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김의 무역학, 빙수의 유통학, 치킨의 제품학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19/06/24 18:51

[전창관의 방콕세설] 김의 무역학, 빙수의 유통학, 치킨의 제품학

 

- 신한류(新韓流)와 신태류(新泰流) 현상으로 여기기에는 비즈니스  기회 측면에서 곤혹감을 배제할 수 없는 ‘원조주의 역조 현상’  
- 오스트리아 슈니첼의 돈가스로의 변신이나 후토마키가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마키로 발전해 일본으로 역수입된 사례와는 다른 ‘원조 주객전도’ 상황 불러 일으켜

한국이 종주국 내지는 원산지인 [김 – 빙수 – 후라이드 치킨 삼국지(三國志)]가 맹획이 칠종칠금하던 나라 태국에서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치열한 군웅할거 삼국지의  막강 제후국 주인공들은 다름아닌 태국 회사들이다.

첫번째 싸움터인 <김나라 대첩(大捷)>에서는 태국인들이 ‘김’ 이라는 것을 밥에 싸먹는 반찬이 아닌 과자로 즐긴다는 착안점을 기반으로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출발해 해당 니치마켓의 파이를 폭발적으로 키워낸 <타오깨너이>이 맹주가 되어 일약 시장 점유율 70%를 구가하며 30개국 이상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태국 맥주재벌 씽’까지 뛰어들었는데 점입가경으로 브랜드 자체를 한국어인 ‘마시따’ 로 상정하고 국내 아이돌 스타 슈퍼쥬니어 규현까지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에 몰두해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트리플 앰 이라는 회사는 따완댕을 포함해 무려 4개의 브랜드로 ‘김’을 제조하여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카부끼 라는 일본명을 내세운 회사는 브랜드로는 일본어를 쓰면서도 제품 포장에는 한복입은 케릭터를 내세운 국적불명 마케팅을 펴고 있다. 외관포장에는 ‘100% 한국산 김(Korean Seaweed)’ 이라고 명기하는 반면, 시장을 과점하며 점유율 1위를 달리는 ‘타오깨너이’는 ‘Korean Style’ 이라는 한국산 모방제품들이 흔히 사용하는 문구 대신 아예 ‘타오깨너이 스타일(Taokaenoi Style)’이라고 주체성(?) 있는 표기를 명시하는 자신감까지 표출하고 있다.


▲ 로고 이미지 출처 : 각 회사별 공식웹사이트

두번째 격전장인 <빙수전투(戰鬪)>  또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커피와 와플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애프터유>라는 태국 토종 디저트 까페가 ‘우리나라 전래의 여름철 기호식품이자 우유를 눈처럼 갈아 만든 신기술 특성품’인 ‘빙수’를 카피해서는 망고 등 현지의 각종 열대과일 성분과 우리나라 딸기향 분말을 얼음가루 결정체 안에 점착시켜 만든 새로운 빙수계 고수의 맛 트렌드셋터(Trend Setter)로 나서며 태국 빙수무림계의 지존으로 나섰다. 이후, 자신들의 주력이던 와플류 판매 매출고를 상회하는 주객전도식 빙수 매출 파이를 키워나가는가 싶더니 급기야 매장수가 74개점에 이르렀는데 빙수 품질력과 상품성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한국제품을 본따 만든 것이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국내에서 눈꽃빙수기계들을 수입해 난립한 업체들간의 지나친 경쟁 다툼이 정작 빙수 자체의 제품력 개발에 있어 특별한 차별점이나 우위력을 보이지 않고 서로 가격경쟁 다툼을 벌이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상황을 야기하는 와중에, 태국 디저트까페업체 ‘애프터유’가 안정되고 세련된 빙수 제품력과 브랜딩을 중심으로 대형 고급백화점 유통을 휩쓸며 손님 줄세우기에 기염을 토하고 나선 것. 결국, 평범한 태국 아주머니였던 애프터유의 오너는 이미 주식상장 절차를 마치고 태국 요식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부호의 자리에 올랐다.

세번째는 <치킨대전(大戰)>인데, 겉은 바삭거리면서 부드러운 속살맛까지 머금은 독특한 맛과 양념소스와의 조화로 이름난 ‘한국식 후라이드 & 양념치킨’을 태국식으로 재해석한 <본촌치킨>이 서양열강 케이에프씨 및 맥도날드와 자웅을 겨루며 대형 쇼핑몰 요지에만 수년 새 41개 매장을 열고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지의 태국 주변국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태국의 한 유학생녀가 맨하탄 거리에서 우연찮게 본촌치킨의 단짠맛을 체험하고는 자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 같다는 탁월한 예지력을 발휘한 것과 더불어, 꾸준한 태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신제품 메뉴 개발을 통해 ‘치킨은 찹쌀밥과 함께 먹는 것’ 이라는 등의 태국인들 본태성 취향에 맞는 제품개발(Product Marketing)에 나선 결과이다.  ‘외식업’ 또는 ‘음식문화’라는 것은 인류 문화의 중심축인 ‘의식주’의 한가지로서 그 양태적 특성이나 전개 주체가 언제 어디서고 바뀌며 다양한 접변을 만들어 나갈수 있는 하나의 문화형태이다. 그렇지만 식문화 역시 인류에게 주어진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이기에 그 주도권 쟁탈전 또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 – 빙수 – 후라이드 치킨 삼국지(三國志)’ 리더쉽 쟁탈전을 지켜보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비근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기승전결이 다른 경우가 있기는 하다. 다름아닌 ‘돈까스와 캘리포니아 마키’가 그것인데, 오스트리아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슈니첼’이라는 음식을 자국으로 들여다가 돈까스 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해 팔았지만 그 사업 주체는 역시 일본인이었다. 심지어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음식인 후토마키를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 팔다가 미국 서부 해안선에서 많이 채취되는 날치알을 후토마키에 접목시켜 개발해 판매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시장반응이 좋자 일본으로 역수입하여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마키’ 라는 음식을 파생시켰다. 이 경우 역시 그 비즈니스 오너쉽의 중심은 일본 외식업계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난데없이 무슨 먹거리 이야기에 일천한 애국만능주의 같은 것을 들이대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맹획이 칠종칠금하던 나라에서 이미  ‘김 – 빙수 – 후라이드 치킨 삼국지’의 종주국 리더쉽을 잃고 이미 패전했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가별 군웅이 할거하는 ‘음식열전’에 있어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임은 물론이고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는 거병술의 기본이기에 근 면년 사이에 이곳 신남방에서 벌어졌던 몇 몇 외식 리테일마켓팅 전투(?)의 침체 사례를 가지고 필요이상으로 왈가왈부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태국은 인구 6천9백만명의 아세안 2위의 경제대국답게 2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 뒤이은 외식업산업 부분 아세안 2위 매출국가이다. 동부경제회랑(EEC)과 태국 4.0그리고 타일랜드 스마트시티로 이어지는 외국자본투자와 경제개발 전쟁(?)의 후방 병참 역할로서 식음료 제품 판매를 통한 외식산업의 동반성장이 주목되는시장이다. 연간 300억 달러 규모의 식음료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에, 주객이 전도된 태국 외식시장의 ‘김 – 빙수 – 후라이드 치킨 삼국지’에서 그간의 일시적 전황 불리를 교훈으로 종주국 리더쉽을 찾아 더 큰 비즈니스 기회화 할 필요가 있다는데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 사진출처 : 본촌 공식웹사이트

무릇 장사(Business)는 크게3가지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품질좋은 ‘제품력(Product)’, 두번째는 신뢰할 수 있는 제품임을 구매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브랜드(Brand)’ 그리고 세번째는 실제로 해당 제품의 판매가 일어나는 현장에서의 고객관리(Customer Care)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먹는 제품 다르고 입는 물건 별개이며 탈 것과 볼거리 장사가 별도일 수 없다.

결국 모든 장사(Business)가 지니는 속성은 같다. 이 세가지를 제대로 갖추어 시장에 뛰어드는 임전무퇴(臨戰無退)와 유비무환( 有備無患) 정신을 실행하되, 깜짝쇼 차원이 아닌 디테일링을 통한 완성도를 높이고 원가계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사업성 확보를 견지를 해나간다면, 결국 ‘김 – 빙수 – 후라이드 치킨’ 종주국인 우리나라 업체들이 신남방경제 최일선 국가인 태국에서 다시금 ‘김 대첩(大捷)’과 ‘빙수전투(戰鬪) ’ 그리고, ‘후라이드치킨 대전(大戰)’에서 승전보를 올릴 날이 머지 않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