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노래 가사 속에도 무수히 들어 있고, 정의도 많은 이들에 의해 내려졌으나 사랑은 빈 마음의 공간처럼 때에 따라, 곳에 따라, 내 마음에 따라 달리 뜻이 새겨집니다. 사랑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사랑을 나누기도 하나 사랑은 근본적으로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움이 먼저고, 몸은 따라오는 것이죠. 그렇다고 마음 사랑만 중요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 민요에도 사랑이야기는 정말 많습니다. 창부(倡夫)타령에 보면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이더냐, 보일 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 듯하다 놓쳤으니. 나 혼자서 고민하는 게 그것이 사랑의 근본이냐.’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사랑은 안타깝고, 그리운 것이고, 혼자서 앓는 마음입니다. 안 만나고 있을 때는 보고 싶고, 만나고 있을 때는 헤어질까 두려워하는 왠지 바보스러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아프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기쁘기도 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의 어원은 좀 복잡합니다. 우리말의 어원을 설명할 때 한자가 끼면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사랑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어원을 한자어 사량(思量)에서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랑은 옛말에서 생각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한자어 사량의 뜻이 깊이 생각한다는 의미여서 서로 통한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말을 잇는 명확한 증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의 발음이나 모양이 ‘사람’과 닮아있음은 금방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사람이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대상이 사람임을 떠올리면 사랑의 어원을 사람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역시 명확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살다, 삶, 사람, 사랑’을 같은 어원으로 보고 설명하려는 학자도 많습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 사랑이 필요하니 이러한 설명을 하려는 것이죠. 정답의 여부와 관계없이 아름다운 해석입니다.
저는 사랑의 어원을 이야기할 때 한 쪽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피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없다는 말도 맞겠습니다. 다만 사랑이라는 말이 원래 ‘생각하다’라는 의미였음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이 점을 잘 기억했으면 합니다. 저는 사랑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생각하는 것의 의미도 여러 가지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사랑하는 사람도 많은 겁니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입니다.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생각한다는 말은 위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우리 생각은 안 해요?’라는 말에서는 우리를 위하지 않느냐는 말, 배려하지 않느냐는 말이 됩니다. 누구 생각을 하고 산다는 말은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말,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생각하는 겁니다. 사랑은 그래서 기도이기도 합니다. 두 손을 모으면 그대로 눈앞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느낌이 드는 세상입니다. 살기가 힘들수록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이 참 고맙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내 생각으로 웃을 수 있기 바랍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기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나부터 웃어야겠네요. 내가 슬픈데 그가 기쁘기는 어려울 겁니다. 내가 건강하고 밝아야 할 이유가 사랑에도 있습니다.
사랑은 따뜻한 그리움이고 함께 하는 행복입니다. ‘창문을 닫아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이라는 노랫말이 창부타령에 나옵니다. 사랑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 바랍니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고, 가만히 안아주고, 사랑의 이야기를 건네면서.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