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b Bangkok(딥 방콕)’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1/13 08:53

방콕, 예술의 '날 것(Dib)'을 깨우다
폐창고에서 피어난 영혼의 성소, Dib Bangkok

방콕의 스카이라인이 또 한 번 진화했다. 화려한 쇼핑몰이나 고층 호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25년 12월 21일, 방콕에 문을 연 이래 예술 애호가들과 트렌드 세터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곳, 바로 방콕 최초의 국제 현대미술관 ‘Dib Bangkok(딥 방콕)’ 이야기다.

최근 방콕의 문화 트렌드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곳이다. 현장 줄서기 대신 100% 온라인 사전 예매 시스템을 도입한 최첨단 운영 방식부터, 1980년대 창고를 개조한 과감한 건축 미학까지, Dib Bangkok은 단순한 미술관을 넘어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1980년대 창고, ‘깨달음’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Dib Bangkok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Dib’이라는 이름은 태국어로 ‘날 것(Raw)’ 혹은 ‘진정성’을 의미한다. 이 철학은 건축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980년대에 지어진 철제 창고를 기반으로 한 이 공간은 세계적인 건축가 쿨라파트 얀트라사스트(Kulapat Yantrasast)가 이끄는 wHY Architecture와 태국의 A49(ARCHITECTS 49)가 협업하여 재탄생시켰다.

건물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매개체다. 노출 콘크리트 기둥과 태국-중국식 창문, 그릴 같은 원형의 투박한 산업적 요소들은 그대로 보존되었지만, 그 안에는 정제된 현대적 미학이 스며들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간 구성에 불교적 ‘깨달음’의 서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거칠고 투박한 1층(Ground Level)이 세속의 단계를 상징한다면, 2층은 내밀한 사색의 공간으로, 그리고 톱니 모양(sawtooth) 지붕을 통해 천창의 빛이 쏟아지는 3층 갤러리는 해탈과 평온의 경지를 은유한다. 관람객은 단순히 층계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점진적으로 영혼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사타누크러 가문의 유산, 대중과 호흡하다

이 미술관의 탄생 배경에는 오사타누크러(Osathanukroh) 가문의 3대에 걸친 열정이 서려 있다. 창립자인 쁘랏 오사타누크러(Purat Osathanukroh) 회장은 부친인 펫 오사타누크러의 꿈과 유산을 이어받아, 개인 소장품을 수장고에서 꺼내 대중과 공유하기로 결단했다. 이는 소유를 넘어선 ‘나눔’이자, 예술을 통해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겠다는 포용의 비전이다.

미와코 테즈카(Dr. Miwako Tezuka) 관장을 필두로 한 전문적인 큐레토리얼 팀과 구겐하임, 뉴욕대(NYU) 등 글로벌 예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은 이곳이 단순한 사립 미술관이 아닌, 국제적 수준의 담론을 생산하는 플랫폼임을 증명한다.



 

개관전 :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다(In)visible Presence

개관전인 <(In)visible Presence>는 Dib Bangkok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대변한다. 지난 30년간 수집된 컬렉션과 새로운 협업 작품을 포함해 40명의 작가가 참여한 81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1층 (물질과 형태)
1960~80년대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운동의 맥을 잇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일상의 평범한 재료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은 건물의 ‘재생’ 컨셉과 묘하게 닮아있다.

2층 (기억과 상상)
변형된 일기장, 버려진 오브제 등을 통해 우리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기억을 소환한다.

3층 (치유와 초월)
이번 전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몬티엔 분마(Montien Boonma)의 기념비적 설치 작품들이 자리한다. 향(Scent)과 여백을 활용한 그의 작품은 3층의 성스러운 빛과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깊은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에디터의 시선 : 고요함, 그 럭셔리한 경험

Dib Bangkok은 ‘엄격함’을 통해 ‘자유’를 주는 공간이다. 7세 이상 관람가(12세 미만 보호자 동반), 셀카봉 및 삼각대 금지 등의 정책은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 덕분에 관람객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작품 그 자체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방콕의 번잡함 속에서, 예술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Dib Bangkok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곳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영혼의 피난처’다.

 
 

Dib Bangkok 이용 정보

✽ 위치: 팔람4 (아래 약도 QR 참고)
https://maps.app.goo.gl/X4G7KMXdeHPU8azZ8
✽ 개관일: 2025년 12월 21일
✽ 관람 시간 및 티켓

-현장 구매 불가, 온라인 사전 예매 필수 (최첨단 예약 시스템 운영)
-관람 연령: 7세 이상 입장 가능 (12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 필수)
✽주요 시설
- 3개 층의 갤러리 (상설 및 기획 전시)
- 중앙 정원(Courtyard) 및 야외 조각 정원
- The Chapel (모자이크 타일 외관의 원뿔형 갤러리)
- 4층 펜트하우스 (특별 이벤트 공간)
✽관람 에티켓
- 사진 촬영 가능 (플래시 금지)
- 셀카봉, 삼각대 반입 금지(관람 몰입도 중시)
- 물 포함 음식물 반입 금지
- 대형 짐은 락커 보관 필수

https://dibbangko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