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제 머리 못 깎는다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7/30 11:45

제 머리 못 깎는다

요즘 저는 긍정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 사고가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과학적’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생활하면 좋은 결말이 있을 거라고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긍정심리학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긍정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것은 언어교육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언어교육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일면 동의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말 언어교육은 이렇게 사라지게 될까요? 언어를 배우는 일이 무가치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저는 과거에서 찾습니다.

새로운 교육 방안처럼 이야기하는 많은 교수법이나 교육철학은 이미 오래전에 실시하였거나 구상하였거나 깊이 통찰하였던 내용입니다. 저는 통찰력의 측면에서는 현대인이 선인들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봅니다. 고전을 수없이 읽고, 외우고, 수행하는 속에서 깨달은 사고의 깊이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러한 사고를 찾아가면서 현재와 미래의 언어교육에 길을 보이고 싶습니다. 그중 한 방법이 속담을 살피는 겁니다.

속담(俗談)은 한국인의 사고를 나타냅니다. ‘속(俗)’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인 누구나 알 수 있고, 알고 있는 내용이 속담입니다. 풍자성과 교훈성을 주로 담고 있는 표현이죠. 그런데 속담을 잘 살펴보면 긍정심리학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속담을 다시 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 속담이 심리학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심리학이 제 전공은 아니니 깊은 연구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듯합니다. 과학적 연구 말입니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보다 자신감이 지나친 사람이 위험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도 오히려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때 생각해야 하는 속담이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입니다. 이 속담은 기본적으로 자신에 관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남의 어려움은 잘 도와주지만 자신의 일 앞에서는 헤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풍자한 말이겠죠.

풍자를 교훈으로 돌리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속담이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충고로 보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때로는 고통이 됩니다. 해도 안 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오히려 절망감이 커지기도 합니다. 남에게는 힘이 되었지만, 나의 일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내가 남에게 힘이 되었듯이 남이 내게 힘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그의 머리를 깎아주었듯이, 내 머리를 깎아줄 사람이 있음은 행복한 일입니다. 나의 일을 내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서입니다. 나를 저만치 떨어져서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내 머리가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앞을 가리네요. 자를 때가 되었나 봅니다. 어서 글을 마치고, 머리를 자르러 가야겠습니다. 제 머리를 제가 자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웃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웃으셨거나 머리를 자르러 가실 생각을 했다면 다행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