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 타이 끼(Hia Tai Kee Visukrasat)'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3/09 10:30


세월을 블렌딩한 도심 속 안식처
방콕'히아 타이 끼(Hia Tai Kee Visukrasat)'

화려한 카페 거리 뒤에 숨겨진 '진짜' 방콕의 맛
방콕의 카페 문화는 유행에 민감하다. 하루가 멀다고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화려한 비주얼의 디저트를 내세운 카페들이 들어서지만, 정작 태국 특유의 '숍하우스(Shophouse)' 감성을 간직한 전통 카페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카오산 로드와 방람푸(Banglamphu) 구역에서 멀지 않은 프라차티파타이 거리(Prachathipatai Rd)에 자리 잡은 '히아 타이 끼(Hia Tai Kee, )'는 바로 그 희소성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방콕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쌓인 시간의 맛을 서빙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역사 : 1952년, 정치와 담론의 장에서 전설로
1952년 처음 문을 연 '히아 타이 끼'는 올해로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인근 주민들은 물론,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모여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시국을 논하던 '커뮤니티의 허브'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깔끔한 시설을 갖추었지만, 가게 곳곳에는 여전히 빛바랜 사진과 빈티지한 소품들이 남아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정치적 담론이 오가는 투박한 '아저씨들의 아지트'는 아닐지 몰라도, 세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방콕의 '레전드'로서 그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메뉴 : 투박함 속에 깃든 '진득한' 시간의 미학
이곳의 메뉴판을 펼치면 화려함보다는 정직함이 먼저 다가온다. 태국식 아침 식사의 대안으로 꼽히는 메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기교 대신 오랜 시간 검증된 조합을 선보인다.

★시그니처 '카이 끄라타(Kai Krata)' : 작은 팬에 담겨 나오는 두 개의 계란 후라이 위에 다진 고기와 향신료가 뿌려진 요리로, 겉바속촉의 바게트와 함께 제공된다.
★클래식의 정수 : 싱가포르식 카야 토스트, 로티와 함께 즐기는 커리, 그리고 하와이의 로코모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의 메뉴들이 방문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사실 이곳의 음식들이 미쉐린 스타급의 화려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느껴지는 '느릿하지만 진득한' 맛의 깊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울림이 있다. 투박한 플레이팅 속에서도 주말 아침마다 이곳을 찾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은 바로 이 '세월의 맛'에서 기인한다.

 

음료 : 60바트의 사치, 스모키한 태국식 전통 커피
식사 메뉴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이곳의 커피다. 특히 '태국 전통 아이스 커피'는 이 집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단돈 50바트 내외로 즐길 수 있는 이 커피는 방콕의 뜨거운 태양 아래 지친 여행자에게 최고의 보상이다. 연유의 부드러움과 적당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그 뒤에 치고 올라오는 '스모키한 로스팅 향'이다. 나무 향이 감도는 깊고 진한 아로마는 시중의 프랜차이즈 커피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날 선 신선함을 자랑한다.

커피를 빠르게 마셔버려도 아쉬울 것은 없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무료 차(Tea)를 남은 얼음에 부어 마시는 여유 또한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분위기 및 접근성 : 방콕의 일상을 마주하는 교차로
이 지점은 활기찬 도로변 인근에 위치해 있어 방콕 시민들의 출근길 풍경과 일상의 소음이 묘한 활력을 더해준다. 생동감 넘치는 바깥 풍경과 대조적으로 카페 내부는 평화롭게 정돈되어 있어 특유의 아늑함을 선사한다.

 

[이용 정보]
✽영업 시간 : 월~토 오전 6:00 ~ 오후 2:30 / 일요일 오전 6:00 ~ 낮 12:00 (아침~점심 위주로 일찍 문을 닫으므로 방문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
✽위치 : 78/4 Prachathipatai Rd, Ban Phan Thom, Phra Nakhon, Bangkok 10200
✽접근 방법 : 카오산 로드나 민주기념탑(Democracy Monument)에서 도보로 10~15분 내외 거리에 있어, 방람푸 지역을 구경할 때 아침 식사 장소로 들르기 최적의 동선이다.


총평 : 교민잡지가 선정한 '베스트 레스토랑'
'히아 타이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 창밖의 풍경과 음식을 음미하다 보면, 나 자신이 방콕의 수많은 세월 속에 녹아들어 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깊이 있고, 느릿하지만 묵직한 힘이 있는 곳. 카오산이나 낭렁 마켓, 혹은 차이나타운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아침 일찍 이곳에 들러 방콕의 살아있는 역사를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마셔보길 권한다. 이곳은 충분히 교민잡지 베스트 레스토랑의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