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기 이야기’
핏빛 우정으로 새겨진 ‘통 트라이롱’ 이야기
동남아시아의 가장 독특한 상징 중 하나인 태국 국기, ‘통 트라이롱(ธงไตรรงค์)’. 단순히 한 나라의 상징을 넘어, 그 속에는 태국의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담겨 있다.
1917년, 와찌라웃 국왕(라마 6세)이 제정한 이 삼색기는 ‘국가, 종교, 국왕’이라는 태국 사회의 세 기둥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아래와 위의 붉은색 줄은 국민의 피와 땅을, 안쪽의 흰색 줄은 국민 대다수가 믿는 불교를, 그리고 두 배 넓은 중앙의 남색 줄은 존경의 중심인 왕실을 상징한다. 이는 ‘국민의 피로써 종교를 수호하고 국왕을 중심으로 단결한다’는 태국인의 자긍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태국의 상징이 한국 땅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야기는 1950년, 비극의 한복판이었던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달려온 나라가 바로 태국이었다. 육해공군 6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통 트라이롱’ 깃발 아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피와 땀을 흘렸던 것이다.
당시 태국 참전용사들은 용맹함으로 ‘작은 호랑이(Little Tigers)’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은 양국의 깊은 우정의 초석이 되었다. 태국의 국기가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통 트라이롱’은 단순히 태국의 국가, 종교, 국왕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운 ‘혈맹의 증표’이기도 하다.
오늘날 두 나라의 활발한 문화 교류와 끈끈한 유대감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경기도 포천에 세워진 태국군 참전 기념비처럼, 우리 역사 한편에는 ‘통 트라이롱’ 아래 맺어진 핏빛 우정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다음에 태국 국기를 보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국가, 종교, 국왕’이라는 태국의 정신과 더불어, 위기의 순간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작은 호랑이’들의 뜨거운 우정을 함께 기억해보면 좋을 것이다.
‘통 트라이롱’은 양국을 잇는 영원한 우정의 깃발로 오늘도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