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우안 씨 (Sanguan Sri)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5/12/03 16:47

50년 전통의 '요일별 한정판' 맛집 쌍우안 씨 (Sanguan Sri)

방콕의 가장 화려한 빌딩 숲, 플런칫(Phloen Chit). 센트럴 엠버시와 5성급 호텔들이 즐비한 이곳에 시간이 멈춘 듯한 ‘벙커’가 하나 숨어 있다. 1970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노포, ‘쌍우언 씨(Sanguan Sri)’다.

미슐랭 빕 구르망에 수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곳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직도 장사를 하나?” 싶을 정도로 투박하다. 하지만 점심시간만 되면 인근 대사관 직원들과 직장인들이 긴 줄을 서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플런칫의 타임캡슐, 50년 ‘집밥’의 전설 ‘쌍우언 씨(Sanguan Sri)’

“여기가 식당이라고?”

BTS 플런칫 역 5번 출구로 나와 와이어리스 로드(Witthayu Rd)를 걷다 보면, 플라자 아테네 호텔 옆에 뜬금없는 단층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나타난다. 영어 간판 하나 없이 태국어로만 적힌 칠판 간판이 서 있는 낡은 외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곳이 바로 50년 넘게 방콕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쌍우언 씨’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이 작동한다. 1970년 개업 당시의 인테리어가 그대로다. 칠이 벗겨진 나무 벽,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의자, 이가 나간 접시들, 그리고 학교 급식실을 연상케 하는 긴 테이블까지. “빈티지 스타일”을 흉내 낸 요즘 카페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세월의 흔적이다.

주인 할머니는 떠났어도 맛은 그대로

이곳을 처음 연 ‘미스 쌍우언씨’는 100세 가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주방을 지켰다. 후사가 없었던 그녀가 떠난 뒤,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직원들이 그 유지를 받들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음식 맛은 흔들림이 없다. 상업적으로 변질된 단맛이 아닌, 태국 할머니가 집에서 툭툭 만들어 내주던 투박하지만 깊은 ‘손맛’이 살아있다.

요일마다 달라지는 ‘스페셜 메뉴’

쌍우언 씨의 메뉴판은 태국어로 적혀 있어 외국인에게는 높은 장벽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요일별 스페셜 메뉴’에 있으니까. 가는 날짜에 맞춰 아래 메뉴를 주문하면 실패가 없다. 물론 요즘엔 영어 메뉴도 가져다 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단, 주문이 밀리지 않는 한가한 시간에만!


★ 월요일 : 마싸만 까이 (Massaman Gai)
부드러운 닭고기 마싸만 커리. 향신료 향이 은은하고 감칠맛이 돈다.

★ 화요일 : 카놈찐 싸오남 (Kanom Jeen Sao Nam)
주목! 코코넛 밀크에 파인애플, 생강, 마늘을 곁들여 먹는 정통 태국식 쌀국수다.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별미 중의 별미.

★ 수요일 : 깽 키렉 무양 (Gaeng Kee Lek Moo Yang)
구운 돼지고기를 넣은 카시아(Cassia) 잎 커리. 쌉싸름한 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중독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어른의 맛이다.

★ 목요일 : 깽 키여우 완 느어 (Gaeng Keow Wan Neua)
‘이 집의 필살기’. 소고기 그린 커리다. 두툼한 소고기와 태국 가지가 진한 코코넛 밀크 국물에 녹아들었다. 설탕을 넣지 않고 코코넛 크림 자체의 단맛을 끌어올린 맛이 예술이다. 목요일 점심에 유독 줄이 긴 이유다.

★ 금요일 : 깽 펫 뻿 양 (Gaeng Phet Bet Yang)
구운 오리고기를 넣은 레드 커리

★ 토요일 : 깽 키여우 완 룩친 (Green Curry with Fish Balls)
그린 커리 베이스에 쫄깃한 생선 어묵(룩친)을 넣었다.

물론, 요일 메뉴 외에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어쑤언(굴 전, 90바트)’과 짭조름한 ‘카이 팔로(돼지고기 계란 장조림)’는 언제 가도 주문해야 할 고정 픽이다.

이곳에서 5성급 호텔의 서비스를 기대했다간 상처받기 쉽다.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직원들은 무표정하고, 물은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하며, 계산서를 받으려면 눈치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투박함조차 ‘노포의 멋’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쌍우언 씨는 최고의 가성비를 선사한다. 대부분의 메뉴가 200바트(약 8천 원) 미만으로, 이 동네 물가를 생각하면 싼 편이다.

하지만 주말, 토요일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외국인이라도 친절히 영어 응대가 가능하며 먹는 방법도 자세히 가르쳐준다. 주중 직장인들의 러쉬 때문에 친절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완전 달라진 토요일 오전이나 점심을 즐겨보도록 하자.

 

방문 팁 (Editor’s Tip)
➊ 현금 박치기: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 현금을 챙겨갈 것. 웬만해선 2인 500바트를 넘기기 쉽지 않다는 점 참고할 것.
➋ 점심 러쉬 피하기: 평일 12시~1시는 지옥이다. 11시 30분 전이나 1시 30분 이후 방문을 추천한다.
➌ 일요일 휴무: 헛걸음하지 말자.

화려한 쇼핑몰 식당가에 지쳤다면, 이번 주 목요일엔 플런칫으로 가보자. 50년 전 방콕으로 돌아가, 진한 소고기 그린 커리 한 그릇을 비우는 경험은 꽤 근사한 미식 여행이 될 것이다.

[식당 정보]

✽ 상호 : 쌍우언 씨 (Sanguan Sri / ร้านสงวนศรี)
✽ 주소 : 59/1 Witthayu Road, Pathum Wan, Bangkok (BTS 플런칫 역 도보 3분)
✽ 전화 : 02-251-9378
✽ 영업시간 : 월~토 10:00 ~ 15:00 (일요일 휴무)
✽ 가격대 : 메뉴 당 100~200바트 선
✽ 구글맵 : ‘Sanguan Sri’ 검색 (영어 간판이 없으니 회색 콘크리트 건물을 찾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