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관세장벽 강화와 ‘국경간 이커머스’의 종말
최근 태국 무역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국 관세청(Customs Department)이 수입 소비재 전반에 대한 관세를 법정 최고 한도(30~40%)까지 인상하겠다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일부 품목의 세율 조정을 넘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했던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 간)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대전환의 신호탄입니다.

1단계: ‘1,500바트의 법칙’ 소멸, 면세 시대의 종말
사실 이번 조치는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미 2026년 1월 1일부로 소액 수입 물품에 적용되던 1,500바트(약 6만 원) 미만 관세 및 부가세(VAT) 면세 제도를 공식 폐지(관세청 고시 제219/2568호)한 바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가 의류, 화장품, 소형 전자기기 등을 낱개로 포장해 보내면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이제는 단돈 1바트짜리 물건이라도 예외 없이 7%의 부가세와 관세가 부과됩니다. 수년 동안 해외 직구족과 저가 수입 셀러들이 누려왔던 ‘세금 없는 특권’이 완전히 끝난 셈입니다.
2단계: ‘5%에서 40%로’ 관세 장벽의 전면화
소액 면세 폐지가 1단계였다면, 지난 3월 30일 발표된 관세 인상 전략은 2단계 조치입니다. 플라스틱 제품, 전자제품 액세서리 등 태국 중소기업(SME)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민감 품목들이 주요 타깃입니다.
기존에 태국 정부가 시장 활성화나 무역 촉진을 위해 부여했던 5% 수준의 ‘인센티브•우대 세율’은 철회하고, 관세법(Customs Tariff Decree B.E. 2530)상 허용된 최고 세율인 30%에서 40%까지 관세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속도’입니다. 이번 세율 인상은 국회의 정식 법률 개정(수정안 통과)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태국 관세법상 관세청장과 재무부 장관은 이미 규정된 법정 최고 한도 내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위임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각(Cabinet) 승인만 나면 즉각 발효될 수 있으므로, 수입 기업들이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대책을 세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3단계: 플래폼의 ‘징세 대행화’와 구조적 개혁
태국 정부의 이번 개혁이 과거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징세 책임을 전가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태국 내에서 영업하거나 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시스템 연동을 요구하고 있다. 결제 단계에서 관•부가세를 자동으로 계산해 원천징수하고, 허위 언더밸류(가격 낮춰 신고하기)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거래 데이터를 관세청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이제 관세 누락의 책임은 개인 소비자가 아닌, 플랫폼과 계약된 ‘수입 화주(Merchant of Record)’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향후 3단계 조치로 소액 물품에 대한 복잡한 HS Code 분류 체계를 없애고, 단일 정액 세율(Flat-rate)을 도입하는 관세법 전면 개정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역 촉진에서 ‘재정 보호주의’로의 급선회, 기업의 생존 전략은?
태국 정부가 이처럼 공격적인 정책을 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중국 등 해외에서 밀려드는 저가 무역 공세로부터 자국 제조 생태계와 중소기업(SME)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실제로 태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매월 약 3억 바트(약 110억 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태국 무역 정책의 기조는 ‘교역 원활화’에서 ‘철저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태국 시장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첫째, 정확한 HS Code 실사(Audit)가 시급하다.
관세가 최고 40%까지 치솟는 환경에서는 사소한 품목 분류 오류 하나가 막대한 과징금이나 통관 보류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가격 정책(Pricing Strategy)의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
수입 원가가 관•부가세 인상분만큼 급등하는 구조다. 마진율을 재계산하고, 인상된 가격에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 만한 브랜드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 셋째, 물류 및 공급망 체계를 다변화해야 한다.
단순히 한국이나 제3국에서 태국으로 직배송(B2C)하던 방식은 더 이상 비용 경쟁력이 없다. 태국 현지 자유무역지대(FTZ) 창고를 활용해 물량을 대량으로 들여와 통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거나, 장기적으로는 현지 소싱 및 위탁 생산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무관세 직구’에 의존하던 비즈니스 모델의 유통기한은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된 세정 시스템과 높은 관세 장벽이 공존하는 태국의 새로운 무역 질서 속에서, 선제적으로 공급망과 법적 컴플라이언스를 정비하는 기업만이 동남아시아의 핵심 시장인 태국에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원고는Tilleke & Gibbins의Thailand announces customs duty hikes for key consumer goods”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