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관문 쑤완나품 공항을 지키는
12구의 거인 수호신, 야차(Yaksha) 이야기
방콕의 관문이자 한인 교민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쑤완나품 국제공항(Suvarnabhumi International Airport). 공항 곳곳에 우뚝 서서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을 맞이하는 화려한 색상의 거대 조각상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는 흥미로운 포토존으로, 태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신화적 존재로 자리 잡은 이들은 바로 공항을 보호하고 악귀를 물리치는 역할을 하는 12구의 '야차(Yaksha, 태국어로 얔)' 수호신들이다.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에서 온 250년의 역사
쑤완나품 공항에 세워진 이 위풍당당한 수호신들은 태국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이자 '에메랄드 사원'으로 잘 알려진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의 유명한 야차 상들을 본떠 만든 복제품(Replica)이다. 원본 야차 상들은 약 2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태국 전통 예술과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태국 정부는 2006년 쑤완나품 공항을 개항하면서, 태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 12구의 야차 상을 공항 내부에 배치했다. 개항 이래 이 거대한 수호신들은 매년 최대 6,500만 명에 달하는 탑승객들을 맞이하며 쑤완나품 공항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거인들의 피부색이 각기 다른 이유는?
야차들이 저마다 붉은색, 녹색, 흰색 등 다채로운 색상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단순한 미적 장식이 아니다. 이는 고대 인도의 '라마야나'를 태국식으로 각색한 국민 서사시, '라마끼엔(Ramakien)'의 엄격한 전통 묘사 규칙을 따른 것이다.
태국의 전통 가면극인 '콘(Khon)'이나 사원 벽화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 거인, 원숭이 전사들이 등장한다. 관객들이 이 수많은 등장인물을 한눈에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수백 년 전부터 각 캐릭터마다 고유의 피부색(가면색)과 왕관의 형태, 얼굴 특징이 엄격하게 지정되어 왔다.
즉, 거인 상의 색상 자체가 분노나 평화 같은 추상적인 의미를 지닌다기보다는, 각각의 신화 속 인물을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한 일종의 '시각적 이름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라마끼엔의 주요 마왕인 '톳사깐'은 항상 다면체의 녹색 얼굴로 묘사되어야 하며, '수리야폽'은 붉은색, '사핫사 데차'는 흰색 얼굴을 가져야만 그 캐릭터로 인정받는다.
색상과 이름으로 확인하는 12구의 수호신 명단
공항에 설치된 12구의 거인 상들은 이러한 라마끼엔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저마다의 고유한 색상을 입고 있다.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수리야폽 (Suriyaphob / สุริยภพ): 붉은색
❖ 인토라칫 (Inthorachit / อินทรชิต): 녹색
❖ 위룬혹 (Virunhok / วิรุฬหก): 청보라색
❖ 짜끄라왓 (Chakrawat / จักรวรรดิ): 흰색
❖ 망꼰깐 (Mangkornkan / มังกรกัณฐ์): 연녹색
❖ 마이야랍 (Maiyarap / ไมยราพ): 연보라색
❖ 위룬짬방 (Virun Chambang / วิรุฬจำบัง): 진녹색
❖ 톳사깐 (Thotsakan / ทศกัณฐ์) :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녹색
❖ 앗사깐 마라 (Askan Mara / อัศกรรณมารา): 짙은 보라색
❖ 사핫사 데차 (Sahassa Decha / สหัสเดชะ): 흰색
❖ 톳사키리톤 (Thotsakhirithon / ทศคีรีธร): 적갈색
❖ 톳사키리완 (Thotsakhiriwan / ทศคีรีวัน): 녹색
무심코 지나쳤던 공항의 거인 상들이 품고 있는 250년의 역사와 각기 다른 색상의 비밀을 기억한다면, 교민들의 다음 태국 출입국 길이 한층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자료 제공 및 출처: Eakpawin Travel, 쑤완나품 국제공항, 라마끼엔(Ramakien) 관련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