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디지털 왕국의 세 거인 틱톡,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
태국 온라인 지형의 '빅뱅'
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디지털 생태계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 2024년 'We Are Social'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인구의 84.1%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며,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거대한 디지털 왕국은 이제 세 개의 거대한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로 틱톡(TikTok), 페이스북(Facebook), 그리고 유튜브(YouTube)다. 이 세 플랫폼은 단순한 앱을 넘어, 태국인의 일상과 문화, 경제를 형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1. 페이스북 : 여전한 '디지털 광장'이자 비즈니스의 기반
수년째 압도적인 사용률을 자랑하는 페이스북은 태국 사회의 ‘디지털 광장’ 역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가 젊은 층과 특정 콘텐츠에 집중한다면, 페이스북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소통, 뉴스, 커뮤니티의 중심축을 담당한다.
세대와 소통을 잇다
페이스북은 태국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연결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다. 가족 그룹, 동창회 페이지, 지역 커뮤니티 그룹은 실제 생활의 관계망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적 이슈부터 사회적 사건까지, 주요 뉴스는 페이스북 피드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여론 형성의 장이 된다.
압도적인 비즈니스 인프라
틱톡이 바이럴 마케팅의 성지라면, 페이스북은 태국 비즈니스의 '심장'이다. 중소기업, 개인 사업자, 소규모 상점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는 태국 페이스북의 주요 경제 활동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 수익을 창출한다. 틱톡이 ‘발견’을 위한 플랫폼이라면, 페이스북은 ‘관계 유지’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견고한 기반이다.
2. 틱톡 : 젊음과 트렌드의 심장 박동
페이스북이 태국의 ‘현재’를 대표한다면, 틱톡은 거침없이 미래로 질주하고 있다. 'We Are Social' 통계에 따르면 태국인의 80% 이상이 틱톡을 사용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다. 틱톡은 단순한 춤과 립싱크를 넘어, 새로운 문화와 경제를 창조하는 '트렌드 생성기'로 진화했다.
틱톡킹(TikTok-ing) 시대의 도래
1,300만 명에 달하는 태국 Z세대에게 틱톡은 검색 엔진을 대체하는 '정보의 창'이다. 맛집, 여행지, 패션 트렌드, 심지어는 특정 용어의 의미까지 틱톡 영상을 통해 찾는다. 즉, '구글링' 대신 '틱톡킹'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주역
틱톡은 태국의 젊은이들에게 직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커리어 출발점'이 되고 있다. 패러디 영상으로 시작해 음악 스타가 된 'BabyJolystar', 의대생이면서 인기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Punch Puntita', 그리고 거리 패션으로 영향력을 키운 'Dev'와 같은 젊은 인재들은 틱톡을 발판 삼아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짧고 강력한 콘텐츠의 힘은, 이제 막 피어나는 태국의 '소프트 파워'를 전 세계로 전파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3. 유튜브: '깊이'와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왕국
틱톡이 '찰나의 재미'에 집중한다면, 유튜브는 '깊이 있는 몰입'을 추구하는 플랫폼이다. 수십억 뷰를 기록하는 태국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부터, 긴 호흡의 다큐멘터리, 교육 콘텐츠, 게임 실황 방송에 이르기까지, 유튜브는 태국인에게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의 왕국이다.
'TV'를 대체하는 강력한 매체
태국에서 유튜브는 전통적인 TV 채널의 위상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정해진 시간에 TV를 시청하기보다, 유튜브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즐긴다. 이는 유튜브 채널이 새로운 형태의 방송국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뷰티, 먹방, 여행, 게임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 왕국을 구축하고 있다.
4. 숨은 조연들: 태국 디지털 지형을 완성하다
세 거인의 그림자 아래,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도 각자의 역할로 태국 디지털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인스타그램(Instagram)
여전히 태국의 시각적 소통을 주도하는 플랫폼이다. '보는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패션, 음식,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디지털 포트폴리오' 역할을 한다. 틱톡의 성공 이후 '릴스(Reels)' 기능을 강화하며 숏폼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었다.
※X(구 트위터)
'실시간 대화'의 장이다. 태국에서 X는 뉴스가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 곳이자, 정치적 의견이 활발하게 교환되는 공간이다. 특히 K-pop 팬덤과 태국 드라마 팬덤 등 특정 커뮤니티의 '덕질'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어, 특정 인물이나 이슈에 대한 해시태그가 순식간에 트렌드를 장악한다.
※라인(LINE)
소셜 미디어라기보다 '국민 메신저'에 가깝지만, 태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앱이다. 개인 간 소통을 넘어, 기업과 브랜드는 라인 공식 계정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쿠폰을 제공하며, 결제 기능까지 연동하는 등 '수퍼 앱'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결론 : '디지털 왕국'의 지도, 계속해서 변하다
태국의 디지털 생태계는 틱톡, 유튜브, 페이스북이라는 세 개의 거대한 기둥 위에 서 있다. 각 플랫폼은 이용자의 성향과 콘텐츠 소비 방식에 따라 뚜렷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틱톡이 즉흥적인 ‘발견’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유튜브는 의도적인 ‘몰입’을 유도하고, 페이스북은 ‘관계’를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다중 플랫폼 시대는 태국 사회와 비즈니스에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한 플랫폼에만 집중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틱톡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인스타그램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페이스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유튜브로 깊이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태국의 디지털 지형은 여전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세 거인이 이끄는 디지털 흐름이 태국인의 삶을 바꾸고, 새로운 문화와 경제를 창조하며, 국경을 넘어 태국의 매력을 전파하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