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만나는 K-무비의 심장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5/07/11 12:09

방콕에서 만나는 K-무비의 심장

◉ 주태국 한국문화원, '씬의 설계 :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 展 개최 ◉ 

전 세계를 매료시킨 한국 영화, 그 눈부신 성공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화려한 배우와 천재적인 감독 뒤에는, 영화의 세계관 전체를 창조하는 '미술감독'이라는 숨은 거장들이 있다. 주태국 한국문화원이 한국영상자료원과 손잡고 바로 그 비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7월 3일, 한국 영화계 대표 미술감독 3인의 작업을 조명하는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 전시가 성대한 막을 올린 것이다.

지난 7월 3일 오후, 수쿰윗에 위치한 주태국 한국문화원은 평소보다 더욱 특별한 열기로 가득 찼다. 태국 문화부, 소프트파워전략위원회, 방콕예술문화센터 등 태국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람객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씬의 설계> 전시 개막식이 열렸다. 오는 9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한국 영화의 시각적 세계를 구축해 온 류성희, 조화성, 한아름 미술감독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프로덕션 디자인'이 영화의 완성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이 세상에는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는 공간입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령 누군가의 실제 거주지에서 촬영된다 하더라도, 현실 세계를 가상의 인물, 혹은 소위 영화의 주인공의 일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영상은 류희, 조화성, 한아름을 비롯한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공간을 보여줍니다. 분리하고, 연결하고, 때로는 동시에 보여주면서, 모든 사람은 다양한 관점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전시회 설명문구에서 발췌) -

이선주 문화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 영화의 약진은 한국 소프트파워 강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며, "많은 분이 그 비결을 묻는데, 그 중심에는 영화의 완성도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미술감독들의 치밀하고 정교한 장면 구성이 있었다. 이번 전시는 그 비밀을 들여다보는 흥미진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전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단순한 소품 전시를 넘어, 하나의 '씬(Scene)'이 어떻게 철저한 계산과 예술적 영감으로 '설계'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세 명의 거장, 다섯 편의 명작을 해부하다

이번 전시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세 명의 스타 미술감독과 그들의 대표작을 집중 조명한다.

먼저, 영화 <헤어질 결심>과 <아가씨>로 칸 국제영화제 벌칸상(기술공로상)을 수상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류성희 감독. 그의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의 심리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래(탕웨이)의 아파트와 해준(박해일)의 서재 등,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힌 공간들이 어떤 콘셉트와 디자인을 거쳐 탄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산: 용의 출현>의 압도적인 해상 전투를 스크린에 구현한 조화성 감독의 작업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존재하지 않았던 거북선의 내부와 판옥선의 구조를 철저한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그의 디자인은, K-블록버스터의 기술력이 어느 경지에 올랐는지를 증명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길복순>과 영화 <킹메이커>를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을 선보인 한아름 감독의 작업물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킹메이커>에서 1960~70년대의 시대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그의 디자인은, 프로덕션 디자인이 어떻게 영화의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결정하는지 잘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각 영화의 스토리보드, 콘셉트 디자인 스케치, 정교한 세트 도면(플랜), 영화 속 소품으로 사용된 그래픽 디자인 등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특히 3D 모델링으로 구현된 세트와 실제 영화 장면을 편집한 비교 영상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으며 영화적 경험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교민들에게 더욱 특별한 전시, '우리'가 만든 세계

<씬의 설계> 전시는 태국 현지인들에게는 K-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하는 기회겠지만, 태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는 그보다 더 깊고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속 세계가 얼마나 많은 전문가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직접 확인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민들이 이 전시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문화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태국 친구나 이웃에게 K-팝과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 영화가 가진 예술적 깊이와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 '한류'의 화려한 표면 아래에 얼마나 단단한 기반이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현장이 될 것이다.

자녀들을 위한 최고의 창의 교육 현장이다. 영화감독이나 배우 외에도 '미술감독'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이 있음을 보여주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스케치와 도면을 거쳐 거대한 세계로 창조되는 과정을 통해 자녀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미래의 K-콘텐츠를 이끌어갈 차세대에게 새로운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경험에서 '읽는' 경험으로의 전환을 제공한다. 이 전시를 보고 난 후에는 영화를 볼 때마다 공간의 색감, 소품의 배치, 배경의 질감 하나하나가 허투루 놓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심지어 내부 벽지까지도!! 이는 우리가 즐기는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하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줄 것이다.


특별한 만남, 류성희 감독과의 대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는 7월 18일(금)에 열리는 류성희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다. 류 감독은 박찬욱, 봉준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로, 현재 아이유와 박보검 주연의 기대작 <폭싹 속았수다>의 미술을 총괄하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방콕에서 직접 만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태국 영화계 인사들과 영화학도들은 물론,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우리 교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분이라면 이 특별한 만남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전시는 오는 9월 26일까지 주태국 한국문화원 1, 2층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무더운 방콕의 여름, 시원한 문화원 갤러리에서 우리 영화가 빚어낸 경이로운 세계로 깊이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했던 영화들이 전혀 새롭게 보이는 마법 같은 경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시 및 행사 정보>

* 전시명 : 씬의 설계-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
* 전시 기간 : 2025년 7월 1일(화) ~ 9월 26일(금)
* 관람 시간 : 평일 08:30 ~ 17:00 (주말 및 공휴일 휴관)
* 장소 : 주태국 한국문화원 1층 및 2층 갤러리
* 입장료 : 무료

* 특별 행사 : 류성희 미술감독과의 대화
* 일시 : 2025년 7월 18일(금) (시간은 추후 공지)
* 장소 : 주태국 한국문화원
* 참가 신청 : 자세한 내용은 주태국 한국문화원 페이스북(@koreanculturalcenterTH) 등 SNS 채널을 통해 공지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