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증 책임의 전환 : 태국 ‘결함 상품법(레몬법)’ 초안 핵심
요약 및 기업 대응 가이드
2026년 6월 16일 태국 내각은 소비자보호위원회 사무국이 제안한 ‘결함 상품에 대한 책임법’ 초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흔히 ‘레몬법(Lemon Law)’으로 불리며, 6월 24일 하원 1독회에서 원칙 승인된 뒤 정부안을 중심으로 추가 심의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 법안이 최종 제정될 경우 태국의 소비자 및 구매자 보호 체계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핵심은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상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구매자가 “판매 당시부터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초안에 따르면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상품의 하자가 드러난 경우, 해당 하자는 인도 당시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판매자는 그 하자가 인도 당시 존재하지 않았거나, 판매자의 책임 범위 밖의 사유로 발생했다는 점을 반증해야 한다.
특히 이 법안은 자동차, 오토바이, 전기제품, 전자기기 등 고가이거나 기술적으로 복잡한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제조사, 유통사, 판매사, 대리점, 온라인몰 운영 기업은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와 세부 조항을 주시하면서, 사전에 보증 정책과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법안은 아직 최종 법률로 제정된 상태가 아니며, 의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될 수 있다. 따라서 아래 내용은 현재 공개된 정부안과 관련 설명을 바탕으로 한 초안 단계의 정리다.
1. 배경: 왜 태국판 ‘레몬법’이 추진되는가
현행 태국 민상법상 상품 하자를 주장하는 구매자는 일반적으로 해당 하자가 판매 또는 인도 당시 이미 존재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분쟁에서는 이 입증이 쉽지 않다. 특히 자동차, 전자기기, 산업 장비처럼 구조가 복잡한 상품의 경우 일반 구매자가 결함의 원인을 기술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차량의 반복 시동 불량, 전자제품의 간헐적 오작동, 고가 장비의 내부 부품 결함 등은 소비자 입장에서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결국 구매자는 수리 지연, 반복 입고, 판매자와 제조사의 책임 공방 속에서 충분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태국 정부가 이번 법안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제품 품질과 사후관리 기준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법안은 단순히 소비자 보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제조업체가 출고·인도·수리·고객 대응 전 과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기록 관리와 품질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가진다.
2. 핵심 변화 : “구매자가 증명하라”에서 “판매자가 반증하라”로
이 법안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입증 책임 구조다. 초안에 따르면 법정 추정 기간 내에 상품의 하자가 발생하거나 드러날 경우, 그 하자는 인도 당시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판매자는 다음과 같은 점을입증해야 할 수 있다.
첫째, 상품 인도 당시에는 하자가 없었다는 점.
둘째, 하자가 구매자의 부주의, 오사용, 임의 개조, 사고, 부적절한 보관 등 판매자의 책임 범위 밖의 사유로 발생했다는 점.
셋째, 해당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 아니라는 점.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출고 검사 기록, 인도 확인서, 일련번호 관리, 수리 이력, 고객 설명 자료, 사용 조건 고지 내역 등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반증할 수 있어야 한다.
3. 법정 하자 추정 기간
이 법안이 무기한 보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개된 정부안 기준으로 하자 추정기간은 상품 종류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하자 추정 기간
~ 일반 상품 인도 후 6개월
~ 전기제품 인도 후 6개월
~ 전자기기 인도 후 6개월
~ 오토바이 인도 후 6개월
~ 자동차 인도 후 1년
주의할 점은 오토바이다. 일부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모두 ‘motor vehicles’로 묶어 1년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현재 공개된 정부안 설명 기준으로는 자동차는 1년, 오토바이는 6개월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이 법안은 일반 소비자 거래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 할부구매, 금융계약, 교환계약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B2C 소매업체뿐 아니라 B2B 공급계약을 운영하는 제조사, 총판, 대리점, 리스·할부 금융 관련 기업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4. 구매자가 요구할 수 있는 주요 구제수단
초안은 하자 발생 시 구매자가 요구할 수 있는 구제수단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한다. 단순 수리만이 아니라, 하자의 성격과 심각성에 따라 교환, 가격 인하, 계약 해지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
구제수단 적용 가능 상황
수리 :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고칠 수 있는 하자
교환 : 중대한 하자, 반복 하자, 수리 실패, 정상 사용이 어려운 경우
가격 : 인하 상품의 가치는 떨어졌지만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경우
계약 해지 및 환불 :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안전상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
이와 별도로, 구매자는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필요한 비용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하자 발생 시 단순히 수리 여부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 사안이 교환·환불·가격 인하·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5. 수리 기한: 일반 상품 60일, 자동차 90일
이번 초안에서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리 기한이다. 공개 설명 기준으로 일반 상품과 오토바이는 60일, 자동차는 90일 이내에 수리를 완료해야 하는 구조로 설명되고 있다. 이는 서비스센터에 장기간 입고된 채 해결되지 않는 관행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수리 완료 기준
~ 일반 상품 및 오토바이 60일 이내
~ 자동차 90일 이내
이 기한 내에 수리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구매자는 가격 인하, 계약 해지, 손해배상 등 법이 정한 구제수단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태국 내 서비스 네트워크가 약하거나 부품 수급이 지연되는 기업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산업 장비처럼 부품 수입과 기술 진단이 필요한 상품은 사전에 핵심 부품 재고, 수리 인력, 진단 장비, 협력 서비스센터의 처리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6. 중대한 하자 발생 시 교환권
초안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일정 기간 내 교환 요구권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설명되고 있다. 공개된 설명에 따르면 일반 상품은 인도 후 7일 이내, 전기제품 및 전자기기는 14일 이내에 중대한 하자가 드러난 경우 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안전상 문제가 있거나 수리가 불가능한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면 즉시 교환 또는 계약 해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리콜성 대응과 유사한 실무 부담을 기업에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결함은 고객 불만 차원을 넘어 법적 분쟁, 평판 리스크, 감독기관 대응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7. 적용 예외
현재 공개된 설명에 따르면 이 법안은 모든 거래에 무제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거래 또는 상품은 적용 예외로 설명되고 있다.
예외 대상 설명
✽중고품 : 별도 법률 또는 기존 계약·민상법 규율 적용 가능
✽살아있는 동물 : 상품 하자 책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향
✽개인 간 거래 : 개인 간 직접 거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향
장관령으로 정하는 일부 상품 최종 하위규정 확인 필요
다만 예외 범위는 최종 법문과 하위규정에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중고 상품, 리퍼비시 제품, 전시품, 렌털 후 판매 상품 등을 취급하는 기업은 최종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8. 기업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➊ 인도 전후 검사 기록의 중요성 증가
앞으로 기업은 “인도 당시 하자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출고 검사표, 품질검사 결과, 제품 사진, 영상 기록, 일련번호, 고객 인수확인서, 설치 확인서, 사용 설명 고지 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기록이 부실하면 판매자가 하자 추정을 반박하기 어려워지고,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➋ 보증서와 약관의 전면 검토 필요
기존 보증서나 판매 약관 중 “소비자가 하자를 입증해야 한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는 조항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새 법안이 시행될 경우 법정 구제수단과 수리 기한보다 구매자에게 불리한 약관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보증기간, 수리 절차, 교환 기준, 환불 조건, 가격 인하 기준, 부품 수급 지연 시 대응 방안 등을 새 법 체계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
➌ A/S 네트워크와 부품 공급망 점검
수리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단순 고객 불만이 아니라 법적 구제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센터의 진단 능력, 수리 인력, 부품 재고, 본사 승인 절차, 해외 부품 조달 기간 등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한국 본사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구조라면 태국 내 재고 확보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본사 승인 대기”나 “ 부품 수입 지연”은 향후 법적 분쟁에서 충분한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할 수 있다.
➍ B2B 공급계약과 대리점 계약 재검토
이 법안은 B2C 거래뿐 아니라 B2B 거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제조사가 태국 총판, 딜러, 대리점, 리스회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하자 발생 시 책임 분담 구조를 계약서에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특히 다음 항목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 하자 판정 권한
~ 수리비 부담 주체
~ 교환·환불 비용 정산 방식
~ 제조사와 판매자의 책임 분담
~ 소비자 또는 구매자 클레임 접수 절차
~ 리콜 또는 대량 하자 발생 시 비용 부담
~ 부품 공급 지연 시 책임 소재
~ 기존 계약에 대한 경과규정 적용 여부
➎ 재무적 충당금 설정
자동차, 오토바이, 전자기기, 고가 장비를 판매하는 기업은 향후 교환, 환불, 가격 인하, 수리비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회계상 반품·보증·수리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판매량이 많고 A/S 네트워크가 넓지 않은 기업은 초기 시행 단계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➏ 온라인몰과 고객센터 매뉴얼 정비
이커머스 플랫폼, 자사몰, 소셜커머스,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웹사이트의 환불·교환·수리 정책을 새 법안에 맞게 점검해야 한다. 고객센터 직원에게도 새로운 법적 권리, 수리 기한, 교환 가능 기준, 환불 요건, 증빙자료 요청 방식 등을 교육해야 한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 잘못된 안내가 이루어지면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
9. 제조물책임법과의 차이
이번 결함 상품법 초안은 기존 제조물책임법과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주로 결함 제품으로 인해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의 책임을 다룬다. 반면 이번 초안은 구매한 상품이 계약상 기대한 성능이나 품질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구매자가 수리·교환·가격 인하·계약 해지 등 구제수단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있다. 즉 제조물책임법이 “결함 제품으로 인한 손해”를 다룬다면, 결함 상품법 초안은 “하자 있는 상품 자체에 대한 계약상 구제”를 다루는 성격이 강하다.
10. 국제적 흐름과의 비교
태국의 결함 상품법 초안은 미국의 자동차 레몬법, 유럽연합의 소비재 매매 규율 등 국제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들 제도 역시 기술적으로 복잡한 상품의 하자에 대해 구매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수리·교환·환불 등 명확한 구제수단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다만 태국 초안은 무기한 보증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다. 공개된 설명 기준으로는 하자 추정 기간을 일반 상품·전기제품·전자기기·오토바이는 6개월, 자동차는 1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구제수단도 주로 구매자가 기대했던 상태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11. 향후 절차와 기업의 대응 시점
이 법안은 아직 최종 제정된 법률이 아니다. 의회 심의 과정에서 적용 범위, 기간, 예외, 경과규정, 시행일 등이 변경될 수 있다. 최종 시행일은 법률이 통과되어 왕실 관보에 공포된 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법이 확정된 뒤에야 준비를 시작하면 늦을 수 있다. 특히 보증서 개정, 대리점 계약 재협상, 서비스센터 교육, 부품 재고 확보, 고객센터 매뉴얼 개편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따라서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지금부터 다음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판매 상품별 하자 추정 기간 적용 가능성
~ 보증서 및 약관의 법적 적합성
~ 출고·인도·설치·수리 기록 관리 체계
~ A/S 네트워크와 부품 공급망
~ B2B 공급계약 및 대리점 계약의 책임 분담 조항
~ 온라인몰 환불·교환 정책
~ 고객센터 대응 매뉴얼
~ 교환·환불·수리비 증가에 대비한 재무적 충당금
핵심 요약
태국의 결함 상품법, 이른바 레몬법 초안은 구매자 보호 체계를 한 단계 강화하는 법안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법정 기간 내에 하자가 드러난 경우, 상품은 인도 당시부터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판매자가 이를 반증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정부안 기준으로 하자 추정 기간은 일반 상품·전기제품·전자기기·오토바이는 인도 후 6개월, 자동차는 인도 후 1년이다. 또한 일반 상품과 오토바이는 60일, 자동차는 90일 이내 수리를 완료해야 하는 구조로 설명되고 있다.
이 법안은 소비자만이 아니라 B2B 거래, 할부구매, 금융계약, 교환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리스크가 크다. 한국 제조사, 유통사, 판매사, 대리점은 보증 정책, 수리 체계, 계약서, 고객 대응 매뉴얼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아직 최종 법률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태국 시장에서 상품 판매와 사후관리의 기준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조기 준비는 단순한 법적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을 지키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자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실제 약관 변경, 계약서 수정, 분쟁 대응 또는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시에는 태국 현지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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