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19/11/26 13:02

[전창관의 방콕세설]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 Latte is horse~, 라떼는 말이야~ / 사진출처 :
삼성생명

요즘 신세대들간에 유행하는 이야기 가운데 ‘라떼는 말= Latte is horse’이라는 풍자어가 있다. 소위 밀레니엄세대(Millennials,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들이 베이비 붐 세대(Baby Boomers, 1940년대~1960년대 출생)의 언행에 일탈스런 경우가 많다고해서 붙여진 말인데 소위 ‘권위적인 꼰대문화’를 꼬집어 지칭하는 말이다.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해서, “어딜 감히”, “네가 뭘 안다고”, “그런걸 왜 내가”, “내가 누군지 알아?” 등으로 대표되는 연하자에 대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언행에 밀레니엄 세대들이 ‘까페 라떼 잔’을 들고 일침을 가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란데(Cafe Grande) 말입니다… 

사실, 옛 세대들은 학생 시절에 선배들이 오뎅 국물에 소주 한 잔, 고갈비 한접시에 막걸리 한 잔 사주면서 들려주던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이야기가 그리도 달가웠다. 그건 당시의 판에 박힌듯한 고교교육에 물들어있던 자아를 세상의 안과 밖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탈것의 엔진이자 연료 같은 존재였고,

사회생활에 진입해서 소주 잔 사이로 젓가락을 휘집어대며 삼겹살이 타지않게 뒤집는 필살기를 발휘하는 와중에 듣던 선배사원들의 ‘칼차고 말타며 내달리던 시절의 업무무용담’은 참으로 찰지기까지 했다.

오랜 선험을 가진 임원급 사내 선배들의 험난한 회사 설립 초창기 시대의 “라떼는 말이다~” 해대는 일화들은 어처구니 없는 부분도 일부 있곤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와 의미를 더한 교과서 같으면서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틈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구세대와 신세대의 앙금으로 말미암아 ‘구세대가 신세대에게 “우리 때는 취업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그리 벅차니 힘내라...” 라고 격려해 주어도  꼰대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너희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힘이 많이 드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 마저도 반발하는 것이다. 이유고하간에 무엇이든 자신의 상황에 동감해주지 않으면 꼰대이고 자신의 마음에 안들면‘아, 짜증나~’를 연발하는 경우도 많다.


▲ 삼겹살 타지않게 제때 뒤집어줘야하는 와중에, 선배들의 ‘라떼는 말이야’ 해대는 무용담도 들어야 하는 바쁜 회식시간. / 사진출처 : SLOW NEWS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이면에는 차세대 젊은이들이 겪는 상황에 대한 몰이해 상태에서 무조건 가르치려 드는 일종의 무례에 가까운 구세대들의 문제시되는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어찌보면 기성세대의 해답없는 지적질과 훈도는 ‘따스한 초코파이의 정(情)과 박카스 한병’ 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차가운 조언 이전에 따스한 공감부터 해주어야 함이 순서이다. 물론, 힘겹게 헤쳐 온 자신들의 일그러진 젊은 날의 초상만을 떠올리며 그저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를 연발하는 이 시대의 아재와 꼰대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이러한 ‘라떼(Latte)=말(horse)’이라는 등식이 만들어내는 선험자격 기성세대 리더와 차세대 젊은이간의 단절은 심각히 우려해야 할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아닐 수 없다.

외국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고, “오래된 현악기에서 깊이있는 선율이 울려퍼진다”고 했던가.

구세대는 ‘When I was your age(나때는 말이야)= Latte is horse(?)’ 같은 이야기를 신세대들에게 퍼부어대기 보다는 좀 더 따뜻하게 그들에게 다가서며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선험적 경험을 선별해 나누어 주고, 차세대 젊은이들은 구세대에게서 필요한 선험적 지식을 공유받는 세상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우리나라 속담에 “옛 어른 말 그른데 없고, 어린아이 말 거짓이 없다”고 했다. 기성세대는 경험에서 얻어진 우려 뿐 아니라 따스한 격려를 동시에해 낼 줄 아는 능력과 마음가짐을 길러내고, 차세대는 진실된 마음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며 선험자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함은 당연지사다.


▲ 기원전 그리스 시대 아테네 광장에서, 소크라테스 가라사대... “요즘 애들은 버릇이 너무없어 앙대~”했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이니. / 사진출처 : 호오컨설팅 블로그

2천년이 훌쩍 지난 기원전 그리스시대에 살던 소크라테스도 아테네 광장을 희희낙낙 거니는  젊은이들과 논쟁을 할 때면 “요즘 애들은 앙대~”라고 했었다니, 어쩌면 21세기가 된 지금에 이르러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는 정도의 풍자어가 유행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걸맞는 너무도 당연한 풍속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