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을 사로잡은 숏폼의 마력 : 틱톡, 단순한 앱을 넘어 문화가 되다
최근 태국에 방문했다면 누구나 체감했겠지만, 이곳에서 틱톡은 단순한 소셜 미디어 앱이 아니다. 마치 공기처럼 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든, 거대한 문화 현상 그 자체이다.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위아소셜(We Are Social)의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온라인 인구 10명 중 8명 이상이 매일 틱톡을 이용하며 아시아 1위,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이용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태국인의 일상이 된 틱톡
태국인들은 틱톡을 단순히 춤과 립싱크를 따라 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이들에게 틱톡은 검색창, 쇼핑몰, 커리어의 시작점, 그리고 문화 트렌드를 만드는 실험실이자 확성기 역할을 한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대에, 작은 카페나 골목길 식당도 유명 인플루언서의 틱톡 영상 하나로 순식간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1,300만 명에 달하는 태국의 Z세대(12~28세)는 틱톡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틱톡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쇼핑을 하며, 여행 계획을 세운다. 기존의 검색 엔진 대신 ‘틱톡해 봤어?(TikTok it?)’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틱톡은 이들에게 인터넷의 만능 칼과 같은 존재이다.
태국 틱톡의 특별한 이용 행태: ‘관계성’과 ‘진솔함’
태국 틱톡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진정성(authenticity)’을 중시하는 문화다. 화려하게 꾸며진 영상보다는 일상 속 소박하고 솔직한 순간들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높은 공감을 얻는다. 교복을 입은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아침부터 등교까지의 루틴을 담은 영상이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스폰서십을 받는 사례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태국 특유의 ‘관계 중심적 문화’는 틱톡 생태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만든 유머러스한 촌극, 태국만의 독특한 유행어와 슬랭이 담긴 콘텐츠들은 마치 온 가족이 즐기는 한 편의 버라이어티 쇼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이러한 콘텐츠는 태국 내에서만 소비되는 것을 넘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태국 문화의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틱톡이 낳은 태국의 슈퍼스타들
태국의 틱톡은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는 곳을 넘어,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는 등용문 역할을 한다.
★Baby Jolystar : 다양한 캐릭터를 혼자 연기하는 코믹한 상황극으로 틱톡에서 유 명해졌다. 이후 직접 만든 노래가 히트를 치면서 정식 뮤지션으로 데뷔했고, 현재는 교육적인 콘텐츠까지 제작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Punch Puntita : 사랑스러운 외모와 함께 의대생이라는 지적인 매력을 겸비한 그녀는 틱톡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 유명 뮤지션 ILLSLICK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 Dev : 시암 스퀘어에서 진행한 즉석 거리 인터뷰 영상 하나로 패션계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그의 스트리트 패션은 태국 Z세대들의 워너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태국 틱톡은 평범한 10대들이 꿈을 펼치고, 재능을 인정받으며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휴대폰 하나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잠재적인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틱톡, 태국의 미래를 그리다
K-POP이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이끌었듯, 틱톡은 태국 음식, 패션, 관광 산업의 글로벌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언어의 장벽 없이도 태국만의 독특한 감성과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 확성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태국에서 틱톡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앱이 더이상 아니다. 이 앱은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Z세대의 삶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플랫폼이다. 틱톡이 앞으로 태국 사회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