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디지털 자산 허브를 향한 과감한 도약 : 가상화폐 양도소득세 전면 면제
2025년 9월 5일, 태국 정부는 왕실 관보를 통해 장관 규정 제399호를 발표하며 아시아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 규정의 핵심은 2025년 1월 1일부터 2029년 12월 31일까지,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인가를 받은 디지털 자산 사업자를 통해 발생한 개인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전면 면제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 과세를 주식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장기적인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고, 태국을 아시아의 핵심 디지털 자산 허브로 만들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파격적인 세금 혜택의 주요 내용과 경제적 기대효과
새로운 규정의 골자는 명확하다. 투자자들은 SEC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거래소, 브로커, 딜러 등을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할 경우, 그 과정에서 얻은 자본 이득에 대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이전까지 원천징수와 복잡한 상계 절차를 거쳐야 했던 행정적 부담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은 제도권 내에서의 투자를 더욱 활발히 할 유인을 얻게 되었다.
태국 정부는 이번 면세 조치로 단기적인 소득세 수입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활성화, 외국인 투자 유치, 그리고 이와 연계된 부가가치세(VAT) 및 법인세 수입 증대를 통해 최소 10억 바트(약 370억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세수 확보보다는 건강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견고한 규제 기반 위에 세워진 혁신
태국의 이번 세금 감면 정책은 단순히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가 아니다. 이는 2018년에 제정된 디지털 자산 사업에 관한 긴급칙령이라는 견고한 법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태국은 일찍이 혁신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종합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왔다.
이 법령에 따라 태국 내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은 다음 6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며, 모두 SEC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 디지털 자산 거래소 (Digital Asset Exchange)
◈ 디지털 자산 브로커 (Digital Asset Broker)
◈ 디지털 자산 딜러 (Digital Asset Dealer)
◈ 디지털 자산 펀드매니저(Digital Asset Fund Manager)
◈ 디지털 자산 자문 (Digital Asset Advisor)
◈ 디지털 자산 수탁 지갑 제공업체 (Digital Asset Custodial Wallet Provider)
이들 사업자는 최소 자본금 요건 충족은 물론, 강력한 사이버 보안 시스템,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처럼 체계적인 규제 시스템이 있었기에, 정부는 자신감 있게 제도권 내 거래에 한정하여 세금 혜택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었던 것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촘촘한 규제망
태국 SEC는 단순히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특히 토큰 발행(ICO/STO)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 기술, 재무 계획, 위험 요소 등을 상세히 기술한 백서를 SEC에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해야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토큰을 증권과 유사한 ‘투자 토큰’과 서비스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유틸리티 토큰’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성격에 맞는 법적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다.
과거 무허가 영업을 한 바이낸스에 대해 형사 고발을 진행하고, 시장 과열 우려가 있던 NFT 거래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법 집행 사례들은 태국 규제 당국이 시장 건전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이해관계자별 영향 및 시장 전망
이번 양도소득세 면제 조치는 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모든 참여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 개인 투자자 : 5년간의 완전한 비과세 혜택은 전례 없는 기회다. 다만, 이 혜택은 SEC 인가 플랫폼을 통해서만 적용되므로, 해외 거래소나 P2P 거래를 이용할 경우 여전히 과세 대상이 된다. 또한 향후 OECD의 가상자산 보고 표준(CARF) 도입에 따른 보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2. 디지털 자산 사업자 : SEC 라이선스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인가받은 사업자들은 막대한 거래량을 유치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동시에 늘어나는 고객과 거래량을 관리하고, 강화될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3. 태국 정부 : 정부의 역할은 규제자에서 ‘생태계 조성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태국의 디지털 금융 부문을 혁신하고, 투자자 기반을 넓히며,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결론: 기회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허브로의 도약
태국의 장관 규정 제399호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견고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프레임워크 위에서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더한 태국의 접근 방식은 ‘기회’와 ‘규제적 신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시도다.
규제 혁신이 운영 준비성과 만날 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 태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디지털 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태국이 디지털 금융 시대의 선두주자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