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편의점 천국의 나라 태국…태국인들을 위한 ‘럭키세븐’인지, 아니면 ‘상생 속의 살생’인지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0/11/25 16:49

-“히우 므어라이 꺼 웨 마!”
-“언제라도 배고플 때면 들려주세요!”

태국의 편의점에서 태국민들이 손쉽게 먹거리를 포함한 물품을 구입하는 모습./사진=필자

태국의 모 대기업 C사가 운영하는 S편의점의 점포 수가 1만1천개를 넘어섰다. 태국 편의점의 대명사로 통하는 S편의점은 남녀노소, 학력고하, 그리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는 장소이자 간단히 한 끼 때우는 요기거리 구입처로 자리매김 되어있다. 오죽하면 아침식사를 거른 직장인들이 출근 직후에 “세븐일레븐 갈래 ?” 라는 말을 “아침식사하러 갈래?” 하는 말 대신에 대용하다시피 할까…

이런 범국가적(?) 상황에 부응한 대표 편의점 S사의 주력 마케팅 문구도 재미있기 그지 없다. 
“히우 므어라이 꺼 웨 마!”
(언제라도 배고플 때면 들려주세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방콕의 주요 길목마다 들어선 크고 작은 편의점 매장 근처에는 편의점 본사 측이 개발해 판매하는 즉석 해동 간편식 제품들과 유사한 종류의 메뉴를 파는 노점상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곳이 다수이다 보니 자연스레 먹거리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곳이 세븐일레븐 매장 근처라는 인식마저 확산되어 있다. 서민대중들은 주요 길목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한 끼 때울 수 있는 먹거리 선택권을 편의점 내 간편식 진열대에서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근의 리어커 행상에서도 비닐봉지에 포장되는 각종 간편식을 구입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식사 전후에 마시는 음료수를 포함한 기타 생필품까지 편의점에서 조달받는 한편, 그 주위에 늘어선 노점상들이 제공하는 즉석조리 리어카 행상까지 포함된 일종의 ‘현대적 편의점과 재래시장의 콘소시움 마켓’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편의점 앞 노점상들로부터 편의점 측이 자릿세 명목으로 일정 금액의 임차료를 징수해 노점상들이 떳떳하게 편의점 앞에서 장사하게 허용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한국적 상황에서라면 있을 수 없을 이 진풍경은, 어찌보면 참으로 어수선한 상황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상생’ 그 자체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주변에 형성되는 노점상들과 편의점이 상생하며 물건을 파는 모습./사진-필자

편의점 측이 이렇듯 자신들의 매장 주위 노점들을 축출하지 않고 버젓이 매장 전면에 유치해 장사하게 하는 이유는, 각 매장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Franchisee)들로 하여금 노점상들로부터 임차료를 받아 수익금 일부를 벌충케 하는 효과를 노리게 해준다. 반면,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은 “노점 형태의 즉석 먹거리와 편의점 내의 냉동·냉장형 즉석 해동식품 그리고 그외 생필품을 동시에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장터가 동네 편의점”이라는 인식을 갖게해 주고 있다. 편의점 측도 좀 더 다양한 모객효과 측면에서 편의점 앞 노점상 난립(?)이 오히려  고객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적 인식이 급기야 태국 국민 대표 편의점인 S편의점의 출입구에 “If you hungry, please visit/히우 므어라이 꺼 웨 마”라는 슬로건까지 나붙게 만든 것이다. 세븐일레븐 가맹본사(Franchiser)도 이를 묵인해 주는 상황에서, 지방 같은 경우는 심지어 이를 조장하기도 하는 탓에 지방의 마을 어귀에는 예외없이 S편의점 매장과 노점상들이 공존하는 소형 장터가 벌어져 있는 광경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태국 지방 마을 어귀에는 우리나라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 대신에 S편의점 매장과 노점상들이 마을 입구의 상징처럼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노점상을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해 박해를 가하거나 시·도등 정부기관에서 박제형 박스 자릿세 비즈니스로 직접 관리하려 들다 보면 허가된 박스형 노점상들에게는 엄청난 자릿세 권리금이 붙기도 한다. 또한, 그런 획일적 노점상 인프라를 관리하는 현대판 아전과 포졸(?)들의 자릿세 상납 부조리 등살에 노점상들이 무참히 거리행상적 삶의 현장에서 내쫓기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기에 이런 태국적 상황은 나름, 상생하는 삶의 가닥으로 자리매김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노점 음식들이 비위생적이라거나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차원에서는  방콕키얀들에게 조차 호불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태국 일반 시민들에게는 별반 무리가 따르지 않는 일상사인데다가 오히려 이런 현상 자체가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기도 한 까닭에 외국인 입장에서 뭐라 단정해 결론낼 수는 없는 문제라 여겨진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자의든 타의든 ‘저임금 경제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편안한 마음이라도 가지고 살아가려는 태국인들의 안분지족(安分知足)’적 삶이 그 안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안빈낙도(安貧樂道)스러운 삶과 소비경제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 11,000여개소의 S편의점 태국 영업권을 태국 대기업 C사가 소유하고 있다보니, 저임금 구조에 따른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 소비구매 먹이사슬에 기반한 수익금은 그들의 가맹점(Franchisee)들을 통해 고스란히 당해 대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만다. 우리나라가 70년대에 저임금 도시 노동자들이 최소한 초근목피는 해가며 일할 수 있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저곡가정책’이라는 소비경제 먹이사슬을 운영해서 지탄받았던 시절이 떠오를 지경이다. 당시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경제가 희생되어 피폐해진 만큼 한국공업 경제는 임금 비용요인이 절감되어 발전했다.

▲ 방콕 수쿰윗 번화가에 위치한 편의점 앞 리어카 판매대에서 조리중인 노점상./사진-필자

태국 편의점의 요기거리 편의식 제품 라인업은 하나같이 저가품 일색이다. 식재료에 다수의 화학적 식향이나 가미제 그리고 보존제를 쓴 제품이 태반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니 국민들의 식생활 건강과는 사뭇 괴리감이 크다. 그렇지만 저가품 먹거리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도 뭉칫돈을 벌고 있고, 그런 매출을 올려주는 주요 고객층은 저임금속에 살아 낼 먹거리가 필요한 다수의 서민계층이다.

하루 3백 3십바트(약 1만 2천원) 내외의 일당으로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S편의점을 이용하여 먹거리와 생필품의 상당부분을 구입한다. 편의점에서 팔리는 주요 제품 라인업의 판매 가격도 일반 대형마트나 동네 구멍가게 대비 거의 차이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C대기업의 S편의점 뿐 아니라 다수의 태국 편의점들은 잡화소매점 골목상권 파괴라는 단점을 빼고 보면 저임금 저물가 경제의 태국을 이끌어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으로 어떻게 보면 태국인들에게 있어 편의점은 ‘럭키 세븐(?)한 존재’인지, 아니면 “디스 이즈 타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상생속의 살생’의 한 장면일 뿐인지 참으로 모호하기 그지없다.

오늘도 양극화로 치달으며 ‘겉으로도 속으로도 늘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자의 첨예한 대립’이 늘 횡횡한 내 조국 대한민국과 내가 살고 있는 나라 태국은 어쩜 이렇게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르기도 한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