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겨울, 김치로 뜨겁게”
방콕 한인상가 수놓은 나눔의 물결
주태국 한국문화원, ‘2025 김장하는 날’ 성료… 태국 정·관계 및 시민 250여 명 동참
방콕의 중심, 수쿰빗 한인상가 중앙 광장이 붉은 김치 양념과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찼다. 주태국 한국문화원(원장 이선주)은 지난 12월 17일 오후 5시, 방콕 한인상가 광장에서 ‘2025 김장하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인 김장과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번 행사는 지난 202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며 명실상부한 방콕의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태국 외교부와 방콕시청 등 주요 정부 관계자와 외교단, 그리고 사전 신청을 통해 선발된 방콕 시민 등 총 250여 명이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한국 해남에서 공수한 신선한 배추와 태국 현지 식재료가 어우러진 김칫소를 버무리며, 단순한 요리 체험을 넘어 한국의 공동체 문화를 몸소 체험했다.
행사의 포문을 연 박용민 주태국 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한식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박 대사는 “오늘날 한식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시작을 알린 것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김치”라고 역설하며, “미식의 도시 방콕에서 이웃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결속을 다지는 모습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날 행사의 열기를 더한 것은 한국에서 초청된 예인집단 ‘아라한’의 공연이었다. ‘아라한’은 전통 연희를 기반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전문 예술 단체로, 이날 김장 체험의 전후를 장식하며 참가자들의 흥을 돋웠다. 이들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문굿’으로 시작해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는 ‘판굿’, 그리고 화려한 기예가 돋보이는 ‘버나놀이’와 ‘죽방울놀이’를 선보였다. 이어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역동적인 ‘사자놀이’가 펼쳐지자 광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장 체험이 끝난 후에는 나눔의 미학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한인상가 요식업협회의 후원으로 마련된 잔치국수, 삼겹살, 김치전, 두부김치 등 김치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다양한 한식을 함께 나누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땀 흘려 김치를 담근 뒤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한국의 정(情) 문화가 방콕 한복판에서 재현된 순간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이선주 문화원장은 “겨울철 가족과 이웃이 모여 김치를 담그는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나눔의 정신을 상징한다”며 “태국 내 한식 확산의 거점인 한인상가에서 태국 국민들과 함께 김장을 하게 되어 뜻깊으며, 앞으로도 한식과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음식 만들기를 넘어 양국의 식재료와 마음이 섞이고 버무려진 이날, 방콕의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맛깔나고 훈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