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그대는 혼자가 아닙니다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6/04 11:47

그대는 혼자가 아닙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영어는 성적의 핵심이고, 경쟁력의 주요한 도구입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영어 공부가 재미있었다면 행복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 공부는 좋은 겁니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낯선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고전이나 명작을 만날 수도 있고, 나의 삶을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늘 행복한 언어 공부를 꿈꿉니다.

그런데 그토록 오랫동안 배운 영어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납니다. ‘미스터 스미스, 미시스 윌슨’ 정도의 이름이 기억나고, ‘아임 파인 땡큐 앤유’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정도입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만, 무엇을 소통할까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용 없는 문법 공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공부는 헛공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언어교육은 헛공부입니다. 우리는 긴 시간, 많은 노력을 투자하여 헛일을 한 셈입니다. 어떤 내용이 기억에 남아있습니까?

그래도 다행스럽게 제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영어로 된 글이 있습니다. 물론 영어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고, 그 내용이 기억 속에 있습니다. 영어로 남아있다면 더 좋겠지만, 기억하라고 배우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예전에 언어교육은 좋은 글을 소리내서 읽는 것이었습니다.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언어교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읽는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그러고는 그 내용을 전부 외웁니다. 여러 번 읽었기에 따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외워집니다. 그게 언어교육입니다.

제 기억 속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겁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거운 돌을 너의 모든 능력을 사용해서 움직여보라고 합니다. 아이는 힘도 써보고, 도구도 이용해 보지만 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들기에는 무리가 있는 돌이었나 봅니다. 아이는 포기하고 아버지께 내 모든 힘을 썼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너는 너의 능력을 다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모든 힘을 다 썼다고 항변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너의 능력이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 영어의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내 능력에는 나만의 능력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부모님도 있고, 형제와 자매도 있습니다. 친구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이웃도 있습니다. 나는 나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언제든지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곁에 있습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나를 도와줄 사람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런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손을 내미는 노력 말입니다.

또한 나 역시 그의 능력이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변의 사람이 힘들어하면 도와주어야 합니다. 내게 도움을 청할 때 기쁘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내 작은 도움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도와주려고 합니다. 내 능력이 그의 능력에 일부가 되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도움은 주고받는 겁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서로의 능력을 키웁니다. 우리의 능력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중에 ‘You are not alone.’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가사가 좋은 노래는 언어 공부에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이 노래를 오늘의 글에 덧붙이고 싶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대는 혼자가 아닙니다. 든든하지 않습니까? 나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좌절을 이기고, 외로움을 이기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기쁨을 느끼고, 함께 즐거워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대도 혼자가 아닙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