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신남방 진출 지렛대…왜 태국 시장인가?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0/12/22 16:35

-태국 진출기업과 소상공인들의AD(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 Disease)시대 맞이 변주곡

태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동남아의 중심국가를 태국으로 생각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인도네시아는 국민총생산 기준으로 아세안 제일의 경제대국인데다가 비록 소형비행기이지만 항공기 대량생산에 착수한 나라이고, 베트남은 근래 들어 자국 브랜드로 승용차 생산까지 시작한 국가인 동시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물량의 절반을 생산해 내는 판국인데,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뜨는 베트남만, 지는 태국’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열보존성이 뛰어난데다가 쉽사리 눌어붙지 않는다’는 내마모성을 가진 ‘테프론 프라이팬’에 비교되곤 하는 특성을 가진 태국 경제의 저력을 만만히 볼 수 없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아세안 주요국가 국민총생산 순위 및 구매력 기준 글로벌 순위표. 이미지= IMF World Economic Out Look April. 2017

■ 왜 태국시장인가?...태국의 국가 매력도

태국은 ‘아세안 2위 경제대국’인데다가 2억명의 인구를 포괄하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국을 이어주는 ‘바트 경제권’으로 불리우는 역내 경제허브 국가이다. 동북아시아를 13억 인구의 인도는 물론 유럽과도 연결해주는 항공 및 해상교역 환승지라는 지리적 이점과 물류인프라를 가진 중간 기착지 국가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일컬어지는 연간 2백만대에 이르는 자동차 산업과 전기· 전자산업 분야의 밸류체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태국의 기간 산업이다.

태국은 무엇보다도 ‘B.C(Before Corona)시대’에 이미 해외여행객 4천만명을 돌파한 기록을 가진 관광대국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태국에서 접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은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노출 확산 효과(Effects of Brand exposure)를 형성함은 물론, 태국을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의 귀국을 통해 글로벌한 마케팅 거울효과(Mirror)를 형성해 주기도 한다.

한 마디로 태국에서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하면 인근 동남아 국가는 물론, 연간 4천만명의 방문객을 통한 글로벌 버즈마케팅(Buzz Marketing)이 된다는 의미다.

■ 태국 시장 진출 한·일 연대기

인구는 소비를 의미하고 소비는 곧 생산과 판매를 유발시킨다. 따라서 인구가 많을수록 시장 규모는 크다. 소비자 가전업계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괄목할 만한 다양한 소비형태의 가전제품 구매력의 가처분소득 보유단계라고 말하는 1인당 5천 달러 상당의 국민소득 보유국은 아세안 국가를 통틀어 싱가폴(63,987 달러), 브루나이(27,871 달러), 말레이시아(11,137 달러)와 태국(7792달러) 정도로 국한된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4,164 달러)와 필리핀(3,294 달러), 베트남(2,740 달러)가 잇고 있다.

▶출처 : 2019 IMF 국별 1인당 GDP 기준

반면, 전술한 1인당 5천달러 이상의 소비력 진작 분기점으 넘는 상위그룹에 속한 나라들의 인구 수를 살펴보면 태국(6,900만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싱가폴(570만명), 브루나이(4십만명), 말레이시아(3160만명) 수준으로 태국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출처 : 2017 UN인구기금 자료 기준

다시 말해, 1인당 국민소득과 인구라는 두가지 잣대를 고려 시, 제조된 상품을 다각적으로 소비해 내는 일정규모 이상의 ‘구매력 보유 인구 규모 측면’에서 태국이 아세안 국가 내에서 최고의 적정 수준으로 무르익어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경제 체제 면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의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이데올로기 시대의 공산·사회주의 체제였던 것에 반해 태국은 1932년 입헌혁명 이후 자본주의 개방경제 체제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속적으로 표방해 나가고 있다.

종교적 측면에서도 태국은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도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종교적 규범에 얽힌 제한 사유가 적은 편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부르나이 등은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여서 짙은 종교적 색체가 사회 전체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이쯤되면 일본이 1970년대 들어 ‘엔고현상’과 대 유럽수출을 위한 ‘안티 덤핑’ 피해 방지 그리고 ‘GSP수혜(일반특혜관세)’라는 삼박자를 노려 동남아를 우회수출기지로 선택하면서, 그 중 태국에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방점을 찍은 둥지를 틀게된 이유를 알 수 있다. 규모의 내수시장이 확보된 수출전진기지로서 태국은 최상의 매력도 보유국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 삼성전자 역시 “동남아의 지리적, 문화적 중심국가로 견실한 성장이 예견된다”면서 태국시장의 의미를 ‘미.중.러.독.인도’와 같은 강대국들과 같은 반열국가로 상정해 소위 ‘6대 핵심국가 1등화 전략’이란 것을 시행하면서 태국에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부경제회랑(EEC) 중점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맙타풋 산업단지 모습. 사진=태국EEC 추진본부

■ 태국은 지고 베트남이 뜬다? 둘 다 같이 띄우면 뭐가 문제…

그러다가 2011년 태국의 대홍수 천재지변을 전후한 군사쿠데타 발발 등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성장동력을 잃고 중진국 함정에서 허덕이는 태국의 현실을 지켜 본 삼성전자가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을 생산할 대규모 핸드폰 공장을 베트남에 짓기로 결정하면서 한국기업의 대 태국 투자진출에 야릇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의 조달처 일부를 인근국가로 분산시키면서도 태국을 지속적인 동남아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 본부 국가로 삼고 있다. 아세안 역내의 실세로 인정받는 일본의 동남아 지휘본부는 예나 지금이나 태국이라는 이야기다.

올해 파나소닉의 가전제품공장의 베트남 이전이 크게 뉴스화되었지만, 이 역시 파나소닉이 태국내 운영하고 있는 10개 공장, 20개 사업부 중 800여 명이 근무하는 2개 백색가전 대형제품 사업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을 뿐이다. 나머지 18개 사업부의 13,700 명의 종업원은 태국에서 가전소형물과 밧데리 제품 등 주력 부가가치 사업 생산공장을 태국에서 지속적으로 운영중에 있다.

또한, 태국 내 진출한 일본 전체의 해외 소비자 가전산업에서 파나소닉은 전체 가전산업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며 그외 전자제품 생산의 태반은 태국에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국 내 진출한 한국 가전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을 뿐인데, 두 회사 모두 베트남으로 A/V제품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겼으며, 현재는 백색가전 제품만을 태국에서 생산중이다.  


'글로벌 파트너링 아시아 2020' 행사에서 태국의 자동차 · 전기전자 산업의 동향에 대해 한-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태국 관련업계 참가자들.  사진=KOTRA 코트라 방콕무역관

■’선택과 집중’ 전략과 ‘지나친 쏠림 현상’은 다르다=신남방 정책의 국별 포트폴리오 구축 재점검을 위하여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우는 태국의 자동차산업 밸류체인 단지가 일본의 손아귀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일본 상사가 현대차의 태국 내 독점 판매권을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현대차가 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를 해외생산 거점으로 택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항간에 인도네시아 측에서 전기차(EV 산업) 부문에 대한 파격적 진출 혜택을 제시한 반면 태국정부는 일본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 제대로 대응하는 제안을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쨌거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데는 늘 이런저런 이유가 있기 마련일테고.

그렇지만 언제까지 신남방 정책의 전개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라는‘흑묘백묘론’으로 몰고 갈수는 없음이다. 인도네시아를 정상외교와 현대차를 내세워 뚫었고,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 진출을 중심으로 공고히 했다면 태국은 바트 경제권과 전기·전자 및 자동차 밸류체인 파트너링쉽을 활용한 부품 공급과 기술력 제휴 교두보로 활용하고, 싱가폴은 금융정책 운영처, 말레이시아는 상업적 구매력이 가미된 이슬람 시장으로 운영하는 한편, 필리핀은 오랜 국교관계를 활용한 포괄적 관계정립 강화 등으로 국별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전체 동남아를 견인하는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내는 신남방 아세안 진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경제의 실효성 있는 진출기반 운영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다. 대기업 뿐만이 아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거리까지 창출해 내는 실제적이고도 전술적인 신남방 진출 발판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down economics) 역시 획득되어 질 것임을 다시 말해 무얼할지 싶다. 기저에 맞닥트린 코로나사태의 복판에서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국별 포트폴리오 구축을 다시금 다져 나가기 시작하면 얻어질 반사효과(Reflection Effect)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먼 듯 가까운 나라 태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먹거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보다 입체적이고 탄탄한 매트릭스 구조를 갖춰 실행되기를 기대해 보면서, 그 과정에서 현지 재외동포들의 ‘슬기로운 태국생활’이 영위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되는 일석이조의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