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방콕세설] 세계 5위의 현대·기아차가 동남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우는 태국에서 우뚝 서는 그 날을 기다리며
지난 3월 25일부터 4월7일까지 14일간 방콕의 무엉통타니 아레나 전시장에서 아세안 역대 최대규모의 자동차 전시회로 불려지는 제 40회 방콕 국제 모터쇼 2019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 33개 자동차 메이커가 참가해 각축전을 벌인 14일간의 행사기간 중 도요타는 렉서스를 제외하고도 무려 6,110대의 계약 판매고를 올린 것 대비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는 도합 987대를 판매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도요타 6,110대, 마쯔다 5,211대, 혼다 4,910대, 미쓰비시 3,019, 이스즈 2,715대를 판매했고, 유럽계 차종인 벤츠와 BMW는 각각 4,205대와 1,569대가 팔렸으나,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730대와 257대의 판매에 그친 가운데 총 37,769 대의 자동차가 행사기간 중 판매되었다.
현대차는 전기자동차 ‘KONA & IONIQ’를 전시해 이미지 제고에 주력하였으나 실판매는 승합차 ‘H-1 & Grand Starex’에 국한되었으며 새로이 설립된 Hyundai Commercial Vehicle(Thailand)라는 별도의 회사를 통해 미니버스 ‘카운티’를 한 대 전시해 놓았을 뿐, 소나타와 그랜저 그리고 제니시스 등은 단 한대의 진열 전시 조차 없었는데다가, 기아차 역시 일반 승용차는 스팅거 한대와 화물트럭이 전시되는데 그쳤고 그나마 행사기간 중 실 판매는 승합밴 카니발 외에 단 한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지 생산법인이 없는 현대·기아차로서는 완성차 고관세 장벽 등으로 인한 판매경쟁력이 역부족임에 따른 난제가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이런 상징적인 의미의 자동차 전시회에 거의 대부분의 공간을 오로지 승합밴(일명 봉고차)에 할애한다는 것은 한국산 제품의 태국시장점유율에 늘 관심이 가는 현지 재외국민으로서는 애타는 마음 한량없을 뿐더러, 이런 판매현황을 목도하고 나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현대차가 현지 생산기반이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라는 위상 대비, 태국 자동차산업협회의2018년 1월-11월 통계 기준, 태국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0.5%(4,545대)이고, 기아차가 0.14 %(1,326대)라는 부분은 아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팔리고 있는 국가마다 모두 제조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이렇게까지 시장점유율이 부진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그 이면에는 이런 상황을 낳은 배경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 없는 두가지 팩트가 있다.
그 첫번째는 앞서 언급한 판매 라인업의 편협성 부분인데, 현대차는 H-1승합밴 판매회사이고 기아차는 Carnival 승합밴 판매회사라고 태국내에 인식되어져 있을 뿐, 제대로된 라인업을 갖춘 자동차 회사로 태국인들에게 인식되지 않고 있기에 이는 곧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저해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더 한층 아이러니한 두번째 팩트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브랜딩을 준비해 나가는 진성 디스트리뷰터가 아닌 눈 앞의 이득만 생각하는 이러한 파행적 라인업을 운영하는 주체인 Hyundai Motor Thailand Co., Ltd.는 다름아닌 ‘히데키 야나키사와’라는 일본인 사장을 둔 Shojitz라는 일본회사라는 점이다.
태국은 부품에서 완성차까지의 탄탄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허브 국가이자, 견실한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연간 200 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해 ‘동남아의 디트로이트’로 일컬어지는 나라이고, 2030년까지 세계 4위의 경제블록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아세안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자동차 산업 글로벌 밸류체인 시장국이다.
또한, 18개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내수시장에 연간 약 80만대를 판매하고 약 120만대 가량을 수출하는 전 세계 12위 내외 규모의 자동차 산업국가이자 아세안의 두번째 경제대국인데, 내수판매 물량의 89%를 일본브랜드 자동차가 점유하고 있다.
기업의 내부사정이나 중장기 비즈니스 플랜에 따른 진입시점 등 여러가지 난제가 태국에 진출한 양사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있을 것이고 그에 맞는 행보를 해나가고 있을 법도 하니, 제 3자의 시각으로 감놔라 배놔라 할 일은 아닐 것이기에, 일본회사 아니라 그 어느 나라 회사가 현대·기아차의 수입판매를 한다고 해도 판매나 브랜딩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여겨지면 딱히 달리 닥달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전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라는 현대·기아차가 이렇듯 0.5%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한 두해도 아닌 긴 세월동안 이어나가는 부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에 따른 변화의 시도를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당 기업들에 재삼 당부하고 싶은 마음은 이번 모터쇼를 보고와서 갖게당 된 절절한 심정임을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일본의 높은 시장점유율과 완성차 고관세 장벽을 뚫어 낼 수입판매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18개사에 달하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 기업들의 태국내 부품밸류 체인을 이용해 현지 SKD(Semi Knocked-Down) 수준의 심풀 조립 또는 본격 투자진출을 통한 Full CKD(Complete Knock Down) 수준의 생산기반을 통한 경쟁력을 제고해 본격 진출을 하든, 이제는 그 발걸음을 떼어 내야 할 때로 보여진다. 작은 규모로 조립라인을 시작해 시장점유율을 올려 나가면서 조립제조라인을 확충해 온 선발 진출 해외 자동차 회사들과 이미 태국 현지의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다양한 타 업종의 한국회사들의 경험을 도외시 하지 말고 활용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 현대·기아차의 자랑스럽고도 훌륭한 제품라인업을 풀어헤쳐 놓고, 그간 태국 땅에서 승승장구해 온 한국의 대표 전자제품 메이커인 삼성·LG 가 걸어온 길에 대한 벤치마킹 부터라도 우선 한번 해볼 일이다.
이곳 현지 재외동포중에 일본차와 유럽차 내던지고 아반테와 제니시스 그리고 K5,7,9를 타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 두명이며, 한국에 여행가서 타 본 멋지고 성능좋은 한국승용차를 타보고 싶은 태국인이 어디 한 둘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