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하나로 바꾼 방콕 외식 시장 VIVIN이 만드는 아티장 혁명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4/21 12:35

치즈 하나로 바꾼 방콕 외식 시장
VIVIN이 만드는 아티장 혁명

수입산 치즈 일색이던 방콕 식탁에 '메이드 인 타일랜드'를 올린 그로서란트, VIVIN의 이야기
방콕에서 '치즈'를 주제로 한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유럽산 수입 치즈를 떠올린다. 그런데 에까마이 골목에서 시작한 작은 가게 하나가 그 공식을 꽤 오래전부터 조용히 깨고 있었다. 태국산 아티장 치즈를 발굴하고, 그것을 직접 테이블 위에 올리는 식료품점 겸 비스트로 'VIVIN(비빈)'이다. 아티장(Artisan) 치즈는 장인(Artisan)이 지역의 신선한 원유를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진짜 치즈'를 뜻한다. 화려한 마케팅도, 유명 셰프의 이름도 없다. 그냥 좋은 재료, 정직한 조리, 그리고 오래된 철학 하나가 이 공간을 지탱한다.



'태국산 치즈'라는 생소한 이름표
VIVIN의 설립자 니콜라 비빈(Nicolas Vivin)이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건 2013년이다. 당시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태국에서도 좋은 치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치앙라이, 치앙마이 등 태국 북부 청정 지역을 직접 누비며 현지 생산자들과 관계를 맺었다.

지금 VIVIN이 취급하는 치즈는 20여 종이 넘는다. 스틸턴 스타일의 블루치즈 '타이 싸이 블루(Thai Sai Blue)', 크리미한 염소 치즈 '부셰트(Bûchette)', 쫄깃한 식감의 할루미(Halloumi)까지. 유럽 치즈와 직접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유통 경로가 짧아 신선도가 높고, 가격도 수입산보다 합리적이다. 치즈 애호가라면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데, 먹어보면 그 의심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로서란트'라는 컨셉, 생각보다 진지하다
VIVIN은 스스로를 '그로서란트(Grocerant)'라고 부른다.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을 합친 말이다. 매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500여 종의 유기농·천연 제품들은 단순한 진열품이 아니다. 방금 메뉴판에서 고른 요리에 실제로 들어가는 재료가 그 선반 위에 있다. 'Shelf to Plate(선반에서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이 이 공간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설명한다.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태도도 꽤 구체적이다. VIVIN에서 사용하는 계란은 프리레인지(Free-range), 즉 방목한 닭이 낳은 것만 쓴다. 채소는 치앙마이 등지의 유기농 인증 농가에서 직송된다. 케첩 대신 직접 만든 토마토 처트니를 내고, 탄산음료 대신 자체 제작한 천연 콜라를 선보인다. 거창하게 떠드는 스타일은 아닌데, 들여다보면 꽤 일관된 원칙이 있다.

실제로 먹어봤다 : 추천 메뉴 셋

수플레 오믈렛  
★ 이곳의 시그니처다. 프리레인지 계란을 써서 만든 오믈렛은 입에 넣는 순간 공기처럼 사라지는 질감이 인상적이다. 셰프가 테이블 옆에서 직접 접어주는 방식이라 시각적인 재미도 있다. 치앙마이산 염소 치즈와 쪽파를 넣은 버전이 특히 권할 만하다. 치즈가 주는 산미와 크리미한 식감이 잘 맞아떨어진다.

홀 부라타 치즈 샐러드(Whole Burrata Cheese Salad)  
★ 통째로 올라온 부라타 치즈가 시선을 먼저 잡는다. 칼을 대는 순간 속에서 크리미한 스트라치아텔라가 흘러나오는데, 그 자체로 꽤 극적이다. 주변에 깔린 제철 유기농 채소와 함께 먹으면 무겁지 않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치즈가 주인공인 메뉴라 치즈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시켜볼 만하다.


햄 & 치즈 바게트 클래식 잠봉(Ham & Cheese Baguette Classic Jambon)
★ 단순해 보이지만 재료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직접 구운 바게트에 잠봉(jambon)과 치즈를 올린 구성인데, 빵의 질감과 짭조름한 햄, 녹아드는 치즈의 조합이 군더더기 없이 맞아떨어진다.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 혹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다.

미니 치즈 플레터(Mini Cheese Platter)  
★ VIVIN이 취급하는 태국산 아티장 치즈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블루치즈부터 염소 치즈, 할루미까지 종류별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치즈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방문객에게 사실상 최선의 선택지다. 와인이나 맥주 한 잔과 함께 천천히 비교하며 먹기 좋다.

두 개의 공간, 각기 다른 분위기
현재 VIVIN은 아속과 에까마이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아속 지점은 터미널 21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낮에는 채광이 좋은 밝은 카페 분위기, 저녁에는 아늑한 유럽풍 비스트로로 바뀐다. 쇼핑 후 들러 식사를 마무리하기 좋은 위치다.

에까마이 본점은 VIVIN의 중앙 키친이자 본사다. 규모는 아속보다 작지만 분위기가 더 프라이빗하다. 테라스에서의 식사가 가능하고, 식료품 쇼핑을 겸하기에도 좋다. 매달 열리는 '타이 치즈 뷔페'는 예약 전쟁이 벌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뷔페를 놓치더라도 단품 메뉴만으로 충분히 이곳이 왜 회자되는지 알 수 있다.

VIVIN은 '힙한 카페'나 '인스타 맛집' 같은 수식어와는 거리가 있다. 10년 넘게 같은 방향으로 걸어온 공간이다. 태국의 생산자를 연결하고, 소비자에게 그 결과를 정직하게 전달하는 방식. 방콕에서 치즈와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한 번은 가볼 이유가 충분하다.



VIVIN 방문 정보
VIVIN Asok : Sukhumvit Soi 19 (BTS 아속역 인근)  
영업시간 : 매일 08:00~21:00 (금·토 22:00까지)
TEL : 080-463-5747

VIVIN Ekkamai : Ekkamai Soi 22
본사 겸 중앙 키친, 테라스 공간 운영
영업시간 : 매일 09:00~19:00
TEL : 080-463-5747

❖ 타이 치즈 뷔페는 매월 진행 (예약문의 필수, 조기 마감이 빈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