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태국, 그랩푸드 배달앱…코로나 下 요식업계 구원천사인가, 필요악인가?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5/27 15:28

[전창관의 방콕세설] 태국, 그랩푸드 배달앱…코로나 下 요식업계 구원천사인가, 필요악인가?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 운영업체이자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인 ‘그랩 홀딩스(Grab Holdings)’가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할 것임을 발표했다.‘그랩 홀딩스’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340억 달러(약 38조 3860억 원)에 달할 것이며, 곧 두 회사간 합병을 통한 뉴욕증시 상장 방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그 만큼 ‘그랩푸드’라는 음식배달앱 중심의 ‘그랩서비스’의 위용은 태국과 동남아는 물론, 세계적 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 각양각색의 배달앱 회사 오토바이들이 앞다투어 출발하려고 아속 사거리에서 교통신호 대기중인 모습 / 사진 : 필자

■ ‘그랩푸드’ 코로나 상황 下, 밥상차려 주는 구세주인가?

언젠가부터 ‘커퓨(Curfew)’와 ‘락다운(Lockdown)’ 그리고 ‘딜리버리’와 ‘테이크어웨이’라는 단어에 친숙해진 방콕키얀(Bangkokian)들의 일상에 필요성과 편의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그랩푸드(Grab Food)다. 태국 배답앱 서비스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5대 배달앱 중 단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이하, 배달앱=그랩푸드) 특히, 요즘 같이 수시로 요식업소의 객장 내 식사 행위가 극도로 제한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배달 앱은 소비자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구세주(?) 격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나가는 식당 업주들에게 그나마 영업을 잇게 해 줄 주요 판매 수단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아예 그랩 푸드로 통칭되는 배달앱 서비스 자체를 취급 안하는 요식업체들도 많을 뿐더러, 설사 그랩푸드를 사용한다해도 코로나로 인한 영업중단 시기의 개점휴업 상태나 면해보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겨우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한인사회 요식업체의 경우 태반이 그랩푸드 서비스 취급을 외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과도한 음식 배달앱의 서비스 수수료 문제, 바로 그것이다.

■ 식당운영 원가구조→치명탄 ‘그랩푸드 30% 서비스 수수료’

간략히 나마 요식업체들의 원가구조를 계산해 보자. 예를 들어 음식값을 100바트(=100%)라고 가정했을 때, 업체의 위치나 규모 등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겠지만, 식당 주인이 재료 구매 시투입하는 식자재 재료비는 35바트(=35%) 내외이다. 여기에 임차료 비중을 평균 잡아 20바트(=20%)로 보고 인건비를 15바트(=15%) 수준으로 책정한 다음, 그 외 ‘광열비/포장용 패키지/세금/기타 비용을 약 15바트(=15%) 라고 가정하면 합계는 대략 약 85바트(=85%)가 나온다. 그런데 그랩푸드 타일랜드가 식당 주인들에게 받아가는 서비스 수수료는 당해 식당의 매장 수 또는 매출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건당 매출액의 25%~35% 수준이다.  

태국에서의 일반적인 그랩푸드의 수수료율 중간치인 30%를 적용해도 85%+30%=115%라는 명백한 적자 구조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식당 주인 일가족 인건비를 무상(?)으로 투입하거나 업주 소유의 건물에 가게를 열어 임차료와 인건비가 현격히 윗 예시 기준율 대비 적게 지출한다면 모를까 결국 개개 식당 주인들은 태국에서 배달 앱을 사용해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 방콕 시내의 배달 인기 베이커리 점 매장 앞에서 주문입수 대기하고 있는 푸드판다 배달원들의 모습 / 사진 : 필자

이런 불합리한 구조 하에서, ‘커퓨’에 ‘락다운’이 시행되면 식장주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은 둘 중 하나다. ‘내방 식사 고객에게 받아왔던 식사비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배달서비스 매출에 합산시킨 발란스 금액으로 섞어찌개식(?) 매출을 구성해 물타기 원가구조로 가게를 겨우 유지해 나가거나, 문걸어 잠그고 당해 기간 동안 장사를 포기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대형식당이나 직영 점포 수가 많은 체인스토어 방식의 업체들은 그나마 전자의 방법을 통해 요즘같은 위기상황에서 운영자금 순환이라도 시킬런지 모르겠으나, 소규모 영세 단일 점포 운영주는 이렇듯 배달앱으로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계속 영위해 나갈 재간이 없는 것이다.

■ 배달수단인 오토바이만 공유하고 이윤은 공유치 않는 공유경제…현대판 소작농 앱

배달앱을 식당 주인들이 억지 춘향 격 일지언정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고와 소비자 편의성 때문이다. 한마디로 배달 식사를 주문 하려는 고객에게 배달앱은 그 식당의 간판이자 메뉴판 역할을 한다. 때문에 식당주인들은 고객에게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억지춘향 격 일지언정 배달앱을 사용해야 하는 시장구조가 점점 더 굳건히 자리잡혀가고 있다. 끊이지 않는 융단폭격식 배달앱의 온라인 광고에 친숙해진 고객들은 언젠가부터 식사를 주문할 때 전화번호부를 찾거나 냉장고에 붙여놓은 포스터 전단을 뒤적이지 않는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언제라도 자신이 찾고자 하는 식당을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찾아주기 때문이다. 배달앱에 한번만 타이핑해 놓거나 GPS기능을 사용하면 배달 도착지 주소를 통화 육성으로 일일이 불러주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결제수단도 신용카드와 현금 등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심지어 요식업체 별 과당경쟁을 불러 일으킨 결과물로 등장하는 각종 할인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요식업 시장경쟁 구조 하에서, 한 마디로 식당주인이 오토바이 배달원 구해 월급 주기 싫어서 배달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사용해야만 하는 온라인 배달 지상주의 시대가 이렇게 도래한 상태에서 요식업체 주인들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소위 ‘공유’ 제대로된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평균 잡아 5~7km를 폭주족처럼 달려 배달 오토바이 기사가 한 건 배달해주고 받는 돈은 고작 30~40 바트(약 1,250 원) 수준이다. 유류비는 물론 배달앱 회사 로고가 선명히 아로새겨진 배달가방과 유니폼 자켓도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 배달원이 사비로 구입한 것이며, 현금 배달 비용 보증금도 배달앱 회사에 입금시켜 놓아야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제아무리 고객 편의성이 큰 디지털 상거래 행위라지만, 소작농이 보릿고개를 넘어 살아 남아야 그나마 소출을 거둬 지주를 먹여살릴 수 있듯이 배달앱 사용 음식점에 대한 최소한의 운영가능 이익구조는 담보되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배달앱 업체들의 일방적인 과다 서비스 수수료(30%) 징수 사유가 지나친 천문학적 광고비 지출에 있거나 거대기업 운영을 위한 간접비에 있던지 간에, 실제로 인간이 식당에서 밥을 시켜먹는 공유경제 프로세스에서 공유해야 할 것이 배달인력의 오토바이 만 일수는 없는 것이다.

농부가 농사를 지은 곡물로 식당 주인이 밥상을 꾸미고, 배달앱 기사가 배달해서 밥 한그릇을 받아드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찌 일방적으로 배달원과 식당 주인만 희생하고 중간 거간꾼인 배달앱 서비스 회사와 소비자만 배불릴 수 있다는 것인지 알길이 없다.

■ 마치 권력 층과 담합이라도 하듯이 선심쓰듯 내놓은  태국 음식 배달앱 서비스료 인하안 30%

그런데, 코로나 집단감염 확산 사태가 크게 발발하기 시작했던 작년 4월, 배달앱 이용 수요가 급증하자 태국정부가 배달앱 회사들에게 하달한 권고안에 대해 그랩푸드가 내놓았던 대안이라는 것 또한 참 가관이다. 다름아닌 “그랩, 식당 배달 수수료 5% 인하…기존 35%에서 30%로”라고 마치 선심이나 쓰듯 작년 4월에 일간지에 큼지막하게 났다. 이런…이건 자신들이 어차피 업체별로 차등 부과하던 서비스 수수료의 중간치를 그저 적어 놓은 것에 불과한 수준이 아닌가 말이다.


▶ 그랩푸드가 시비스료율을 35%에서 30%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꾸룽텝투라낏 작년 4월 1일자 기사.
30%라는 인하된 배달료 역시 요식업소 업주들에게는 이익을 낼 수 없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출혈 원가 구조로 여겨지고 있다 / 사진 : 꾸룽텝투라낏 기사 사진

이런 상황 하에서 누가 배달앱을 ‘공유경제의 총아’라고 할것인지. 세상사 어차피 ‘제로섬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과도하게 취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배달앱 회사들이 그야말로 ‘착취경제 먹이사슬 앱 회사’라는 소리 안들으려면 ‘배달앱 회사↔오토바이 배달원↔식당주인↔소비자’ 모두에게 최소한의 혜택이 공유되는 배달앱 서비스 수수료가 상생적 구조로 재탄생해야 한다.

오늘도 방콕의 여기저기 확진자 발생 타임라인 지역을 지뢰밭 피하듯 이동하며 배달식당에서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을 받아 방콕 시내를 총알처럼 내달리는 그랩 오토바이들 덕분에 코로나 사태에서도 온기가 채 덜 가신 밥을 받아 먹는다. 그렇지만, 이 모든 먹거리 조달 프로세스에서 최상위 먹이사슬에 위치한 ‘배달앱 서비스 회사’와 말미의 공급받는 자인 ‘소비자’만 혜택받고, ‘식당주인의 인프라 설비’와 ‘배달앱 기사의 오토바이’만 공유하는 것이 배달앱 시스템이라면 누가 더 이상 그들을 ‘공유경제’라 불러 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