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희토류 급부상의 실체와 한-태 전략적 협력 로드맵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5/11/03 15:10

태국 희토류 급부상의 실체와 한-태 전략적 협력 로드맵

코랏-부리람 가능성과 밸류체인 앵커의 결합
2024년 세계 6위로 급부상한 태국 희토류 산업의 지질학적 실체와 한국과의 전략적 시너지

숫자가 말하는 급부상의 실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간한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에는 태국 희토류 산업의 극적인 변화를 수치로 입증했다. 2023년 3,600톤에 불과했던 태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2024년 1만3천 톤으로 급증했다. 증가율로 환산하면 약 261%에 달하는 폭증세다. Investing News Network도 태국을 세계 6위 희토류 생산국으로 집계하며 이를 확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USGS 통계에서 태국의 확인매장량(Reserves)이 여전히 4,500톤으로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연간 생산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괴리는 미평가 잠재자원이 상당량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추가 정밀탐사와 공적 데이터 공개가 시급한 이유다.

지질 앵커 : 동북부 신흥지와 남부 전통 벨트

태국 희토류 광상은 크게 두 개의 지질학적 축으로 나뉜다.

동북부 이싼 지역 : 코랏-부리람 신흥 유망대
동북부 나콘라차시마(코랏)에서 부리람에 이르는 축의 퇴적층과 풍화토에서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이트륨(Y) 등이 이온흡착형(ion-adsorption type) 광상으로 부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유형은 저등급이지만 대면적 분포를 보이며, 저비용 용탈 공정이 가능해 남부 중국과 미얀마에서 중희토류 원천으로 각광받아 왔다. 다만 아직 공식 학술지나 정부 보고서에서 체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유망지'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남부 연해 주석 벨트 : 검증된 모나자이트 광상
태국 남부 푸켓, 팡응아 일대는 오랜 주석(Sn) 및 텅스텐(W) 채굴 역사를 가진 지역이다. 희토류는 모나자이트(monazite)와 제노타임(xenotime) 형태로 사질 사력층 및 해빈 사력에서 동반 산출된다. 남부 광상은 학술적으로 충분히 기록돼 있고, 기존 인프라와 채굴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현실적 생산기반으로 평가받는다.

두 광상 유형은 후공정에서 각기 다른 도전과제를 안는다. 이온흡착형은 용탈액 관리와 광미 복원이, 모나자이트는 토륨(Th)과 우라늄(U) 같은 방사성 동반 원소 관리가 핵심이다.

밸류체인의 앵커 : 코랏의 자석, 라용의 전기차

태국 희토류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밸류체인 후방에 핵심 제조 앵커가 작동 중이기 때문이다. 코랏에 위치한 Neo Magnequench 공장은 네오디뮴-철-붕소(NdFeB) 계열 영구자석 분말의 글로벌 주요 생산기지다. 2021년 EcoVadis Gold 등급을 획득하며 ESG 측면에서도 인증받았다.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터빈, 하드디스크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자석 소재를 동남아시아 전역에 공급한다.

2024년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라용에 동남아 최초 완성차 공장을 개소했다. 투자 규모는 약 179억 바트이며, 연간 15만 대를 생산한다. BYD는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의 현지화를 추진 중이며, 이는 희토류 자석과 모터 부품 수요를 역내에서 직접 창출한다는 의미다.

코랏과 라용은 고속도로로 4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여기에 맵타풋 석유화학 단지의 정밀화학 인프라까지 더해지면, '채굴→정제→자석→모터' 일관 밸류체인 구축이 지리적으로 현실화된다.

미-태 MOU :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

2025년 10월 26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누틴 총리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및 투자 촉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정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의 탐사, 채굴, 정제, 재활용 전 분야에서 협력을 명시하며, 정보 공유, 기술 이전, 투자 촉진을 골자로 한다.

태국 재무부 장관은 이 문서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호이해 문서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은 협정 부속서 3조를 통해 ASEAN 국가들에 부과되는 19% 관세를 부분 또는 전면 면제하는 특혜무역 협상 채널을 제공했다. 태국 산업부 장관은 이 협정이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 능력을 유지한다고 강조하며, ASEAN의 전형적인 중립 코리도 전략을 반영했다.

이 협정은 10월 초 미국-호주 간 85억 달러 핵심광물 프레임워크에 이어 체결됐으며,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 정제의 90%를 장악한 상황에서 공급망 취약성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향후 구속력 있는 계약 단계에서 독점 조항이 포함될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태 시너지 : 실행 가능한 협력 로드맵

미-태 MOU가 체결된 가운데, 한국 이재명 정부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가전략으로 격상시켰다. 태국이 미국과 비구속적 협력 틀을 유지하면서 다자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상황은 한국에게 전략적 기회다. 양국의 이해관계는 높은 수준에서 일치한다.

5대 협력 방향

1. 탐사-환경 패키지 합작투자 : 한국 지오서비스 시추 기업과 태국 광물자원국이 공동으로 코랏-부리람 유망지 탐사를 수행하되, ESG 기준과 방사성 부산물 관리 프로토콜을 사전 내재화한다.
2. 코랏-라용-맵타풋 연계 분리 정제 파일럿 : 한국의 크로마토그래피 용매추출 기술로 소규모 정제라인을 구축해 NdPr, Dy, Tb 분획을 생산하고 스크랩 재활용을 병행한다.
3. 자석-모터 컨소시엄 : Neo Magnequench의 자석 분말과 한국 모터 업체의 품질관리 표준을 결합해 태국산 전기차 모터를 현지화한다.
4. 희토류 재활용 허브 : 전기차 모터 하드디스크에서 NdFeB 스크랩을 회수해 재자성 공정을 거쳐 신규 자석 원료로 재투입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한다.
5. 공공-민간 금융 백스톱 : BOI 인센티브와 한-태 공동펀드를 결합해 탐사→정제→모터 전주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지원한다.

추적성과 표준: 미-태 MOU와 한국의 교집합

미-태 MOU는 비구속적 성격으로 태국에게 다자 협력의 여지를 남겼다. 미국은 장기 구매 계약과 하류 정제 시설 구축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물량 공급까지는 산업 지원과 처리 능력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은 여기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정제·가공 기술을 보유하면서도, 태국의 중립 외교 기조와 충돌하지 않는 '기술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 미얀마 사례가 보여주듯 환경 인권 추적가능성 기준은 이제 조달 적격성의 필수조건이다. 한-태 양국이 공동 라벨("Thai-Korea Responsible REE")을 제정하고 블록체인 기반 원산지 추적, 제3자 감사, 탄소발자국 산정을 포함시킨다면, 이는 미국과 EU 시장 진입의 통행증이자 중국과의 협력도 배제하지 않는 유연한 거버넌스 모델이 된다.

결론: 삼각 협력의 가능성

태국은 2024년 생산 실적, 코랏의 자석 분말 거점, 라용의 전기차 공장이라는 제조 앵커를 확보했다. 2025년 10월 미-태 MOU는 태국을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재편의 핵심 노드로 공식화했다. 동북부 신광상이 정밀탐사로 실증된다면 '광물-소재-모터' 일관체계를 갖춘 ASEAN 희토류 허브로 도약할 물리적 조건이 완성된다.

미국은 공급망 안보와 대중국 헤지 전략을, 태국은 기술 이전과 관세 인센티브를, 한국은 정제·가공·재활용 기술과 비중국 시장 다변화를 추구한다. 세 주체의 이해관계는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국이 미-태 협력의 기술적 실행자이자 태국의 다자외교 유연성을 보완하는 '제3의 브리지'로 기능할 때, 삼각 협력의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환경 복원, 추적가능성, 거버넌스 투명성—이 3대 기준의 선제적 내재화다. 희토류 허브는 단순히 광산과 공장을 늘리는 인프라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조달망이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임이다. 그 게임에서 한국은 미국과 태국을 잇는 기술적 앵커이자, ASEAN의 중립성과 서방의 표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일한 파트너다.

참고문헌
◆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 Rare Earths
◆ Investing News Network, Top 10 Countries by Rare Earth Production (2024)
◆ The Nation, Thailand—world's 6th largest rare earth producer (2025.10)
◆ Neo Performance Materials, Magnequench Korat facility
◆ Reuters, BYD opens EV factory in Thailand (2024-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