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나라
내가 꿈꾸는 나라는 너무 단순해서 꿈까지 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나라입니다. 우선 어른이 존경받고 아이가 사랑받는 나라입니다. 존경할 어른이 없다고 말하지만, 존경하는 젊은이도 적습니다. 아이들이 엉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를 더 사랑해주는 어른도 적습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게 무슨 꿈이냐고 하겠지만,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 세상에서 남녀의 사랑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꼭 결혼해야 하고,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결혼과 아이가 부담스럽다면 그건 잘못된 세상입니다.
아이들은 집 밖에서 뛰놀기를 꺼리고, 부모는 아이들을 밖에 내놓기 두렵습니다. 이제 그만 놀고 들어오라고 어둑한 밤길을 찾아다니는 부모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바랍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세상을 원합니다. 하기 싫은 것을 미래라는 이름으로 준비하게 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교육이 폭력이 되고, 교훈이 억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확천금을 노릴 수밖에 만들어진 현실이 한탄스럽습니다. 젊은이는 열심히 살아도 집을 살 수 없고, 노인은 집에 묶인 돈 때문에 허덕이며 삽니다. 흐르지 않는 경제에 경기는 더 나빠지고,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하고 싶은 자리가 없는 게 답답합니다. 빈부의 격차는 실제보다 심리적으로 확대되고, 높은 곳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증오합니다. 증오는 다시 혐오를 낳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를 혐오합니다.
특정한 국가를 혐오하고, 특정한 인종을 차별하며, 사람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주장의 방식도 폭력적입니다. 말이 통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말로 해도 그냥 말이 아닙니다. 온갖 더러운 말과 분노의 말이 한가득입니다. 이해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용서와 관용은 없습니다. 배려와 양보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것을 미워하면서 세상이 온통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부자연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치는 바르지 않습니다. 경제는 가진 자의 경제입니다. 종교는 평화에서 멀어집니다. 학문은 실용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세대가 갈라지고, 남녀가 나뉩니다. 아름다운 가치를 이야기하면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상은 환상 취급을 받습니다. 환상은 미친 짓으로 규정됩니다. 세상이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렇습니다. 꿈꾸는 것조차 어리석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다시 어른을 존경하고, 존중하기 바랍니다. 다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어른들은 그 아이를 아껴주기 바랍니다. 종교와 철학이 귀한 대접을 받아야 세상이 바뀝니다. 종교와 철학에 욕심이 없어야 그 대접을 받습니다. 실용에 가치를 더한 세상이 되기 바랍니다. 달라서 더 특별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극단의 세상을 걷어내야 합니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 존중하고, 조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꿈입니까? 꿈이어야 합니까? 원래 그래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 태초의 가치를 찾으며 살아야 합니다. 큰 꿈은 나부터 꾸어야 합니다. 내 꿈을 다른 이가 대신 꾸어줄 수는 없습니다.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뀝니다. 이것은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귀한 책을 읽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기 바랍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