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온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서로 읽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습니다. 특히 영어가 아닌 작가의 언어로 읽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 선생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노벨상 작품을 한국어 원서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매일 울며 썼다는 한강 선생의 말이 가슴 아팠습니다. 제가 읽기에도 어려운 글이었지만 외국인들도 한국어로 한강 작가의 글을 읽기 바랍니다. 시로 쓴 산문의 느낌이어서 감성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광주 5.18 이야기와 제주 4.3 이야기가 비극이어서 오히려 공감대가 외국 독자에게도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와 제주의 비극은 시대가 지남에도 해결되지 않고 때로는 도로 뿌옇게 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비극은 엄청난 고통이지만, 그 고통이 문학과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입니다. 슬픈 아이러니입니다. 구한말의 동학혁명, 일제강점기, 분단과 한국전쟁, 군사독재, 산업화와 민주화는 다채로운 고통과 성장입니다.
미스터 선샤인이나 파친코라는 드라마, 토지나 태백산맥과 같은 소설은 모두 시대에 빚을 졌고, 한 시대를 빛냈습니다. 허나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습니다. 쓰는 작가조차 눈물 흘리고 마는 애끊는 고통이 작품을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친일과 반일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극심한 빈부의 격차에 따른 고통이 있습니다. 고통을 넘는 예술이 많이 나오기 바랍니다. 밝은 예술의 힘이 세상 속으로 전달되기 바랍니다.
한강 선생의 작품을 한국어 원서로 읽는 것도 좋지만 좋은 번역으로 만나는 것도 기쁜 일입니다. 한국 문학 번역도 한류와 함께 점점 넓고 깊어 집니다. 우수한 영어, 일어 번역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기도 바랍니다. 제가 듣기로는 현재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는 영어 번역을 재번역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즉 한국어를 전혀 못해도 번역이 가능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어 전공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겁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물론 한류나 한국 경제 발전에 힘입은 바 큽니다. 국내 대학에도 한국어학을 전공하는 훌륭한 외국인 제자가 많습니다. 박사도 많습니다. 좋은 번역의 기회가 있기 바랍니다. 미얀마어 번역, 태국어 번역, 라오스어 번역, 베트남어 번역도 더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유럽이나 아프리카어로도 번역이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번역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한국어를 번역하는 데는 초기에 큰 지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긴 안목의 지원을 부탁합니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한국어 원서로 읽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습니다만, 한국어가 세계 속의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어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재외동포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글학교가 더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국가의 노력이 있기는 하나 새로운 한글학교를 세우고,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랍니다. 또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당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더 커지기 바랍니다. 한국어 전문가, 한국어 번역가 양성에도 더 큰 관심 기대합니다.
노벨문학상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좋은 동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한강 선생의 수상을 계기로 한국어의 바람도 커지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한강 선생께 고마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한강 선생이 이제는 덜 아파하고 밝은 글도 쓰기 기원합니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된다고 하는데, 저 역시 기대하며 긍정적 작품의 한강이 오기 바랍니다. 새로운 한강이 옵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