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이재,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8/27 11:50


이재,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

살면서 넘어지는 일은 언제나 있습니다. 넘어지는 일이 늘 있다는 것은 다시 일어나는 일도 늘 있다는 말입니다. 넘어져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는 게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잊습니다. 아니, 믿지 않습니다. 넘어지는 것은 끝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포기해 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늘 다시 일어난다는 말에서 간절함과 함께 짜릿한 흥분을 느낍니다. 어려움에 빠졌지만, 그 일을 딛고 일어난 이야기에 우리는 감동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변에 너무나 흔한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넘어졌던 순간들을 기억해 봅니다. 참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립니다. 사랑이 힘들고, 사람이 힘들고, 삶이 힘듭니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부럽다고 합니다. 내가 너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행복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칭찬과 부러움일 겁니다. 이 말은 내가 남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부럽습니다. 하지만 종종 나는 내가 불쌍합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아프게 살아온 내가 가엽기도 합니다. 외로웠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거울 속에 드러나 있는 내가 가여워 눈가가 젖기도 합니다. 누구나 행복하지만, 누구나 외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서로에게 위로가 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나 혼자 걸어가고 있습니다. 별도 달도 모습을 감추어 희망이란 말이 사치처럼 여겨지는 나날입니다. 외로움이나 슬픔이란 말이 내 몸을 감싸고, 스스로를 가여워 하면서 길을 걷습니다. 때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수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때 나는 하늘에 별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달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단지 지금 안 보이는 것뿐인데, 나는 희망의 별마저 놓아 버렸습니다.

넘어져 일어나서 다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나둘씩 별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한두 개가 아닙니다. 어둠에서 숨어있던 달도 모습을 나타냅니다. 아, 별이 있었네요. 달이 있었네요. 그때 주변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길에 나 혼자 걷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둠 속에 나를 닮은 사람이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들도 넘어지고, 그들도 다시 일어나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혼자서 일어날 때는 참으로 힘들었는데, 옆 사람이 내민 손을 잡으니 한결 수월합니다. 먼저 이 길을 걸은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응원이 됩니다. 나보다 먼저 넘어지고, 나보다 먼저 일어난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이야기합니다. 저 별을 따라 걸으라고 합니다. 별이 길이 되고, 별이 희망이 되고, 별이 친구가 됩니다. 이제 넘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의 모습이 잘 보입니다. 내가 이제 그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이제 이 길은 함께 걷는 길입니다.

케데헌의 ‘골든’이라는 곡으로 유명해진 ‘이재’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이재의 걸어온 길이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역사입니다. 이재의 일어남에는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을 겁니다. 고통이 있었기에 기쁨이 더 컸겠지요. 좌절이 있었기에 환희도 더 컸을 겁니다. 저는 이재의 스토리를 보면서 많은 사람에게 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스타라고 하는 것은 바로 희망의 별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재가 2026년 월드컵 공식 주제가인 DNA를 개막식에서 불렀습니다. 세계적 거장 ‘보첼리’와 함께 하는 공연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제 가슴을 뛰게 한 것은 한국어로 시작되는 가사였습니다.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라는 가사는 월드컵을 준비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이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가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 이야기이기도 하죠.

아직 넘어져서 울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이 노래의 가사가 별이 되기 바랍니다. 다시 일어나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기쁘게 한 걸음을 내딛기 바랍니다. 또 넘어져도 우리 다시 일어나 어둠 속을 걸어가기 바랍니다. 그곳에 수많은 우리가 있습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