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제 : '후퇴'가 아닌 '변속' 중
(WHA그룹 CEO 자립폰 자루끄루안스꾼의 관점)
WHA의 여성 리더 자립폰 자루끄루안스꾼은 많은 이들이 태국 경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현실 이면에 새로운 투자와 산업이 꾸준히 유입되며 경제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태국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모델로 '변속'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다만,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속도를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침체 속, 숨겨진 기회들
자립폰은 태국 경제가 힘을 잃은 듯 보이지만, 부정적인 뉴스들을 걷어내면 정반대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성장하는 신산업 : 일부 온라인 사업은 며칠 만에 수억 바트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기술 및 디지털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제때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인 해외 직접 투자(FDI) : EV(전기차), 데이터 센터, 전자제품, 새로운 공급망 분야에서 외국 자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본질 : 태국 경제는 잔잔한 바다가 아니라 물결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바다이며, 새로운 방향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세상이 멈춘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태국은 '후퇴'가 아닌 '변속' 중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10~30년간 장기적으로 정착할 '새로운 집'을 찾았고, 태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함께 신시대의 생산 및 기술 기지로 선택되었다.
현재 태국은 다음과 같은 3가지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1. 전기차(EV) : 수십 년간 내연기관차를 생산해온 태국이 이제는 EV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전 과정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2. 하이엔드 전자제품 : PCB, 반도체, 스마트 기기의 핵심 부품 생산이 태국에서 과거보다 훨씬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3. 데이터 센터 / AI 인프라 : 새로운 물결인 데이터 센터들이 태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태국을 그 어느 때보다 깊고 거대한 디지털 경제 시대로 이끌 것이다.
자립폰은 이러한 배경을 볼 때 태국 경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구조로 '변속'하는 중이라고 강조한다.
태국의 발목을 잡는 5가지 구조적 문제 (5가지 덫)
기회가 아무리 많더라도, 태국이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면 그 기회는 그저 흘러갈 수밖에 없다. 자립폰은 태국의 역량을 저해하는 5가지 주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는 하나의 쇠사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1. 잦은 정치 변화 :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어, 이전 정부가 추진한 좋은 일들이 '다른 색깔'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소된다. 이로 인해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2. 비대하고 경직된 관료 시스템 : 대부분의 예산이 월급에 쓰이고 내부 추진력이 부족하며, 불필요한 절차가 많아 개발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느리게 진행된다.
3. AI 시대에 뒤처진 교육 시스템 : 세상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언어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기존 방식대로 교육하고 있다. 높은 숙련도를 가진 노동력이 필요한데도 공급이 부족하다.
4. 부패와 불균등한 법 집행 : 가장 뿌리 깊은 문제로, 조용히 경제 시스템을 좀먹어 선량한 사람들의 노력을 줄이고 불필요하게 국가의 비용을 높인다.
5. 구시대적 사고방식(Mindset): 많은 중소기업(SME)과 국민들이 여전히 옛날 방식에 집착하여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형태를 바꾸지 않으며, 비용을 절감하려 하지 않는다. 불평만 하고 배우거나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태도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을 수 없다.
국가의 마인드셋을 결정하는 '언론'의 힘
자립폰은 언론을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닌, 국가 전체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보며, 정치, 관료, 교육 개혁 못지않게 언론도 개혁이 필요한 '여섯 번째 요소'로 꼽는다.
✽ 사람들이 반복적인 나쁜 뉴스만 접하면 기회를 볼 여력이 사라진다. 외국인 투자 유치 같은 좋은 소식이 들려와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 많은 나쁜 뉴스가 시청률을 높이려는 동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보다 앞서 불완전하게 전달된다.
✽언론은 공포를 조장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미디어'로 변모해야 하며, 진실을 다각도로 제시하고, 긍정적인 힘을 가진 목소리에 공적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태국 국민들이 두려움에 갇히는 대신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 언론은 단순히 관찰자가 아니라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이다.
새로운 시스템에는 새로운 운전자가 필요하다
현재 태국은 구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다. 운전은 가능하지만 주 엔진(기존 경제)은 약해지고 기존 시스템은 새로운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 New S-Curve, EV, 데이터 센터, AI 같은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운전자(정치인, 관료), 정비공(관료 시스템, 교육 시스템), 승객(국민, 기업)은 이 새로운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되었을까?
만약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 차는 이웃 나라들에게 계속 추월당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태국은 '생각보다 더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부족한 것은 기회가 아니라 스스로의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 위 내용은 태국 WHA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립폰 자루끄루안스꾼(จรีพร จารุกรสกุล)의 관점을 다룬 workpoint Today의 기사와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