 뒤집어 설명을 읽게 된다. 늘 먹던 감자칩으로 태국의 양념을 맛보는 셈이다. 다만 특정 맛이 모든 매장에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길쭉한 어포 스낵 타로(Taro)도 빼놓기 아쉽다. 바삭한 과자와 달리 조금씩 뜯어 씹는 맛이 있다. 입이 심심할 때 천천히 먹기 좋지만, 가볍다고 영양 성분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양념 제품은 나트륨 표시도 살펴볼 만하다. 술 마신 다음 날, 음료에 너무 큰 기대는 말 것 음료 냉장고에는 M-150과 카라바오 같은 에너지 음료, C-vitt 같은 비타민 음료, 코코넛 워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손이 갈 수는 있어도, 이들을 ‘숙취 해소에 즉효가 있는 음료’로 소개하는 것은 무리다. 카페인으로 잠깐 정신이 드는 느낌과 숙취에서 회복되는 것은 다르다. 비타민이나 전해질을 더 섭취한다고 숙취가 빨리 사라지는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물이나 음료를 마실 수는 있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태국의 세븐일레븐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꼭 특별한 제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저녁을 놓쳤는데 아직 따뜻한 밥을 살 수 있다는 것. 낯선 동네에서도 어디쯤 가면 물 한 병을 구할 수 있을지 짐작된다는 것. 오래 살다 보면 그런 편리함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다 늦은 밤, 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슬리퍼를 끌고 나선다. 모퉁이 너머 익숙한 간판이 켜져 있다. 오늘도 저기서 뭔가 하나는 구할 수 있겠다 싶다. 글 | 김종민 편집국장

람빵의 식탁에서 만난 세 가지 얼굴

2026/09/07 11:05:22

람빵의 식탁에서 만난 세 가지 얼굴 1. 크루아 묵다 : ‘북부 국수’보다 정확한 이름, 카놈찐 롬까오 크루아 묵다(Krua Mukda)의 중심은 카오소이가 아니라 카놈찐이다. 특히 펫차분 롬까오(Lom Kao) 계통의 카놈찐을 내세우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쌀소면에 남잉유, 남야, 남프릭 등 여러 국물을 골라 곁들이고 채소와 절임을 더한다. 뻐삐아 튀김, 돼지고기 사떼, 닭구이 같은 곁들임도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 집에서는 여러 종류의 카놈찐 국물을 작은 그릇으로 나누어 맛보는 편이 정체성을 제대로 만나는 방법이다. 영업 : 최근 공식·현지 안내는 대체로 08:00~15:00. 재료 소진과 임시휴무 가능성을 고려해 이른 점심이 안전하다. 예산 : 주문 구성에 따라 1인 약 100~250바트 선. *대체적으로 시골 밥상 인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양이 많으므로 사전에 인원수에 따른 적절한 크기와 종류로 주문해야 나중에 너무 많이 남기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➊카놈찐 견들임 채소, 카놈찐을 주문하면 테이블마다 이런 채소들이 놓여진다. 카놈찐과 함께 곁들이는 다양한 채소들로 각각의 맛과 역할이 다르므로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➋ 카놈찐의 가장 대표적인 국물, 남야와 남잉유, 옆에 쌀국수를 덜어와 국물을 곁들여 채소와 함께 먹으면 된다. ➌ 뻐삐아 텃 ➍ 입구에서 열심히 굽고있던 돼지고기 사떼 ➎ 까이양 반마리, 특이하게 세가지 소스를 같이 내준다. 2. 반 프라야 수렌 : ‘1889년 티크 고택’이 아닌 20세기 초 관사문화의 흔적 반 프라야 수렌 바이 마담 무수르(Baan Phraya Suren by Madame Musur)는 공간의 역사부터 바로 읽어야 한다. 이 집의 옛 이름은 ‘반 쩜쓱(Baan Jermsuk)’. 프라야 수렌랏차세나, 본명 쩜 짜루찐다(Jerm Charuchinda)가 살던 집으로, 박물관 자료는 건립 시점을 라마 5세 말기인 1909~1910년경으로 설명한다. 건물은 서구식 주택의 비례와 열대 기후에 맞춘 넓은 창, 환기 구조가 어우러진다. 오늘날에는 식당과 부티크 숙소로 쓰이며 오래된 집의 분위기를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 음식은 북부 요리 한 종류에 갇히기보다 타이 요리와 지역 재료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폭넓은 메뉴에 가깝다. 메뉴는 계절과 운영에 따라 바뀌므로 특정 요리를 ‘고정 시그니처’로 단정하기보다 직원에게 당일 추천을 묻는 편이 낫다. 주소 : 20 Surane Road, Sop Tui, Mueang Lampang 영업 : 식당 공식 채널 기준 대체로 10:30~21:00. 주말 저녁은 예약 권장. ➊ 치킨 마싸만 커리 :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음식 중 하나로 거의 모든 테이블에 이 음식이 놓여져 있다 ➋ 맑은 똠얌꿍 :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맑은 국물의 똠얌꿍이다 ➌ 팟싸이부어이무쌉 : 연꽃줄기와 저민 돼지고기를 곁들인 요리. 북부 특유의 요리로 메뉴 설명 자체가 음식 이름이다. ➍ 쌀국수를 새우에 말아 튀긴 새우튀김 3. 찻솜분 : 람빵 사람들이 큰 식탁을 차리는 방식 찻솜분(Chartsomboon)은 섬세한 코스요리보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큰 접시를 나누는 타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깝다. 팟타이 센짠과 민물새우, 굴전·어쑤언 계열, 게살볶음밥, 해산물 똠얌처럼 태국식과 중화풍 조리법이 겹치는 메뉴가 강점으로 꼽힌다. 람빵 상무부 지방사무소가 소개한 2025년 Thai SELECT 식당 명단에도 포함됐다. 람빵에서는 나름 유명한 맛집으로 주로 특별한 날이거나 큰 모임이 있을때 찾는 대표 음식점이다. 중국식과 태국식이 혼합된 곳으로 나름 람빵에서는 노포이자 유명 맛집에 속한다. 이 집의 장점은 화려한 계보보다 넉넉한 양과 가족 단위 식사에 맞는 메뉴 폭에 있다. 단체일때는 편하게 셋트 메뉴로 정하면 풍성한 저녁 식사를 보장할 수 있다. 예약 : 084-047-8522 예산 : 대체로 1인 약 150~500바트. 해산물과 대형 메뉴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➊ 팟끄라파오 무쌉 : 전형적인 그 맛이다. ➋ 카오팟 뿌 ➌ 얌운센 *전체적으로 모든 메뉴가 큰 접시에 담겨 나와 그 양도 꽤나 많다. 하지만 가격은 방콕 가격과 크게 비교될 정도로 저렴하다. 그렇다고 해서 맛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람빵을 방문한다면 이 식당은 꼭 한번쯤 방문 해 볼만하다.

‘피쉬몽거(Fishmonger)’

2026/05/18 12:04:51

방콕의 성수동 ‘아리(Ari)’에서 만나는 로컬 해산물의 혁명, ‘피쉬몽거(Fishmonger)’ 태국 남부 꼬 란타(Koh Lanta)의 신선함을 방콕 도심 한복판에서 맛보다 70년 된 낡은 목조 주택의 변신… 유럽풍 ‘로컬 씨푸드 바’로 재탄생 방콕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방콕의 성수동’이라 불리는 아리(Ari) 골목에 최근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는 파란색 건물이 등장했다. 쭐라롱껀 대학 인근 반탓통(Baan That Thong) 거리에서 줄 서서 먹는 ‘피시 앤 칩스’ 맛집으로 명성을 떨친 ‘피쉬몽거(Fishmonger)’가 새롭게 오픈한 아리 지점이다. 태국 현지 어업 비즈니스인 ‘란따 쁠라 타이(Lanta Pla Thai)’에 뿌리를 둔 이곳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태국 로컬 해산물의 잠재력과 매력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훌륭한 쇼룸이다. 어촌 마을의 색채를 입은 70년 된 목조 주택 식당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다채로운 색감의 어촌 마을에서 영감을 받은 피쉬몽거 아리점은 70년 된 낡은 목조 주택의 기본 골격을 보존한 채, 건물 전체를 청량한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Fishmonger Local Seafood Bar’라는 명확한 콘셉트 아래, 내부는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은 유럽의 해안가 바(Bar)를 연상케 하는 따뜻한 우드톤의 카운터와 오픈 키친이 자리 잡고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사방으로 뚫린 창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와, 복잡한 방콕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로운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다에서 식탁까지(From Sea to Serve), 타협 없는 신선함 피쉬몽거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식재료’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해산물은 태국 남부 꺼 란타 지역의 전통 어부들이 갓 잡아 올린 것들로만 채워진다. 매일 수급되는 상황에 따라 ‘오늘의 생선(Fish of The Day)’이 라인업에 오르며, 방문객들은 그날그날 가장 신선하고 질 좋은 태국산 어종을 컴포트 푸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반드시 맛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피시 앤 칩스(240바트~)’다. 이곳만의 특화된 ‘비어 바터(Beer Batter, 맥주 반죽)’ 테크닉을 적용해 얇고 경쾌하게 바삭거리는 튀김옷이 일품이다. 그날의 생선(예: 앵무새 물고기 등)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과 수제 타르타르 소스의 조합은 왜 이곳이 반탓텅에서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증명한다. 빵과 생선의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는 ‘피시 버거(280바트~)’도 놓칠 수 없다. 부드러운 브리오슈 번 사이에 겉바속촉으로 튀겨낸 붉은 돔(อังเกย) 패티를 넣고 특제 소스로 상큼함을 더했다.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신선한 베이비 코스 레터스와 쫄깃한 식감의 날새기(ปลาช่อนทะเล : 전갱이의 일종 영어로는 Cobia)를 구워 올린 ‘그릴드 피시 시저 샐러드(210바트~)’를 추천한다 아리 지점만의 특별함, 함께 나누는 타파스 ‘피쉬몽거 플래터’ 아리 지점이 로컬 씨푸드 '바(Bar)'를 표방하는 만큼,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셰어하기 좋은 타파스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피쉬몽거 플래터(790바트)’는 세 가지 요리가 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바나나 새우의 단맛과 스페인산 초리조, 마늘, 건고추가 매콤하게 어우러진 ‘초리조 새우’, 민물에 닿지 않아 극강의 선도와 단맛을 자랑하는 흰오징어를 향긋한 바질 소스에 버무린 ‘페스토 스퀴드’, 그리고 홈메이드 쿠바 빵에 곁들여 먹는 ‘갈릭 프라운’까지. 각기 다른 해산물의 개성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안주다. 마무리 식사로는 매콤한 토마토소스에 제철 생선을 더해 한국인의 입맛에도 완벽하게 부합하는 ‘스파이시 뽀모도로 피시(290바트)’가 제격이다. [편집국장 TIP] 스마트한 예약을 위한 가이드 현재 피쉬몽거 아리점은 그 인기만큼이나 입장 경쟁이 치열하다. 방문을 원한다면 라인(LINE) 공식 계정(@fishmonger)을 통한 ‘당일 대기 시스템’ 이용이 필수다. ★예약은 오전 11시부터 라인 앱을 통해 가능하며(영업 시작은 12시), ‘อารีย์(아리) 지점 대기’를 선택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Location)를 허용해야 하며, 식당 반경 4km 이내에 있을 때만 원격 줄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 순서가 되기 5팀 전에 알림이 오며, 호출 후 15분이 지나면 대기가 취소되므로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국 바다의 풍요로움을 감각적인 공간에서 세련되게 풀어낸 피쉬몽거 아리점. 뻔한 로컬 음식을 넘어, 태국 식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맛보고 싶다면 당장 라인 앱을 켜고 아리로 향해 보길 바란다. 메뉴 선택 방법 Step 1 : Fish n Chips, Fish Burger, Grilled Fish Salad, Frilled Fish, Fish Steak(+50B) 등 5가지 메뉴 중 하나를 고른다. Step 2 : Standard Fishes(210B), Premium Fishes(280B), Catch of the Day(400B~) 중 하나를 택한다. 이외에도 파스타, 타파스, 메인요리 또는 사이드 메뉴 등을 따로 주문할 수 있다. www.facebook.com/p/Fishmonger 월 ~ 목: 12:00 ~ 22:00 금 ~ 토: 12:00 ~ 23:00 일요일: 12:00 ~ 22:00 주소 : 10, 6 Ari 4 Alley, Phaya Thai, Bangkok 10400 라인(LINE) 공식 계정 : @fishmonger TEL : 092 956 1905(Ari 지점)

방콕 브런치계의 신흥 강자 ‘바텔(BARTELS)’

2026/05/05 11:15:29

방콕 브런치계의 신흥 강자 ‘바텔(BARTELS)’ 진정한 사워도우와 합리적 가격으로 입소문 방콕에는 수많은 샌드위치 전문점과 브런치 카페가 즐비하지만, 제대로 된 ‘사워도우(Sourdough)’를 전문으로 내세우는 곳은 흔치 않다. 최근 방콕 현지인(방콕키안)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과 교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기존의 유명 샌드위치 및 브런치 전문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수제 사워도우 전문점 ‘바텔(BARTELS)’이다. 상업용 효모 배제, 100% 천연 발효 사워도우의 원칙 바텔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빵’ 그 자체다. 상업용 이스트나 화학 첨가물을 일절 배제하고, 24시간에서 48시간에 걸친 100% 천연 발효 과정을 거쳐 수작업으로 사워도우를 완성한다. 특히 매장 내 오픈 베이커리를 통해 투명성을 강조하며 매일 끊임없이 빵을 구워낸다. 오븐에서 나온 지 3시간이 지난 빵은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완벽한 식감을 자랑한다.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은 메뉴 구성 시그니처 메뉴인 샌드위치 라인업은 갓 구운 사워도우의 풍미를 극대화한다. 훈제 햄, 체다 치즈, 파마산 치즈 등을 듬뿍 넣고 따뜻하게 구워낸 ‘그릴드 쿠바노(Grilled Cubano)’와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 위에 신선한 무화과, 베리류, 꿀, 유기농 코코넛 시럽을 올린 오픈 샌드위치 ‘피그스 앤 리코타(Figs & Ricotta)’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14가지의 콜드프레스(착즙) 주스와 아사이(ACAI) 스무디 등 영양가 높은 건강 음료를 곁들일 수 있다. 또한 전체 메뉴의 30%를 비건 옵션으로 구성해 채식주의자들의 선택권도 넓혔다. 스칸디나비아 감성의 공간과 놀라운 가성비 덴마크 출신 창업자의 철학이 담긴 스칸디나비아풍의 편안한 인테리어는 친목 도모는 물론 가벼운 미팅이나 노트북을 펴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푸껫에서 시작된 바텔의 인기는 방콕의 스쿰빗, 사톤, 아속, 통로 등 주요 요지를 넘어 베트남 호찌민까지 성공적인 지점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바텔이 교민사회와 관광객들에게 큰 찬사를 받는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에 있다. 고공행진 중인 방콕의 외식 물가 속에서도 최고급 식재료와 정통 수제 사워도우를 사용한 샌드위치, 샐러드, 건강 음료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한다. 기존 방콕 브런치계의 터줏대감들이 바텔의 무서운 성장세에 긴장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훌륭한 맛, 건강한 식재료, 세련된 공간, 그리고 물가를 역행하는 가성비까지. 바텔은 당분간 방콕에서 가장 주목받는 필수 방문 레스토랑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바텔 방콕 주요 지점 안내] ★스쿰빗 (Sukhumvit) 방콕의 중심, BTS 통로(Thonglor)역과 프롬퐁(Phrom Phong)역 사이 스쿰빗 정중앙에 위치한 바텔의 오리지널 지점(방콕 본점)이다. (전화: 095-002-6600) ★사톤 (Sathorn) 아름다운 쑤언플루(Suan Phlu) 지역에 위치한 멋진 2층 규모의 매장. 유명 칵테일 바 '스몰스(Smalls)'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전화: 062-727-8483) ★아속 (Asok) 방콕 중심부인 BTS 아속(Asok)역 바로 옆에 위치해, 모닝 커피 후 쇼핑 일정을 소화하기에 완벽한 접근성을 자랑한다. (전화: 095-019-2134) ★트루 디지털 파크 (True Digital Park)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분주한 오피스 복합단지 중 하나인 스쿰빗 101 트루 디지털 파크 내에 위치하여, 바쁜 직장인들에게 훌륭한 컴포트 푸드를 제공한다. (전화: 094-423-6040) ★통로 (Thonglor) 방콕에서 가장 활기찬 라이프스타일 중심지인 통로 마켓플레이스(Thonglor Marketplace)에 위치하여 편안하고 맛있는 식사를 선사한다. (전화: 061-710-8448) ★S49 (수쿰빗 49) 방콕 지점들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센트럴 키친 겸 대형 베이커리 카페다. 방콕 내 최대 규모 매장 중 하나로, 이 거대한 파워하우스 베이커리에서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전화: 061-710-8448) 메뉴 ➊ Smashed Avocado : 320B ➋ Grilled Cubano : 260B ➌ Cheeky Chicken Salad : 290B ➍ Serrano & Figs Salad : 320B ➎ Turkish Eggs : 250B ➏ Batels Club : 300B www.bartelsthailand.com 영업시간 :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치즈 하나로 바꾼 방콕 외식 시장 VIVIN이 만드는 아티장 혁명

2026/04/21 12:35:05

치즈 하나로 바꾼 방콕 외식 시장 VIVIN이 만드는 아티장 혁명 수입산 치즈 일색이던 방콕 식탁에 '메이드 인 타일랜드'를 올린 그로서란트, VIVIN의 이야기 방콕에서 '치즈'를 주제로 한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유럽산 수입 치즈를 떠올린다. 그런데 에까마이 골목에서 시작한 작은 가게 하나가 그 공식을 꽤 오래전부터 조용히 깨고 있었다. 태국산 아티장 치즈를 발굴하고, 그것을 직접 테이블 위에 올리는 식료품점 겸 비스트로 'VIVIN(비빈)'이다. 아티장(Artisan) 치즈는 장인(Artisan)이 지역의 신선한 원유를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진짜 치즈'를 뜻한다. 화려한 마케팅도, 유명 셰프의 이름도 없다. 그냥 좋은 재료, 정직한 조리, 그리고 오래된 철학 하나가 이 공간을 지탱한다. '태국산 치즈'라는 생소한 이름표 VIVIN의 설립자 니콜라 비빈(Nicolas Vivin)이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건 2013년이다. 당시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태국에서도 좋은 치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치앙라이, 치앙마이 등 태국 북부 청정 지역을 직접 누비며 현지 생산자들과 관계를 맺었다. 지금 VIVIN이 취급하는 치즈는 20여 종이 넘는다. 스틸턴 스타일의 블루치즈 '타이 싸이 블루(Thai Sai Blue)', 크리미한 염소 치즈 '부셰트(Bûchette)', 쫄깃한 식감의 할루미(Halloumi)까지. 유럽 치즈와 직접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유통 경로가 짧아 신선도가 높고, 가격도 수입산보다 합리적이다. 치즈 애호가라면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데, 먹어보면 그 의심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로서란트'라는 컨셉, 생각보다 진지하다 VIVIN은 스스로를 '그로서란트(Grocerant)'라고 부른다.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을 합친 말이다. 매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500여 종의 유기농·천연 제품들은 단순한 진열품이 아니다. 방금 메뉴판에서 고른 요리에 실제로 들어가는 재료가 그 선반 위에 있다. 'Shelf to Plate(선반에서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이 이 공간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설명한다.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태도도 꽤 구체적이다. VIVIN에서 사용하는 계란은 프리레인지(Free-range), 즉 방목한 닭이 낳은 것만 쓴다. 채소는 치앙마이 등지의 유기농 인증 농가에서 직송된다. 케첩 대신 직접 만든 토마토 처트니를 내고, 탄산음료 대신 자체 제작한 천연 콜라를 선보인다. 거창하게 떠드는 스타일은 아닌데, 들여다보면 꽤 일관된 원칙이 있다. 실제로 먹어봤다 : 추천 메뉴 셋 수플레 오믈렛 ★ 이곳의 시그니처다. 프리레인지 계란을 써서 만든 오믈렛은 입에 넣는 순간 공기처럼 사라지는 질감이 인상적이다. 셰프가 테이블 옆에서 직접 접어주는 방식이라 시각적인 재미도 있다. 치앙마이산 염소 치즈와 쪽파를 넣은 버전이 특히 권할 만하다. 치즈가 주는 산미와 크리미한 식감이 잘 맞아떨어진다. 홀 부라타 치즈 샐러드(Whole Burrata Cheese Salad) ★ 통째로 올라온 부라타 치즈가 시선을 먼저 잡는다. 칼을 대는 순간 속에서 크리미한 스트라치아텔라가 흘러나오는데, 그 자체로 꽤 극적이다. 주변에 깔린 제철 유기농 채소와 함께 먹으면 무겁지 않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치즈가 주인공인 메뉴라 치즈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시켜볼 만하다. 햄 & 치즈 바게트 클래식 잠봉(Ham & Cheese Baguette Classic Jambon) ★ 단순해 보이지만 재료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직접 구운 바게트에 잠봉(jambon)과 치즈를 올린 구성인데, 빵의 질감과 짭조름한 햄, 녹아드는 치즈의 조합이 군더더기 없이 맞아떨어진다.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 혹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다. 미니 치즈 플레터(Mini Cheese Platter) ★ VIVIN이 취급하는 태국산 아티장 치즈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블루치즈부터 염소 치즈, 할루미까지 종류별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치즈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방문객에게 사실상 최선의 선택지다. 와인이나 맥주 한 잔과 함께 천천히 비교하며 먹기 좋다. 두 개의 공간, 각기 다른 분위기 현재 VIVIN은 아속과 에까마이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아속 지점은 터미널 21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낮에는 채광이 좋은 밝은 카페 분위기, 저녁에는 아늑한 유럽풍 비스트로로 바뀐다. 쇼핑 후 들러 식사를 마무리하기 좋은 위치다. 에까마이 본점은 VIVIN의 중앙 키친이자 본사다. 규모는 아속보다 작지만 분위기가 더 프라이빗하다. 테라스에서의 식사가 가능하고, 식료품 쇼핑을 겸하기에도 좋다. 매달 열리는 '타이 치즈 뷔페'는 예약 전쟁이 벌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뷔페를 놓치더라도 단품 메뉴만으로 충분히 이곳이 왜 회자되는지 알 수 있다. VIVIN은 '힙한 카페'나 '인스타 맛집' 같은 수식어와는 거리가 있다. 10년 넘게 같은 방향으로 걸어온 공간이다. 태국의 생산자를 연결하고, 소비자에게 그 결과를 정직하게 전달하는 방식. 방콕에서 치즈와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한 번은 가볼 이유가 충분하다. VIVIN 방문 정보 VIVIN Asok : Sukhumvit Soi 19 (BTS 아속역 인근) 영업시간 : 매일 08:00~21:00 (금·토 22:00까지) TEL : 080-463-5747 VIVIN Ekkamai : Ekkamai Soi 22 본사 겸 중앙 키친, 테라스 공간 운영 영업시간 : 매일 09:00~19:00 TEL : 080-463-5747 ❖ 타이 치즈 뷔페는 매월 진행 (예약문의 필수, 조기 마감이 빈번하다)

왕실의 기품에서 서민의 식탁까지, 태국의 여름을 맛보다

2026/04/17 14:23:48

왕실의 기품에서 서민의 식탁까지, 태국의 여름을 맛보다 태국의 무더운 여름, 특히 4월 쏭끄란 기간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서 한 가지 장면이 반복된다. 얼음이 가득 담긴 그릇 위로 피어오르는 은은한 꽃향기, 그리고 그 옆으로 정갈하게 차려지는 알록달록한 반찬들. 바로 태국의 전통 여름 음식 '카오채(Khao Chae)'다.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부터 태국의 선조들은 먹는 것으로 더위를 다스리는 탁월한 미식의 지혜를 키워왔다. 왕실의 품격을 고스란히 담은 카오채의 본고장 펫차부리(Phetchaburi)를 중심으로, 태국인들이 여름을 이겨온 음식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카오채 — 몬족의 명절 음식에서 왕실의 여름 별미로 카오채의 뿌리는 태국에 거주하던 몬족(Mon)의 명절 음식에서 시작된다. 몬족 언어로 '얼음물 밥'을 뜻하는 '펑닥(Poeng Dak)'으로 불렸으며, 쏭끄란 기간에 신(테와다)과 조상, 승려에게 먼저 바치고 어른들께 대접한 뒤 온 가족이 나누어 먹는 신성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이었다. 이 소박한 서민 음식이 화려하고 정교한 왕실 요리, '카오채 차오왕(Khao Chae Chao Wang)'으로 격상된 것은 라마 4세(몽꿋 국왕) 시절의 일이다. 국왕이 펫차부리의 프라나콘키리(카오왕) 궁전으로 행차할 당시, 몬족 혈통의 후궁 '짜오쫌 만다 쏜끌린(Chao Chom Manda Sonklin)'이 이 음식을 손수 만들어 올린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녀는 조리법을 펫차부리 궁중 주방에 전수했고, 이후 라마 5세를 비롯한 역대 국왕들이 그 맛을 극찬하면서 펫차부리를 중심으로 태국식 카오채가 확고한 왕실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성과 예절이 담긴 카오채 식문화 카오채는 조리 과정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밥알이 뭉개지거나 물이 탁해지지 않도록 여러 번 정성껏 씻어 밥을 지은 후, 자스민과 일랑일랑(끄라당응아, กระดังงา) 등 향기로운 생화를 띄우고 전통 촛불(티얀옵)로 밤새 훈연한 차가운 물에 밥을 말아낸다. 그 과정에서 물에 배어드는 은은한 꽃향기야말로 카오채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곁들임 반찬(크르앙 키앙)에서도 펫차부리식 카오채만의 색깔이 뚜렷이 드러난다. 일반적인 카오채에 쓰이는 새우 페이스트 완자 '룩까삐'와 달리, 펫차부리에서는 새우 대신 코코넛, 샬롯, 레몬그라스, 핑거루트(크라차이) 등을 볶아 만들어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잘 말려 잘게 찢어 달콤 짭짤하게 버무린 가오리 생선 '쁠라완'과 무를 볶은 '차이뽀완' 등 다채로운 반찬이 풍성하게 차려진다. 처음 카오채를 접하는 이라면 식사 예절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반찬을 밥이 담긴 물에 직접 넣거나 섞어 먹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물이 탁해지고 애써 입힌 꽃향기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법은 반찬을 한 입 먼저 먹고, 밥을 떠먹은 뒤, 마지막에 향기로운 물을 마시는 것이다. 이 순서 하나에도 왕실 음식의 품격이 살아 있다. 펫차부리의 전설적인 카오채 명가 두 곳 펫차부리 시내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카오채 전문점들이 밀집해 있다. 그중에서도 현지인과 방문객 모두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는 노포 두 곳을 소개한다. 카오채 매닛 (ข้าวแช่แม่นิด, Khao Chae Mae Nid)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1대 사장이 과거 궁중에 카오채를 올렸던 솜씨가 현재까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청화백자 그릇과 은도금 황동 숟가락을 사용하는 서빙 방식에서 왕실 음식 특유의 품격이 물씬 풍긴다. 달콤짭짤한 쁠라완과 펫차부리식 룩까삐의 조화가 일품이며, 펫차부리 강변(ริมน้ำเพชร)에 위치해 시원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라차위티 로드(Ratchawithi Rd)를 따라 주지사 관저 앞 다리를 건너기 전 좌회전하여 철교 아래로 진입하면 된다. 인근 강변에 주차 공간이 넉넉해 자가용 방문도 편리하다. 란 빠으언 (ร้านข้าวแช่ป้าเอื้อน, Ran Khao Chae Pa Uean) 64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이 식당은 적십자 제8지소 맞은편 골목(Soi Surin Ruechai, Tha Rap)에 자리 잡고 있어, 현지에서는 '적십자 카오채'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각종 방송을 통해 소개될 만큼 옛 방식 그대로의 맛을 고집하며, 늘 긴 대기 줄이 이어지고 반찬만 따로 포장해 가는 손님도 많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경까지이나,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으므로 점심시간 이전에 방문하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태국의 여름 식탁 —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별미 5선 카오채가 태국 여름 음식의 대명사라면, 그 주변을 채우는 전통 별미들도 결코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은 에어컨과 얼음 음료로 더위를 피하지만, 사실 '얼음'조차 라마 5세 통치 시기에 도입된 사치품이었다. 냉방 시설이 전무했던 시절, 태국 선조들은 먹는 것으로 체온을 다스리는 기발한 지혜를 완성해 냈다. 오늘날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로컬 시장 노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태국의 전통 여름 별미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쏨춘 (Som Chun) — 얼음 위에서 피어나는 세 가지 전통 여름 디저트 중 오늘날 가장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메뉴다. 린찌(리치), 람부탄, 귤 등 제철 과일을 판단잎과 쏨싸(Som sa, 태국 희귀 감귤류) 향이 은은하게 배어든 시럽에 담가 낸 뒤, 자스민 향을 입힌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올린다. 그 위에 얇게 썬 어린 생강, 튀긴 샬롯, 새콤한 그린 망고를 얹어 마무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한 입에 달콤하고 짭짤하며 새콤한 맛이 차갑게 터지는 감각적인 디저트다. 카놈찐 싸오남 (Kanom Jeen Sao Nam) 상쾌하고 부드러운 하얀 쌀국수 강렬한 커리와 곁들이는 일반 카놈찐과 달리, 싸오남은 밝고 청량한 풍미를 자랑한다. 갓 짜낸 신선한 코코넛 밀크에 다진 파인애플, 얇게 썬 마늘, 어린 생강, 건새우 가루, 생선살 완자(Jang-Lon)를 곁들여 먹는 방식으로,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다소 낯선 조합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맛은 놀라울 만큼 상쾌하다. 통조림이 아닌 신선한 코코넛 밀크를 사용하는 것이 맛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방콕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이 음식은 위의 펫차부리 카오채 전문점 ‘란빠으언’ 바로 옆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혹시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맛보기 바란다. 마호 (Ma Hor) 새콤달콤한 과일과 짭짤한 고명의 한 입 '달리는 말(ม้าฮ่อ)'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에피타이저로, 상큼한 과일 위에 짭짤한 고명을 얹어 먹는 한 입 거리 간식이다. 마늘, 고수 뿌리, 후추, 다진 돼지고기나 새우, 구운 땅콩을 달콤짭짤하게 볶아 졸인 고명을 파인애플 조각 위에 올리는 것이 전통 방식이며, 마양프라(Marian plum)나 오렌지와도 훌륭한 궁합을 이룬다. 과일의 산미가 고명의 진한 쁠라행 땡모 (Pla Haeng Tangmo) 수박과 건어물 가루의 만남 이름 그대로 건어물(Pla Haeng, ปลาแห้ง)과 수박(Tangmo)을 조합한 간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태국식 여름 간식이다. 여기서 '쁠라행'은 특정 어종 한 가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소금에 절여 말린 작은 생선을 가루 내거나 잘게 볶은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의 멸치볶음과 유사한 개념으로, 태국에서도 작은 바닷물고기나 민물고기를 말려 조리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 건어물 가루를 노릇하고 향긋하게 볶아낸 뒤 마른 고추를 곁들여 매콤하게 만든 후, 한 입 크기로 썬 시원한 수박 위에 솔솔 뿌려 먹는 방식으로, 달고 수분 가득한 수박과 짭짤 매콤한 생선 볶음의 질감 대비가 더위를 단숨에 날려준다. 얌 쏨오 (Yam Som-O)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포멜로 샐러드 식욕을 돋우는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샐러드다. 그냥 먹기에는 신맛이 강하거나 퍽퍽할 수 있는 포멜로(쏨오) 과육을 야자당(팜슈거), 라임즙, 피시소스로 균형 잡힌 드레싱에 버무리고, 바삭하게 튀긴 샬롯과 신선한 통새우를 올린다. 전통적으로는 소화를 돕고 알싸한 향을 더해주는 야생 구장잎(차플루, ช้าพลู)을 곁들여 내는 것이 정석으로, 여름철 식사의 산뜻한 마무리로 더없이 훌륭하다. 에디터 노트 과거에는 궁중이나 특정 시기에만 맛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들이 최근 태국 전통 미식에 대한 재조명 속에 점차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더운 계절,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 메뉴는 물론 동네 로컬 시장의 작은 노점에서도 이 여름 별미들을 만날 수 있다. 올여름만큼은 에어컨에만 의존하기보다, 수백 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한 그릇에서 태국 여름의 진짜 맛을 경험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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