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국 한국문화원, 사찰음식으로 한-태 문화교류 새 장 열다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5/09/23 10:56

주태국 한국문화원, 사찰음식으로 한-태 문화교류 새 장 열다

동화스님 초청 특강, 태국 조리학도들의 뜨거운 관심 속 성료

주태국 한국문화원(원장 이선주)이 지난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개최한 '한국 사찰음식 특강'이 방콕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후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협력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특히 사찰음식 장인이자 묘견사 주지인 동화스님이 직접 방콕을 찾아 전통 조리법 시연과 실습을 병행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쑤언두짓대 조리학과 학생들의 첫 만남

첫날 프로그램에는 쑤언두짓대학교 조리학과 학생 20명이 참여해 장떡과 들깨버섯수제비 조리를 직접 체험했다.

2학년 짜뚜팟 학생은 "한국 사찰음식을 처음 접했는데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간단한 조리법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고, 4학년 깔라위 학생은 "새로운 문화와 요리법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발효 장류 활용법, 채식 중심 조리법, 음식에 담긴 불교 철학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 대상 강좌도 뜨거운 반응

둘째 날에는 한국문화원에서 사전 신청한 일반인 70명을 대상으로 버섯밥과 고추소박이 시연 강좌가 열렸다. 이 중 15명이 직접 조리 실습에 참여해 현장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들기름 대신 참기름을 써도 되는지", "고추소박이와 김치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매실청 담그는 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내며 높은 학습 열의를 보였다.


"사찰음식은 마음의 수행" - 동화스님의 철학 강연

이번 특강의 백미는 동화스님의 사찰음식 철학 강연이었다. 스님은 "사찰음식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지만, 중요한 건 음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을 만드는 이는 선하고 착해야 하며, 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춰야 남을 위해 공양을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사찰음식은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수행의 일환"이라고 설명한 스님은 태국 참가자들에게 "구체적 재료나 조리법보다도 그것을 통해 어떤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지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불교문화라는 공통분모로 이어진 한-태 교류

불교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태국에서 열린 이번 사찰음식 특강은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양국의 문화적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한국 사찰음식의 철학이 태국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감동을 선사했다.

태국은 국민의 95%가 불교도인 불교 왕국으로, 일상 생활 곳곳에 불교 정신이 스며있다. 특히 '아힘사(Ahimsa·불살생)'와 '카루나(Karuna·자비)' 정신은 태국 불교도들에게 매우 친숙한 개념이다. 이러한 정신적 토양 위에서 한국 사찰음식이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쁘라위 씨(45세, 회사원)는 "태국 불교와 한국 불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이렇게 비슷할 줄 몰랐다. 특히 음식을 통해 자비와 배려를 실천한다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교사 쑤다 씨(38세)는 "우리 태국 음식도 쌀과 채소가 중심이지만, 한국 사찰음식처럼 철학적 깊이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 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선주 원장은 "불교문화가 융성한 태국에서 사찰음식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양국이 공유하는 불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더욱 깊이 있는 문화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태국 최초로 조리학과를 개설한 쑤언두짓대학교와의 협력도 뜻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 음식문화로 주목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찰음식이 미래 음식문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제철 채소를 활용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찰음식의 원리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친환경적 생활방식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태국에서는 최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MSG나 인공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찰음식이 제시하는 '자연 그대로의 맛'은 태국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기대효과

한국문화원 측은 이번 사찰음식 특강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탕으로 향후 더욱 다양한 한국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태국 현지 조리학교나 요리 관련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한국 음식문화의 저변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쑤언두짓대학교 조리학과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한국 사찰음식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한국 유학이나 연수 프로그램 참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교육 교류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사찰음식의 맛과 조리법 전수를 넘어, 음식에 담긴 정신과 철학을 통해 한-태 문화교류를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태국 젊은 조리학도들과 일반인들이 체험한 사찰음식의 의미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수행과 배려의 가치를 공유하는 소중한 장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의미 있는 교류가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