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9/03 14:25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일본의 신문기사를 보니 일본은 코로나19 전에 비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미국은 세 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약간은 예상을 했으나 제 예상보다도 급격한 증가로 보입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세상입니다. 그러면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지나고 있는 우리는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우울증이 엄청나게 늘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잘 가지 않아서 통계가 정확히 잡히지 않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영국에서 고독 담당 장관을 신설하였다는 몇 년 전 기사와 고독 담당상을 지명했다는 일본의 기사는 저에게는 고마운 충격이었습니다. 나라가 외로운 사람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겁니다. 현재 우울증의 통계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자살에 관한 끔찍한 뉴스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청소년 자살률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조사결과는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저는 우리나라야말로 고독담당 장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라가 잘 살펴봐 주어야 합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오랜 방역 통제로 무너져 내린 자영업자나 실업으로 내몰린 수많은 사람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이들의 우울함이 절망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부익부빈익빈의 현상들은 분노와 좌절을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치솟는 집값, 불공정한 사회의 모습은 점점 우리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한없이 가라앉게 만듭니다. 우울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마음 감기약을 먹는 사람은 그다지 없습니다. 그런 약이라도 먹을라치면 나약한 인간 취급받기 십상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든 걸 국가에 의존할 수는 없겠지만 나라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집합금지라는 무서운 말에 마음껏 종교에 의지하지도 못합니다. 교회도 절도 마음대로 갈 수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겨낼지 도와주어야 합니다. 힘들어도 가까운 이에게 위로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픈 가족을 찾아가지 못하는 죄송함과 서러움의 수많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어찌할까요? 서로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가 끝난 후에 고독과 우울은 더 심각한 모습으로 다가올 겁니다. 아시다시피 힘들 때는 힘든 것을 이겨내야 하기에 마음 방역에 신경을 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면 세상은 더 큰 심리적 수렁에 빠지게 될 겁니다. 학교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의 문제도 심각해 질 겁니다. 몇 년 간이나 이런 대학 생활을 보낸 학생들은 어떨까요? 취업 절벽의 고통을 온몸으로 맞닥뜨린 졸업생들은 어떨까요? 경제적 고통을 떠안은 엄마, 아빠들은 어떤가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외로움과 고통은 어떻게 치유가 될까요?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건강으로 평균 수명은 한동안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몸은 건강한데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삶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아야 합니다. 가족에게만 짐을 지워서도 안 될 겁니다. 국가가 개인의 우울을 위로해 주는 차분하면서도 치밀한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외로움과 우울을 담당하는 부서가 우리나라에도 상징적으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