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힝허이(Wang Hinghoi)'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5/12/02 17:35

도심 속 반딧불이의 숲, 미식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방콕 '왕힝허이(Wang Hinghoi)'

방콕의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끝없는 소음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번화한 펫부리 뒷골목, 좁고 긴 방콕 뒷길 한편에 도시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자연의 가장 신비로운 빛을 품은 공간이 있다. 태국어로 '반딧불이의 궁전'을 뜻하는 왕힝허이(Wang Hinghoi)다. 이곳은 단순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넘어, 300여 마리의 살아있는 반딧불이와 함께 하는 초현실적인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태국의 유명 닉(Nick) 셰프가 선보이는 '해체주의 태국 요리(Deconstructed Thai-inspired Cuisine)'와 자연이 빚어낸 빛의 쇼를 경험할 수 있는 곳.

1. 공간의 미학: 흙과 어둠, 그리고 숲의 숨결

동굴속으로 이끌리는 듯한 입구 전경. 웅장하면서도 자연적인 질감이 돋보인다.

왕힝허이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방콕이라는 도시의 시공간에서 분리된다. 태국 각지에서 공수한 흙을 겹겹이 쌓아 만든 두 개의 거대한 벽이 긴 산책로를 형성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흙벽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물리적 장벽이자, 자연의 품으로 들어간다는 심리적 경계선이다.

내부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 속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나무로 감싸진 산책로를 지나 다이닝 룸에 들어서면 마치 거대한 새 둥지(Nest) 안에 들어온 듯한 안락함이 느껴진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날 것' 그대로의 나무 질감과 어둠이다. 조도는 철저히 통제되어 있으며, 곳곳에 설치된 디퓨저는 비 온 뒤 숲에서 나는 흙내음을 은은하게 풍긴다. 배경으로 깔리는 기악 연주곡은 자연의 4원소(지, 수, 화, 풍)를 청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오감을 자극한다.

2. 최소한의 불빛으로 통제된 내부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힝허이(Hinghoi, 반딧불이) 구역'이다. 대형 커튼 장막으로 가려진 식사 공간 옆으로 배치된 통유리 너머에는 완벽하게 통제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300여 마리의 반딧불이가 만들어내는 빛의 군무는 인공 조명이 흉내 낼 수 없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오후 9시는 반딧불이의 활동이 가장 왕성해지는 시간으로, 이 자연의 라이브 쇼를 관람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다.

셰프의 철학 : 해체주의로 재해석된 태국의 맛

왕힝허이의 주방을 지휘하는 닉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해체주의 태국 요리(Deconstructed Thai-inspired Cuisine)"라고 정의한다. 이는 전통적인 태국 요리의 맛과 향은 유지하되, 형태와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익숙함 속에 낯선 즐거움을 심어주는 방식이다.

 

시그니처 메뉴 : 24시간 끓인 육수와 코코넛 폼이 어우러진 똠얌꿍

■ 시그니처 : 똠얌꿍의 재해석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태국의 국민 수프인 '똠얌꿍'이다. 왕힝허이의 똠얌꿍은 우리가 흔히 아는 붉은 국물의 투박한 모습이 아니다. 24시간 동안 뭉근하게 끓여낸 타이거 새우 육수는 깊고 진한 감칠맛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체리 토마토의 산미와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 폼이 더해져, 강렬한 향신료의 타격감보다는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자아낸다.

■ 메인 디쉬 : 남부의 맛, 쁠라 쌈 롯(Pla Sam Rood) 나콘씨탐마랏(Nakhon Si Thammarat) 지역의 생선을 선호한다면 '쁠라 쌈 롯'이 제격이다. 붉은 돔(Red Snapper)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아스파라거스와 라이스베리(Riceberry)를 곁들였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소스는 담백한 생선 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태국 남부 특유의 미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 디저트 : 타락한 천사의 달콤함 식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디저트 역시 예술적이다. '타락한 천사의 기쁨(Delight in Fallen Angel’s)'이라 명명된 디저트는 판단(Pandan) 라이스 푸딩과 멜론 무스, 그리고 신선한 우유로 만든 돔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아몬드 튀일(Tuile)의 바삭한 식감과 코코넛 사프란 소스의 이국적인 향은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또 다른 디저트인 '카놈 피악 푼(Ka-Nom Piak Poon)'은 차콜(숯), 코코넛 밀크, 베리, 화이트 초콜릿을 조합하여 검은 숲속의 달콤함을 형상화했다.

*위 메뉴들은 계절별로 달라지는 재료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


서비스 및 총평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

왕힝허이의 경험을 완성하는 것은 숙련된 직원들의 서비스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직원들은 조용하면서도 절도있게 움직이며 고객의 필요를 파악한다. 코스 요리에 맞춰 제공되는 칵테일 페어링(550바트++) 또한 요리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 가격 정보
★ 가격 : 세트 메뉴 2,980 THB++ (봉사료 및 세금 별도)
★ 칵테일 페어링 : 550 THB++
★ 특이사항 : 골프 코스 내 위치, 예약 필수

■ 에디터스 픽(Editor's Pick)

왕힝허이는 단순히 '밥을 먹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반딧불이라는, 도시에서 사라져가는 존재를 매개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생태학적 실험실이자 미식의 갤러리다. 시각적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과 반딧불이의 빛을, 미각적으로는 태국 요리의 전통과 파격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방콕을 여행하는 미식가라면, 혹은 특별한 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은 이라면 왕힝허이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목적지다. 다만, 반딧불이의 생태 주기를 고려하여 방문 전 시즌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도시의 소음 대신 풀벌레 소리와 흙내음, 그리고 반딧불이의 빛이 안내하는 이 비밀스러운 숲은 방콕이 숨겨둔 가장 로맨틱한 비밀임이 분명하다.

 

[Chef’s Story]

빛의 무대를 지휘하는 설계자, 닉(Nick) 셰프

왕힝허이의 반딧불이 쇼가 관객의 눈을 현혹한다면, 그 미식의 경험을 지탱하는 건 닉(Nick) 셰프의 단단한 ‘내공’이다. 그의 요리에는 미국 텍사스의 거대 자본 속에서 체득한 시스템과, 태국 땅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에 대한 집요한 애정이 공존한다.

텍사스에서 방콕까지, 경계를 넘나들다 

닉 셰프의 이력은 꽤나 흥미롭다. 그의 요리 인생은 미국 휴스턴 대학(University of Houston)의 명문, 콘래드 N. 힐튼 호텔 대학에서 시작됐다. 그는 단순히 주방에서 칼만 잡은 것이 아니다. 2003년 NFL 슈퍼볼의 ‘Young Executive Chef’로 선정되며 일찌감치 실력을 증명했고, 이후 텍사스 힐튼 호텔의 F&B 디렉터로 활약하며 거대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몸으로 익혔다. 왕힝허이의 몽환적인 퍼포먼스 뒤에 숨겨진 철저한 운영 시스템은 바로 이 시절 완성된 셈이다.

Profile
Education : 美 휴스턴 대학 콘래드 N. 힐튼 호텔 & 레스토랑 경영 졸업

Highlights
◈ 2003 NFL 슈퍼볼‘Young Executive Chef’선정
◈ 前 힐튼 호텔(텍사스) F&B 디렉터
◈ 前 센타라 그랜드(방콕) 오프닝 팀

Current Works
◈ 왕힝허이(Wang Hinghoi) 총괄 셰프
◈ 에릭 케제르 & 코보리 그룹 컨설턴트
◈ 마히돌 대학 식품과학과 겸임 교수

Tel 091 979 6226
Line @wanghinghoi
위치 : 149 Rimtangrodfai-sai Paet-Riu Road, Bang Kapi, Huai Khwang, Bangk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